0185 / 0284 ----------------------------------------------
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한편 켈로 왕국에 있던 모든 귀족들은 처형되었으며, 400년 전에 멸망했던 리안 왕국을 다시 되살렸다. 그렇게 리안 왕국을 건국하면서 왕국민들에게 선포했다. 또한 새로운 귀족들을 선발해 작위를 수여하고 영지를 하사했다.
켈로 왕국, 아니 이제는 리안 왕국은 신속하게 왕국이 안정되어갔다. 그것은 오랜 준비를 해온 마스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4백 년 전에 멸망했던 리안 왕국의 왕자였던 마스터의 이름은 아드니스 리안 폰 가르든이었다.
그는 국왕에 등극하면서 자신의 제자들을 공작의 작위를 수여했다.
이렇듯 켈로 왕국이 멸망하고, 새로운 리안 왕국이 출범했다는 소식이 대륙의 모든 왕국과 제국에 알려졌다. 그것은 오크와의 전쟁으로 한창 시끄러운 대륙의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쿠르르르.
흙먼지를 일으키며 상단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그런 행렬을 선두와 중간, 후미에까지 말을 탄 사병들이 철저하게 호위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보급이 훌륭한 모양이었다. 입고 있는 가죽갑옷도 상급이었고 휴대한 무기들도 대부분 좋았다. 이렇다 보니 사병들의 사기도 높았다. 상단을 호위하는 그들은 5천 명으로, 어지간한 도적 떼는 대항하지 못할 전력이었다.
아무튼 짐마차나 귀족마차에 반달 모양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는 걸 보아 이들은 분명 마일드 상단이었다. 마일드 상단은 페드린 왕국의 대상단으로, ‘비에드’라는 자가 상단주였는데 페드린 왕국의 백작 작위를 가지고 있었다. 즉, 상단을 운영하는 귀족 치고는 작위가 매우 높았다.
이렇게 비에드가 귀족인 이유로, 자금만 충분하다면 그는 용병단을 고용하든지 아니면 사병을 양성하여 부릴 수 있었다.
화려하면서 고급스러운 귀족마차 30대와 2,200대의 짐마차 그리고 950대의 짐수레가 무리를 이루어 길게 이어졌다. 마상단 일꾼 6천 명과 노예 8천 명까지 전부 포함하면 1만9천 명이나 되는 대상단의 행렬이었다. 그들은 현재 마케리안 대륙의 동부 끝 해안을 끼고 자리 잡은 바렌 왕국으로 들어와 지금 동부해안에 자리 잡고 있는 프리맨 후작의 엘도라도로 향하고 있었는데, 상단주가 타고 있는 마차는 다른 마차들보다 화려하면서도 3배는 더 컸다.
푹신한 침대에 마일드 상단주인 비에드가 아름다운 미녀와 한창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 비에드는 미녀의 생명력을 빨아 먹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미녀는 눈동자가 풀려 몽롱한 표정이었다. 그러다 급격하게 많은 양의 생명력이 몸에서 빠져나가자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대로 좀 더 있다가는 절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비에드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때문에 그는 생명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미녀의 생명력을 빨아먹고는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뜨렸고, 거친 숨을 내쉬던 미녀는 탈진했는지 추욱 늘어졌다. 이윽고 비에도는 케르만이라는 자를 불렀다.
“케르만.”
“예, 상단주님.”
그러자 그의 호출에 케르만이 대답했다. 그리고 이내 마차의 안쪽 나무문이 열리며 중년의 남자가 들어왔다.
“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거라.”
“예, 상단주님.”
“그건 그렇고, 엘도라도는 멀었느냐?”
“이제 15킬로미터 정도 남았으니 내일 오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았다, 그만 나가보거라.”
“예, 상단주님. 편히 쉬십시오.”
케르만이라는 자는 탈진해 있는 미녀를 가슴에 안아 나무문 밖으로 나갔다.
비에드가 작은 창문을 열자 저 멀리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였는데, 붉은 석양이 질 무렵이라 더욱 아름다웠다.
‘흐흐, 엘도라도의 프리맨 후작의 부인이 여신처럼 그렇게 아름답다 했었지?’
그런 바다를 보고 있는 비에드는 190센티미터의 큰 키에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어 왕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또한 옷으로 가려진 몸은 울퉁불퉁한 근육질은 아니었지만 말 근육처럼 고르게 잘 발달되어 있었다.
그는 엘프 여성과 인간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 엘프로, 특이하게도 엘프처럼 귀가 뾰족하게 태어나지는 않았다. 때문에 그가 하프 엘프라는 걸 아무도 몰랐다. 다만 엘프의 피를 절반이나 이어 받았기에 얼굴이 잘생겼으며 수명이 인간과는 다르게 300년 정도는 살 수 있다는 것이 인간과 다른 점이었다.
그런 그는 지금 겉으로는 20대 후반으로 보이지만 사실 백 살이 넘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스승인 마스터만 그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을 뿐, 그이 사제들조차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마스터의 첫 번째 제자로, 하프 엘프라 마나를 선천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마스터에게서 어둠의 마법을 배울 수 있었고, 검술과 각종 지식도 배웠다.
또한 머리가 좋은 그는 어떻게 보면 마검사라 할 수 있지만 남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도 있었다. 그건 바로 순간이동 능력! 하지만 마스터조차 아직 그의 그런 능력을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그는 마스터에게도 철저하게 자신의 능력을 숨겼다. 그것이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힘이었기 때문이다.
‘으음, 마스터께서는 켈로 왕국을 멸망시키고 리안 왕국을 개국하면서 스스로 왕으로 등극하며 소원을 이루셨다. 하지만 난 아직 아니야.’
그는 욕심이 많았다. 때문에 마스터의 제자로, 리안 왕국의 귀족으로 계속 남아 있기를 원하지 않았다. 비에드의 야망은 마스터처럼 왕국을 개국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국왕에 등극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드라비아 왕국과 켈로 왕국 사이에 있는 페드린 왕국의 백작으로서 은밀하게 귀족들을 지원하면서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 중이었다. 물론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은 모두 마일드 상단을 운영하면서 충당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왕국 귀족 중 40% 정도는 이미 그에게 포섭되어 그를 지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조금만 더 세월이 흐른다면 국왕에 등극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엘도라도의 프리맨 후작의 영주성.
글리아나는 준이 없는 동안 엘도라도의 업무를 맡아 처리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똑똑.
그런 그녀가 있는 영주 집무실에 노크소리가 들리자 밀린 서류를 결재하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
“하그리 경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주모님.”
“들어오세요.”
“예. 감사합니다, 주모님.”
그런 그녀가 서 있는 영주 집무실 한쪽에는 헌트가 한쪽에 서 있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까지는 굳이 없었지만, 준이 없는 지금은 어세신들이 스며 들어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만일의 사태까지 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엘도라도에 대상단이 들어오려는데 주모님의 허락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아뢰는 것입니다.”
“대상단이요? 그런 것을 보고할 정도인가요?”
“그렇습니다, 주모님. 바로 페드린 왕국의 마일드 대상단이기 때문입니다.”
“대상단이라고 하는 걸 보니 규모가 아주 큰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귀족마차 30대와 짐마차 2,200대, 950대의 짐수레를 보유하고 있고 상단의 일꾼 6천 명과 노예 8천 명, 이들을 호위하는 사병들까지 전부 포함하면 1만9천 명이나 됩니다.”
“으음, 그렇게까지 대규모인지는 몰랐군요. 헌트 경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요?”
“주모님, 비록 규모가 큰 상단이지만 큰일이야 있겠습니까, 허락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그리 경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예, 저도 헌트 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상단이니 허락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사병들이 5천 명이나 되니 엘도라도 초입에 있는 5만 명의 병력을 보유한 제6사단 근처에 야영하면서 대기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흠… 마일드 상단의 사병들을 감시하긴 좋을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주모님,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무조건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주모님.”
이윽고 엘도라도 외곽에 있는 제6사단에 마법통신이 전달되었다. 그에 제6사단에서 말을 탄 전령이 대기해 있던 마일드 상단에게 연락을 해주었다.
쿠르르르.
짐마차 행렬이 서서히 엘도라도에 들어섰다. 그리고 100명의 사병들만 그 행렬을 따라갔으며, 나머지는 제6사단의 지시대로 한적한 공터에서 야영을 준비했다.
얼마 후 엘도라도의 상업지역으로 들어선 마일드 상단의 행렬은 공터에 짐마차와 짐수레를 한군데로 모았다. 그리고 마일드 상단의 행수들은 사환들을 이끌고는 각 상점으로 향했다.
한편 대행수 트빌은 상단주인 비에드의 마차로 보고하기 위해 걸어갔다.
“상단주님, 저 트빌입니다.”
그의 말에 상단주의 마차 창문이 열렸다.
“무슨 일인가?”
“엘도라도의 상업지역에 도착했기에 행수들이 사환들을 이끌고 각 상점으로 거래를 하기 위해 갔습니다.”
“좋아, 대행수가 알아서 잘 처리하게. 그리고 영주성을 방문해야 하니 준비를 해줘야겠어.”
“예, 이미 준비해두었습니다.”
“그럼 행수를 보내 허락을 받도록.”
“예, 상단주님.”
마일드 상단은 크게 3곳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상단주 비에드 밑으로 대행수 트빌이 있고, 그 밑으로 행수가 50명이 있으며 가장 말단이라 할 수 있는 사환이 500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환 밑으로는 잡일을 하는 짐꾼이 있고, 그밖에 궂은일을 하는 하녀와 하인, 노예 순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두 번째로는 마일드 상단의 경비를 위해 사병들이 있고, 사병대장은 샨베라는 자로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검술 실력을 가진 자라 알려져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상단의 식사를 책임지는 주방장과 주방보조, 100명의 아름다운 미녀들이 있고, 이들을 총괄하여 관리하는 자는 비서 케르만이 있었다.
이렇게 구성된 마일드 상단이 엘도라도에 들여온 물품은 아주 다양했는데, 금괴와 보석류를 비롯해 모르칸 제국산 종이와 잉크, 양피지를 비롯, 각종 동물이나 몬스터의 가죽류도 있었다.
밀과 잡곡, 옥수수의 곡물류와 꿀, 음식에 맵거나 향기로운 맛을 더하는 조미료인 향신료도 있었다. 또한 옷의 원단인 면화, 철광석과 말, 러셀 왕국의 몬로비아산 치즈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향기를 내는 데 쓰이는 사치품인 향료도 있었다.
이러한 물품의 거래는 쉽게 이루어져 그들은 가져온 것들을 전부 팔 수 있었다. 그리고 엘도라도 산 천일염을 비롯해 도자기류, 차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이렇듯 물품을 하역하고 구매한 물건을 짐마차나 짐수레에 싣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렸다. 때문에 그동안 비에드 상단주는 영주성을 방문하려는 것이었다. 방문 허락은 쉽게 떨어졌다. 그에 비에드 상단주는 마차 3대에 상단의 사병 10명과 노예 30명만 이끌고 갔다.
영주성으로 향하는 길은 마차 4대가 동시에 지나가도 될 정도로 넓었으며 잘 조성되어 있었기에 마차를 타고 이동하기 아주 편했다.
길가에는 상점이나 집들이 잘 정돈되어 지어져 있었으며, 어지간한 왕국의 수도보다 더 잘 조성되어 있었다. 또한 길을 걸어가는 영지민들의 복장은 깨끗했고 얼굴은 잘 먹어서인지 살이 올라 있었으며 표정도 밝았다.
이렇듯 잘 조성된 마을은 바둑판처럼 되어 있었고, 길은 더럽지 않았으며, 악취도 나지 않았다.
이러한 마을 곳곳에서 50명으로 이루어진 무장한 영지병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또한 100미터 정도 거리마다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어 외부인이 침투하기가 매우 어려울 듯했다.
마을을 통과하자 이번에는 목책이 길게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영지병들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시설 규모나 영지병들의 수가 적어도 몇 만은 되어 보였다.
비에드는 마차의 창문을 통해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철저하게 방어시설이 되어 있는 곳은 처음 보는군.’
목책도 통행증을 보여주자 손쉽게 통과해 비에드 일행은 그렇게 목책을 통과해 언덕으로 향했다. 물론 언덕 곳곳에도 감시탑과 수백 명 단위의 부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웅장하면서 멋지고 석성이라 매우 튼튼하게 보이는 엘도라도 영주성 앞 해자로 마차가 다가가자 이번에는 도개교가 스르르 내려왔다. 그에 도개교를 건너 영주성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도 무장한 병사들이 많았지만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가 더 많았다. 척 보기에도 최소 소드 익스퍼트 초급은 되어야 기사라 할 수 있는데 이런 기사들이 보이는 것만 해도 수백 명이었다. 때문에 보이지 않는 기사들까지 전부 포함한다면 천 명은 가볍게 넘을 것 같았다.
‘으음, 왕성보다 더 경비가 삼엄한 곳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