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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183화 (183/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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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번쩍!

그는 마력을 내뿜어 마법 무효화를 시전했다. 그의 마법보다 약한 마법이 걸려 있다면 그 마법은 모두 무효화가 되지만 반대로 김보다 고레벨의 마법 사용자가 사용한 마법 주문의 효과에는 효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준은 9서클 마스터에 오른 마법이었다. 때문에 드래곤이 아닌 이상 그보다 마법이 높은 사람은 없었다.

“허억, 마법을 펼칠 수가 없어.”

“누가 디스펠 매직을 펼쳤다.”

한편 마법 무효화 때문에 전투마법사들은 일제히 공중에서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플라이 마법이 해제되었기 때문이다.

퍼퍼퍽!

“크으윽!”

“으윽, 으으…….”

그리고 이내 카잔과 동료 전투마법사들은 충격을 받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바질리스크는 자신을 괴롭히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공중에서 땅으로 떨어지자마자 돌이 되어버리는 광선을 마구 발사했다.

츄웅.

“크으, 안 돼!”

“사, 살려줘!”

공격마법을 펼칠 수 없는 이상 바질리스크의 상대는 아니었다. 마침내 10명의 전투마법사가 순식간에 돌이 되어버렸다. 그와 함께 화가 나 있던 바질리스크가 돌이 된 전투마법사들을 발로 움켜쥐어 박살을 내버렸다.

후두둑.

전투마법사들의 허무한 최후였다. 전투마법사들 때문에 그나마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땅으로 떨어져 바질리스크가 내뿜은 광선에 돌이 되어 부서지자 병사들은 더 이상 머뭇거릴 수가 없었다.

“도망쳐라!”

“후퇴하라, 후퇴!”

그들은 공포에 질려 무조건 앞만 바라보면서 도망쳤다.

쾅!

지휘봉으로 테이블을 내리친 차일 후작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으… 이번에도 당했어.”

“지, 진정하십시요.”

부관이 차일 후작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놈이 자꾸만 괴물들을 소환해 우리의 진군을 방해하는 거지?”

“병사들의 말로는 이번에는 바질리스크가 나타나 병사들을 돌로 만들거나 잡아먹었다 합니다.”

“으, 바질리스크는 사막에 사는 몬스터가 아닌가?”

“그렇습니다만 누군가 바질리스크를 소환해 공격했습니다.”

“10명이나 되는 전투마법사들은 무얼 하고 있었기에 허무하게 모두 당했단 말인가!”

차일 후작은 6서클 유저 전투마법사 아르시온을 쳐다보았다.

“병사들의 말로는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에서 잘 싸우고 있던 전투마법사들이 갑자기 일제히 땅으로 떨어져 바질리스크에게 당했다 합니다. 아마도 누군가 디스펠 매직 마법을 펼친 것 같습니다.”

“으음, 그럼 아르시온경의 말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사가 마블 언덕에 있다가 접근하는 우리를 공격한다는 것이오?”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으음, 이거 큰일이군… 이러다가는 언제 엘도라도로 진격한단 말인가…….”

이때 세던 백작이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한마디 했다.

“후작님,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무리하게 마블 언덕을 지나가지 말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다른 길을 통해 엘도라도로 진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길로 진군한다라… 부관, 다른 길은 얼마나 돌아서 가야하는 거지?”

“마블 언덕을 지나가면 3시간 정도면 되지만 우측의 길로 가면 하루 반나절, 좌측 길로 가면 하루 정도가 걸립니다.”

“그래? 그럼 좌측 길로 가는 게 좋겠군.”

“하지만 그쪽은 대군이 지나가기엔 길이 좁고 험한 데다 야산을 하나 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하루 반나절이 걸리더라도 평지인 우측 길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1만 명의 보병으로 하여금 마블 언덕을 지나가도록 하고, 우리는 신속하게 우측 길로 돌아서 진군한다.”

“예, 알겠습니다.”

이윽고 후작은 보병 1만 명으로 편성된 부대를 마블 언덕으로 진군시켰다. 또한 전투마법사 5명도 함께 지원되었으며, 무리하게 진군하지 말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진군하도록 명했다. 그리고 이들의 부대장으로는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검술 실력을 가진 기사 마일로가 임명되었다.

드라비아 왕국의 남부 타르크 직할령.

50만의 오크부대와 드라비아 왕국군을 비롯해 켈로 왕국군, 러셀 왕국군, 페드린 왕국군까지 연합한 40만의 연합군과의 전투는 치열했다.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함으로 전투를 하고 있던 연합군은 마법병단을 앞세워 공격마법을 마음껏 퍼부었다.

오크 진영 역시 마법병단이 동원되어 공격마법을 퍼부었기에 서로 피해만 늘어났다.

둥둥둥둥.

그러기를 얼마 후, 오크 진영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치열하게 싸우던 오크전사들은 후퇴했다. 지칠 대로 지친 연합군 측 역시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그들이 물러간 자리에는 오크전사와 연합군의 시체가 가득했다.

쿠르르르…….

그에 오크 진영에서 빈 수레 50대를 끌고 온 2백 마리의 오크들이 오크전사들의 시체를 수레에 실어갔다. 이에, 연합군 측에서도 빈 수레를 끌고 나와 죽은 병사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렇게 암묵적으로 시신을 치우는 것은 다음에 벌어질 전투를 위해서였다.

벌써 5일간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오크 진영은 50만에서 30만으로 전사들의 수가 대폭 줄었다. 연합군 측에서도 40만에서 14만이 죽었기에 이젠 26만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티드 바실 오크 총부대장은 이동 공성탑 위에서 푸짐한 식사를 하고 있었고, 오크전사들도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었다.

연합군 측에서도 스프와 빵을 병사들에게 나누어주었고, 병사들은 허겁지겁 먹었다.

“부관, 지원병들에게선 연락이 왔는가? 취익.”

“예, 총부대장님. 취익, 조금 전에 연락을 받았는데 하루 정도면 이곳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좋아, 취익. 30개 부대가 지원된다고 하니 그들이 도착하면 전면전이다.”

“취익,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의 승리는 당연할 것입니다.”

“취익, 으하하하! 좋아, 취익. 그럼 무리할 필요 없으니 식사 후에는 부대 5개 정도만 동원해 전투를 하도록 해.”

“예, 총부대장님. 취익.”

“취익, 5만 정도면 오늘 전투는 충분하겠어.”

티드 바실 오크 총부대장은 서로 비슷한 전력이라 약간 조급 했었는데, 지원병이 도착하면 충분하게 승리할 수 있다는 걸 알고는 마음이 느긋해졌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식욕이 더 좋아졌기에 부관에게 명해 먹을 요리를 더 가져오라 일렀다.

한편, 연합군 측에서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척후병의 보고를 받은 후 더욱 초조해졌기 때문이다. 하루에 수만의 병사들이 오크들과의 전투로 죽었다. 전투를 치르면서 오크들이 더 많이 죽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연합군들보다 수가 더 많았다.

거기다 더 문제는 연합군 측에서는 지원병이 없는데 비해, 오크 진영에서는 엄청난 지원병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하루 정도면 이곳 타르크 직할령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척후병들의 보고에 더 침울해졌다. 그 내용이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크 지원병은 무려 30만 정도 된다 했다.

지금도 겨우 막아내고 있는 상황인데 30만의 지원병이 도착한다면 전투는 보나마나 필패였다. 지휘부는 몹시 불안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든지 간에 오늘밤 대대적인 기습공격을 퍼부어서라도 오크 진영에 막대한 피해를 주어야만 그나마 앞으로의 전투에 희망이라도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며칠 내로 타르크 직할령은 오크들의 손에 분명 넘어가게 될 것이었다.

리브빌 국왕이 원탁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바르빌 공작이 앉아 있었다. 바르빌 공작은 드라비아 왕국군의 대표로 앉아 있는 것이었는데, 그의 주위에는 켈로 왕국군의 수장 드란 백작과 러셀 왕국군의 수장인 레이크 백작, 페드린 왕국군의 수장 크리슨 백작이 앉아 있었다.

리브빌 국왕이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으음, 척후병의 보고로는 오크 지원병 30만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그의 말에 러셀 왕국의 레이크 백작이 대답했다.

“전하, 지금도 오크들을 상대하기가 벅찹니다. 이런 상황에서 30만의 오크 지원병이 도착한다면 가망이 없을 것입니다.”

“타르크 직할령을 버리고 후퇴하는 게 좋겠습니다.”

켈로 왕국의 드란 백작이 레이크 백작의 말을 거들고 나서자 눈썹을 찡그린 바르빌 공작이 성난 음성으로 외쳤다.

“이곳을 버린다면 우린 어디로 가란 말인가!”

바르빌 공작의 말대로 이곳을 포기한다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왕국에 피신을 해야 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페드린 왕국의 크리슨 백작이 한마디 했다.

“우리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바르빌 공작님.”

“크리슨 백작,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소. 그렇다고 여길 포기한다는 말은 하지 마시오.”

“내일이면 오크 지원병이 도착하는데 오늘밤 기습공격을 한다는 걸 저들 오크들이 모르겠습니까? 아마도 기습공격은 어려울 겁니다.”

“으음, 그건 나도 같은 의견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실상 방법이 없었다.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는 공작을 쳐다보던 리브빌 국왕이 나직이 말했다.

“사실 나에게 비장의 한수가 있소.”

“전하,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것이 대체 어떤 방법입니까?”

“궁정마법사 보덴에게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금지된 마법을 하나 알고 있다고 했소.”

“금지된 마법이라니요? 그게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흠… 흑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좀비 마법과 비슷한 것인데, 죽은 병사들을 일시적으로 되살려 적들을 공격하는 마법이오.”

“으음, 어쩐지 금지된 마법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을 꼭 해야 하겠습니까?”

“나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젠 다른 방법이 없으니 오늘밤 그 방법을 사용해보도록 합시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한 병사들의 시신을 다시 이용하는 방법이라니, 모두들 꺼림칙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모두들 동의했다. 잠시 후, 리브빌 국왕의 호출을 받은 궁정마법사 보덴은 막사로 들어와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했다.

“전하, 그럼 오늘밤 당장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보덴 경, 부탁하오.”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게는 상급의 마나석이 있기에 충분히 오크들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회의가 있은 지 얼마 후.

날이 어두워지자 궁정마법사 보덴은 병사들의 시신을 모아놓은 거대한 구덩이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의 명을 받은 병사들은 죽은 병사들이 사용하던 무기를 수레에 싣고 와서는 구덩이 앞에 쏟아 부었다. 구덩이 속의 일부 시신은 부패과정이 진행 중이라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보덴은 병사들의 시신을 잠시 내려다보다 결심을 한 듯 로브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이내 로브 속에서 뭔가가 나왔는데, 자세히 보니 상급의 마나석이었다. 그는 양손을 천천히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외쳤다.

“육체를 벗어났지만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영혼들이여, 너희들의 한을 풀어주고자 내가 부르노니 일어나라, 일어나라!”

츠츠츠츳.

그렇게 상급의 마나석에서 엄청난 마력을 흡수한 보덴은 마법주문을 외우면서 다시 병사들의 시체에게 내뿜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현상. 하지만 보덴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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