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1 / 0284 ----------------------------------------------
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한편, 마블 언덕에서는 준에게 영입된 에밀리와 제자들이 마법사의 맹세의식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냥 말로써 하는 맹세의식이 아니라 마법으로 하는 맹세의 의식이었다. 때문에 한 번 펼치면 절대로 배신을 하지 못했다. 만약 맹세의식을 한 상대에게 배신을 하면 피를 토하면서 심장에 있는 마나고리가 깨져버리기에 더 이상 마법사라 불릴 수 없게 된다.
즉, 마나고리가 없으면 마법을 펼칠 수 없으며, 평범한 사람처럼 된다. 그렇기에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대부분 자살하고 마는 경우가 많아 마법사라면 함부로 이런 마법사의 맹세의식은 하지 않았다.
이윽고 마법사 맹세의식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모두들 한자리에 모여 블루스카이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준은 에밀리에게 마법서를 꺼내 내밀었다.
“프리맨 후작님, 이게 무엇입니까?”
“에밀리 경, 7서클의 마법공식과 주문이 쓰인 마법서이니 시간 날 때 읽어보구려.”
“아, 정말 감사합니다.”
갑자기 준의 눈썹이 꿈틀거리자 에밀리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알람마법을 설치해놓은 곳으로 병력이 다가오고 있소.”
“그럼 아마도 차일 후작의 병사일 것입니다.”
“그럴 것이오. 5천 명 정도 되는 것 같소.”
“어떻게 하실 겁니까?”
“붉은 흙괴물로 하여금 상대하게 해보겠소.”
“기병 3천이 붉은 흙괴물에게 당했다던데 사실입니까?”
“마법응용으로 탄생한 놈들인데 제법 쓸모가 있었소.”
“이번에 접근해오는 병사들을 향해 사용하시겠다는 거군요?”
“그렇소. 흔하게 볼 수 없는 것이기에 구경이나 하구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준이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마법주문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마력이 내뿜어지자 황무지의 붉은 흙에서 뭔가가 솟아올랐다.
불쑥. 불쑥.
황무지의 붉은 흙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5미터의 입이 큰 붉은 흙괴물이었다. 그것은 병사 정도는 그냥 삼켜도 될 정도로 입이 컸으며, 공포스러웠다. 이렇듯 준의 마력으로 탄생한 붉은 흙괴물은 백 마리나 되었다.
쿠워어어어!
그 붉은 흙괴물이 포효하자, 에밀리와 제자들은 눈이 커졌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이들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흙괴물들을 향해 준이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의 적이 저기 있다! 가거라!”
쿵쿵쿵쿵!
그 말에 붉은 흙괴물이 방향을 틀어 달려 나가자 땅이 흔들렸다. 5미터나 되는 붉은 흙괴물이라 무게도 엄청났던 것이다.
“프리맨 후작님, 저 붉은 흙괴물은 어떻게 만드신 겁니까?”
“내가 준 7서클의 마법서에 마력을 이용해 괴물을 생성시키는 방법이 나와 있소.”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소, 다만 저것과 똑같지는 않소.”
“그, 그야 그렇겠지요. 그래도 저런 것을 만들면 전투에서는 아주 유용하겠습니다.”
“그럴 것 같아 응용했더니 저런 놈들이 탄생한 것이오.”
“아, 정말 대단하십니다.”
“다만 저런 것을 만들어 공격하도록 했기에 죄 없는 병사들만 희생되는 게 안타까울 뿐이오.”
“으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그렇기에 더 안타까운 것이오.”
준이 고개를 돌려 황무지 저편을 바라보자 에밀리와 제자들도 그곳을 쳐다보았다.
저벅저벅.
열을 맞추면서 무장한 보병들이 행군을 하고 있었다. 사방이 탁 트인 황무지였지만 언제 어디에서 괴물이 나타날지 몰라 무척 긴장했다. 선두에서 말을 타고 이동 중인 천인대장 웨던이 큰 소리로 외쳤다.
“붉은 흙괴물이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러니 모두 조심하라!”
보병들은 명만 떨어지면 바로 공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다. 천인대장 웨던은 그런 보병들을 살펴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옆에서 말을 타고 이동 중인 전투마법사 카잔을 쳐다보며 말했다.
“카잔, 붉은 흙괴물이 나타나면 잘 부탁하겠소.”
“걱정 마십시오, 저와 동료들이 그것들을 처리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방에서 괴물의 포효가 들려왔다.
쿠워어어어!
그들은 병사들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손에 아무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지만 5미터나 되는 신장만으로도 병사들은 겁을 집어 먹었다. 카잔은 즉시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더니 양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외쳤다.
“쇼크 웨이브!”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엄청난 마법의 충격파가 파도처럼 붉은 흙괴물을 향해 밀려갔다. 파도가 모래성을 덮치듯 충격파가 밀려가 붉은 흙괴물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우와아아아!”
그 모습에 보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씨익.
그리고 카잔은 자신의 마법이 마음에 들어 웃었다. 그러나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바로 붉은 흙괴물이 다시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허엇! 붉은 흙괴물들이 다시 살아났다!”
그에 병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술렁거렸다.
“붉은 흙괴물의 핵을 공격해야겠는데 어디가 약점일까?”
카잔은 그 흙괴물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이내 붉은 눈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으음, 그렇구나… 눈이 약점일수도 있겠어. 그렇다면……!’
“붉은 흙괴물의 눈을 공격하라!”
“눈을요?”
“그렇다. 눈을 공격하라!”
이윽고 붉은 눈이 약점이라 판단한 카잔의 명령에 그의 옆에 있던 전투마법사들이 일제히 에어 스피어를 생성했다.
슈슈슈슝.
그러자 바람소리를 일으키면서 압축된 공기의 창이 날아갔다. 하지만 붉은 흙괴물도 자신의 약점이 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팔을 들어 막거나 아님 상체를 흔들어 피했다. 그러나 에어 스피어는 유도 기능이 있었기에 이내 허공을 선회하면서 다시 날아가 붉은 흙괴물의 눈에 격중되었다.
쿠워어어어!
그에 괴로운 비명을 지르며 붉은 흙괴물 4마리가 소멸되었다.
“붉은 흙괴물의 약점은 두 눈이다. 공격해!”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눈을 향한 공격! 하지만 움직이는 붉은 흙괴물의 약점이 두 눈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그것을 맞추는 건 어려웠다. 괴물이 어느새 보병들 전방 30미터 앞에까지 접근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카잔은 다시 한 번 마력이 많이 소모되는 마법을 펼쳤다.
“죽어라, 괴물들아! 쇼크 웨이브!”
그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마법의 충격파가 붉은 흙괴물을 향해 파도처럼 밀려갔다. 충격파의 영향으로 붉은 흙괴물들은 일제히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그렇게 무너져버렸다. 하지만 모두들 붉은 흙괴물이 죽지 않고 다시 재생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붉은 흙괴물이 다시 살아나면 두 눈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카잔의 말에 그제야 모두들 이유를 알게 되었다.
스스스슷.
바로 그때 붉은 흙괴물이 황무지의 바닥에서 다시 솟아올랐다. 그에, 카잔과 동료들은 재빨리 캐스팅한 마법을 퍼부었다.
파지지직.
그들이 일제히 전격계 공격마법이 퍼붓자 붉은 흙괴물은 몸이 만들어지는 도중에 두 눈이 파괴되면서 소멸되었다. 궁병들 역시 가만있을 수 없어 화살을 일제히 쏘았다.
시시시싯.
아직 완전하게 신장이 형성되지 못한 붉은 흙괴물들은 움직임이 둔했다. 그렇기에 궁병들이 쏜 화살을 피하기는 무리였다.
퍼퍼퍽!
와르르.
붉은 흙괴물들은 제대로 공격을 퍼붓지도 못한 채 절반이 넘는 수가 소멸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머지 붉은 흙괴물들은 병사들을 계속해서 공격을 감행했다.
“아아악!”
그로 인해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우수수 쓰러졌다.
“눈을 공격해!”
“정면으로 상대하지 마라!”
이렇듯 소멸과 재생의 과정이 얼마간 지속되었을까, 마침내 붉은 흙괴물과 병사들의 치열한 전투는 결국 병사들의 승리로 돌아갔고 붉은 흙괴물은 모두 소멸되어버렸다.
“와아아아!”
병사들은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침통했다. 600명의 병사들이 붉은 흙괴물과 싸우다가 전사했고 부상자도 300명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드라비아 왕국의 남부 타르크 직할령.
마케리안 대륙의 북부 끝에 있는 쿠단 산맥에서 발원해 흘러온 로렌시아 강이 흐르는 지역으로 넓은 타르크 평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타르크 직할령은 왕국의 남부 곡창지대로 알려져 있었다.
리브빌 국왕의 직할령으로 덴버 자작이 대리인으로 영지를 맡아서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었다. 영지병은 2만에 농노와 평민을 포함하면 영지민은 30만이나 되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던 노예들이나 유민들을 포함하면 50만은 될 것이다.
수도 에르헤임의 내성에서 살고 있었던 리브빌 국왕과 왕비, 왕자와 공주 등 왕족들과 바르빌 공작을 비롯해 고위 귀족들은 전부 이동마법진으로 이동해왔다. 그리고 즉시 타르크 직할령을 다스려온 덴버 자작과 함께 대책회의를 열었는데, 회의 결과는 오크가 쳐들어오기 전에 서둘러 이곳을 정비해 대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타르크 직할령에는 20만의 켈로 왕국군과 러셀 왕국군 15만이 주둔하고 있었다. 또한 리브빌 국왕은 귀족들의 의견대로 국왕의 칙령으로 드라비아 왕국의 남부지역에 있는 모든 영주들은 영지민들을 이끌고 타르크 직할령으로 모이도록 했다.
각 영지의 영주들 역시 오크가 왕국으로 침공해온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수도 에르헤임을 점령하고, 남부지역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는 정보를 듣게 되어 어쩔 수 없이 타르크 직할령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영지에 남아 있다면 분명 오크들의 진격으로 목숨도 장담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또한 왕국의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에 있는 각 영지들이 이미 오크들의 공격으로 죽거나 노예가 되었음을 마법통신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한편 페드린 왕국군 30만은 수도 에르헤임을 방어하다가 오크들에게 패하여 전멸했다. 그 소식을 접한 페드린 왕국에서는 즉시 10만의 추가 지원병을 타르크 직할령으로 보냈다. 또한 오크들의 공격에 대비해 징집령을 내려 병력을 끌어 모았다.
드라비아 왕국의 대부분을 점령한 오크들은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왕국의 남부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이동을 시작했다.
50개 부대, 즉 50만의 오크전사들을 이끌고 타르크 직할령 초입에 도착한 티드 바실 오크 총부대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 그가 무장한 10만의 병사들이 도열한 것을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성 안에서 그나마 자신들을 방어해야 제법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성도 없는 이런 평원에서는 10만의 병사는 오크전사들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타르크 직할령에는 영주성이 하나뿐이었다. 거기다 겨우 1만 명 정도만 주둔할 수 있는 작은 석성이었다.
때문에 켈로 왕국군과 러셀 왕국군, 페드린 왕국군까지 서로 연합하여 편성된 연합군 10만 명은 성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평원에서 오크들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
“취익, 돌격대의 진군 북소리를 울려라!”
“예, 총부대장님! 취익.”
둥둥둥둥.
이윽고 북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1만의 돌격대 오크전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달려 나갔다.
“오크들이 달려온다! 궁병들은 준비하라!”
“화살을 쏴라!”
시시시싯.
하늘에는 온통 화살로 가득 차게 되었으며, 포물선을 그리면서 달려오는 오크 돌격대에 떨어졌다. 신나게 달려 나가던 돌격대의 오크전사들은 팔에 착용한 원형 손방패를 치켜들어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다.
티티팅, 파팍.
그러나 소나기처럼 퍼부어지는 화살의 비에는 일부 오크전사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크어억!”
화살을 맞고 고꾸라지는 오크전사들을 무시하고, 나머지 돌격대의 오크전사들은 계속 달려 나가 결국 연합군과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