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80화 (180/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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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암흑군대가 외성벽을 날아 넘으면서 사실상 병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병사들은 창을 가지고 접근해 그들을 찔렀다. 그러나 믿어지지 않게도 암흑군대의 기사들은 찔린 곳에서 피만 새어나올 뿐 쓰러지지 않았다. 허리와 등, 옆구리로 수십 개의 창을 찔렀지만 죽지 않는 그를 보고는 병사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죽지 않는 군대와 싸워서 이길 수는 없었다.

“으아, 죽지 않아!”

“으으, 암흑군대는 소문대로 죽일 수 없어! 도망쳐!”

암흑군대를 공격하던 병사들은 겁을 먹고 사방으로 달아났다.

그렇게 전력으로 싸워도 이길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병사들이 도망쳐버리니 결과는 뻔했다.

“도망치지 마라! 돌아와라!”

“돌아와 싸워라!”

백인대장이나 천인대장들의 외침에도 공포가 확산된 병사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기엔 무리였다. 대장들 중에도 공포를 집어먹고는 도망치는 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그렇게 수도 하르툼 외성은 암흑군대에 의해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함락되었다.

“후퇴하라, 후퇴!”

“도망쳐라, 어서!”

천인대장의 외침에 암흑군대와 싸우던 병사들은 도망쳤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추격하라, 추격해!”

두두두두.

암흑군대가 말을 몰아 추격에 나섰다. 켈로 왕국군들은 내성을 향해 정신없이 도망쳤지만, 그들의 뒤를 따라온 암흑군대는 그들을 말발굽으로 짓밟아버리거나 단칼에 휘둘러 베어버렸다.

“아아악!”

“커억! 내, 내 팔…….”

결국 그런 식으로 도망치다가 죽은 병사들의 수가 더 많았다.

그 와중에 병사들이 후퇴하면서 보급창고에 불을 질러 외성 안 곳곳에선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치솟고 있었다.

암흑군대의 말과 기사들은 목이 잘리면 죽지만 몸에 상처를 입는 정도로는 절대 죽지 않았다. 트롤의 재생력 같은 것을 암흑군대의 말과 기사들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죽는 암흑군대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마스터가 많은 노력을 해서 암흑군대를 양성한 것이었다.

처음 암흑군대의 전투력은 일반 보병 10명 정도와 비슷한 전력이라 생각했는데, 전투를 치루면서 더 강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병사들이 겁을 먹고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기에 20명의 병사들이 달려들어도 암흑군대 기사 하나를 못 당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내성에 주둔 중이던 지휘관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외성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이 무려 10만이었다. 그런데 전투가 일어난 지 겨우 한 시간도 되기 전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내성으로 후퇴한 것이다. 약 6만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고 겨우 4만 정도만 내성으로 후퇴할 수 있었다.

내성 안에는 고위귀족의 저택과 왕족의 저택을 비롯해 국왕의 궁전도 있었기에 평소에는 약 3만 정도의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었다. 하지만 암흑군대가 쳐들어온다는 걸 알고부터는 대폭 인원을 늘려 현재는 약 7만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다.

외성에서 후퇴한 병력 4만을 포함하면 무려 11만이나 되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외성을 점령 하느라 암흑군대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겨우 수백 명에 그쳤다. 스톡이 이끄는 암흑군대 제1사단이 선봉으로 내성을 향해 달려가자 레드 데빌의 제2사단과 칼리의 제3사단이 제1사단을 지원하기 위해 뒤따라갔다.

마스터가 이끄는 제4사단과 제5사단의 암흑군대는 도망치지 못하고 외성의 곳곳에 숨어있는 잔당들을 찾아내어 처리했다.

“사, 살려주세요. 아아악!”

“크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암흑군대가 외성 안을 철저하게 수색하면서 찾아낸 병사들이나 수도민들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롱소드로 베어버렸다.

마스터는 민스키 성까지 도달할 때만 해도 저항이 제법 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손쉽게 성을 함락시킬 수 있었다.

암흑군대의 피해도 그리 많지 않았었다. 십수 번의 전투를 치루면서 모두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했었다. 더구나 수도 하르툼은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아무리 무적의 군대라 소문이 난 암흑군대라고 해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켈로 왕국이 드라비아 왕국에 파병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무력할지는 몰랐다.

마스터는 외성벽 위에 올라 주변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내가 왕국을 건국할 날이 말이야.”

한편, 내성에서는 암흑군대를 맞아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병사들이 잘 알고 있었기에 저항은 극심했다. 하지만 무적이라 알려진 암흑군대는 공포가 일어날 정도로 무서웠다.

튼튼한 성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말을 탄 채 하늘을 날아 내성을 넘어가니 병사들도 확실하게 공격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때문에 외성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재현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병사들도 외성의 경험이 있었기에 흩어지지 않고 방패병을 앞세워 백 명씩 무리를 이루면서 조직적으로 암흑군대에 대항했다. 때문에 암흑군대의 기사 한 명으로는 그런 두꺼운 방패진을 돌파하기가 어려웠다.

그때, 암흑군대의 기사를 상대로 수십 명의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각자의 무기로 찔렀다.

푸푹! 가가각!

아무리 불사의 무적인 암흑군대 기사라 해도 몸에 상처를 많이 입으면 주춤거렸다. 그 틈을 노려 검술이 뛰어난 기사가 재빨리 뒤에서 검으로 암흑군대의 기사 목을 베어버렸다. 이러니 암흑군대의 피해도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제1사단장인 스톡은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러고는 마법을 캐스팅했다.

“흐흐흐, 다 죽여 버리겠어. 포이즌 클라우드!”

뭉게뭉게.

순간 스톡의 전방에서 검은 독구름이 생성되어 점점 퍼지면서 내성 안으로 밀려들었다. 병사들은 검은 독구름이 밀려오자 공포심이 일어났다. 그리고 마법병단 소속의 마법사들 역시 두려운 마음에 재빨리 마법을 캐스팅했다.

“퓨리피케이션!”

츠츠츠츠.

그들은 독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마법을 시전했다. 그로 인해 다행히도 급격하게 퍼지던 독구름이 엷어지면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법사 한두 명이었다면 무리였겠지만 백여 명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시전한 정화 마법이라 스톡의 마법도 소용없었다.

“이, 이놈들이? 좋다, 이것도 막아보거라. 아이스 레인!”

우우우웅.

대기가 갑자기 불안정해지면서 공기 중에 분포되어 있는 수분이 급격하게 냉각되었다.

후두두둑.

고깔 모양의 얼음송곳이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퍼퍼퍼퍽!

“크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병사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그에 지휘관들이 즉시 외쳤다.

“방패를 붙여서 막아라!”

“마법사가 하늘에 떠 있다. 화살을 쏘아라!”

시시시싯.

궁병들은 재빨리 스톡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수백 발의 화살이 날아오자 스톡도 어쩔 수 없이 그곳을 피해 물러났다.

“흐흐흐, 그냥은 물러날 수 없다. 파이어 스톰!”

스톡은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화르르르.

그 순간 불의 폭풍이 내성에 있는 병사들을 향해 밀어닥쳤다.

“우와악! 불이다! 피해라!”

뜨거운 고열의 불길이 밀어닥치자 수천의 병사들이 일순간에 숯덩이가 되어 쓰러졌다. 일부의 병사들은 가죽 갑옷에 불이 붙어 날뛰다가 고꾸라졌다. 화상을 입은 병사들은 고통을 못 참아 울부짖었다. 참혹한 광경에 병사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렇듯 스톡의 공격마법으로 인해 전투는 암흑군대가 잡게 되었다. 그러나 전투는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켈로 왕국군은 왕국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마스터의 암흑군대는 새로운 왕조를 세우기 위해 총공격을 퍼부었다.

다가닥 다가닥.

세던 백작이 말을 타고 차일 후작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후작님.”

“아 어서 오시오, 세던 백작.”

“이곳으로 오면서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어찌 된 일입니까?”

“으음, 너무나 황당한 일들을 겪어 정신이 없었소. 그건 그렇고, 10만의 지원병을 이끌고 온다고 수고가 많았소.”

“30명의 전투마법사들을 지원병 속에 포함시켰습니다.”

“오, 그게 정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전투에서 전투마법사들의 활약이 클 것 같아 데려왔습니다.”

“수도 까브에서 데려온 마법사들이라면 혹시 프리덤 마법 길드 소속의 마법사들 말이오?”

“그렇습니다. 리안 공작님께서 이번에 그들 중에서 50명을 영입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하하하, 정말 잘되었구려. 그럼 50명 중에서 30명을 데려왔다는 말이구려.”

“그렇습니다, 후작님.”

차일 후작이 이렇게 웃을 만했다. 그동안 수도 까브를 이들이 점령했지만 3대 마법사 길드에서는 중립을 선포했었다. 그중 가장 세력이 큰 마법사 길드는 화이트 마법 길드로 대륙 전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백색 로브를 입고 다니기에 사람들에게는 백마법사라 알려져 있었다.

그다음은 레드 마법 길드로, 붉은 로브를 입고 영지전이나 왕국 간의 전투에 고용되어 활약하는 마법사들인데, 공격마법을 많이 사용하고 전투에서 큰 활약을 했다.

마지막으로 프리덤 마법 길드로, 화이트 마법 길드나 레드 마법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마법사들이 대부분 이곳에 소속되어 있었다. 질적으로는 화이트 마법 길드, 레드 마법 길드 다음이지만 수적으로는 가장 많은 마법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프리덤 마법 길드였다.

또한 백마법을 익힌 마법사들이나 전투마법사 출신들이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어서 소속된 곳이기도 했는데, 전투마법사 에밀리와 그의 제자들도 프리덤 마법 길드 소속의 마법사였다.

한편 흑마법사는 공식적으로는 대륙의 3대 마법사 길드에 들어가지 않으며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후작님, 이제 엘도라도를 향해 이동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으음, 나도 그렇고 싶지만 마블 언덕에 수색을 보낸 마법사들이 아직까지 연락이 없구려.”

“어쩌면 그들이 죽었을지도 모르니 당장 연락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으음, 세던 백작의 말대로 연락해 보는 게 좋겠어.’

“그럼 당장 연락해보구려.”

세던 백작이 뒤쪽에 있는 마법사에게 손짓하자 30명의 마법사 중 리더인 6서클 유저의 전투마법사 아르시온이 다가왔다.

“아르시온 경, 옆에서 들었을 테니 마법통신을 부탁하오.”

“예, 알겠습니다.”

아르시온은 마법통신구를 꺼내 에밀리와의 마법통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통신이 되지 않았다.

“으음, 마력장이 펼쳐져 있어서인지 통신이 장애를 받아 잘되지 않습니다.”

“으음… 세던 백작,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후작님, 그럼 5천의 보병을 먼저 마블 언덕으로 보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5천의 보병을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10명의 전투마법사를 지원한다면 괴물이 나타나더라도 잘 처리할 겁니다.”

“좋소. 즉시 5천을 준비해 대형을 이루어 출동시키겠소.”

저벅저벅.

얼마 후, 대형을 이룬 5천의 보병들이 이동을 시작했고, 차일 후작과 세던 백작은 그런 보병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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