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79화 (17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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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저자는 누구냐?”

“저희들이 이곳 마블 언덕에 오기 전부터 야영을 하고 있던 자입니다.”

“이곳에 일행도 없이 혼자서 말이냐?”

“예, 그것이 저희들도 약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특별히 의심이 갈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으음, 마나스캔을 펼쳐 보았느냐?”

“그, 그건 하지 않았습니다.”

“왜? 하지 않았느냐?”

“그냥 여행자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하지 않았습니다.”

“으음, 정말 큰 실수를 했구나.”

“스승님, 실수라니요?”

“저기에 있는 저자는 나로서도 파악이 안 되는 자다.”

“스승님의 마법능력으로도 말입니까?”

“그렇다. 최소 7써클은 되는 것 같구나.”

“그, 그럼 대마법사급?”

“그런 것 같구나.”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감히 나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냐?”

“그, 그것이 아니라…….”

“으음, 과연 저자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르겠구나.”

“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적이었다면 우리들을 그냥 두었겠습니까?”

“으음, 무슨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의도요?”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곧 알게 되겠지.”

그때였다. 갑자기 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면서, 나직했지만 에밀리의 귀에 똑똑하게 말소리가 들렸다.

“나하고 차나 한 잔 하겠소?”

“권한다면 마셔야지요. 너희들은 그곳에 잠시 기다려라.”

“예, 스승님.”

에밀리는 앞으로 나서 걸어 나와 준과 마주보고 앉았다.

준은 청화백자 찻잔에 블루스카이차를 가득 부어 주었다.

에밀리는 차의 향기와 찻잔에 눈이 커졌다. 차는 예전에 몇 번 마셔보았던 블루스카이라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찻잔은 처음 보는 진귀한 것으로 아름다운 예술품이었다.

“으음, 이런 귀한 물건은 처음 봅니다.”

“그렇소? 내가 개발한 찻잔인데 차를 마셔보면 더 좋은 물건이라는 걸 알게 될 거요.”

준은 에밀리와의 첫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아랫사람을 대하듯 바로 말을 놓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블루스카이를 한 모금 마셔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은 차에 이런 진귀한 찻잔은 처음 봅니다. 탐이 날 정도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준이 대답했다.

“한 가지 그대에게 제안을 하려는데 들어 보겠소?”

“첫 만남인데 제안이라니,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당신과 제자들을 내가 영입하고 싶은데, 어떻소?”

“나와 제자들을 말입니까?”

“그렇소. 특히 당신은 조금만 더 수련한다면 충분하게 7써클에 올라설 수도 있는데 어떻소?”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말입니까?”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소. 내가 7써클 마법서를 당신에게 주려고 하니까 말이오.”

“허억,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동안 마법에 대해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니오?”

“으음, 당혹스럽군요.”

“반란군의 편에 있을 게 아니라 나에게 온다면 그만한 대우를 받을 수 있소.”

“으음, 그것까지 알고 있었습니까?”

“잘 생각해 보시오. 10분의 결정 시간을 주겠소.”

“당신의 정체가 궁금하군요? 만약 거절한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스윽.

준은 간단하게 손으로 목을 긋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의 목숨을 마치 자신의 손 안에 있는 것처럼 태연하게 말하는 자에게 에밀리는 공포를 느꼈다. 상대는 그만큼 강한 자였다.

“으음, 마법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줄 수 있습니까?”

“당신이 보기에 얼마나 되는 것 같소?”

“최소 7써클은 되시는 것 같은데, 8써클 유저이십니까?”

“하하하하, 날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오?”

“그, 그렇다면 설마 8써클 마스터?”

“9써클 마스터에 오른 지 오래 되었소.”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내가 너무 젊게 보여서 믿어지지 않는 거요?”

“으음, 혹시 위대한 분이십니까?”

“그 말은 곧 내가 드래곤이 아니냐는 말이오?”

“그, 그렇습니다.”

“하하하하, 난 드래곤이 아니라 엄연한 인간이오.”

“인간이 어찌 9써클에?”

“인간은 9써클에 오르면 이상한 거요?”

“신마전쟁시대 에서나 9써클 마법사가 존재했었지. 지금은 아닙니다.”

“9써클의 절대마법 중에서 헬파이어를 보여주면 믿겠소?”

“저, 정말 헬파이어를 시전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렇소. 왜 믿어지지 않는 거요?”

“전설로만 내려오는 화염계 마법의 최고봉이 바로 헬파이어 마법입니다.”

“그렇다면 확인 차원에서 내가 한번 펼쳐볼 테니 잘 보시오. 헬파이어!”

화르르르.

지옥의 불길이라는 헬파이어가 준의 간단한 시동어 만으로 손에서 펼쳐졌다. 대인 화염계 공격마법의 최고봉으로서 대상이 완전히 전소할 때까지 절대로 불꽃은 꺼지지 않으며, 그 무엇으로도 강제로 이 불꽃을 끄게 할 수는 없다.

화염에 강한 내성이 있는 레드 드래곤일지라도 이 마법에 당하면 피해를 입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이 마법의 화염이 일반 화염이 아닌 마계의 가장 밑바닥에서 타오른다고 하는 지옥의 불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마법은 붉은 불꽃이 아닌 검은색의 불꽃을 가지고 있었다.

“허억, 정말 헬파이어야!”

“미, 믿을 수 없어!”

츄우웅.

검은색의 불꽃인 헬파이어가 준의 손에서 떠나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져 폭발했다.

콰쾅!

폭음이 일어나면서 불꽃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치이이이.

황무지라 탈 것이 전혀 없었지만, 지옥의 불꽃인 헬파이어는 계속 타고 있었다. 하지만 주입했던 마력이 전부 소모되자 자연히 스르르 소멸되어 버렸다.

“자, 이만하면 믿을 수 있겠소?”

“으으, 거짓말이 아니었군요?”

“내가 왜 허튼소리를 하겠소?”

“믿음을 저에게 보여주셨으니 저도 따르겠습니다. 안 그래도 반란군을 따르느라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잘 생각했소. 환영하오.”

“신분이 어떻게 되시는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짐작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오?”

“맞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짐작이라서 말입니다.”

“하하하, 나는 프리맨 후작이오.”

“으음, 그럴 것이라 짐작은 했습니다. 그런데 알려지기로는 소드 마스터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마법이 궁극의 경지에 올라 계셨다니 잘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나의 검술실력은 분명 소드 마스터 이상이오. 다만 마법실력도 그에 못지않다는 걸 모를 뿐이지.”

에밀리와 그의 제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랐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으음, 한 가지만 더 묻고 싶습니다.”

“좋소. 말해보시오.”

“혹시 어젯밤에 일어난 괴물과 붉은 흙괴물도 프리맨 후작님의 작전이었습니까?”

“어젯밤의 괴물은 잘 모르겠고, 다만 붉은 흙괴물은 내가 마법으로 생성해 차일 후작의 기병들을 혼내준 건 사실이오.”

“으음, 그랬었군요. 그런데 병사도 없이 혼자 이곳에 오신 겁니까?”

“나 혼자면 충분한데 병사가 무슨 필요가 있겠소. 오히려 있으면 불편하기만 하지.”

“그, 그건 그렇겠군요.”

“하하하, 이렇게 인연이 된 것 차나 같이 마십시다.”

“감사합니다. 프리맨 후작님.”

그 말에 에밀리의 제자들도 다가와 앉더니 블루스카이차를 받아 마셨다. 바렌 왕국의 풍운의 주인공 프리맨 후작을 직접 앞에서 보게 되었기에 이들은 감회가 새로웠다. 가슴도 두근두근 세차게 뛰며 설레었다.

콰두두두두.

말을 탄 기병들이 빠른 속도로 녹색의 초원을 가로지르면서 달리고 있었다. 말 위에 앉아 있는 기병들은 플레이트 아머와 투구까지도 전부 검은색이었고, 얼굴까지도 온통 칠을 한 듯 검은색이었다. 그것이 흡사 흑인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지만, 분명 흑인은 아니었다.

특이한 점은 기병들의 두 눈이 붉게 물들어 더욱 공포스럽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모두들 강인한 느낌이 풍기는 것으로 보아서는 기사들처럼 보였다.

그들이 타고 있는 말들도 평범한 말들은 아니었다. 말도 온통 검은색에 중장기병들처럼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었다.

길게 줄을 이어서 달리는 것으로 보아 족히 1만 명은 되어 보였는데, 이들은 최근 켈로 왕국에 나타나 공포를 주고 있는 암흑군대로 전원이 기병으로 구성되어 있는 무적의 군대였다.

그들은 민스키 성을 함락시키고 지금은 수도 하르툼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선두에서 달리던 제1사단장 스톡이 한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자, 모두들 일제히 말을 멈추었다. 모두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군대와는 달리 사단장인 스톡만은 로브를 입고 있었다.

“흐흐흐, 드디어 수도 하르툼에 도착했어.”

스톡의 전방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켈로 왕국의 수도 하르툼 외성이 우뚝 솟아 있어 웅장한 위용을 자랑했다.

성벽은 석성으로 축성되었으며, 성벽의 높이가 20미터나 되었다. 또한 외성 앞에는 해자가 마련되어 있어 함부로 기병들이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외성벽 위에는 이미 무장한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전열을 정비하고 대기하라.”

“예, 사단장님.”

부관은 즉시 대답하고는 명대로 암흑군대를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했다.

“흐흐흐, 우리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부관, 암흑군대를 돌격시켜라.”

“예, 사단장님. 돌격하라!”

두두두두.

이내 힘찬 말발굽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암흑군대가 돌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외성벽 위에서 이를 내려다보던 병사들의 얼굴에는 희미한 조소가 떠올랐다. 튼튼한 성벽에 해자까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향해 무모하게 달려오는 기병들이 불쌍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병사들은 곧 경악했다.

츠츠츠츠.

달리던 암흑군대의 말 옆구리에서 빛의 날개가 생성되면서 퍼덕이더니 곧 하늘로 날아오른 것이다. 마법을 쓴 모양인지, 아무리 성벽이 20미터나 되는 높이라고는 하지만 하늘을 날아올라 넘는 데에는 병사들도 속수무책이었다.

하늘을 나는 암흑군대를 본 병사들의 눈에 그것은 장관이 아니라 공포 그 자체였다.

“궁병들은 어서 화살을 쏴라!”

“뭐 하는가! 어서 쏴라, 쏴!”

시시시싯.

궁병들은 재빨리 화살을 줄에 걸고 쏘았다. 그러자 화살이 암흑군대를 향해 날아갔다. 빗나간 화살도 많았지만 반대로 말이나 기사들에게 격중되는 화살도 적지 않았다.

화살을 맞고 추락해야 정상인데 어찌 된 것인지 암흑군대는 화살을 맞고도 추락하지 않았다. 잘못 본 것인가 싶어 다시 확인해보았지만 역시나 몸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그런데도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처처척.

외성벽을 넘어 바닥에 착지한 암흑군대는 달려 나가면서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을 짓밟아버렸다.

“크아악!”

“아악, 사, 살려줘!”

병사들이 처참하게 비명을 질러댔지만 암흑군대의 기사들은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 그들은 비명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에서 롱소드를 꺼내 휘둘러 주위에 있는 병사들을 마구 베어 넘기며 진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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