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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두두두두.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일단의 무리들이 달리고 있었다. 이들은 차일 후작과 참모들, 그리고 그들의 주변을 말을 타고 경호하는 자들은 호위기사단 백 명이었다.
차일 후작과 참모들이 말을 멈추자 호위기사단들도 멈추었다. 그러자 후퇴하던 차일 후작의 병사들도 지휘관들의 명으로 멈추었다. 그들은 먼 거리를 허겁지겁 달려왔기에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각 부대별로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하라!”
“전열을 정비하라!”
훈련된 병사들이었기에 천인대장이나 백인대장의 외침에 각 부대별로 모이기 시작했다. 워낙 병사들의 수가 많았기에 전열을 정비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천인대장들은 자신의 부대에 소속되어 있는 병사들의 인원점검을 한 후 보고했다. 보고를 취합했더니 12만이 죽고, 18만 정도만 살아남아 후퇴한 것을 알게 되었다.
“으아아, 괴물에게 12만이나 잃었어. 젠장!”
“진정하십시요. 후작 각하.”
차일 후작은 날벼락을 맞은 꼴이었다.
전에는 붉은 흙괴물이 나타나 기병들에게 피해를 입히더니, 이번에는 처음 보는 날아다니는 괴물의 습격으로 12만이라는 믿을 수 없는 사상자를 냈다. 그러니 도무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진정시키기가 힘들었다.
그때 연락병이 뛰어와 부관에게 귓속말을 전했고, 부관의 얼굴이 이내 밝아졌다.
“알았다. 그만 가서 쉬어라.”
“예, 수고하십시오.”
연락병은 부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라졌다.
“부관, 무슨 일이냐?”
“후작 각하, 기뻐해 주십시오. 세던 백작이 이끄는 10만이 2시간 정도면 이곳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그래? 그나마 지원병이 있어서 천만다행이구나.”
“후작 각하, 이번에는 전투마법사를 먼저 출동시켜 상황을 알아본 후 병사를 진군 시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으음, 그래야겠어. 이번같이 기습을 받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면 우린 엘도라도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멸하겠다.”
“후작 각하, 에밀리 경을 불러 오겠습니다.”
“당장 불러오도록 해.”
“예, 후작 각하.”
부관이 직접 이동해 한쪽에서 쉬고 있는 전투마법사 에밀리와 그의 제자 3명에게 다가갔다.
스윽.
에밀리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부관이 입을 열었다.
“에밀리 경, 후작 각하께서 찾으십니다.”
“이 시간에 말이오?”
“그렇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겠소?”
“아마 에밀리 경과 제자 분들께서 선봉으로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군으로도 막을 수 없어 후퇴했는데, 나와 제자들만으로 되겠소?”
“에밀리 경과 제자 분들이라면 괴물을 상대하다가 위험하다 생각되면 바로 후퇴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부관의 말대로 괴물과 싸우다가 여의치 않으면 도망치면 되니 큰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으음, 알겠으니 갑시다.”
차일 후작이 있는 곳으로 에밀리와 그의 제자들이 갔더니 역시나 부관의 말 대로였다.
“에밀리 경과 제자들이 수색에 나서주셔야겠소.”
“으음, 알겠습니다. 후작 각하,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지금 세던 백작이 10만의 지원군을 이끌고 오고 있다고 하니, 너무 무리하게는 하지 마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에밀리와 그의 제자들은 마블 언덕을 향해, 후퇴했던 길을 다시 나섰다. 말을 타고 가는 것보다는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갔다가 여의치 않으면 바로 후퇴하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지금은 날이 밝았기에 괴물이 나타나기만 한다면 발견하기가 쉬울 것이다.
“플라이.”
슈우웅.
에밀리가 먼저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제자들도 플라이 마법으로 떠올라 뒤따라 날아왔다.
“스승님, 괴물들이 다시 나타나면 어떻게 합니까?”
“걱정마라. 몇 마리만 우리가 상대하고, 수가 많으면 도망치면 된다.”
“그래도 뒤탈이 없을까요?”
“차일 후작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무리할 필요 없다.”
“그, 그렇다면야 정말 다행입니다.”
“언제든 공격할 수 있도록 공격마법 5개 정도는 메모라이즈를 해두어라.”
“예, 스승님.”
하늘을 날아서 갔더니 병력이 주둔했던 곳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디를 둘러보아도 막사와 병사들의 시신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진이라도 만난 듯 약간의 진동만 있을 뿐이었다.
“스승님, 이곳이 분명한데 병사들의 시신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스승님.”
“으음, 그렇구나. 어쨌든 괴물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주위를 철저하게 경계하거라.”
“예, 스승님.”
이에 제자들은 주위를 경계했고, 에밀리는 매직 아이를 시전해 땅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으음, 역시 이곳이 분명해. 피가 묻은 흙이 약간은 남아 있으니 말이야.”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12만이나 되는 병사들의 시신과 무기, 막사 등을 어떻게 처리 했는지, 그곳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둠이 물러가고 아침이 밝아왔다.
지평선 끝에선 이미 찬란한 해가 떠오르고 마블 언덕에도 아침이 찾아와, 담요를 깔고 누워 있던 바론이 눈을 뜨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캐슨과 커크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저벅. 저벅.
갈색의 로브를 입은 준이 마블 언덕으로 걸어 올라왔다.
‘어디를 갔다 오는 것이지?’
바론은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 없었기에 고개만 갸웃거렸다. 준도 상체만 일으켜 앉아 있는 바론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려 그 옆에 누워있는 캐슨과 커크를 쳐다보았다. 그런 후 그는 아무 말 없이 야영했던 자리로 이동했다.
스윽.
허리에 묶어 놓았던 마법주머니 속에서 장작을 몇 개 꺼내어 쌓더니 이번에는 마른풀을 조금 꺼내어 장작 속에 집어넣었다. 손가락으로 마른풀을 가리켰을 뿐인데, 흰 연기가 약간씩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불이 화르르 일어났다. 마력을 약간 사용했던 것이다.
활활활.
장작의 불길이 금방 타오르면서 열기를 내뿜자, 준은 냄비에 쌀을 넣고 물을 부어서 잘 씻었다. 그리고는 물을 맞춘 뒤 불 위에 올려놓았다.
스윽.
석쇠에 칼집이 들어가 있는 생선을 놓고는 굵은 천일염을 약간 뿌렸다. 그러자 생선의 기름이 흘러 나오면서 고소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것으로 인해 캐슨과 커크가 잠에서 깨어날 정도였다.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너무 고소한 냄새야.”
밥이 다 되어 가자 작은 장작을 두 개 옆으로 옮겨 놓은 후, 냄비를 올려놓았다. 밥에 뜸을 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고소하게 잘 구워진 생선구이를 접시에 담아 놓고는 이번에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깨어 천일염을 조금 넣어서 계란프라이를 만들어 노르스름하게 잘 익혔다.
만들어서 오래 두고 언제나 손쉽게 내어 먹을 수 있는 젓갈, 자반 등을 만들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는 아쉬운 대로 샐러드와 얇게 썰어 놓았던 소고기를 구웠다. 이렇게 아침식사가 준비되자 제법 푸짐하게 보였다.
스윽.
준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후드를 벗었다.
“자, 그럼 먹어볼까?”
어느새 바론과 캐슨, 커크도 잠자리를 정리하고는 아침준비를 했다. 특별하게 준비할 것이 없었기에 불을 피우고, 스프를 끓였다. 스프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려는 것이었다.
준은 간이 테이블을 놓고, 그 앞에 앉아서는 맛있게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바론과 캐슨, 커크는 그제야 준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뭐, 뭐야? 저렇게 젊은 사람이었어?”
“으음, 야영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보였기에 제법 나이가 들었을 줄 알았는데, 이제 겨우 20살 전후라니? 믿기지 않는군.”
자신을 바라보거나 말거나 준은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고는 물을 붓고 찻주전자를 불에 올렸다. 그리고는 물이 끓을 동안에 설거지를 신속하게 끝마치고 냄비와 그릇들을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쪼르르.
후식으로 차와 과일까지 준비해서 맛있게 먹었다.
한편, 황무지에서 조사를 하던 에밀리와 3명의 제자들은 누군가 이곳을 정리했다는 것만 알게 되었다. 좀 더 자세한 것들을 알고 싶었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으로 떠올라 마블 언덕으로 날아갔다.
밤사이 괴물과의 전투가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바론과 캐슨, 커크에게선 그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들이 죽었을 가능성이 많았지만 우선 확인을 해야 했다.
슈우우웅.
에밀리와 3명의 제자들은 나란히 공중을 날아갔다.
제자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알케이가 에밀리 옆에서 날아가면서 말했다.
“스승님, 바론 사형은 살아 있을까요?”
“으음, 아마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저, 저도 그렇게 생각이 들지만 살아 있을 것 같아요.”
“마법통신을 할 때에는 마블 언덕에 있다고 했으니, 가보면 알게 되겠지.”
“스승님, 바론 사형이 살아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나도 그렇구나. 마블 언덕에 거의 다 온 것 같구나.”
“스승님, 저기 보이는 작은 언덕이 마블 언덕이 아닙니까?”
“그렇구나. 가보자.”
“예, 스승님.”
슈우우, 처척!
에밀리와 3명의 제자들이 일제히 마블 언덕에 착지했다. 그때, 스프와 빵을 먹던 바론이 가장 먼저 그들을 발견하고는 소리 높여 외쳤다.
“스승님.”
“바론, 살아 있었구나.”
“예? 살아 있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승님?”
“난, 너희들이 죽은 줄 알았었다.”
“그럴 리가요? 밤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지난밤에 괴물들과 전투를 한 것을 모르느냐?”
“그,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여기에서 얼마나 된다고 그것을 모르느냐? 치열하게 싸운 전투인데 말이다.”
“스승님, 저희들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 그럴 리가?”
“정말입니다. 스승님, 주위가 너무 조용해서 이곳에서 야영을 했습니다.”
“아무리 마법통신을 시도해도 연결이 되지 않았었다. 누군가 마력장을 펼친 것 같구나.”
“예? 마력장을요?”
“그렇다. 그러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아.”
“누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으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으응?”
에밀리가 그제야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그쪽을 쳐다보았다. 거기엔 준이 태연하게 혼자 차를 마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