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77화 (17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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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후후후, 대군들이 먹을 식량도 산더미구나.”

보급부대가 보관해 놓은 식량자루가 수십 개의 천막 속에 잘 쌓여 있었다.

“이것들을 전부 아공간 속에 집어넣어 가져가야지.”

헬바바들은 준의 명을 받고 죽은 헬바바 3세들을 한곳에 모았다. 차일 후작의 병사들 시신은 대부분 헬바바가 잡아먹었기에 떨어진 머리나 팔, 다리들이 나뒹굴고 있었을 뿐, 온전한 시신은 남아 있지 않았다.

헬바바 3세들은 6천 마리 정도 피해를 입었으며, 헬바바 2세들도 20여 마리가 죽었다. 그러나 차일 후작의 30만 대군들의 피해는 엄청났다. 12만 명 정도가 헬바바의 기습공격에 의해 죽었지만 헬바바가 바로 잡아먹어 버렸기에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준은 헬바바의 사체를 그냥 두면 앞으로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한곳에 모아서 불태워 버리기로 결정했다.

화르르르.

화염계 마법으로 한곳에 모아놓은 헬바바의 사체에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났지만 아직은 어두워서 표시가 잘 나지 않았다.

헬바바의 사체가 활활 타는 동안, 준은 공중으로 떠올라 주위를 날아다니면서 남아 있는 사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다녔다. 온전한 것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몸의 일부분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준이 마력을 일으키면서 양팔을 옆으로 벌리더니 다시 머리 위로 천천히 치켜들었다. 그러자 헬바바의 사체 일부분이 일제히 공중으로 부웅 떠오르더니, 준의 손짓에 따라 이동해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부우웅.

플라이 마법을 펼쳐 공중으로 떠오른 준은 양팔을 옆으로 펼치면서 천천히 위로 치켜들고는 마력을 내뿜었다.

우르르릉.

갑자기 대지가 심하게 요동쳤다. 5써클의 지진을 일으키는 어스 퀘이크 마법과는 달랐다. 막대한 준의 마력으로 일어난 현상이었다.

쩌억.

땅이 길게 금이 가면서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암흑같이 어두운 땅속으로 지상에 흩어져 있던 잡다한 것들이 흘러 들어갔다. 엄청난 마력의 기운으로 일으킨 대단한 능력이었다.

스윽.

준이 양팔을 서로 갖다 붙이자 갈라졌던 땅도 다시 원상태로 복원되었다.

“후후후, 마력으로 펼쳐 보았는데, 나의 의도대로 됐어.”

깔끔하게 주변을 마력으로 처리한 준은 스르르 다시 땅으로 내려서고는 뒤돌아 마블 언덕을 향해 걸어갔다. 지평선 끝에서부터 서서히 어둠이 밀려나면서 날이 밝아왔다.

우디 숲 초입 제국군 제3군단의 진영.

헤브런 3군단장은 참모회의 때 투슨 남작이 말한 것을 떠올리고는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크들을 죽이려고 우디 숲을 불태운다는 것이 무모한 짓 같았다. 아놀드 대공의 명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따르고는 있었지만, 우디 숲에 넓은 길을 만드는 것도 어찌 보면 황당한 일이었다.

“으음, 어찌한다?”

헤브런 3군단장의 고민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이었다.

“으응? 무슨 일이 생겼나?”

고민을 접고 막사 밖으로 걸어 나온 헤브런 3군단장은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았지만, 너무 거리가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땡땡땡땡!

그 순간, 다급한 일이 생긴 듯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저곳은 제2사단 쪽인 것 같은데?”

헤브런 3군단장의 말대로 제국군 3군단 중에서 가장 선두에 막사를 설치하고 주둔하고 있는 제2사단 쪽에 다급한 일이 일어났다. 오크 선봉부대가 기습 공격해온 것이었다.

채채챙, 파팍.

비록 오크전사들이 기습을 했다고는 하지만 제국군들도 나름대로 방어준비는 하고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둥둥둥둥.

우디 숲에서부터 크게 울려 퍼진 북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불쑥 나타난 엄청난 수의 오크들이 무기를 휘두르면서 전투에 뛰어들었다.

“오크들이다, 막아라.”

“밀리면 안 된다. 막아!”

“화살을 쏴라!”

시시시싯.

엄청난 수의 화살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오크전사들에게 떨어졌다.

“퀘에엑!”

“크어억!”

달려오던 수백 마리의 오크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우수수 쓰러졌다. 그러나 이건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오크전사들 대부분이 팔에 부착해 놓은 원형 손방패로 날아오는 화살을 막거나 튕겨내 버렸다. 뒤쪽에서 접근하던 오크전사들은 서로 긴 사각방패를 치켜들어 붙이면서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냈다.

휘리릭, 퍼억.

“크아아악!”

달려오던 오크전사들이 던진 손도끼가 제국군 보병의 머리에 박혔다. 그러자 피와 뇌수가 주루룩 흘러나오면서 그 자리에 힘없이 고꾸라졌다.

“취익, 공격하라. 공격!”

“오크들을 막아라. 막아!”

워낙 힘이 세고 타고난 전사들인 오크들은 제국군 병사들을 마구 몰아붙였다. 개별적인 무력에서는 제국군 보병들이 오크전사들에게 밀렸다.

제2사단장인 도노프는 20미터 높이의 이동 공성탑 위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면서 명을 내렸다.

“투석기와 발리스타로 오크들을 공격해!”

“예, 알겠습니다.”

스윽.

붉은 깃발을 좌우로 흔드는 신호를 본 투석기병들은 즉시 투석기에 주먹 정도 크기의 돌을 놓고는 발사했다.

슈슈슝!

퍼퍼퍽.

“케에엑.”

“크어억!”

갑자기 날아든 돌에 맞은 오크전사들은 입에서 비명과 피를 내뿜으면서 고꾸라졌다. 발리스타에도 거대한 퀘럴이 장전되어 발사되었다.

투투투퉁.

포물선을 그리면서 대형 퀘럴이 떨어져, 한꺼번에 꼬치를 꿰듯 오크 세 마리의 몸을 관통해 버렸다. 하지만 워낙 엄청난 수의 오크들이라 이 정도의 공격으로는 표도 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피해에 불과했다.

“화살과 석궁으로 오크들을 공격하라!”

“쏴라, 쏴!”

시시시싯.

천인대장과 백인대장들의 명에 궁병들과 크로스보우병들은 일제히 화살과 퀘럴을 장전하고는 마구 발사했고, 오크전사들은 그것을 맞고는 우수수 쓰러졌다. 제법 오크들에게 피해를 입히자 병사들의 사기가 높아졌다.

“하하하, 잘한다.”

“계속 공격하라!”

하지만 잠시 우쭐대던 그들은 곧, 놀라 눈이 커졌다.

쿠르르르.

오크 진영에서도 제국군들처럼 이동 공성탑이 진격해 오고 있었는데, 제국군들보다 훨씬 많았다.

슈슈슈슝.

활과 석궁으로 무장한 오크들이 이동 공성탑에서 화살과 퀘럴을 마구 난사했다. 미개한 오크들이라 무식하게 돌격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공격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제국군들보다 더 훈련이 잘되어 있었다.

바실오크들의 작전대로 오크전사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여 제국군을 공격했으며, 몰아붙였다.

특히, 오크진영에서는 마법병단 소속의 오크마법사들이 공격마법을 퍼부으면서 전세는 크게 역전됐다.

슈우우우.

포물선을 그리면서 제국군들에게 파이어볼과 매직 미사일 수백발이 날아들었다.

“허억 마법사다!”

“오크들에게 마법사가 있다!”

콰콰쾅.

“크아악!”

“사, 살려줘. 아악!”

제국군은 밀집되어 있었기에 피해는 엄청났다. 시각적으로 화염계 공격마법이 병사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사기에 영향을 준다는 걸 잘 알고 있던 바실오크들은 계속해서 공격마법을 퍼붓도록 독려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10만이나 되는 제2사단의 병력이, 오크와의 전투로 인해 벌써 절반 정도가 큰 피해를 입었다. 후퇴하고 싶어도 뒤에는 제3사단의 병력이 있었기에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제3사단의 방어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어야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제2사단장 도노프는 달려드는 오크전사들을 상대 하느라 죽을 맛이었다. 집중적인 오크들의 공격으로 인해, 주위는 온통 죽은 제2사단 소속의 병사들로 가득했다.

“오크들을 막아라, 막아!”

“곧 제3사단의 지원병이 투입될 것이니 조금만 더 막아라.”

제국군 제2사단의 만인대장의 독려에 병사들은 마지막 한 방울의 힘까지도 전부 투입해 오크들을 막았다. 천인대장들이나 백인대장들도 검을 뽑아들고 치켜들면서 병사들을 독려했다.

제국군 제2사단의 방어진영이 무너지면 뒤에 있는 제3사단의 피해도 따라서 커질 것이었기에 최대한 막아내야만 했다.

“제2사단을 도와라!”

병사들의 함성소리가 제2사단의 병사들 뒤쪽에서 들려왔다. 제3사단의 보병들이 긴 사각방패를 앞세우면서 동시에 열을 맞추면서 진격해 왔다. 오크들의 진격을 제2사단이 전력으로 막고 있었기에 제3사단이 방어준비를 하고 전투에 투입될 수 있었다. 곧 지쳐서 파김치가 되어버린 제2사단의 병사들은 신속하게 전장을 이탈해 후방으로 빠졌다.

그 자리를 제3사단의 병사들이 채우더니 오크들과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제법 비슷한 전력으로 싸우고 있었기에 서로 피해만 늘어나고 있었다.

저벅. 저벅.

이때, 오크진영에서 로브를 입은 마법병단 소속의 오크 마법사들이 앞으로 나서면서 횡대로 늘어섰다. 백 마리씩 10개의 열로, 총 천 마리가 자리를 잡고 섰다. 어디에서 오크 마법사들이 이렇게나 많이 나타난 것인지 의문이었다.

1개의 마법병단 부대는 200마리의 오크 마법사들이 있었으며, 이번 공격을 위해 특별히 마법병단 5개 부대, 천 마리의 오크 마법사들이 동원 되었다.

“취익, 캐스팅한 공격마법을 퍼부어라. 취익.”

“취익, 매직 미사일!”

“파이어 애로우, 취익!”

“취익, 파이어볼!”

천 마리의 오크 마법사들이 일제히 공격마법을 퍼붓자 하늘이 온통 공격마법으로 뒤덮여 버렸다.

“으아, 마법이다!”

“아! 난 죽기 싫어, 살려줘!”

“도, 도망쳐야 돼!”

그러나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곳이 없었다. 주위에는 온통 병사들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콰콰콰쾅!

“크아아악!”

“커억!”

“아악, 내, 내 팔!”

“가죽 갑옷에 불이 붙었다! 꺼줘!”

수천 명의 병사가 공격마법 한 방에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와르르 쓰러졌다. 죽은 병사들도 많았지만 부상자가 더 많았다.

주위에는 온통 고통을 못 이겨 울부짖는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이처럼 참혹한 광경을 본 병사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일부 병사들은 뒷걸음질 쳤다. 이때, 오크 마법사들이 캐스팅을 끝내고 또 다시 공격마법을 날렸다. 이번에는 앞에서 사용한 공격마법과 좀 더 시각적으로 공포를 일으키기 위해 거대한 칼날이 회전하면서 공격하는 블레이즈 마법도 펼쳤다.

슈우우우.

공격마법이 날아오는 것을 본 병사들은 어떻게든 그것을 피하려고 했지만, 워낙 밀집되어 있었기에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콰콰콰쾅!

폭음이 일어나면서 우수수 병사들이 쓰러졌다.

뿌우우우.

후퇴의 고동소리가 울려 퍼지자 제3사단 병사들은 재빨리 후방으로 빠졌다. 이번에도 제국군 제3사단의 병사들의 피해가 극심했다.

30미터의 거리를 두면서 제4사단의 병사들이 진영을 형성하면서 달려오는 오크들과 전투를 시작했다. 방패병들이 앞 열에 배치되어 있었기에 오크들의 진격속도가 떨어졌다. 방패병들의 등 뒤에는 보병들이 몸을 붙이면서 밀고 있었기에 오크들이 힘으로 밀어붙이더라도 그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

제4사단의 병사들이 오크들을 막을 동안에 제국군 제3군단은 후퇴했다. 300미터 정도 후방에 제5사단의 병사들이 진영을 갖추기 시작했다.

나머지 5개의 사단 병력은 500미터 정도까지 후퇴했다.

2킬로미터 뒤에는 국경이 보이는 곳으로 제1군단과 제4군단의 본진을 이끌고 있는 아놀드 대공이 임시로 주둔하고 있었다. 제3군단의 백만 대군이 우디 숲으로 완전하게 진격해 이동하게 되면, 아놀드 대공의 제1군단과 제4군단이 이동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제4사단의 병사 10만이 대형을 유지하면서 오크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제국군 보병들과 오크들이 많이 죽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크들의 수가 더 많아졌다. 200만 마리의 오크전사들을 이끌고 온 질리의 돌격명령 때문이었다.

선봉부대로 50개 부대, 즉 50만 마리의 오크전사들을 이번 전투에 투입했기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았던 것이다. 제국군과의 전투는 전면전이라 생각하면서 모든 화력을 총 동원하여 밀어 붙였기에 제국군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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