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76화 (17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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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부우우웅.

헬바바의 날갯짓에 의해 소음이 일었는데, 그 수가 너무 많다보니 제법 소리가 컸다.

“뭐야, 무슨 소리야?”

보초를 서던 병사들은 이상한 소음에 주위를 둘러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콰악.

“크으억!”

그때 갑자기 등 뒤에 나타난 헬바바 3세가 보초병의 목을 물어뜯었다.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보초병은 그대로 고개를 떨구었다. 이것이 공포의 시작이었다.

제대로 방어준비가 되어 있어도 막아내기 힘든 게 헬바바인데, 이렇게 무방비나 다름없는 모습은 그대로 헬바바의 먹이에 불과했다.

콰악, 우두둑.

“크억!”

“아아악!”

제대로 방어도 못하고 병사들은 헬바바에게 잡아먹혔다. 아직까지 주위에 있는 막사의 병사들은 잠에 취해 상황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막사 주위는 조용하기만 했다.

찌이익.

병사들의 막사에 헬바바 3세가 하늘을 날아와 막사를 잡아 찢으면서 출입구를 만들었다. 동시에 다른 헬바바 3세들은 병사들의 막사로 쏟아져 들어와 잠자고 있던 병사들을 덮쳤다.

등에 난 촉수로 주위에 있는 병사들의 가슴을 꿰뚫어 버렸다.

퍼퍼퍽.

“크아악!”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지만, 자신의 피가 헬바바의 촉수에 빨리는 것을 보고는 경악했다. 눈앞의 광경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잠을 자다 졸지에 봉변을 당한 것이다.

순식간에 병사들의 몸속에 있던 피를 전부 빨아 먹고, 또 다른 헬바바들은 병사들의 살점을 뜯어 먹고 있었다.

땡땡땡땡!

요란하게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때에서야 잠자고 있던 막사에서 병사들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 그 사이 헬바바들은 그동안 굶주렸던 배를 마음껏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병사들의 피와 살점을 맛있게 뜯어먹던 그것들은 고개를 돌려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허, 허억. 괴……괴물이다.”

늑대의 머리를 가진 헬바바의 입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에 공포스러웠다. 헬바바들은 뜯어먹던 병사들의 시신을 내던지고는 살아 있는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억, 괴물이 달려든다! 죽여라!”

“궁병은 어디 있나? 화살을 쏴라!”

겁에 질린 병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자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가 롱소드를 뽑아들고는 헬바바에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괴물아!”

쉬이잇, 파팟.

반사 신경도 놀랄 정도로 뛰어난 헬바바들이라 기사가 휘두른 검에 맞지 않고 하늘로 떠올라 피했다. 일반 병사들이라면 헬바바도 물러서지 않았을 테지만, 상대는 검술수련을 많이 한 기사들이었다. 그래서 기사들이 휘두르는 검술은 무시할 수 없었다. 역시 검술이 뛰어난 기사들이라서 그런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흩어지지 말고 뭉쳐라. 어서!”

“예, 기사님.”

병사들은 기사들의 말에 재빨리 서로 뭉치면서 헬바바에게 대항했다. 조직적으로 대응하다보니 헬바바도 병사들을 쉽게 잡아먹지 못하게 되었다.

한편, 에밀리와 그의 제자 6명은 한 막사 안에서 명상 중이었다. 에밀리는 6써클 유저 마법사이면서 동시에 전투마법사였다. 9번째 막내 제자만 4써클 유저이고, 나머지는 5써클 유저나 마스터의 경지였다. 제자들은 뛰어난 스승 덕분에 전투마법사로서는 제법 명성이 자자했다.

오늘도 그들은 스승인 에밀리에게서 전투에 유용하게 쓰이는 공격마법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명상을 하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에 이것을 깨뜨리지 않기 위하여 밖이 좀 소란스러워도 그대로 두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막사 밖이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신집중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했다.

찌이익.

갑자기 막사가 찢어지면서 헬바바가 쏟아져 들어왔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6마리였다. 느닷없는 기습이었기에 에밀리의 제자들은 미처 방어도 하지 못하고, 헬바바에게 목이 물렸다.

“크아악!”

“케에엑!”

헬바바들은 등에 난 촉수로 에밀리의 제자들의 가슴이나 등에 촉수를 박아 넣어 피를 빨아 먹었다.

약간 위험한 곳이었다면 보호막이라도 펼쳐서 자신의 몸을 방어했겠지만, 이곳은 안전한 병영의 막사였다. 그것도 외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심부에 가까운 곳이었기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한 번의 방심이 죽음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에밀리의 제자 3명이 순식간에 헬바바의 먹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3명의 제자와 에밀리 뿐이었다. 다행히 이들은 헬바바가 뒤에서 기습 공격한 것이 아니었기에 한호흡 정도의 짧은 시간만으로도 보호막을 펼쳤다.

“쉴드!”

티티팅.

헬바바들은 보호막에 부딪히면서 뒤로 튕겨졌다.

“매직 미사일!”

“에어 스피어!”

역시나 이들의 반격은 재빨랐다. 스승인 에밀리에게서 공격마법을 배우고, 수련한 이들은 전투마법사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었다. 공격마법은 순식간에 헬바바의 몸에 격중되었고, 막사 밖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그러나 이정도로는 헬바바를 죽이기에는 부족했다. 제법 심하게 입은 상처였지만 트롤처럼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어 버렸다.

“이, 이게?”

“마, 말도 안 돼.”

당연히 괴물이 죽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눈썹을 꿈틀거린 에밀리는 즉시 마법을 퍼부었다.

“체인 라이트닝!”

파지지직.

고리로 이어진 듯한 번개가 에밀리의 손끝에서 생성되어 헬바바에게 날아가 격중되었다. 동체시력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른 번개 공격이었다. 역시나 6써클 유저의 전투마법사가 펼친 전격계 공격마법은 위력적이었다.

헬바바 6마리는 순식간에 숯덩이가 되어 쓰러졌다. 얼마나 위력이 강하였던지 헬바바의 몸에서는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으음, 어디서 이런 괴물이?”

“스승님, 여긴 위험하니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알았다. 너희들도 즉시 보호막을 이중으로 펼쳐라.”

“예, 스승님.”

스승인 에밀리가 먼저 이동하자 제자들이 뒤따랐다.

차일 후작의 30만 대군이 야영하고 있는 곳이라 군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기습 공격해온 괴물에 의해 막사가 찢어져 무너지고, 불길이 치솟았다.

신속하게 무장을 갖춘 병사들은 전열을 정비하면서 날아다니는 헬바바에 대응했다. 처음에 제대로 무장을 갖추지 못한 병사들이 헬바바들에게 많이 잡아 먹혔었다. 비록 지금은 서로 뭉쳐 잘 방어를 하고 있었기에 피해는 급격하게 줄었지만, 지금까지 만으로도 충분히 피해가 컸다.

차일 후작은 막사에 누워 편하게 잠을 자고 있다가 밖이 소란스러워지자 잠에서 깨어났다. 모처럼 숙면을 취하려다가 잠이 깨자 짜증이 치밀었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허겁지겁 막사 안으로 뛰어 들어온 부관이 외쳤다.

“후작 각하, 괴물이 쳐들어 왔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처음 보는 괴물들이 날아다니면서 지금 병사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여기도 곧 괴물이 날아올 테니 어서 피해야 합니다.”

“부관, 괴물이라니 자세하게 말해봐.”

“자세한 설명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으음, 알았다. 나의 갑옷을 가져오라.”

“예, 알겠습니다.”

막사 한쪽에 대기해 있던 시동이 재빨리 걸어 놓았던 플레이트 아머를 가져와 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차일 후작이 허리에 롱소드를 차고 앞장서서 걸어 나가자, 부관이 뒤따라왔다.

“허억, 저, 저게?”

“날아다니는 괴물입니다.”

“이, 이럴 수가?”

차일 후작이 깜짝 놀랄 만도 했다.

밤하늘엔 온통 날아다니는 헬바바로 가득했다. 막사 곳곳에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기에 더욱 잘 보였다.

“궁병들은 뭐하고 있었는가? 저 괴물들을 죽이지 않고?”

“화살로는 죽이기 힘든 괴물입니다. 저길 보시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부관이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키자, 차일 후작이 그것을 쳐다보았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헬바바의 몸에는 여러 개의 화살이 박혀 있었으며, 일부는 날아오는 화살에 또다시 격중되었지만 추락하지는 않았다.

헬바바는 촉수나 손으로 몸에 박힌 화살을 잡아 뽑아 던져 버렸다. 화살이 뽑혔던 곳에서는 피가 조금 흘러 나왔지만, 상처가 아물면서 피가 더 이상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이런 강력한 헬바바들도 소드 익스퍼트급의 기사들이 휘두른 칼에는 두려워했다.

마나가 깃든 기사들의 칼에는 질긴 헬바바의 가죽도 소용없었다. 헬바바의 치명적인 급소는 목으로, 잘리면 끝장이었다.

“크아악!”

“커억, 사, 살려줘!”

팔이나 다리, 날개가 잘린 헬바바는 전투력이 아직 남아 있었기에 주위에 있는 병사들을 덮쳐 잡아먹었다. 일반 병사들이 쏜 화살이나 휘두른 칼에는 가죽이 질겨서 잘 잘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병사들은 여럿이 힘을 합쳐서 달려들어 헬바바를 찔러 제압한 뒤, 바로 목을 잘라야만 겨우 죽일 수 있었다.

에밀리와 제자 3명은 차일 후작의 곁으로 다가왔다.

“으음…… 에밀리 경, 저 괴물들은 뭐요?”

“저도 처음 보는 괴물입니다. 일단 후퇴한 뒤 전열을 정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알았소. 부관, 후퇴한다.”

“예, 후작 각하.”

차일 후작과 참모진들은 재빨리 말에 올라타고는 먼저 후퇴를 시작했다. 차일 후작의 호위기사단도 함께 뒤따랐으며, 그들 속에는 에밀리와 제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후퇴를 하던 참모가 외쳤다.

“후퇴의 고동소리를 울려라!”

“예, 알겠습니다.”

고동을 메고 있던 병사가 그것을 입에 물고는 세게 불었다.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병사들의 얼굴엔 이젠 살았다는 표정이었다. 병사들은 뒷걸음질 치면서 뒤로 물러서더니 뒤돌아 재빨리 후퇴를 시작했다. 등을 보이면서 달아나는 병사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헬바바들은 날개를 퍼덕이면서 뒤쫓아 가서 덮쳤다.

견제를 하면서 후퇴하지 않고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달아나고 있었기에 병사들의 피해가 더 커졌다. 헬바바들은 죽어있는 병사들의 시신을 뜯어 먹으면서 배를 채웠다.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에 떠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던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대로 헬바바를 동원한 작전이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후후후, 차일 후작의 대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고, 또한 각종 보급품은 전리품으로 나에게 떨어졌어.”

준의 말대로 절반에 가까운 막사가 찢어지거나 무너졌지만, 절반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또한 허겁지겁 후퇴한 상황이라 주위에는 각종 보급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준은 배를 채운 헬바바들에게 명령해 병사들의 무기를 한곳에 모으도록 했다. 죽은 병사가 무려 12만 명에 이르렀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를 한곳에 모았더니 산더미였다.

특히 화살이 가장 많았기에 그것들을 가져가면 엘도라도 영지병들이 다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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