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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준은 물이 끓어오르자 스프를 끓였다. 그리고 담요를 마법주머니 속에서 꺼내어 잘 깔았다. 마지막으로 나무로 만든 상의 다리를 펼쳐 내려놓았다.
스윽.
달구어진 숯불을 몇 개 꺼내어 금속 통에 내려놓은 그는 야채와 과일을 썰어 넣은 샐러드에 준비해 두었던 특제소스를 뿌린 뒤, 젓가락으로 그것을 잘 섞은 후 접시에 담았다. 준비해온 빵도 한쪽에 놓아두었다.
그런 후 소고기에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린 소고기 주물럭구이를 석쇠에 깔고는 숯불 위에 올려놓았다.
치이이이.
맛있는 냄새와 소리에 바론과 캐슨, 커크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런 먹음직스러운 고기냄새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준은 그들이 쳐다보건 말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기를 노르스름하게 잘 구웠다. 그리고 청화백자 접시에 잘 구운 고기를 옮겨 담고는 젓가락으로 집어 먹기 시작했다.
쩝쩝쩝.
소고기 주물럭구이는 물론 빵도, 특제소스를 뿌린 샐러드도 맛있었다. 야외에서 먹는 것이라 그런지 아주 맛있었다.
“으음, 정말 맛있구나.”
꿀꺽.
바론과 캐슨, 커크는 보는것 만으로도 침이 넘어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바론이 일어나 김준에게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오?”
“너무 맛있게 보이는데 약간만 얻을 수 있겠소?”
“그러시오. 혼자 먹기에 넉넉하니 가져가서 먹으시오.”
준이 잘 구운 소고기 주물럭구이를 담은 접시를 내밀자 그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
“고맙소. 정말 잘 먹겠소.”
후루룩.
제법 많은 양이었지만 깨끗하게 비운 준은 입가심으로 블루스카이라는 차를 마셨다. 바론은 일행에게로 돌아와 소고기 주물럭구이를 맛보고는 눈이 커졌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것이 끝내주는 맛이었다.
“사형, 이런 맛은 처음입니다.”
“으음, 나도 이런 고기 맛은 처음이구나.”
냄새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커크가 한마디 하고 나섰다.
“사형,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것들의 물건들만 사용하는 자입니다.”
“보통 인물이 아닌 것 같구나.”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건 우리에게 나쁜 감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으음,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이들은 준을 쳐다보면서 스프와 빵을 먹기 시작했다.
배가 부른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예전에 만들어 놓았던 오르골을 꺼내어 뚜껑을 열었다.
띠리리리링.
오르골에서 자동으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흠칫.
작은 보석상자 같은 곳에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흘러나오자 바론은 눈이 커졌다. 캐슨과 커크도 마찬가지였다.
“사형, 보석상자 속에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으음, 나도 저런 것은 처음 봐.”
“도대체 저 사람의 정체가 뭘까요?”
캐슨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커크가 한마디 했다.
“혹시 드래곤이 아닐까요?”
“으음, 설마 드래곤이겠느냐?”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신기한 물건도 많이 보았지만, 오늘처럼은 아니었습니다.”
바론과 캐슨, 커크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후후후, 궁금해서 미치겠지?’
순순히 알려줄 마음이 없었던 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우디 숲 초입 제국군 제3군단 막사.
꽝!
테이블을 내리친 헤브런 3군단장은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테이블의 양쪽 의자에 앉아 있는 참모진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특히, 1사단장인 길버트 남작은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떻게 우디 숲에서 오크들에게 1사단이 패하였단 말인가?”
“죄, 죄송합니다. 군단장님.”
“길버트 1사단장, 이게 죄송하다고 끝날 일인가? 10만이나 되는 병력이 오크들에게 대패하여 겨우 3만 정도만 이끌고 후퇴 하였단 말인가?”
“우디 숲에 살고 있는 오크들은 다른 곳의 오크들과는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패하고서도 아직도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변명만 늘어놓을 셈인가?”
“아, 아닙니다. 군단장님.”
“시끄럽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말대답인가?”
“그, 그것이 아니오라…….”
“닥쳐. 꼴도 보기 싫으니 데리고 나가라.”
“예, 군단장님.”
군단장의 호위 기사들이 재빨리 길버트 1사단장의 양쪽 겨드랑이로 팔을 집어넣어 들어 올려 밖으로 끌고 나갔다.
“누가 이번에 선봉을 맡아서 오크들을 무찔러볼 텐가?”
“제가 해보겠습니다. 군단장님.”
“제, 제가…….”
서로 선봉을 맡으려고 난리였다. 잠시 고민하던 헤브런 군단장은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자를 지목했다.
“투슨 남작, 자네가 이번에 선봉을 맡아볼 텐가?”
참모진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과는 다른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군단장님, 저는 선봉을 맡지 않겠습니다.”
“뭐라? 그게 무슨 말인가?”
“선봉을 맡았던 길버트 1사단장이 비록 약간 멍청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대패를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에게는 제법 유능한 참모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지 자세하게 말해보게.”
“제가 분석한 바로는 길버트 1사단장의 말대로 우디 숲에서 살고 있는 오크들은 저희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오크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길버트 1사단장이 결코 변명만 했다는 것은 아니란 말이군?”
“그렇습니다. 미개한 오크들이 왕국을 세우고, 드라비아 왕국을 침공한 것만 보아도 지능이 뛰어난 오크들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선봉을 맡지 않겠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결정적인 건 울창한 우디 숲이 오크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겁니다.”
“그거야 몬스터들이니 당연히 숲에서 살고 있는 거 아닌가.”
“그게 아니라 군단의 병력을 전부 투입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전쟁이라는 겁니다.”
“으음, 그 정도인가?”
“그렇습니다. 선봉을 세울게 아니라 전면전을 각오하고 대처를 해야 하며, 마법병단의 마법사들을 전부 동원하여 숲을 불태우거나 아님 숲을 폐허로 만들어야 전투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허허, 우디 숲을 불태운다고? 자네 미친것 아닌가?”
“제가 미친 건지 아닌지는 나중 문제고, 저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100만의, 아니 이제는 90만의 3군단으로는 절대로 오크들을 이기지 못할 겁니다.”
“이이, 이 무슨 망발인가?”
“저저, 저런 미친놈.”
참모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버럭 냈다. 투슨 남작에게 손가락질까지 하는 참모들도 있었다. 그러나 3군단장 헤브런은 오히려 더 침착해졌다. 투슨 남작은 약간 괴짜이지만 누구보다도 작전에 능한 참모라 할 수 있었다. 그의 그런 뛰어난 능력 때문에 그를 이번에 선봉에 세워 보려고 했던 것이다.
‘으음, 우디 숲을 불태운다?’
헤브런 3군단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마블 언덕.
밤이 깊어가는 데에도 불구하고 준은 여전히 가부좌를 튼 자세로 명상에 들어 있었다.
띠리리리링.
오르골에서는 여전히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론과 캐슨, 커크는 힐끔 거리면서 오르골과 준의 모습을 번갈아 훔쳐보았다. 성질 급한 캐슨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바론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바론 사형, 저자가 저런 자세로 3시간은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저러고 있습니다.”
“으음, 무척 불편해 보이는데도 여전히 저런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보통이 아니야.”
“뭐하는 자일까요?”
“글쎄, 얼핏 보기엔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특별해 보이니 잘 모르겠구나.”
“마법사일까요? 아님 검사?”
“으음, 글쎄다. 내가 보기엔 용병 같은 느낌이 드는데?”
“용병이라고요?”
“어딘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어.”
“모든 게 의문투성이 입니다.”
그들은 준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명상 중이던 준이 번쩍 눈을 떴다. 그는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르골을 먼저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고는 각종 물품들도 챙겼다.
“뭐하는 거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캐슨이 중얼거렸다. 준은 전혀 그들을 의식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마법주머니 속에 물품을 전부 집어넣고는 태연하게 마블 언덕을 내려간 것이다.
주위에는 불빛이 전혀 없었지만 밤하늘엔 블루문이 떠 있었기에 말을 타고 달리기엔 무리였지만 도보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렇다고 깊은 밤에 마블 언덕을 벗어나 황무지를 가로지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모한 행동이었다.
저벅. 저벅.
마블 언덕을 다 내려온 준은 황무지를 가로 질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바론과 캐슨, 커크는 준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걸 바라보다가 관심을 접고 누웠다.
슈우웃.
한참 걸어가던 준은 갑자기 메마른 땅을 박차면서 화살이 쏘아지듯 빠르게 나는 듯 달려갔다. 인간의 속도라고 하기엔 너무 빨랐다. 내공을 발바닥에 있는 용천혈로 보내어 경공술을 시전한 것이다. 황무지라서 그런지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지만 밤이라 표시가 거의 나지 않았다.
황무지 끝에 도착한 준은 전방을 바라보면서 멈추었다. 곳곳에 횃불이 타오르고, 병사들의 막사가 설치되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백 명씩 무리를 이룬 무장한 병사들이 주변을 순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차일 후작의 30만 대군으로 야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후후, 과연 나의 예상대로 방심하고 있구나.”
스윽.
로브의 옷깃 한쪽을 펼치자 허리에 묶어 두었던 마법주머니가 보였다. 공간 마법이 걸려 있었기에 많은 물건을 넣어 놓을 수 있었다.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보석상자 하나를 꺼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나오너라 헬바바여.”
스스슷.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대답과 함께 늑대의 얼굴에 온몸이 근육질의 신장 2미터나 되는 괴물이 나타났다. 바로 마법으로 탄생한 몬스터 생명체인 헬바바였다. 등에 촉수 4개가 돋아나 있으며, 날개까지 달려 있어서 날 수도 있었다.
“헬바바여, 너에게 중요한 명을 내리겠다.”
-어떤 명이십니까, 주인님.
“너의 자식들인 헬바바 2세와 3세를 전부 소환하여라.”
-전부를 말입니까?
“그렇다. 자식들로 하여금 그동안 굶주린 배를 채워줄 먹이가 저기에 많이 있으니, 오늘밤은 마음껏 잡아먹어도 된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헬바바의 두 눈이 붉게 물들면서 번뜩이자 헬바바 2세 100마리와 3세 만 마리가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나타났다. 헬바바끼리는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기에 인간처럼 말로 할 필요가 없었다.
헬바바가 날갯짓을 하면서 밤하늘로 날아오르자 헬바바 2세와 3세가 뒤따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엄청난 수였기에 장관이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밤이라 잘 보이지 않았다. 오직 김준만 시력이 뛰어났기에 헬바바가 일제히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후후후, 드래곤과 오크왕 쿠퍼와의 전투도 치룬 경험이 있는 헬바바다. 병사들의 수가 많고 무장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헬바바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