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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흐흐흐, 어떠냐 나의 독 맛이?”
“킬킬킬, 역시 사형입니다.”
칼리가 옆으로 다가오면서 대답하자 스톡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성벽 위에 나타난 마법사 10명이 일제히 독을 치료하는 마법을 외쳤다.
“큐어 포이즌!”
츠츠츠츠.
원래는 독에 중독된 사람에게 사용하는 마법인데, 독을 머금은 증기의 먹구름을 향해 펼쳤지만 효과는 있었다. 먹구름이 천천히 옅어졌기 때문이었다.
“호오? 민스키 성에도 마법사가 있었어?”
“척 보니 5써클 유저나 마스터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 애송이 마법사에 불과하니 걱정할 것 없겠어.”
“스톡 사형, 성문부터 박살내 주십시오.”
“알았다. 성문 정도는 화염계 마법을 이용하면 간단하다. 마그마 블래스터!”
화르르르.
뜨거운 고열로 뭉쳐진, 사람 상반신 정도 크기의 마그마탄이 공중에 생성되었다.
“흐흐흐, 받아라.”
스톡의 손짓에 공중에 떠 있던 마그마탄이 성문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다.
“허억, 저, 저게?”
“성문이 위험하다.”
콰쾅!
마그마탄이 성문으로 날아가 부딪치면서 폭발했다. 파이어 볼에 비해 파괴력이 몇 배나 강하며, 관통성과 폭발성을 동시에 갖춘 뛰어난 공격마법이었다. 단단한 성문이 마그마탄 한방에 박살나 버렸다.
“성문이 박살났다. 공격하라!”
“진격하라, 진격!”
콰두두두두.
암흑군대의 기병들은 말의 옆구리를 찍으면서 빠르게 달려 나갔다. 그들은 검은 물결이 밀어 닥치듯이 성문을 향해서 밀려들었다.
“마, 말도 안 돼.”
“암흑군대가 쳐들어옵니다. 성주님.”
“이젠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중장기병들을 출격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중장기병들은 출병하라!”
두두두두.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중장기병들은 가장 막강한 힘이었다. 말에게까지 두꺼운 갑옷을 입혔기에 어지간한 무기로는 죽이기 힘들었다. 그런 중장기병 1만이 성문 밖으로 튀어 나오면서 암흑군대를 향해서 돌격했다.
“흐흐흐, 놈들이 중장기병들을 투입했어.”
“사형, 일부는 중장기병들을 상대하고, 나머지는 성문을 돌파 하는게 좋겠습니다.”
“나와 선봉 1사단은 중장기병들을 상대할 테니 너희들은 성문으로 돌격하라!”
“예, 사형.”
2사단과 3사단이 좌, 우로 거리를 벌리면서 성문을 향해 돌격하자, 달려오던 중장기병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보내주면서 계속 돌격해왔다.
스윽.
스톡은 양팔을 옆으로 벌려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했다.
이글이글.
녹광이 이글거리는 덩어리가 손바닥에 생성되자 그것을 돌격해오는 중장기병들을 향해 집어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간 녹광 덩어리는 중장기병들의 전방에 떨어져 폭발했다.
푸시시시.
연막탄처럼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기분 나쁜 녹색의 연기였지만 그들은 무시하고 그대로 돌격을 감행했다. 마치 불꽃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과 다를 바 없었다.
“커억!”
“사, 살려줘, 아악!”
중장기병들은 손에쥔 무기를 떨어뜨리면서 자신의 목을 부여잡았다. 입에서 검붉은 피를 내뿜으면서 중장기병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지독한 독 연기였던 모양이다.
“중장기병들을 공격하라!”
“공격하라, 공격!”
암흑군대의 선봉 1사단이 스톡의 명을 받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던 중장기병들의 대열이 흐트러지면서 우왕좌왕 할 때 암흑군대가 밀어닥쳐 서로 뒤섞였다.
채채챙, 파팍.
무력이 뛰어난 중장기병들이었지만 암흑군대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마법의 약물로 강력해진 암흑군대는 역시나 무서울 정도로 뛰어났다. 중장기병들이 휘두른 무기에 맞아 상처를 입었지만 암흑군대는 쓰러지지 않았다. 상처도 마치 트롤처럼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다.
반대로 암흑군대가 휘두른 무기에 상처를 입은 중장기병들은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무기에 악랄하게도 극독이 발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두두두.
민스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던 몰타 백작이 외쳤다.
“암흑군대가 돌격해온다. 막아라, 막아!”
“방패병들이 앞에서고, 등에 보병들이 밀착하라!”
“서둘러라, 서둘러.”
파괴된 성문에 긴 사각방패를 든 방패병이 주욱 방패를 붙이면서 자리를 잡았고, 그들 뒤에 보병들이 밀착되었다. 이렇게 하면 어지간한 기병들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보통의 적들이 아니었다. 무적을 자랑하는 암흑군대였다.
콰콰쾅.
무서운 속도로 달려온 암흑군대의 말에 부딪친 방패병은 주루륵 뒤로 밀렸고, 방패도 형편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버렸다.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그렇게 방패병과 보병들의 대형이 무너져 버렸다.
“막아라, 막아!”
아무리 지휘관들이 소리쳐보아도 전의를 상실한 병사들은 암흑군대를 막을 수 없었다.
얼마 후, 민스키 성의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커억, 내, 내 팔!”
“아악, 사, 살려줘!”
여기저기에서 고통을 못 참아 울부짖는 병사들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암흑군대는 조금의 자비심도 없이 눈에 보이는 병사나 사람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퍼퍼퍽.
“크악!”
“아아악!”
피를 흘리면서 도망치던 병사들이 쓰러졌다. 바닥이 온통 병사들이 흘린 피로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이는 정말 참혹한 광경으로, 실로 지옥과 다름없었다.
몰타 백작은 지휘관들과 일부의 병력을 이끌고 민스키 성을 버리고 도주했다. 이렇게 민스키 성은 불타면서 암흑군대에게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함락되었다.
다가닥. 다가닥.
바론과 캐슨, 커크는 사방을 경계하면서 이동해 마블 언덕까지 접근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붉은 흙괴물 때문에 등에서 땀이 흘러 내렸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심력을 소모하면서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응? 사형, 저기 언덕 위에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그렇군. 여행객이라도 있는 모양이군?”
“저곳으로 가서 살펴보자.”
“예, 그게 좋겠습니다.”
이들은 마블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의 높이가 불과 50미터 정도밖에 안 됐기에 금방 올라설 수 있었다. 말을 탄 사람이 나타났는데에도 불구하고, 준은 전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만 마셨다.
바론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주위가 온통 황무지였고, 이곳만 돌과 풀이 있는 마블 언덕 이었는데, 여행자로 보기엔 혼자라 의문이 들었다. 귀족이나 기사, 마법사들이 아니고선 차를 잘 마시지 않는데 갈색의 여행자 로브를 입은 걸로 보아서는 분명 여행자다. 후드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말 좀 묻겠습니다. 혹시 여행자시오?”
“그렇소.”
짧게 대답하자 캐슨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일행도 없이 혼자요?”
“그렇소만 그건 왜 묻는 것이오?”
“비록 이곳이 황무지의 마블 언덕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혼자서 여행하기엔 위험한 곳이오.”
“걱정은 것은 고맙지만 그건 내 일이니 신경 쓰지 마시오.”
“으음, 이것도 인연인데 차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겠소?”
“그렇게 하시오.”
세 사람은 말에서 내리더니 주위에 있는 바위에 고삐를 잘 묶고는 모닥불 앞에 앉았다.
준은 청화백자잔 세 개를 그들의 앞에 놓고는 찻주전자를 들어 차를 부어 주었다. 김이 모락 피어오르는 차는 향이 좋았다.
바론과 캐슨, 커크는 매일 차를 마시기에 차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보기에도 보통의 차가 아니라 상품의 차로 보였다.
“고맙소, 잘 마시겠소.”
주우욱.
‘아, 이런 향과 맛이 좋은 차는 처음이군?’
바론과 캐슨, 커크는 눈이 커졌다. 처음 마셔보는 고급차에 찻잔도 처음 보는 고급이었다. 캐슨은 준의 무례한 말에 속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차를 한잔 마시고는 그런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만큼 차의 향기와 맛, 찻잔은 최고였다.
“으음, 이런 차 맛과 찻잔은 처음인데 어디에서 구입했소?”
“엘도라도가 블루스카이라는 차와 찻잔을 팔고 있을 것이오.”
“차도 훌륭하지만 차의 고상한 맛을 살려주는 이런 찻잔은 처음이오.”
“차에 대해서 제법 아는구려. 한 잔 더 하시겠소?”
“사양하지 않겠소.”
바론은 준이 부어주는 차를 한 잔 더 마셨다. 이번에는 좀 더 천천히 차의 향기와 고상한 맛을 음미하면서 마셨다. 찻잔을 내려놓은 바론은 준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마블 언덕이나 주위 황무지에서 붉은 흙괴물을 혹시 만나지는 않았소?”
“만났소.”
“어떻게 괴물을 피하였소?”
“그냥 나의 주변으로 지나가버렸소.”
“그, 그럴 리가?”
“믿든 안 믿든 사실이오.”
“흐음, 혹시 어디까지 가시오?”
“정해놓은 목적지는 없소. 다만 당분간 이곳에 있을 것이오.”
“일행도 없고 주위는 온통 황무지인 이곳에 머문단 말이오?”
“그렇소, 안 될 이유라도 있소?”
“그, 그야…….”
바론은 말문이 막혔다. 상대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특이한 자였다. 준의 모습을 세밀하게 살펴본 바론은 본능적으로 위험신호를 느끼고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자인데 왜 이렇게 위험하게 느껴지는 거지?’
바론은 사제들을 쳐다보면서 눈짓했다.
“차 잘 마셨소.”
“그랬다니 다행이구려.”
고개를 끄덕인 바론은 준과 30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말을 이끌고 이동했다.
스윽.
준은 로브 속에 있는 주머니에서 야영에 필요한 물품을 꺼냈다. 그리고 장작을 놓고는 손가락에 화염계 마법으로 불을 손쉽게 붙였다.
화르르르.
불길이 순식간에 장작에 옮겨 붙으면서 활활 타올랐다. 준은 이어 냄비에 물을 붓고는 불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각자 담요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눕거나 앉았다.
캐슨은 바론을 쳐다보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사형, 수상한 점이 많은 자인 것 같습니다.”
“너도 그렇게 느꼈느냐?”
“예, 고상하게 차를 마시는걸 보면 귀족 같은데, 일행도 없이 이런 곳에 혼자 있다는 것도 너무 이상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느낌이 좋지 않으니까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혹시 저자가 우리를 기습할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럼 저자가 접근하면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마법을 설치해 두거라.”
“예, 안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커크가 일어나 10미터 정도 앞에다가 알람마법을 설치하고는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