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73화 (173/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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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다가닥, 다가닥.

말을 탄 세 사람이 천천히 마블 언덕을 향해 이동 중이었다. 은색 로브를 입은 이들은 전투마법사의 수장인 에밀리의 제자들인 바론과 캐슨, 커크였다. 그중 가운데에서 말을 타고 이동 중인 자는 바론이라는 자였는데, 5써클 마스터였다. 그의 우측에는 캐슨, 좌측에는 커크가 있었으며, 그들은 각각 5써클 유저였다.

이들은 비록 5써클의 마법사였지만 전투마법사들이라 일반적인 마탑의 마법사들보다는 공격마법에서 만큼은 더 강했다.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서 실전경험을 많이 쌓았기에 그런 것이다.

우측에서 이동 중이던 캐슨이 바론에게 말했다.

“사형, 기병들이 말한 붉은 흙괴물이 보이지 않는데요?”

“으음, 그러게 말이다. 나타나야 어떤 괴물인지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그건 그렇고 붉은 흙괴물에게 당한 병사들의 시신도 보이지 않습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천여 명이 넘는데 말입니다.”

“그렇구나. 그들은 모두 기병들이라 말만해도 천여마리가 넘는데 그 많은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니 이상하군?”

“설마, 그 괴물들이 전부 먹어 치운 것은 아닐까요?”

“으음, 어쩌면 그럴지도…….”

“기분이 이상합니다. 사형,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이 보이면 플라이 마법을 써 공중으로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메모라이즈를 해놓았으니 걱정 말거라.”

스으읏, 불쑥.

그때였다. 갑자기 땅속에서 무엇인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기병들이 알려준 붉은 흙괴물로 신장이 5미터나 되었다. 그런데 백여 마리라고 했는데 겨우 한 마리뿐이었다.

“괴물이 나타났다. 공격해!”

“파이어볼!”

“매직 미사일!”

“에어 스피어!”

츄츄츄츙.

바론과 캐슨, 커크는 메모라이즈 해놓았던 공격마법을 간단한 시동어만으로 퍼부었다.

퍼퍼퍼퍽.

쿠워어어어!

붉은 흙괴물의 몸이 공격마법에 맞아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그렇게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스스스슷.

그런다 다음 순간,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붉은 흙괴물이 다시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무려 5미터의 신장이었다.

“허엇, 역시 소멸되지 않았구나.”

“죽어라 괴물아, 블레이즈!”

콰콰콰콰.

고속으로 회전하는 거대한 칼날 두 개가 빠르게 날아가 붉은 흙괴물의 가슴부분에 격중되었다. 붉은 흙이 사방으로 튀면서 비틀거렸지만 그뿐이었다.

쿠워어어어!

괴성을 내지른 붉은 흙괴물이 화가 난 듯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그 위협적인 공격에 그들은 연신 뒤로 물러났다. 바론은 붉은 흙괴물의 약점을 모르고는 죽일 수 없다는 걸 느꼈다. 그때, 괴물의 붉은 눈을 보고는 외쳤다.

“괴물의 눈을 공격해!”

“매직 미사일!”

“에어 스피어!”

츄츄츙.

붉은 흙괴물은 양팔을 들어 날아오는 공격마법을 막았다.

퍼펑.

흙파편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눈은 공격받지 않았다. 바론은 붉은 흙괴물의 약점이 두 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놈의 약점은 두 눈이야. 집중적으로 그곳을 공격해!”

“죽어라 괴물아, 에어 스피어!”

“파이어 애로우!”

공기가 압축된 마법의 창과 불꽃의 마법화살이 붉은 흙괴물의 약점인 눈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크워어어.

붉은 흙괴물의 한쪽 눈이 마법의 창에 격중되어 박살나 버렸다. 괴물은 괴로운 듯 마구 비명을 지르면서 비틀거렸다.

“하하하, 괴물의 눈이 약점이 분명해.”

“그렇군요. 사형, 남은 눈도 박살내 버리겠습니다.”

“죽어라, 파이어 애로우!”

커크가 시간차 공격으로 불꽃의 마법화살을 마구 난사하자 손을 들어 막던 붉은 흙괴물은 결국 남은 눈도 박살나면서 와르르 모래성처럼 무너져 버렸다. 그 후에는 기다려 보아도 붉은 흙괴물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소멸된 것이 분명했다.

얼굴이 환해진 캐슨은 바론에게 말했다.

“바론 사형, 우리가 붉은 흙괴물을 처리해 버렸습니다.”

“하하하, 그렇군. 그래도 우리니까 이렇게 처리했지 보병들이나 기병들이었다면…….”

“기병들이 붉은 흙괴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고 도망쳐 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참, 그랬었지?”

“그런데 이상한 건 기병들이 백여 마리라고 했는데, 한 마리만 나타나는 게 이상합니다.”

“그건 그렇군? 붉은 흙괴물을 소환한 마법사가 어디에 숨어 있는 모양이구나.”

“그럼 그자가 우리를 시험해본 것이란 말입니까?”

“으음, 그럴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구나. 어쨌든 또 붉은 흙괴물이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해.”

마블 언덕에서 준은 매직 아이로 내려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매직 아이는 독수리의 눈처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작은 것도 볼 수 있는 마법의 눈이다.

“후후후, 전투마법사들이라 제법 효율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는군? 나의 영지에도 저런 전투마법사를 양성해둬야겠어.”

모닥불 앞에 앉은 준은 태연하게 불 위에 올려놓았던 찻주전자를 들어 찻잔에 부었다.

주루룩.

향긋한 차향이 나면서 잔에 가득 채워지자 그것을 들어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셨다.

“으음. 이런 야외에서 마시는 차 맛도 그런대로 좋군.”

스윽.

바론은 로브 속에서 수정구를 꺼내어 마나를 불어 넣었다. 수정구 속에 스승인 에밀리의 모습이 보였다.

“바론이냐?”

“예, 스승님.”

“그래, 붉은 흙괴물은 나타났느냐?”

“조금 전에 한 마리가 나타났지만 저희들이 소멸시켰습니다.”

“그래? 잘했구나. 약점이 어디이더냐?”

“스승님, 붉게 이글거리는 두 눈이 약점이었습니다.”

“그렇구나. 마블 언덕에는 도착 하느냐?”

“지금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데 조심하면서 이동 중이기에 한 시간 정도는 잡아야할 것 같습니다.”

“으음, 그럼 마블 언덕에서 선봉부대의 야영은 힘들겠구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니 현재 있는 곳에서 야영을 하고, 날이 밝으면 선봉부대가 이동하는 게 안전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내가 그렇게 보고를 할 테니 너희들은 계속 이동해 마블 언덕과 그 주변을 정찰해 보거라.”

“예, 스승님.”

츠파파팟!

수정구 속에서 에밀리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수정구를 다시 로브 속에 집어넣은 바론은 고개를 들어 저 멀리에 보이는 마블 언덕을 쳐다보았다.

켈로 왕국의 중부지역의 민스키 성은 수도 하르툼에서 7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성이다. 민스키 성은 수도 하르툼으로 진입하는 적들을 막기 위해 세워진 전략적인 성으로 몰타 백작이 성주로 있으며, 5만의 병력이 주둔해 있는 곳이다.

켈로 왕국의 동남부 쿠아바 자작령에서 출발한 암흑군대는 파죽지세로 앞을 가로막는 자들을 짓밟으면서 진군을 계속했다.

마스터의 암흑군대는 무적의 군대였다. 하나같이 병사들의 무력이 높으며, 깊은 상처를 입더라도 잘 죽지 않고 금방 회복되어 전력의 공백은 없었다. 그들은 7일 만에 드디어 수도 하르툼의 진입로라 할 수 있는 민스키 성까지 진군하게 되었다.

마스터의 제자 스톡의 선봉 제1사단이 중앙을, 그의 우측 편으로는 레드 데빌의 제2사단이, 좌측으로는 칼리의 제3사단이 각각 부챗살처럼 퍼져 진군을 계속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의 5킬로미터 정도 뒤쪽에는 마스터가 직접 이끄는 암흑군대의 제4사단과 제5사단이 각각 뒤따라오고 있었다.

이미 민스키 성 안에서 방어준비를 끝마친 몰타 백작은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접근하는 암흑군대를 내려다보고는 긴장했다. 암흑군대의 소문을 그도 듣고 있었기에 손에 땀이 났다. 하지만 튼튼한 민스키 성이니 쉽게 성을 함락시키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석성으로 축성된 민스키 성은 성벽의 높이가 15미터로 높고, 두꺼워서 공성무기로도 쉽지 않았다. 더구나 5만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상대는 3배 정도의 전력을 보유하지 못한 이상 성을 함락시키기엔 무리라는 판단이었다.

다가닥 다가닥.

그때 암흑군대의 기병 한 명이 백기를 들고 성 앞으로 다가와 멈추었다. 그리고 외쳤다.

“항복하라, 너희들은 우리 암흑군대를 막지 못한다.”

“미친놈, 썩 물러가거라!”

“모두들 죽고 싶은가? 다시 한 번 말한다. 모두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더 들을 것도 없다. 에잇!”

화를 참지 못한 몰타 백작은 직접 화살을 쏘았다.

퍼억.

거리가 불과 20미터 정도 밖에 안 되었기에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가슴에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하하하하, 암흑군대도 별것 아니구… 아니?”

화살이 등에 삐죽 튀어 나와 있었지만 암흑군대의 기병은 여전히 말에 앉아 있었으며, 살기가 담긴 붉은 눈빛으로 그를 쏘아 보면서 외쳤다.

“크크큿, 너희들이 그토록 죽기를 원하니 최후의 한 놈까지 전부 죽여주마.”

“저, 저놈이? 궁병들은 뭐하느냐? 저놈을 죽여라.”

시시시싯.

십여 발의 화살이 일제히 날아가 암흑군대 기병의 몸에 꽂혔지만 어찌된 일인지 말에서 떨어지지도 않고, 유유히 뒤돌아 멀어졌다. 오히려 몰타 백작의 도발로 인해 병사들의 사기만 더 떨어져 버렸다.

화살을 맞아도 죽지 않는 기병을 본 병사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미 암흑군대는 무적이라는 소문을 들은 병사들이다. 그리고 오늘 직접 목격한 바로는 무력이 강해 보였으며, 화살을 몸에 몇 발이나 맞은 상태에서도 죽지 않았다.

마스터의 제자 스톡은 피식거리며 말을 몰아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마법을 캐스팅하더니 외쳤다.

“흐흐흐, 모두 죽여주마. 스틴킹 클라우드!”

뭉게뭉게 거무스름한 증기가 생성되어 먹구름같이 일렁이면서 민스키 성으로 날아갔다. 성벽 위에서 이를 바라보던 병사들은 불길함을 느꼈다. 하지만 증기의 먹구름이라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독성을 가진 증기의 먹구름은 느린 속도였지만 결국 민스키 성벽에 도달했다.

치이이이.

석성 벽이 독 기운에 그만 녹기 시작했다.

“으아, 성벽이 녹고 있다!”

“마, 말도 안 돼.”

말이 되던 안 되던 독기운을 머금은 증기의 먹구름은 성벽을 녹이면서도 계속 이동하면서 병사들에게도 다가왔다.

“크아악!”

“커억, 사, 살려줘!”

“아악, 독이다. 독!”

돌도 녹일 정도의 독 기운이라 병사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갑옷과 피부가 순식간에 녹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한호흡만 들이켜도 병사들은 목을 부여잡으면서 고꾸라졌다. 그만큼 지독한 독이었다. 성벽 위는 일순간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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