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72화 (17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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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콰지직.

거대한 나무가 육중한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와르르, 쿠쿵.

주위에 우뚝 솟아 있던 나무들이 전투마법사들이 펼치는 마법에 의해 줄지어 쓰러졌다. 우디 숲에서 살고 있던 몬스터들이 제국군의 엄청난 수에 겁을 집어 먹고는 사방으로 달아나 버렸다. 몬스터들이 상대하기에는 제국군의 수가 너무 많았다.

“서둘러라, 서둘러.”

“땔감은 저쪽으로 가져가라.”

“이봐, 이쪽으로 움직여. 어서.”

“날이 저물고 있다, 서둘러라.”

백인대장의 외침에 공병대원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모르칸 제국군의 제3군단이 선봉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런 선봉군단 중에서도 선봉부대가 있었다.

그들은 바로 10만의 1사단이었다. 1사단장인 길버트 남작은 마법병단의 마법사들과 공병대원들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부관, 어떤가?”

“사단장님, 우디 숲에 이런 거대한 길이 생길 줄은 저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하하, 나도 그렇다네. 그냥 우디 숲을 통과하려고 했는데, 상부에서 이렇게 우디 숲에 길을 만들라고 명이 내려왔을 때만 해도 황당했다네.”

“저도 그렇습니다.”

“마법병단의 마법사들을 이용하니 이렇게 간단한 걸 말이야.”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우디 숲이 소란스러워졌기에 오크왕국에서도 지금쯤은 눈치를 채고 있을 것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네만 상부에서 생각이 있겠지.”

“어쨌든 이런 식으로 우디 숲을 뚫고 나가면 손쉽게 드라비아 왕국의 북부지역까지 바로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나의 생각으로는 장기적으로 이 길을 사용하기 위하여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것 같네.”

“저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길을 백만의 제3군단이 지나가면 길이 잘 닦여 걱정 없겠습니다.”

“숲이라 날이 빨리 저물고 있는데, 야영준비는 되어 가나?”

“예, 곧 막사가 준비될 것입니다.”

“좋아, 마음에 드는군.”

모르칸 제국군의 제3군단 제1사단의 병사들이 이렇게 길을 만들고 있을 때 그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무장한 오크전사들이 조용하게 숲을 이동하고 있었다.

이들 오크전사들은 질리가 이끄는 200개 부대 중에서 제1선봉부대였다. 제1선봉부대장인 바고는 날이 저물고 있었기에 곧 제국군들이 저녁식사를 준비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공격하기로 하고는 조용히 숲속에 은신해 있었다.

화르르르.

모닥불이 곳곳에 피어오르면서 제국군 제1사단의 병사들은 냄비를 불에 올리고는 스프를 끓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천막을 치고, 보초를 세웠다. 우디 숲은 몬스터의 천국이라 언제 몬스터가 몰려올지 몰랐기에 보초는 긴장하면서 근무에 임했다.

“취익, 제국군 놈들이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구나. 공격준비하라. 취익.”

스윽, 슥슥.

“취익, 화살을 발사하라!”

시시시싯.

수백발의 화살이 제국군 제1사단의 야영지로 날아들었다.

퍼퍼퍽.

“크악!”

“아아악!”

제1사단의 병사들은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저, 적이다!”

“오크들이다. 오크!”

함성을 지르면서 오크전사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채채챙, 파팍.

제국군 제1사단의 병사들과 오크전사들 간의 치열한 전투가 시작 되었다. 역습을 당해서인지 제1사단의 병사들의 피해가 커졌다. 오크전사들은 충분하게 준비하여 역습을 하였기에 사기가 높았고, 숲이라 더욱 유리한 상황이었다.

“오크를 막아라.”

“뭣들 하느냐, 어서 오크를 막아!”

채채챙.

요란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전투가 치열해졌다. 점차 제국군들은 오크전사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함성을 지르면서 오크전사들이 무기를 휘두르면서 공격했고, 그것을 막느라 제국군은 연신 뒤로 밀렸다.

“오크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막아라!”

“물러서지 마라!”

채채챙, 파팍.

“크아악!”

“아악. 내, 내 팔!”

모르칸 제국군 제3군단의 제1사단이 사방에서 밀려드는 오크전사들에게 큰 피해를 입었지만 백인대장과 천인대장의 독려로 인해서 곧 정신을 차리면서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10만이나 되는 제1사단의 제국군이 겨우 1만에 불과한 오크 제1선봉부대에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기습공격의 영향이 컸다. 또한 주위가 울창한 숲이고, 밤이라 더욱 피해가 컸다.

“마법병단은 무얼 하는가? 오크들을 공격하라!”

“예, 알겠습니다. 매직 미사일.”

“죽어라 오크들아, 매직 미사일.”

츄츄츄츙.

마법병단 소속의 전투마법사들이 일제히 공격마법을 퍼부었다. 유도기능이 있는 매직 미사일은 전투마법사들의 의지대로 오크전사들에게 날아가 격중되었다.

퍼퍼퍽.

“취익, 커억!”

“케에엑.”

오크들이 매직 미사일을 맞고는 우수수 쓰러졌다. 날뛰던 오크전사들이 전투마법사들의 영향으로 사기가 꺾이면서 제국군의 사기가 조금 높아졌고, 그건 전투력에서 발휘되었다.

밤에 시작된 전투는 새벽을 지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취익, 후퇴하라. 후퇴!”

“후퇴하라. 취익.”

삐이익.

둥둥둥.

호각소리가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치열하게 싸우던 오크전사들이 뒷걸음질 치면서 신속하게 후퇴했다. 제국군과 서로 치열하게 싸우다가 오크전사들이 물러간 것이었다.

제국군 제1사단의 피해는 절반 정도인 5만에 이르렀고, 바고가 이끄는 오크 제1선봉부대는 겨우 6천 마리의 피해만 입었다. 제국군과 오크왕국 간의 첫 전투는 이렇게 제국군의 패배로 끝이 났다.

제1사단장인 길버트 남작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병사들을 보고는 침통한 표정이었다. 지난밤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넘치던 병사들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패잔병을 보는 듯하다.

“크으, 이, 이게 말이 돼?”

“지, 진정하십시요. 사단장님.”

“부관, 이게 진정이 될 일인가?”

“저희들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었습니다. 여긴 우디 숲이고, 오크들의 땅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10만이나 되는 제1사단이 절반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어.”

“어느 정도의 피해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주위를 경계하면서 진격하면 됩니다.”

“크으, 상부에는 뭐라 보고 한단 말인가?”

“매복하고 있던 오크들의 공격을 받아 이렇게 되었다고 사실대로 보고하고, 지원병을 요청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뭐?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는데, 지원병을 요청한단 말인가?”

“어쩔 수 없습니다. 우디 숲 깊숙한 곳까지 진군하다보면 더 많은 피해를 입을 게 뻔합니다. 신속하게 보고하고, 지원병을 받는 게 좋습니다.”

제1사단장인 길버트 남작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부관의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피해를 입었는데, 우선 숨기기에 급급해 보고를 하지 않고 계속 우디 숲 깊숙한 곳까지 진군하다가 전멸을 당할 수도 있었다. 선봉에 나설 때 이미 오크왕국의 오크전사들이 백만이 넘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100만이나 되는 오크무리를 맞아 5만 명 정도의 병사로는 전멸을 면치 못한다는 건 빤한 사실이었다.

“으음, 부관. 선봉군단에 당장 연락해 지원병을 요청하고, 죽은 병사들은 신속하게 처리하는 한편으로 전열을 정비한 보병들을 주변에 배치해서 오크들의 공격에 대비 하도록 하라!”

“예, 사단장님.”

부관은 즉시 선봉군단에 보고했고, 천인대장들로 하여금 전장을 신속하게 정리하도록 지시했다. 보병들은 쓰러져 신음 중인 오크전사들을 보고는 창으로 찌르거나 칼로 베어 버렸다. 그러는 한편으로 죽은 동료들의 소지품과 무기를 수레에 실어 따로 분류해서 끌어 모았다.

“병사들의 시체는 저쪽으로 옮겨라. 그곳에 구덩이가 있을 것이다.”

“수레는 이쪽이야.”

“백인대장님, 죽은 오크들과 무기는 어떻게 할까요?”

“죽은 오크들은 저쪽에서 끌어 모으고 있으니까 당장 옮기고, 오크들의 무기는 상태가 좋으니까 무기를 모으는 저곳에다 모아 두어라.”

“예, 알겠습니다.”

천인대장과 백인대장의 명을 받은 보병들은 신속하게 명대로 움직였다. 그들은 수레에 오크들의 사체(死體)를 실어서 옮겼는데, 마법사들의 도움으로 큰 구덩이가 마련되어 있었다. 구덩이 속에는 죽은 오크들의 사체가 가득했다.

“오크들의 사체를 모두 불태워라.”

“오크들을 불태워라.”

화르르르.

불길은 거세게 타올랐고,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 그래서일까? 오크선봉부대의 이동속도가 더 빨라졌다.

주위를 경계하던 보초들은 전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약간 방심하고 있었다. 경계를 형식적으로 하고 있었기에 오크들이 은밀하게 접근하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스윽.

오크 천부장의 공격수신호에 오크궁병들이 화살을 쏘았다.

“커억!”

목이나 머리통에 화살이 박힌 보초들은 그대로 고꾸라졌다.

스스슥.

제국군 진영 근처까지 은밀하게 다가온 오크선봉부대는 상체를 숙이면서 지휘관들의 명을 기다렸다.

“취익, 화살을 쏘아라.”

“쏴라, 쏴.”

시시시싯.

바람소리를 일으키면서 수백발의 화살이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제국군 진영에 떨어졌다.

“아악!”

“크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지면서 화살을 맞은 병사들이 쓰러졌다.

“오크다, 오크가 공격해왔다.”

“오크다. 막아라.”

이렇게 신속하게 오크들이 다시 공격해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1사단장인 길버트 남작은 경악했다.

“이, 이건 아니야.”

“정신 차리십시오. 사단장님.”

지난밤에는 겨우 1만의 오크들이 기습공격 해 왔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오크전사들이었다. 나무와 풀들 때문에 정확하게는 파악이 안 되지만 대충 잡아도 수만은 되어 보였다.

이미 한 번 패배를 맛본 제1사단의 병사들이 막을 수 있는 전력이 아니었다. 마법병단 소속의 마법사들도 쉽게 공격하기가 어려웠다. 사방이 울창한 숲이라 거대한 나무들이 은폐물이 되어 어지간한 공격마법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숲을 화염계 마법으로 불태울 수도 없었다. 특정한 몇 가지의 공격마법으론 오크들을 막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전투가 힘들어진 길버트 남작은 입술을 깨물면서 외쳤다.

“부관, 병사들을 후퇴시켜라.”

“예? 사, 사단장님.”

“어서 병사들을 후퇴시켜라. 어서.”

“예, 후퇴의 고동소리를 울려라.”

“예, 알겠습니다.”

고동을 들고 있던 병사는 즉시 대답하고는 힘차게 불었다.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자 오크전사들과 싸우던 제국군들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꼭 썰물같이 느껴졌다.

승기를 잡은 오크전사들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제국군의 뒤를 추격하면서 진격했다.

마법병단 소속의 전투마법사들이 매직 미사일이나 회전하는 거대한 칼날을 생성시키는 블레이즈 마법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추격해오는 오크전사들의 수에 비하면 쓰러지는 오크들은 표시도 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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