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71화 (17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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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으으, 도망쳐.”

“난 죽기 싫어. 살려줘!”

기병들은 비참한 지경에 빠져 울부짖고, 일부는 도망치다가 괴물이 휘두른 팔에 맞아 쓰러졌다.

기병대장 브론테는 경악했다. 느닷없이 나타난 괴물들 때문에 기병들의 피해가 엄청났지만, 기병대가 보유한 화살이나 검으로는 괴물을 죽일 수 없었다.

혼전 중이고, 또한 처음 접해보는 붉은 흙괴물이라 쉽사리 약점을 파악할 수 없었다. 전투마법사라도 지원되면 어찌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후퇴하는 것만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 같았다.

삐이이익!

기병대장 브론테가 직접 호각을 불자 그의 후퇴 신호에 기병들은 재빨리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후퇴하라, 후퇴!”

주위에 있던 조장들의 외침에 남은 기병들도 정신을 차리면서 말머리를 돌렸다.

콰두두두두.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면서 기병들은 정신없이 도망쳤지만, 붉은 흙괴물은 순순히 기병들이 도망치도록 놔두지 않았다.

쿠워어어어!

포효를 내지른 붉은 흙괴물들은 일제히 기병들의 뒤를 추격했다. 채찍으로 말 엉덩이를 세게 내리치면서 도망치던 기병들은 두려움에 스윽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붉은 흙괴물은 아직도 뒤에서 그들을 추격해 오고 있었다.

“으아, 괴물이 추격해온다. 달려라, 달려!”

“전속력으로 도망쳐!”

기병들의 말도 많이 지쳐 있었지만, 살기 위해서 남아 있던 힘을 전부 쥐어짜면서 더욱 세차게 말을 채찍질했다.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사력을 다해 겨우 황무지를 벗어나자, 다행히도 더 이상 붉은 흙괴물은 쫓아오지 않았다.

황무지의 흙에서 준의 마법으로 생성된 것이기에 황무지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스스스슷.

붉은 흙괴물들은 황무지의 흙속으로 스르르 스며들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그제야 기병대장 브론테는 도망치다가 말을 멈추면서 외쳤다.

“워워, 모두 멈춰라.”

스윽.

한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수신호를 보내자 기병들도 말의 속도를 줄이면서 멈추었다. 기병대장 브론테도 그렇지만 기병들은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기병들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을 수 있었다.

선봉부대장 힉스클리프 자작은 지휘부의 귀족들과 함께 말을 타고 진군하고 있다가, 전방에 기병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관, 저들은 선봉을 맡았던 기병들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선봉부대장님, 엘도라도 놈들이 혹시 기습공격을 하더라도 기선을 제압하려고 선봉에 세웠던 기병들입니다.”

“놈들에게 기습공격이라도 당한 모양이구나, 꼭 패잔병 같은걸 보니 말이다.”

“제가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힉스클리프 자작이 고개를 끄덕이자 부관 페트릭은 즉시 말을 몰아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는 기병대장 브론테 곁으로 달려가 물었다.

“브론테, 어찌된 일이냐?”

“페트릭 남작님.”

기병대장 브론테는 기사였고, 페트릭 부관은 작위를 가진 남작이었다.

“어찌된 일이냐? 적에게 기습이라도 당한 것이냐?”

“적은 적인데… 엘도라도 놈들이 아니라 처음 보는 괴물이었습니다.”

“괴물? 자세하게 말해 보거라.”

“저. 그게 어찌된 일이냐 하면…….”

기병대장 브론테에게서 전해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페트릭 부관은 마블 언덕의 황무지에 오늘 선봉부대가 야영을 하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기병들이 먼저 주변을 정찰하면서 이상이 없는지 파악하고, 대기해 있도록 명령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붉은 흙괴물이 나타나 기병들을 공격 했다는 것이다.

파악해보니 3천의 기병 중에서 절반이 넘는 피해를 입었고, 현재는 겨우 1300명 정도만 살아남아 있었다.

“붉은 흙괴물 말고 다른 것은 없었느냐?”

“예, 괴물 백 마리가 공격해온 것밖에 없었습니다.”

“엘도라도에 우리가 모르는 마법사가 있는 모양이군.”

“화살과 기병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로는 놈들을 죽일 수 없었습니다.”

“마법으로 생성한 괴물인데 화살이 통하지 않는 게 어쩌면 당연해. 이번에는 전투마법사를 몇 명 앞에 세워야겠군.”

“예,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알았다. 기병들은 쉬고 있거라. 난 선봉부대장 힉스클리프 자작님에게 보고를 드리겠다.”

“예, 알겠습니다.”

페트릭 부관의 보고에 선봉부대장 힉스클리프 자작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부관. 그,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3천의 기병 중에서 살아 돌아온 기병들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00명입니다.”

“음, 기병들이 당했다면 보통일이 아닌데 어찌하면 좋겠나?”

“전투마법사를 몇 명 선두에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투마법사를 말인가?”

“예, 그게 피해를 최소화 하는 길인 것 같습니다.”

“으음, 우리 선봉부대가 보유한 전투마법사는 10명이니 3명을 지원하면 되겠나?”

“예, 일단 3명 정도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 오늘 마블 언덕의 황무지에 야영을 해야 하니 자네가 전투마법사를 동원해 먼저 정찰하도록 조치하게.”

“예, 선봉부대장님.”

페트릭 부관은 즉시 전투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6써클 유저의 마법사 에밀리는 제자 9명을 이끌고 선봉부대에 편성되어 있었다. 본격적인 전투가 일어나면 큰 힘을 발휘하는 게 마법사들이지만, 지금은 행군중이기에 그리 바쁠 것도 없이 한가했다. 그냥 말을 타고 이동만 하면 되었다.

두두두.

급하게 말을 타고 달려온 페트릭 부관을 쳐다본 에밀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은 자신과 제자들을 찾을 이유가 없었기에 더 의문스러웠다.

“페트릭 부관, 무슨 일이오?”

“아, 에밀리 님.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급한 일이라니 무슨 일이오?”

“선봉부대가 마블 언덕의 황무지에서 오늘 야영을 할 예정이라 기병들을 먼저 보냈는데, 괴물들의 습격을 받았다 합니다.”

“괴물이라니 좀 더 자세하게 말해보시오.”

“그게 어찌된 일이냐 하면…….”

페트릭 부관의 설명에 에밀리도 놀랐다. 누군지 모르지만 엘도라도에 자신도 모르는 마법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더구나 자신의 마법실력과 비교해도 아래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경지에 있는지도 몰랐다.

‘으음, 정신 차려야겠군.’

“그래서 제자 분들 중에서 3명만 나서주시면 좋겠습니다.”

“으음, 알았소. 당연히 우리가 나서서 도와야지요. 캐슨과 커크, 바론.”

“예, 스승님.”

“너희들이 나서 주어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스승님.”

페트릭 부관의 뒤를 세 명의 마법사가 따라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에밀리의 얼굴은 심각할 정도로 굳어졌다.

에밀리 곁으로 대제자인 존스가 다가왔다.

“스승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으음, 존스야, 너도 옆에서 들었다시피 적의 마법사의 수준이 높은 것 같구나.”

“스승님께서는 6써클 유저이십니다.”

“어쩌면 적의 마법사가 나보다 더 뛰어날 수도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투마법에서 만큼은 스승님이 더 뛰어나십니다.”

대제자 존스의 말대로 에밀리는 전장을 누비면서 공격마법 중에서도 특히 전투마법에 능했다. 그것을 깨닫자 그제야 에밀리도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그렇구나. 우린 전투마법사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어.”

“그렇습니다. 스승님.”

전투마법사란 일반적인 마법사와는 조금 다르다. 전투마법사는 전투에 배치되어 공격마법을 주로 사용해왔다. 그러다보니 어떤 공격마법이 전투에서 효율적인지 경험으로 알게 되었고, 전투에 특화된 공격마법도 많이 개발되었다. 그런 마법사를 흔히 사람들은 전투 마법사라 불렀다.

뿌우우우우.

고동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저벅저벅.

모르칸 제국군이 열을 맞추면서 행군 중이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 그들은 헤브런 3군단장이 이끄는 100만의 3군단이었다. 이들은 모르칸 제국의 남부 루오 남작령 끝에 있는 국경을 넘어 드라비아 왕국령에 속해 있는 우디 숲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우디 숲은 말이 숲이지 거대한 밀림이었다. 남북으로 약 950킬로미터, 동서로 약 400킬로미터 정도였기에 전체적으로 보면 타원형으로 생긴 울창한 숲이었다.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고, 각종 몬스터가 살고 있었기에 몬스터의 천국이라 알려진 곳이었다.

간혹 용병들이나 사냥꾼, 명성을 얻고자 기사들이 몬스터의 가죽을 얻기 위하여 우디 숲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대부분 몬스터에게 오히려 잡아먹히거나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우디 숲에서 가장 세력이 크고 무리의 수가 많은 것은 오크로, 현재 우디 숲의 중심부에는 오크왕 쿠퍼가 오크왕국을 건국해 살고 있었다.

모르칸 제국군의 제3군단의 선봉부대 10만이 그런 우디 숲 초입에 나타났다. 제국군은 대군이라 원활하게 우디 숲을 통과하기 위하여 공병부대와 전투마법병단을 투입했다.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전투마법병단은 200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종 마법에 능한 자들이었다. 은색 로브를 입은 전투마법병단 소속의 마법사들 50명이 횡대로 주욱 늘어서더니 마법을 영창했다.

“블레이즈!”

콰콰콰콰.

회전하는 거대한 칼날이 생성되어 날아가 숲의 나무들을 마구 베어버렸다.

와지근, 쿠쿵.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거대한 나무가 쓰러졌다. 아무리 거대한 나무라고 하더라도 강력한 마법공격에는 속수무책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들로 인해 우디 숲에 50미터 정도 넓이의 앞을 가로막는 나무들은 전부 베어져 넘어졌다. 우디 숲에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적을 공격해야할 전투마법사들이 나무를 베기 위하여 이렇게 동원되기는 처음이었다. 마법사들은 속으로 불만이 있었지만 상부의 지시라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50명으로 이루어진 1조와 2조의 마법사들은 번갈아가며 계속 블레이즈 마법을 펼쳤다.

앞의 나무들을 베어 넘어뜨리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근육질의 노예들이 우루루 앞으로 나와 쓰러진 나무를 한쪽으로 옮겼다. 그럼 공병부대는 즉시 그 나무들을 도끼로 잘게 부수었다. 땔감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3조의 마법사들은 땅계열 마법을 펼쳐 논갈이를 하듯이 땅을 갈아엎고 지나가면, 4조가 매직 핸즈 마법으로 울퉁불퉁해진 땅을 고르게 만들었다.

마법병단의 도움으로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고 조용하던 우디 숲이 제국군의 진입으로 소란스러웠다.

오크왕국의 쿠퍼왕은 9써클의 마법사라 마나와 기운에 아주 민감했다. 그는 우디 숲이 소란스러운 걸 느끼고는 즉시 페밀리어를 동원해 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우려한대로 제국군이 쳐들어온 것이다.

“취익, 제국군과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드라비아 왕국부터 공격했는데 취익, 이젠 어쩔 수 없구나. 취익.”

오크왕 쿠퍼는 아들이면서 동시에 왕국의 왕자인 질리를 불렀다. 또한 오크왕국의 귀족인 바실오크들이 전부 소집되었다. 쿠퍼는 질리와 바실오크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취익, 우리의 오크왕국 북쪽지역으로 제국군들이 들어왔다.”

“그, 그것이 사실이옵니까 왕이시여? 취익.”

“그렇다. 취익.”

“제국군이 얼마나 되옵니까, 취익.”

“취익, 페밀리어로 알아보았더니 백만은 되어 보였다.”

“왕이시여, 우리 오크왕국의 오크전사들이 현재 500만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취익.”

“으음, 나도 알고 있다. 되도록이면 무력충돌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으니 제국군을 막아야겠구나. 취익.”

“왕이시여, 저를 보내주십시오. 취익.”

“질리, 자신 있느냐? 취익.”

“충분히 제국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취익, 왕이시여 명을 내려 주십시오. 취익.”

“좋다, 질리 너에게 200개의 부대를 줄 테니 제국국들을 막아라. 취익.”

“왕이시여, 감사하옵니다. 취익.”

“가라, 가서 제국군 놈들에게 우리 오크왕국의 무서움을 똑똑히 보여주어라. 취익.”

“예, 왕이시여. 취익.”

오크왕국의 왕자 질리는 오크왕 쿠퍼의 명을 받고는 즉시 회의실을 빠져 나갔다. 잠시 그를 쳐다보던 오크왕 쿠퍼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취익, 포아!”

“왕이시여, 저를 부르셨사옵니까, 취익.”

“너는 즉시 100개 부대를 이끌고 드라비아 왕국을 공격하고 있는 지다를 지원하거라. 취익.”

“취익, 알겠사옵니다. 왕이시여.”

“바실오크들은 각자 부대로 돌아가 대기하라. 취익.”

“예, 왕이시여. 취익.”

모두들 회의실 밖으로 나가자 오크왕 쿠퍼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젖어 들었다.

‘취익, 제국군은 나중에 상대하려고 했지만 이젠 어쩔 수 없어. 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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