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70화 (170/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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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부관, 병사들을 출병시켜라.”

“예, 사령관님. 출병하라!”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저벅저벅.

묵직한 발소리가 나면서 도열해 있던 병사들이 각 부대별로 드디어 행군을 시작했다. 수도 까브의 외성벽 위에서 이를 내려다보던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은 흐뭇한 표정을 했다.

“루나드 공작. 30만의 병력이라면 충분히 엘도라도를 점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오?”

“흐음, 리안 공작. 프리맨 후작을 그리 만만하게 보지 마시오. 그는 아직 젊지만 무서운 자요.”

“그, 그럼 저 30만의 병력이 루나드 공작이 보기엔 설마 진다는 말이오?”

“그건 아니지만 프리맨 후작의 엘도라도를 점령하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오.”

루나드 공작의 말에 리안 공작은 얼굴이 굳어졌다.

“으음, 루나드 공작. 내가 알기로는 엘도라도에는 6만 정도의 영지병밖에 없으니 30만이라면 충분하게 점령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나와 다르구려?”

“리안 공작, 프리맨 후작이 숨겨놓은 영지병이 제법 더 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하고 있소.”

“세작들에게서 그런 보고는 아직 없었는데, 그리 생각한단 말이오?”

“그렇소. 또한 제4세력의 16명 귀족과 영지민들을 엘도라도로 이동시킨 자가 프리맨 후작이오. 3만 정도의 병력이 더 늘어났을 것이니 10만은 될 것이라 보오.”

“으음, 설마 그럴 리가 있겠소?”

“차일 후작이 이끄는 30만과 전투를 하게 되면 알게 될 거요. 프리맨 후작이 얼마나 치밀한 자인데 세작들에게 들킬 정도로 일을 허술하게 처리하겠소?”

“그, 그건.”

“얼마 전에는 노바야 자작령과 국왕의 직할 영지인 그라드를 통합해 뉴 엘도라도라고 명명해 버렸소.”

“으음, 루나드 공작. 나도 그 소식은 들었소.”

“일처리가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면서도 신속한 프리맨 후작이오. 엘도라도를 왕국에서 가장 부유한 영지로 만든 것도 그자요.”

“으음, 그래봐야 세력은 얼마 되지 않소이다.”

“그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아서 나도 장담하지 못하겠소. 다만 지방에 흩어져 있는 국왕파 귀족들은 아무것도 아니오. 프리맨 후작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우리의 운명이 달려 있소.”

“루나드 공작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 추가 병력으로 10만을 보내는 건 어떻소?”

“나는 찬성이오. 10만의 추가 병력을 보내더라도 수도 까브에 아직 10만의 병력이 남아 있소. 더구나 징집중인 신병들이 50만에 육박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 훈련에 돌입하였소이다.”

“좋소. 그럼 차일 후작에게 연락하여 추가 병력 10만을 지원한다고 알려 주겠소. 그럼 차일 후작이 아주 좋아할 거요.”

“그럴 것이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안심이니 이젠 새로운 왕조를 세우는 일에 대하여 의논을 하기로 합시다.”

“좋소. 안으로 들어가서 진지하게 의논해 봅시다.”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은 뒤돌아 내성으로 향했다.

뉴 엘도라도의 임시 영주성. 베일레 백작의 집무실에 준이 들어왔다.

“아들아, 어서 오너라.”

“아버지,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으음, 무슨 일인지 말해 보거라.”

“세작들의 보고가 조금 전 들어왔는데, 수도 까브에서 차일 후작이 이끄는 병력이 드디어 출병을 했다 합니다.”

“으음, 큰일이군. 그래 얼마나 된다고 하더냐?”

“30만 정도 된다고 합니다.”

“뭐, 30만이나?”

“우려한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으음, 뉴 엘도라도에는 훈련된 영지병이라고는 예전 그라드의 3만과 노바야 자작령 12600명 해서 42600명과 엘도라도에서 파견된 조교와 교관, 영지병 등 4만 해서 모두 8만2600명에 불과한데 걱정이구나.”

“아버지, 그래도 한 달 전에 모집하여 한창 훈련 중인 신병이 50만이나 있으니까 다급하면 그들이 적들을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으음, 그건 그렇구나. 하지만 엘도라도에는 뉴 엘도라도에 4만 명의 병력이 지원되어 있으니 겨우 8만 명으로 적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방법이 있느냐?”

“안 그래도 글리아나에게 말해두었습니다. 지금 한창 예비 병력 중에서 신병을 모집 중에 있을 것입니다.”

“신병은 이번에 얼마나 모집하려고 하느냐?”

“1단계로 10만을 모집할 생각이고, 2단계로 15만을 더 추가 모집할 예정입니다.”

“으음, 엘도라도의 영지민이 100만을 넘었다고는 하지만 25만이라고 하면 무리 아니냐?”

“무리가 가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적들이 이곳 뉴 엘도라도까지 오려면 6일 정도밖에 안 걸릴 테니 우리도 서둘러서 방어 준비를 해야겠구나. 시일이 좀 촉박(促迫)하겠어.”

“아버지,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적들이 진격해 오는 곳으로 가서 최대한 행군속도를 늦추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준다면 안심이구나. 병력을 얼마나 데려가겠느냐?”

“병력은 필요 없습니다. 저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혼자서는 너무 위험하다.”

“아닙니다. 아버지, 저 혼자서 처리하는 게 더 좋습니다. 만약 위험에 처하더라도 혼자니까 빠져나오기도 쉽고 말입니다.”

“으음, 알았다. 그렇게 하거라. 그러나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돌아오거라.”

“예, 아버지.”

“내일 떠날 것이냐?”

“아닙니다. 지금 당장 떠날 것입니다.”

“알았다. 그렇게 하거라. 조심해야 한다.”

베일레 백작은 자리에서 일어나 준을 힘껏 껴안아 주었다. 준은 양부의 따뜻한 마음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 후 준은 뒤돌아 밖으로 걸어 나갔다. 적들의 행군속도를 저지시키려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떠나는 준의 뒷모습을 한없이 바라보는 베일레 백작이었다.

마블 언덕은 뉴 엘도라도에서 수도 까브로 5일 떨어져 있는 언덕이다. 주변은 황량한 황무지 벌판으로 야생 염소 떼가 서식하고 있으며, 수만 년 전 지각의 변동으로 깊은 땅속에서 솟아오른 암석들이 기묘하게 언덕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스스스스.

마블 언덕의 암석 위에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짙은 갈색의 여행자 로브를 입은 자가 나타났다.

스윽.

머리에 쓰고 있던 후드를 벗자 준의 얼굴이 드러났다.

“으음, 여기가 마블 언덕이군.”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지형을 살펴보았다. 황량한 황무지 벌판이라 사방이 뻥 뚫린 것처럼 수 킬로미터가 훤하게 다 보였다.

음메에에~.

야생 염소 몇 마리가 뛰어다닐 뿐,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을 확인한 그가 마법주머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손바닥을 펼치자 지름이 3센티미터 정도 되는 정 사각 물체가 나타났다.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색에 기이한 도형과 룬문자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했다.

우우우웅.

준이 마나를 조금 불어 넣으면서 중얼거렸다.

“나오너라, 블랙아이여.”

츠츠츠츠.

정 사각면체가 스르르 이지러지면서 외눈으로 변했는데, 그 크기가 사람 눈의 약 5배 정도였다.

“블랙아이여, 내가 원하는 것을 보여 다오.”

그가 소리 높여 외치자 외눈이 몇 번 깜빡거리더니, 갑자기 기이한 빛의 광선이 준의 이마로 쏘아졌다.

스스스스.

준의 이마에 부딪힌 광선은 그대로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 곧 그의 두 눈에서 빛이 번뜩이더니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기병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기병들의 뒤쪽으로는 엄청난 수의 무장한 병사들이 행군해 오고 있었다.

“후후, 놈들이야. 2시간 정도면 지평선에 모습을 보이겠군.”

고개를 끄덕인 준은 블랙아이에 불어넣던 마나를 중지했다.

츠츠츠츠.

그러자 신기하게도 블랙아이는 다시 처음의 상태인 정 사각면체로 변했다. 그는 그것을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좋아, 여기에서 놈들을 기다리는 동안 차나 한 잔 끓여서 마셔야겠군.”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이것저것 몇 가지의 물건을 꺼내더니, 주전자에 물을 붓고 육각형 금속판에 주전자를 올려놓았다. 물은 1분도 되지 않아 김이 나면서 팔팔 끓었다.

준은 차를 마시면서 쿠키와 과일을 집어 먹으면서 주변 경치를 감상했다. 주변 경치라고 해봤자 황량한 황무지 벌판이 전부였지만, 나름대로 괜찮아 보였다.

두두두두.

잠시 후, 갑자기 지평선 끝에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면서 기병들의 모습이 보였다. 준은 펼쳐 놓았던 것들을 다시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고는 바위 끝으로 걸어가 몰래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후후후, 놈들이 오는군. 내 오늘 공포가 무엇인지 똑똑하게 보여줘야겠어.”

부우웅!

그는 곧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황무지로 날아가 착지했다. 그리고는 기이한 주문을 한참동안이나 중얼거리다가, 양손을 옆으로 벌리면서 천천히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너희들의 주인이 명령한다. 깨어나라 나의 종들이여!”

츠츠츠츠.

널려 있던 황무지의 흙들이 덩어리가 지면서 불쑥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5미터의 거대한 붉은 흙괴물이 순식간에 백 마리나 생성된 것이었다.

괴물의 입은 한 사람 정도는 무리 없이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두 눈이 붉게 물든 그것은 보기만 해도 두려움이 밀려올 정도로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쿠워어어어!

붉은 흙괴물의 포효(咆哮)는 대지를 갈가리 찢어발기는 듯 했다.

“너희들의 적들이 저기에 있다. 가라, 가서 마음껏 취하라!”

쿠워어어어!

다시 한 번 포효를 내지른 붉은 흙괴물들은 일제히 기병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은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더해져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장관이었다.

선봉에 서서 달려오던 기병들은 타고 온 말들이 몹시 지쳐 있었기에 마블 언덕에서 조금 쉬었다 다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전방에서 갑자기 달려오는 붉은 흙괴물의 등장에 그들은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

처음 보는 괴물은 5미터나 되는 엄청난 신장을 가지고 있었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심이 일었다.

“허엇, 괴, 괴물이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저 괴물들에게 화살을 퍼부어라.”

투투투퉁.

쉐에에엑.

위협적인 화살공격이 이어졌다.

퍼퍼퍼퍼퍽.

수백 발의 화살은 곧 붉은 흙괴물의 머리나 몸통에 격중되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들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았다. 여기저기 화살이 꽂힌 채로 계속해서 돌진해오는 괴물의 모습에 기병들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화살을 맞았는데 괴물이 끄떡도 안 해 .”

“한 번 더 화살을 퍼부어라.”

투투투퉁.

대장의 명령으로 동시에 쏘아진 화살이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화살비가 되어 떨어져 내렸다.

퍼퍼퍼퍽.

붉은 흙괴물의 몸에 다시 화살이 격중되었지만 놈들은 역시 이번에도 끄덕하지 않았다.

쿠워어어어!

오히려 포효를 내지르며 순식간에 다가온 붉은 흙괴물들은 기병들과 충돌했다.

콰쾅, 퍼퍼퍽.

“아악, 커억!”

이히히힝.

기병들의 비명소리와 말울음소리가 구슬프게 사방을 울렸다.

붉은 흙괴물의 공격은 무지막지했다. 손에 무기는 없었지만 길고 굵은 양팔을 휘두르는 것 자체가 흉기였다.

기병들은 창이나 칼, 전투용 도끼로 붉은 흙괴물을 내리쳐 보았지만, 흙이 약간 떨어져나갈 뿐 쓰러지지 않았다. 게다가 기병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박살나버렸어도 스르르 다시 원상복구가 되었다.

주위 흙들이 모두 붉은색 흙이었기 때문에 파괴되어도 불사신처럼 다시 원상회복 되어버리니 기병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죽지 않는 괴물을 상대하는 것은 몹시도 버거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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