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69화 (169/284)

0169 / 0284 ----------------------------------------------

제7권  공포의 암흑군대

국왕 직할 영지 그라드. 준과 베일레 백작을 죽이려고 데이비스 자작이 음모를 꾸미고 함정을 팠지만, 그는 오히려 김준에게 역습을 당해 죽었다.

그라드를 접수한 준은 신속하게 영지를 정비하기 위해 노바야 자작령과 엘도라도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행정인력과 기사, 무장한 엘도라도 영지 기병 만 명이 달려왔다. 그들은 10일 만에 노바야 자작령과 그라드를 안정시켰으며, 이곳을 하나로 뭉쳐 뉴 엘도라도라 명명했다.

엘도라도는 후작령이니 준이 맡아서 관리하기로 했으며, 뉴 엘도라도는 양부 베일레 백작이 영주로서 다스리게 되었다.

사실 베일레 백작의 뉴 엘도라도가 준의 엘도라도보다 땅의 규모가 더 컸지만, 영지민 수는 오히려 엘도라도가 더 많았다. 엘도라도가 살기 좋은 곳이라 알려져 유민들이 대거 유입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준은 이곳 뉴 엘도라도도 시간이 좀 지나면 영지가 급격하게 발전을 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유민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수도 까브를 장악한 반란군(귀족파와 중도파 연합)은 국왕파 귀족들의 약 75%를 죽여 버렸기에 나머지 25%정도의 국왕파 귀족들은 눈물을 머금고 수도 까브를 떠나 지방의 각자 영지로 흩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바렌 왕국의 국경에 주둔중인 병력은 그대로 국왕파 귀족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이제 바렌 왕국에서 이들 반란군들과 저항할 세력은 국왕파를 제외하고는 제4세력이라 알려진 준의 엘도라도밖에 없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제4세력의 귀족들은 준의 도움으로 각자 자신들의 영지로 되돌아가 그곳을 신속하게 정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국왕을 비롯해 모든 왕족이 반란군들에게 죽었기에 사실상 바렌 왕국은 크게 3개의 세력으로 나뉘어져 버렸다는 것이었다.

귀족파와 중도파가 연합한 반란군 세력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준의 제4세력, 그밖에 국왕파 잔존 세력이 그것이었다.

앞으로 바렌 왕국은 내전이 불가피해져버렸기에 반란군들도 지방의 귀족파와 중도파 귀족들에게 명을 내려서 영지병을 무장 시키도록 조치했다.

제4세력의 귀족들은 이렇게 흩어져서는 반란군들에게 당한다는 걸 알고는 엘도라도로 향하려고 했지만, 반란군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다른 영지를 지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이동이 쉽지 않았다. 설사 용기를 내어 이동하더라도, 그것을 저지하려는 영지 간에 전투가 벌어졌다. 바렌 왕국에 본격적인 내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점점 시간이 흐르자 초조해진 제4세력의 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기에 준과 마법통신을 시도했다.

“예, 엘도라도의 통신을 맡고 있는 마법사 겔슨입니다. 그곳은 어디입니까?”

“예, 이곳은 왕국의 동부지역인 에르킨 남작령의 마법사 파브슨입니다.”

“예, 무슨 일로 통신을 시도하신 겁니까?”

“예, 저희 에르킨 남작님께서 프리맨 후작 각하께 마법통신을 원하고 계십니다.”

“아, 그러시다면 곧 후작 각하께 전달하겠습니다.”

잠시 후, 준이 마법통신구에 모습을 보였다.

“프리맨 후작이다. 에르킨 남작인가?”

“예, 그렇습니다. 후작 각하.”

“에르킨 남작령은 준비가 다 되었는가?”

“예, 모든 준비는 끝이 났지만 이동하려고 해도 이웃영지인 삭크 남작령에서 영지병을 동원하여 저지하는 상황이라 이동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내가 이동마법진으로 이곳 엘도라도까지 바로 이동되도록 해줄 테니 말일세.”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다네. 내일 오전에 내가 에르킨 남작령의 영주성으로 순간이동마법으로 이동할 테니, 그리 알고 자네는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영주성의 광장에 대기하기만 하면 되네. 알겠나?”

“예, 후작각하.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좋아, 내일 보세.”

마법통신이 끝나자 에르킨 남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동마법진을 이용한다면 아무런 피해 없이 바로 엘도라도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으음, 내일 아침에 영지민들이 전부 이동하려면 바쁘겠어. 당장 영주성 밖에 천막을 쳐서라도 준비해둬야겠군. 기사 헤롤드 있나?”

“예, 영주님. 여기 있습니다.”

“자네는 즉시 밖으로 나가서 영주성 밖에 천막을 치고 모든 영지민들을 대기시켜 놓도록 해.”

“예, 영주님.”

기사 헤롤드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즉시 밖으로 나갔다.

바렌 왕국의 제4세력은 수장인 준을 지지하면서 그의 후작영지인 엘도라도에 이동하려는 귀족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귀족들도 있었다.

귀족들은 자신의 영지를 버리고 프리맨 후작령의 밑으로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불안해 더욱 망설였다. 총 34명의 제4세력의 귀족들 중에서 16명의 귀족들은 남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은 준의 엘도라도로 이동하길 원했다.

나머지 18명의 제4세력 귀족들 중 15명이 남작이고, 나머지 3명은 자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었다. 가난한 영지의 남작들은 적극적으로 이동하길 희망했고, 남는 귀족들은 대부분 영지의 형편이 좋은 곳들이었다.

어쨌든 준은 마법통신으로 개별적으로 통신한 후 이주를 희망하는 귀족과 영지민들만 이동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이동 마법진이 새겨진 미스릴판으로 대규모의 인원들을 이동시키는 작업에 착수해 신속하게 그들을 전부 이동시켰다.

준이 이토록 서두르는 이유는 이미 내전이 시작되었고, 곧 대규모 전투가 곧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뉴 엘도라도 베일레 백작의 영주성은 본래 그라드의 데이비스 자작이 쓰던 영주성을 임시로 사용하게 되었다. 주위는 온통 평원이었지만, 영주성에서 약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작은 언덕이 하나 있었다.

그는 일단 그 언덕 위에 영주성을 축성하기로 결정하고는 대대적인 인력을 투입하여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기간은 2년으로 잡고, 일거리가 없어서 놀고 있는 영지민들을 모집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뉴 엘도라도에서 중요하다 생각되는 지점에도 영지병들이 주둔하게 될 성을 쌓았다. 그러자 무려 15곳이나 되었다.

탕탕, 뚝딱 뚝딱.

요란한 소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짐수레에 가득 실려 있는 각종 건축 자재를 근육질의 남자들이 필요한 곳에 날랐다. 일부는 돌을 잘게 부수고 있었으며, 어떤 이는 그것들을 수레에 실어서 한쪽으로 날랐다.

“어이, 이봐. 이쪽으로 가져와.”

“예, 갑니다. 가요.”

“그건 이쪽이 아니라 저쪽으로 가져가.”

“예, 알겠습니다.”

인부들은 작업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병력이 주둔하게 될 돌로 된 성을 짓는 것이다. 이런 곳이 뉴 엘도라도에는 무려 15곳이나 되었다.

뉴 엘도라도의 전신인 노바야 자작령의 인구를 조사해보니 영지민이 무려 52만 명이나 되었으나 영지병은 겨우 1만2천 6백 명이었다. 또한 그라드에도 영지병이 3만 명에 불과했지만 영지민은 무려 260만 명이나 되었다.

이것은 노예와 유민들을 전부 포함한 인구로, 그전까지만 해도 농노와 영지민, 자유민들만 인구에 포함되었으나 이제는 사람 취급도 받지 못했던 노예들까지 전부 계산한 것이었다.

베일레 백작은 노예들이나 유민들에게 베일레 백작은 파격적으로 5년간 공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면 노예에서 평민으로 신분이 수직상승할 수 있도록 행정을 개혁했다. 물론 공사에 참여해 일하면 일당도 받았다. 그렇기에 노예들과 유민들은 너도 나도 공사에 참여하려고 난리였다.

이렇게 노예와 유민을 포함해 넘쳐나는 영지민들이 있었기에 인력 동원은 걱정 없었으나 문제는 자금이었으나 베일레 백작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든든한 후원자인 아들, 준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와 동시에 준의 이동마법진으로 이동한 제4세력의 귀족 16명과, 이들이 데려온 영지민 25만은 새로 이주한 뉴 엘도라도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엘도라도에 이주하지 못한 것에 약간의 불만도 있었지만, 준과 베일레 백작의 설득으로 안심하게 되었다.

준과 베일레 백작은 뉴 엘도라도를 급격하게 발전시키기 위하여 3대 사업을 발표했다.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사업이지만 모두들 열렬히 환영했다.

뉴 엘도라도의 3대 사업 중 첫 번째 사업은 15곳의 돌성과 영주성을 신축하는 사업이었다. 하나의 성을 축성하는 것에도 자금과 인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기에 선뜻 꾀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준과 베일레 백작은 과감하게 시행했다.

안 그래도 일자리가 없어서 놀고 있던 영지민들은 갑작스럽게 생겨난 많은 일거리가 꿈만 같았다. 일을 하면 돈과 식사를 제공했기에 서로 하려고 난리였다.

이 축성사업 발표로 인해서 뉴 엘도라도는 활기차게 변했다.

두 번째 사업은 축성사업과 연계되는 사업이었다. 원활한 이동을 위하여 대대적인 도로를 정비하는 사업이었다. 그것에도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필요했지만, 두 가지 다 보유하고 있는 준으로서는 걱정이 없었다. 그리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인력 보급소라는 신설 업소가 생겨났다. 그곳에서 도로공사나 축성공사에 필요한 인력을 충당했다.

마지막 세 번째 사업은 바로 대대적인 영지병을 모집하는 사업이었다. 이미 바렌 왕국에는 반란군과 국왕파, 제4세력의 귀족들 간에 소규모 전투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뉴 엘도라도를 지키기 위해 대대적인 영지병을 모집했다.

영지병은 무려 50만 명이나 되었으며, 10만 명씩 5곳으로 나누어 신병훈련을 시행했다. 하지만 아직 신병훈련소 건물이 신축되지 못했기에 임시방편으로 막사를 설치해서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10만 명 규모의 신병훈련소를 5곳이나 설치하는 공사도 막대한 인력을 투입하자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었기에 걱정 없었다. 신병들을 훈련시킬 조교와 교관이 부족한 것이 문제였지만, 이를 위해서 엘도라도에 있는 신병훈련소 조교와 교관들이 대거 호출되었다.

이렇게 뉴 엘도라도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단기간에 가능했던 것은, 준과 베일레 백작이 엘도라도를 발전시키면서 생긴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막대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었다.

엘도라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과 도자기는 상선을 이용해 바렌 왕국의 북쪽 이웃 왕국인 딕손 왕국과 샬럿 왕국으로 항로를 통해 옮겨졌고, 무역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밀과 잡곡 등 식량과 철광석 같은 것을 실어서 들여왔다.

얼마 전부터는 무역량을 늘리기 위해 아래, 남쪽에 있는 미르비아 왕국과 르완 왕국, 로타스 왕국까지 무역 거래를 텄다. 그곳에도 역시 천일염과 도자기를 팔고, 식량과 영지병들이 사용할 무기류나 철광석 같은 것을 사서 싣고 돌아왔다.

뉴 엘도라도에도 해안과 맞닿아 있었기에 준과 베일레 백작은 천일염전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려면 앞으로 상선이 많이 필요할 것이므로 그들은 상선을 매입했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상선이 필요하게 될 것이므로 배를 만드는 조선소도 새로이 필요했다. 조선소가 소규모로 2곳 있었지만, 자금을 투입해 증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준은 베일레 백작과 의논해 부두를 새로 조성하고, 조선소를 엄청나게 증축했다. 이는 이전보다 수십 배나 될 정도로 큰 규모의 공사였다.

부두와 조선소가 완공되려면 3년은 있어야 되겠지만 현재 부두와 조선소 일부를 개방하여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단계별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바렌 왕국의 수도 까브.

수도 까브의 외성 밖에 엄청난 수의 무장한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족히 30만 명은 되어 보였다. 병사들의 눈빛이 날카로운 것이 군기가 확실히 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귀족파와 중도파가 연합한 반란세력으로, 새로운 왕조를 세우기 위해 아직 남아 있는 국왕파 귀족들과 제4세력의 귀족들을 처리하려는 것이었다.

얼마 전 이들은 수도 까브에 밀려들어와 국왕과 왕비, 왕자와 공주들까지 전 왕족들을 모두 제거했다. 여세를 몰아 수도 까브에 있는 국왕파까지도 대부분 제거할 수 있었지만, 아직도 지방에는 국왕파의 귀족들이 제법 남아 있었다.

특히 제4세력이라 알려진 프리맨 후작과 그를 지지하는 귀족들의 전력도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어서 섣불리 나서서 처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나마 제4세력의 34명 귀족들 중 절반이 넘는 18명의 귀족들이 그대로 영지에 남아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안도했다.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들의 병력을 정비할 필요성이 있었다.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서 긴급하게 소집된 병사들이다 보니 역시 짐작한 대로 수만 많았지 오합지졸(烏合之卒)에 불과했다.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은 차일 후작의 조언을 받아들여 병사들의 훈련을 강도 높게 실시했다. 그리하여 지난 석 달 동안에 병력을 끌어 모으고, 그들을 강도 높게 훈련시켰는데, 이는 무려 50만 명의 대병력이었다.

반란세력들은 남아 있는 국왕파와 제4세력의 귀족들을 남겨 두어서는 새로운 왕조가 출범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그들을 처리하려고 마음먹었다. 특히 프리맨 후작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차일 후작은 병사 30만 명을 이끌고 엘도라도를 점령하려고 출병하게 되었다.

차일 후작은 병사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을 보고는 흐뭇한 표정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