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68화 (16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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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마나스톤을 한 개 더 가지고 있던 궁정마법사 보덴은 그것을 이용해 나머지 사람들을 이동시켰고, 마지막은 자신과 남아 있던 자들이 이동했다. 물론 오크들의 추격을 염려해서 이동한 후 자동적으로 이동마법진이 사라지도록 조치해 두었다.

번쩍!

빛과 함께 마지막으로 궁정마법사 보덴이 사라지고 왕성의 지하에는 암흑만이 들어찼다.

몇 시간 후, 에르헤임의 내성을 점령한 오크들은 결국 왕성으로 까지 진군해왔다. 그러나 이미 왕성에 있던 자들은 모두 이동마법진으로 이동한 후였다.

드라비아 왕국의 북부와 에르헤임의 중부까지 오크들이 점령 했다. 이제 동부와 서부, 남부가 남아 있었지만 사실상 남부에만 병력이 있을 뿐 동부와 서부는 소규모의 영지병과 영지민이 있을 뿐이었다.

켈로 왕국의 동남부 쿠아바 자작의 영주성.

쿠아바 자작은 정신계 마법의 영향으로 마스터라는 자의 하수인이 되어 있었다. 또한 이곳은 켈로 왕국의 지방 영지 중에서도 낙후된 곳 중 한곳이었기에 중앙에서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 마스터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든 것이었다.

며칠 전 이곳에 암흑군대가 무려 5개 사단, 즉 5만 명이 영주성 앞에 나타나 군막을 설치하고, 주둔하기 시작했다.

암흑군대의 병사들은 기이하게도 전부 피부가 흑인처럼 검었다. 특수한 마법적인 약물의 작용 때문이었는데, 두 눈이 붉게 물들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포심이 일게 할 정도였다.

암흑군대는 모두 기병들이라 타는 말들까지 검은색이었다. 말들에게도 특수한 마법약물을 주입한 모양이다.

저벅, 저벅.

암흑동굴 속으로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신장이 2미터에 온몸이 근육질인 20대 초반의 남자였는데, 그는 마스터의 6번째 제자인 칼리였다. 바스타드 소드를 허리부분의 등 쪽에 매달고 있는 게 특이했다.

암흑동굴 끝에 도착한 칼리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마스터, 칼리입니다.”

“암흑군대는 쿠아바 자작의 영주성 앞에 주둔시켰느냐?”

“예, 마스터.”

“내가 지시했던 일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명하신대로 잘 처리했습니다.”

“큭큭큭, 좋아 아주 잘 처리했구나.”

“이제 마스터께서 암흑동굴만 나오시면 대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스터는 김준에게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이곳 암흑동굴 속에서 부상을 회복 중이었다. 암흑동굴 속에서 마스터가 부상을 회복해 나오면 직접 암흑군대를 지휘하게 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나가야지.”

우르르릉.

갑자기 암흑동굴이 지진이라도 만난 듯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천장에서는 흙과 돌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그그그긍.

이윽고 철문이 열리면서 지진이 멈추었다.

꿀꺽.

칼리는 긴장되는 마음에 침을 삼켰다.

저벅, 저벅.

조용한 동굴 속이라서 그런지 발소리가 무척 크게 들렸다. 마스터가 걸어 나오는 모양인데 동굴 속은 칠흑같이 어두워서 한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스윽.

드디어 마스터가 오랜 부상을 치료하고 칼리 앞에 모습을 보였다.

“허억, 마…마스터!”

칼리는 마스터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사이 마스터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많이 변해 있었다.

2미터에 육박하는 신장에 옷을 걸치지 않은 나체였는데, 해골에 가죽만 걸쳐 놓은 것 같이 깡말라 있었다. 머리카락은 백발이었으며, 눈썹에도 서리가 내린 듯했다. 다만 두 눈만큼은 루비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 안광이 예전보다 강렬해 마주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마스터, 더욱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큭큭큭, 그렇다. 부상만 치료한 것이 아니라 금지된 마법을 익혔기에 예전보다 3배는 더 강해졌다.”

“마스터, 대공을 축하드리옵니다.”

마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칼리는 뒤이어 준비해온 은색 로브를 직접 마스터에게 걸쳐 주었다.

“칼리, 가자.”

“예, 마스터.”

마스터가 앞장서서 암흑동굴을 나가자 그 뒤를 칼리가 뒤따르면서 생각했다.

‘흐흐흐, 마스터가 나선 이상 이제 암흑군대로 켈로 왕국을 무너뜨리고, 왕국을 건국하려는 대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

번쩍!

빛과 함께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마스터와 칼리가 순간 나타났다. 쿠아바 자작의 영주성 앞에 있는 연단이었다. 텔레포트 마법으로 순간이동해온 것이다. 그들의 앞에는 암흑군대가 바둑판의 선들처럼 잘 늘어서 있었다.

마스터의 곁으로 그의 제자 두 명이 다가왔다. 하나는 마스터의 둘째제자인 스톡이었다. 그는 어둠의 마법을 익히고 있으며, 7서클 마법사였다. 그의 옆에 있는 것은 소드 마스터에 올라 있는 레드 데빌이었다.

“칼리, 비에드와 브라이언, 메데인은 언제 온다고 하더냐?”

“사형들은 10일 이내로 올 것이라 했습니다.”

“으음, 하긴 보급품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으니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겠지.”

“그렇습니다. 마스터.”

“켈로 왕국군 20만이 드라비아 왕국에 파병된 것이 확실한 것이냐?”

“예, 저의 두 눈으로 확인한 일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좋아, 그럼 켈로 왕국군은 겨우 10만 뿐이겠구나.”

“예, 마스터. 이제 켈로 왕국의 정규군은 10만 뿐이며, 징집해도 시간이 없어서 20만을 동원하면 그나마 잘하는 겁니다.”

“하하하하! 좋아. 자랑스러운 나의 암흑군대라면 켈로 왕국의 왕궁까지 한 달 정도면 충분하게 점령할 수 있을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스터.”

마스터와 제자들이 인정할 만큼 암흑군대는 한 명 한 명이 보통의 병사들이 아니었다.

마법약물의 도움을 받은 병사들이라 부상을 당해도 금방 상처가 회복된다. 또한 두려움을 모르기에 무조건 공격을 할 것이고, 그만큼 상대방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는 암흑군대였다.

“스톡.”

“예, 마스터.”

“너는 암흑군대의 선봉을 맡을 제1사단을 지휘하거라.”

“예, 마스터.”

“레드 데빌은 제2사단을, 칼리는 제3사단을 각각 맡긴다.”

“예, 마스터.”

“감사합니다. 마스터.”

레드 데빌과 칼리가 대답하자 마스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렸다.

“나는 제4사단과 제5사단을 맡아 지휘할 것이다. 제1사단부터 진군을 시작하라.”

“예, 마스터. 진군의 북소리를 울려라!”

둥둥둥둥!

북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두두두두.

말들이 일제히 땅을 힘차게 말발굽으로 찍으면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암흑군대의 제1사단이 드디어 진군을 시작했다. 나머지 암흑군대의 각 사단은 순차적으로 출발했다.

켈로 왕국은 이런 상황도 모르고 있었기에 무방비 상태였다.

모르칸 제국의 남부 루오 남작령.

제국군 400만이 군막을 설치하고, 주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 제국군은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군단별로 병사들이 전열을 정비 중이었다. 그 사이로 아놀드와 각 군단장들이 걸어 나와 각각 자신들의 말에 올랐다.

“브랑 2군단장.”

“예, 총사령관님.”

“2군단은 즉시 진군을 시작하라.”

“예, 알겠습니다.”

브랑 백작은 귀족파의 아르크 공작이 추천한 인물로 이번에 2군단장에 임명되었다. 그는 총사령관 아놀드 대공의 진군 명령에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신의 2군단으로 이동했다.

뿌우우우우!

고동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저벅, 저벅.

모르칸 제국의 2군단이 드디어 진군을 시작했다.

제국군은 만 명으로 이루어진 부대를 만인대장이 지휘하는데, 각 군단은 100개의 부대, 즉 100만 명의 병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디 숲 앞에서 방향을 틀어 버크왕국의 국경으로 향할 예정이다.

“헤브런 3군단장의 3군단도 즉시 진군하라.”

“예, 총사령관님.”

아놀드 대공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헤브런 3군단장은 자신의 3군단으로 말을 타고 달려갔다.

헤브런 백작은 중도파의 코코스 공작이 추천한 인물로, 이번에 3군단장에 임명되었다. 3군단은 우디 숲으로 진군해 오크 왕국을 쳐부수고, 계속 진군해 드라비아 왕국을 침공할 계획이었다. 그렇기에 3군단은 사실상 선봉군단이었다.

100만의 대군이라서 그런지 진군하는 데에도 무척 시간이 많이 걸렸다.

3군단은 그렇게 진군을 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1군단과 4군단은 본진으로 아놀드 대공이 총사령관으로 직접 이들을 지휘한다. 그리고 1군단장인 데라치 백작과 4군단장인 허드슨 백작은 아놀드 대공의 좌우에서 보조할 것이었다.

이렇게 제국군의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되었고, 그렇게 마케리안 대륙에는 역사상 가장 치열하다 알려지게 될 전쟁의 짙은 피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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