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67화 (167/284)

0167 / 0284 ----------------------------------------------

제6권  엘도라도

스윽.

김준이 이번에는 마법주머니 속에서 특이한 것을 꺼냈다. 그것은 금속으로 만든 것으로 휘어져 있었는데 바로 은빛이 번뜩이는 부메랑이었다.

부메랑 표면 곳곳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김준은 ‘지옥의 호곡성’이라 명명했다. 즉, 지옥에서 소리를 내어 슬피 우는 울음소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을 만큼 부메랑은 상대방에게 공포를 주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슈아아앙!

김준은 부메랑에 내력을 불어 넣고는 튕기듯 날렸다.

끼아아아아!

그러자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음파가 부메랑의 표면에 뚫려 있는 구멍 속에서 흘러나오면서 하늘을 날아 선회했다.

푸화확!

“크억!”

“제, 제발 살려줘… 아악!”

그와 동시에 영지병들의 양쪽 귀와 두 눈, 콧구멍, 입에서 검붉은 피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단 한 번 그들의 앞으로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지독한 고통에 못 참아 울부짖는 그들의 비명소리는 지옥의 호곡성을 방불케 했다.

김준과 기병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던 영지병들까지도 모두 부메랑의 강력한 기운에 휩쓸리면서 똑같은 상황을 맞이했다. 바로 진정한 지옥의 공포가 시작된 것이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처참한 광경에 데이비스 자작까지도 부메랑의 영향권에 휩쓸리면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휘리릭, 처척.

이윽고 되돌아온 부메랑을 집어든 김준은 그것을 마법주머니 속에 넣고는 외쳤다.

“기병들은 저들을 전부 죽여라.”

“예, 영주님.”

그 말에 기사 네온은 즉시 대답했다. 데이비스 자작을 비롯해 영지병들은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지만 용서할 마음이 없었던 김준은 기병들에게 잔인한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영주의 명령은 곧 법이었기에 기사 네온과 기병들은 절대로 거부할 수 없었다.

“와아아아!”

잠시 후 함성을 지르더니 기병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영지병들을 검으로 베어버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방적인 도륙이었다.

바로 그때 성 안쪽에서 무장한 영지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로 집사가 대기시켜놓은 영지병들이었다.

채채챙, 파팍.

영지병들과 김준의 기병들이 서로 뒤섞이면서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한편 집사는 즉시 멍하게 서 있는 데이비스 자작을 호위하면서 물러났다.

“데이비스 자작이 도망친다! 잡아라!”

그에 10여 명의 기병들이 잡으러 갔지만 그들의 앞을 영지병들이 가로막았다. 물론 이들보다 기병들의 실력이 더 뛰어났지만 몇 배나 많은 영지병들이라 포위망을 뚫기가 힘들었다.

때문에 마법의 방어막 밖으로 나가서 그라드 영지병들과 싸우던 기병 150명 중 대부분이 쓰러졌다. 단지 기사 네온과 기병 10여 명만이 마법의 방어막으로 간신히 되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김준이 펼쳐놓았던 마법의 방어막에는 기병이 불과 60명 정도뿐이었다. 이에 짜증이 치민 김준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동원했다. 그는 마법주머니 속에서 보석 상자를 하나 꺼냈다.

“이놈들만큼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오너라, 헬바바여.”

헬바바. 예전에 오크왕 쿠퍼와 싸울 때 동원하고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스스스.

그러자 깊은 수면에 빠져 있던 헬바바가 김준의 소환에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헬바바여, 2세들과 함께 눈에 보이는 자들을 전부 잡아먹어도 좋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헬바바의 두 눈이 번뜩이자 어느새 헬바바 2세 100마리가 나타나 있었다.

헬바바는 키메라를 제조하다가 실패로써 탄생한 마법의 몬스터로 아주 무서운 놈이었다. 신장은 2미터에 불과하지만 오우거처럼 강인한 육체에 트롤의 재생력을 가졌고, 얼굴은 늑대와 비슷했다. 두 개의 팔과는 별도로 몸통에 히드라처럼 독을 가진 촉수가 4개나 돋아나 있었다. 거기다 인간처럼 직립보행을 하며, 등에는 날개까지 있어서 하늘을 날 수도 있었다.

“우왁! 괴물이다!”

“괴물을 죽여라!”

무시무시한 헬바바의 모습에 백인대장의 공격명령에 영지병들이 달려와 공격을 퍼부었지만 소용없는 짓에 불과했다.

“크악! 살려줘.”

그들은 헬바바를 죽이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잡아먹히기 시작했다.

영지병들이 창을 찔러도 피부를 뚫고 잘 들어가지도 않았으며, 설사 상처를 입혔다고 해도 트롤처럼 순식간에 재생력으로 상처를 회복해버렸다.

마법의 방어막 속에서 이를 지켜보던 기병들은 영지병들이 저항을 했지만 소용없고, 오히려 헬바바의 먹이에 불과한 모습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수백 명이나 되던 영지병들이 헬바바에게 잡아먹혀 보이지 않았다. 헬바바들이 영지병 한 명을 잡아먹는 시간이 불과 1분도 안 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잡아먹을 수 있는지 불가사의할 정도였다.

어쨌든 얼마 지나지 않아 영주성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곤 김준과 기병들이 전부였다. 데이비스 자작을 비롯해 그라드 영지병들이 전부 헬바바의 먹이가 되어 사라진 것이었다.

허망한 데이비스 자작의 최후였다.

드라비아 왕국의 에르헤임의 내성.

오크 마법병단 소속의 오크 마법사들이 잠시 전에 일제히 화염계 마법인 파이어볼을 내성을 향해 날렸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인해 내성 곳곳이 불길이 거세게 치솟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외성이 오크들에게 함락당하고 후퇴한 이들은 결국 최후의 방어선인 내성에 모여 저항하고 있었다.

슈슈슈슝.

투석기에서 발사된 돌덩이가 내성에 날아들었다.

“으악!”

“커억!”

그로 인해 돌덩이에 맞은 병사는 비명을 지르면서 그대로 고꾸라졌다. 내성벽은 투석기의 집중적인 몰매를 맞고 있었기에 방어력이 현저하게 떨어져갔다.

쿠르르르.

그리고 이때 오크의 이동 공성탑이 내성으로 접근 중이었다.

무력이나 공성무기, 그 밖의 모든 것에서 오크들에 비해 드라비아 왕국군과 파병되어 온 페드린 왕국군의 열세였다. 마법사도 겨우 30명 정도였지만 오크 마법병단 소속의 오크 마법사들은 무려 천 마리가 넘었다.

이들은 시간차 공격으로 파이어볼을 마구 내성으로 쏘아 보내자 피해가 커지기 시작했다.

오크 진영은 공격이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공성무기인 투석기와 발리스타도 있었으며, 이동 공성탑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이미 한 번 선보인 하늘을 나는 거대한 괴물도 있었다.

양측은 서로 치열하게 싸웠기에 엄청난 피해를 보았지만 전투는 점점 오크의 승리로 기울기 시작했다.

콰쾅!

오크의 충차가 드디어 내성문을 박살내버렸다. 그것이 오크들의 승리를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와아아아!”

그와 동시에 함성을 지르면서 오크 전사들이 박살난 내성문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자 내성 문의 병사들은 밀려드는 오크들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서 싸웠다.

한편 드라비아 왕국의 리브빌 국왕은 바르빌 공작의 보고에 절망했다.

“전하, 내성문이 조금 전에 오크들의 충차에 의해 박살나 버렸습니다.”

“뭐요? 내성문이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이제 이곳까지 오크들이 쳐들어오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그러니 속히 이곳을 빠져나가셔야만 후일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정규병 15만과 징집된 병사 50만, 30만의 페드린 왕국군은 대체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수적인 면에서는 저희들이 약간 우세한 상황이었지만 오크들의 무력이 더 높고 공성무기 등 각종 보급 면에서도 우리가 밀리는 바람에…….”

“으음, 그럼 이제 어디로 피해야 한단 말인가?”

“켈로 왕국군 20만과 러셀 왕국군 15만이 에르헤임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데, 이들의 현재 위치가 타르크 직할령 부근이니 그곳으로 피신하시어 그들과 합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리브빌 국왕과 귀족들은 모두 침통한 분위기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바르빌 공작은 독촉했다.

“전하,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서두르셔야 합니다.”

“으음, 알았네. 바르빌 공작.”

드라비아 왕국의 에르헤임의 내성에는 고위 귀족들의 저택과 왕성이 있었다. 지금 리브빌 국왕과 고위 귀족들은 전부 왕성에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바르빌 공작의 조언대로 신속하게 왕성의 지하로 이동했다.

왕성의 지하의 바닥에는 지름이 25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이동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국왕과 왕족이 위험에 처하면 신속하게 피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것이었다. 궁정마법사인 7서클 유저 보덴이 옆에서 국왕을 도울 것이었다.

“보덴 경, 경의 손에 전하의 안위가 달려 있소.”

“잘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혹시 모르니 타르크 직할령의 덴버 자작과 마법통신을 시도해보시오.”

“예, 당장 통신을 시도해보겠습니다.”

보덴은 즉시 마법통신구를 꺼내 주문을 중얼거렸다.

스스스스.

그러자 마법통신구 속에 덴버 자작의 상체 모습이 나타났다.

“아니, 보덴님이 어쩐 일입니까?”

“덴버 자작, 타르크는 이상이 없소?”

“예, 이곳은 조용합니다만 오늘 오전에 켈로 왕국군 20만과 러셀 왕국군 15만이 들어와 임시 주둔하고 있습니다.”

“그게 정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그들은 내일 오전에 이곳을 출발할 것이라 합니다.”

“덴버 자작, 잘 들으시오. 에르헤임의 외성이 조금 전 오크들에게 함락되었소.”

“예?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조금 전에 에르헤임의 외성이 오크들에게 함락되었다 했소이다.”

“제가 알기로는 수도에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병사들을 제외 하더라도 30만의 페드린 왕국군이 합류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들로도 오크를 막지 못했단 말입니까?”

“으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렇게 되었소이다. 이 상태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성까지 오크들에게 점령당할 수도 있소. 특히 내성 안에는 왕성도 있으니 궁왕전하의 안위가 걱정이오.”

“이렇게 연락한 것이 그, 그럼?”

“짐작한 대로요. 궁왕전하의 안전을 위해 이동마법진으로 그곳으로 이동하려고 하오.”

“알겠습니다. 여긴 아직까지 안전하니 신속하게 처리해주십시오.”

“알겠소이다. 그럼 국왕 친위대원들부터 이동마법진으로 이동시키겠소.”

“예, 알겠습니다.”

스스스스.

마법통신구에서 덴버 자작의 모습이 사라졌다.

“전하, 덴버 자작의 말대로 타르크 직할령은 안전하다고 판단됩니다.”

“으음, 나도 들었다. 서둘러 그곳으로 이동하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궁정마법사 보덴은 상급의 마나스톤을 2개나 보유하고 있었기에 이동마법진도 여러 번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보덴은 룬문자와 기이한 도형이 많이 그려진 이동마법진의 한곳에 마나스톤을 하나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가 주문을 중얼거리자 그림에 덧칠을 하는 것처럼 이동마법진에서 빛이 일어나면서 마법진을 한 번 더 그렸고, 그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자, 이제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국왕 친위대원 200명부터 이동시킬 테니 속히 이동마법진 위로 올라서시오.”

“예, 알겠습니다. 서둘러라!”

국왕 친위대원들은 신속하게 이동마법진 위에 섰다.

번쩍!

눈부시게 밝은 빛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는데, 동시에 이동마법진 위에 서 있던 국왕 친위대원들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마법이 성공하자 이번에는 리브빌 국왕과 왕비, 왕자와 공주 등 왕족과 고위 귀족들이 함께 이동했다. 다음으로 남아 있던 귀족들과 왕성에 있는 시종과, 시녀들이 이동했다.

이제 겨우 세 번 사용했을 뿐인데 마나스톤에 응축되어 있던 마나가 고갈되었다. 그만큼 이동마법진을 사용하는 데는 마나가 엄청나게 소비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채워지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마나가 고갈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