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65화 (16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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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슈가가각.

“크억!”

“아아악!”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그렇게 어세신들은 칼질 한 번에 가슴에 피를 흘리거나 목이 잘리면서 쓰러졌다.

한편 구경하던 기병들은 헌트의 활약상을 보고는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 평소 헌트가 신병 훈련소에서 검술교관으로 활약하고 있었기에 검술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역시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글리아나가 헌트에게 명령을 내렸다.

“헌트 경, 저들의 정체를 알아보아야 하니 한 명 정도는 살려두세요.”

“예, 알겠습니다.”

“쩝, 너무 아쉬워.”

한편 하그리도 검술을 펼치고 싶었지만 헌트가 혼자서 다 처리해버리니 그저 구경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헌트가 계속해서 대륙의 3대 검술 중 하나인 번개의 검술을 마음껏 펼치자 어세신들은 피를 흘리면서 쓰러지기 바빴다.

그 바람에 어세신 대장과 부관은 연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하들이 헌트의 칼질 한 번에 우수수 쓰러져버리는 바람에 몇 분 지나지 않아 결국 어세신 대장과 부관만 남게 되었다.

“으으… 이건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나름대로 훈련을 혹독하게 받았던 수하들이었다. 그런데 제대로 방어 한 번, 아니 공격 한 번 못 해보고 쓰러져버리다니.

“대장님, 이건 현실이 아닌 꿈입니다, 꿈…….”

부관이 그렇게 말했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모든 것이 현실 이라는 걸 대장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때 헌트가 나직이 물었다.

“너희들은 어세신들이냐? 누가 의뢰했느냐?”

“아실 텐데, 우리들은 절대로 의뢰자를 밝히지 않소이다.”

“바른대로 말하거라, 그럼 살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에 어세신 대장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관은 살고 싶었는지 눈치를 보았다.

“개죽음을 당하기보다는 그래도 사는 게 좋지 않느냐? 어서 말해라.”

“으으… 우리는… 크아악!”

이때 부관이 의뢰자를 말하려 하자 어세신 대장이 롱소드로 그를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으… 왜 나를…….”

“신의가 없는 자는 죽어야 해.”

“으으… 젠장…….”

털썩.

부관은 억울한지 눈을 뜬 채 고꾸라졌다.

“으음, 부관까지 죽이는 걸로 보아 대답하기 싫은가 보구나.”

“…그, 그게 아닙니다.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뭐? 그럼 수하를 왜 죽인 것이나?”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은 게 좋습니다.”

“으음… 좋다, 말해보거라.”

“차일 후작의 차남… 다비든이 저희를 의뢰했습니다.”

“으음, 그가 후작부인을 납치해오라 했느냐?”

“예, 어차피 후작님은 소드 마스터라 저희들이 상대할 수 없는 분이시기에 후작부인이라도 납치하라 했습니다.”

“하하하하, 정말 웃기는구나.”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불쌍한 놈, 후작부인 역시 소드 마스터이시니라.”

“그, 그럴 리가…….”

그 순간!

퍼억!

“커억, 왜… 살려주신다고 했지 않았습니까…….”

어세신 대장의 가슴에는 한 발의 화살이 날아와 심장에 박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흠… 나는 너를 살려준다고 했으나, 나의 동료들은 널 살리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구나.”

“이, 이이… 크억!”

털썩.

이윽고 어세신 대장이 죽자 기병들은 말에서 내려 죽은 어세신들을 한곳에 모았다. 그러자 글리아나 화염계 마법을 펼쳐 시신을 불태웠다. 그냥 땅속에 묻거나 방치하면 몬스터의 먹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시신이 다 타고 불길이 줄어들자 글리아나는 마력을 일으켜 공기 속에 분포되어 있는 수분을 강제로 끌어당겨 모은 뒤 불길에 뿌렸다.

치이이이.

그러자 흰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불은 금방 꺼져버렸다.

“이제 가요.”

“예, 주모님. 가자!”

“예, 알겠습니다.”

헌트가 외치자 이들은 일제히 말을 타고 달려 그곳에서 사라졌다.

드라비아 왕국의 에르헤임.

외성벽이 투석기에서 쏘아진 돌덩이에 맞아 여기저기 금이 가고 성벽 일부는 아예 떨어져나가 있었다. 이것만 보아도 얼마나 전투가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를 맞고 있었는데. 드라비아 왕국군과 파병된 30만 페드린 왕국군은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크들이 다시 공격해온다!”

“오크다, 오크들이 몰려온다!”

바로 그때 성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병사들의 외침에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앉아 있던 병사들이 지친 몸으로 각자의 무기를 들고 성벽으로 몰려들었다.

쿠르르르.

전열을 정비한 오크 전사들은 줄을 맞춰 성벽을 향해 진군해 오고 있었으며, 이들의 대형 중간 중간에 있는 이동 공성탑이 역시 무서운 기세로 다가왔다.

이동 공성탑은 높이가 20미터 정도로 높았는데 그곳에는 무장한 오크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보통의 오크들보다 훨씬 몸집이 크고 근육질의 힘이 센 그들은 공성탑에 부착되어 있는 손잡이를 잡고 바퀴를 밀고 있었다.

이동 공성탑에는 오크 마법사들 역시 타고 있었다. 그것은 번에야말로 외성을 꼭 점령하겠다는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의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때였다.

쿠워어어어.

하늘에서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거대한 뭔가가 20마리나 날아왔다. 그에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은 깜짝 놀라면서 외쳤다.

“허억! 저, 저게 뭐야?”

“괴물이다! 피해!”

하늘 저편에서 날아온 것은 처음 보는 몬스터로 무척 특이하게 생겼는데, 몸집은 4미터가 넘어 보였고 양쪽 날개는 무려 20미터나 되었다. 머리는 두 개였는데 악어의 머리처럼 생겼고, 날카로운 이빨과 비늘, 꼬리가 있었으며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나 있는 발이 네 개나 되었다.

오크왕 쿠퍼가 마법약물을 이용해 탄생시킨 생명체 키메라와는 조금 달랐다. 때문에 이 하늘을 나는 괴물들은 마법으로 탄생된 돌연변이라 생각하면 되었다.

콰지직.

괴물은 빠르게 하늘을 날아와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을 공격했고, 거대한 입으로 병사들을 물어 죽였다. 그리고 4개의 발로 병사들을 움켜쥐고는 하늘로 날아올라 그들을 떨어뜨려 죽였다.

이렇듯 생긴 것은 괴물인데 머리는 무척 영리했다. 거기다 화살을 쏘아도 빠르게 하늘을 날아다니기에 잘 맞지 않았다. 설사 화살이 맞더라도 피부가 질기고 두꺼워서 화살이 살 속으로 파고들지 못 했고, 피부에 생체기를 내는 정도로 그쳤기에 공격이 잘 통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 괴물들을 죽이려면 투석기나 발리스타가 아니고선 어려워 보였다.

어쨌든 하늘을 나는 괴물 20마리로 인해 병사들의 사기는 추락했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땅에서는 오크 전사들이 성벽에 도달해 치열한 전투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오늘은 꼭 외성을 함락시키겠다는 의지가 있어서인지 오크 진영은 충차를 3대나 출동시켰고, 투석기와 발리스타도 마음껏 퍼부었다. 또한 이동 공성탑이 외성벽에 접근하자 이내 공성 사다리가 펼쳐지며 오크 전사들이 우르르 성벽 위로 넘어갔다.

쾅!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의 충차가 외성문과 충돌했다. 성벽이 흔들거릴 정도의 충격! 하지만 아직은 전과 마찬가지로 잘 버티고 있었다.

“괴물을 향해 화살을 쏘아라!”

“기름을 부어라!”

한편 천인대장과 백인대장들이 목이 쉬도록 병사들을 다그쳤지 전세는 점점 불리해져만 갔다. 그만큼 오크들의 공격은 매서웠다.

오크 전사들과 병사들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면서 엄청난 희생자가 생겼다. 그러나 서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전투는 점점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콰쾅!

그에 결국 굉음이 터지며 외성문이 금이 쩌억 가더니 결국 깨졌다.

“취익, 성문이 깨어졌다!”

“와아아아!”

그 모습에 기뻐하며 오크 전사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성문이 깨어졌다! 큰일이다!”

“성문을 사수해야 한다! 막아라!”

이들을 병사들이 달려가 막아보려고 했지만 이미 막기에는 늦었다.

성문으로 들어온 오크 전사들은 성벽 위로 올라와 병사들을 하나 둘 죽여 나가기 시작했고 이동 공성탑에서 서로 연결된 공성 사다리로도 오크 전사들이 건너왔다. 이때 하늘을 날아다니던 괴물 몇 마리가 투석기나 발리스타에 의해 추락했다. 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것들은 계속 병사들을 공격했다.

뿌우우우!

잠시 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울려 퍼진 고동소리. 그것은 후퇴하라는 신호였다.

“후퇴하라, 후퇴!”

“여길 벗어나야 한다! 서둘러!”

우르르.

그 소리에 병사들은 신속하게 후퇴하기 시작했지만 오크 전사들은 집요할 정도로 그들을 따라붙으며 계속해서 병사들을 죽여 나갔다.

주위는 지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온통 피를 흘리고 쓰러진 병사들과 오크 전사들의 시신으로 가득했고 여기저기서 고통을 못 참아 울부짖는 병사들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오크 전사들은 해머나 도끼, 검으로 그런 병사들을 조금도 인정을 두지 않고 내리쳐 죽였다. 오크들에게 부상을 입은 병사들은 필요가 없었다. 또한 설사 부상을 입지 않은 병사들이라고 해도 오크들에게 포로란 먹이에 불과했다.

오크들이 점령한 외성 곳곳은 거센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이로써 드라비아 왕국의 에르헤임 외성은 오크들에게 함락되고 말았다.

두두두두.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한 무리가 이동 중이었다. 이들은 김준 일행으로 노바야 자작령을 완벽하게 장악하고는 이제 국왕의 직할 영지인 그라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김준의 연락을 받고 엘도라도에서는 행정관과 행정원들이 20명이나 파견되었으며, 기사 10명은 무장한 2만의 병사를 이끌고 왔다.

김준은 이들을 적정한 자리에 배치시키며 행정력과 군사력을 완전히 장악했는데, 이들은 김준의 명으로 노바야 자작령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었다.

또한 영지민들과 유민들은 대거 먼저 엘도라도에 보내져 그곳에서 적응 교육을 받게 될 것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느냐?”

“아, 별것 아닙니다. 노바야 자작령에서 처리한 일들을 잠시 떠올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냐? 곧 그라드에 들어설 텐데 걱정은 없느냐?”

“걱정할 게 있겠습니까?”

“아들아, 그라드는 노바야 자작령보다 3배 정도 큰 곳으로 120만 명이 넘게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거기다 땅이 넓고 영지민들이 많아서 통솔하기가 그리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마음 놓고 있을 일은 아닌 듯한데… 어쩌면 그곳에 반란군들이 들이닥쳤을지 모른다.”

“설사 그렇더라도 전 걱정하지 않습니다, 반하는 세력은 제거하면 되니 말입니다.”

“하긴, 너의 검술을 누가 당하겠느냐?”

“하하. 아버지께서도 이제 검술 실력이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이게 다 네 덕분이다.”

“조금만 더 수련하신다면 반드시 소드 마스터에 오르실 겁니다.”

“말이라도 고맙구나.”

“지금은 바빠서 힘들지만 조금 한가해지면 제가 옆에서 돕겠습니다.”

“고맙다, 아들아.”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마침내 김준 일행은 드디어 국왕의 직할 영지인 그라드에 들어섰다.

마차가 동시에 3대 정도는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은 넓었다. 거기다 작은 돌멩이와 구덩이도 없이 잘 닦여져 있었다. 그리고 길 양쪽으로는 밭이 잘 조성되어 있어 노바야 자작령보다는 훨씬 살기 좋은 곳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김준의 생각과는 달리 농노들의 삶이란 게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다른 영지보다는 배고픔이 덜하다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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