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63화 (163/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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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대장님, 보십시오.”

“으음, 자칫 우리가 저 꼴이 될 뻔했어. 으음, 역시 부관의 판단이 옳았어. 자네의 말대로 낮에 기습공격을 하는 것이 훨씬 좋을 거란 판단이 드네. 그럼 내일 낮에 기회를 보아 후작부인을 사로잡는다.”

“예, 대장님.”

“자, 오늘은 일단 돌아가자.”

“예, 알겠습니다.”

사사삭, 사삭.

어세신들은 일절 소리를 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어둠에 동화되듯 사라졌다.

드라비아 왕국의 에르헤임.

훈련된 15만 명의 병력이 외성에 배치가 되었고, 강제 징집된 신병이 무려 40만 명이나 되었다. 물론 이들은 제대로 훈련이 안 된 신병들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편 페드린 왕국군 30만 명도 이미 에르헤임의 외성으로 들어와 배치되어 있었고, 켈로 왕국군 20만 명과 러셀 왕국군 15만 명은 하루 정도의 거리차이를 보이면서 지금도 에르헤임을 향해 진군 중이었다.

쿵쿵쿵쿵!

이윽고 지축이 흔들리면서 북쪽에서 오크 선봉부대가 진군해왔다. 그들은 30개 부대가 지원되는 바람에 60개 부대가 되어 지평선은 온통 오크들로 가득 찼다.

휘이이이~.

바람이 불어와 저편으로 사라지자 30미터 높이의 지휘 공성탑 위에 설치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있던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은 잠시 에르헤임의 외성을 바라보았다.

스윽.

그러다 양손을 치켜들고는 크게 외쳤다.

“취익… 오크 전사들이여, 공격하라!”

둥둥둥둥.

그러자 북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따굉음을 내면서 이동 공성탑 30기가 이동을 시작했다. 또한 충차도 성문을 향해 뛰어나갔다. 이로써 본격적인 에르헤임 공략이 시작된 것이다.

“오크들이 몰려온다!”

“발리스타와 투석기로 공격하라!”

투투투퉁.

그에 거대한 화살과 투석기에서 발사된 돌덩이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진군해오고 있는 오크 전사들 진영에 떨어졌다.

콰쾅.

“쿠억!”

그리고 성벽 위에 갑자기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100명이나 나타나더니 마법을 캐스팅했다.

“파이어볼.”

슈슈슝.

그러자 백여 개의 불길이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오크 진영으로 날아갔고, 당황한 오크 방패병들은 즉시 손에 들고 있던 방패를 들어 방어했다.

콰콰쾅!

“크아악!”

그로 인해 쇠방패에 불덩이가 부딪히면서 폭발했지만 방패는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만 불덩이가 박살나면서 주위로 흩어져 불이 옮겨 붙었다.

치이이이.

“으아악!”

그 결과 일부 오크들은 피부가 타들어가는 화상을 입어 괴로워했다.

“마법사들은 즉시 공성탑을 공격해!”

“오크의 공성탑을 공격하라!”

슈슈슈슝.

화르르르.

바로 그때 진군해 오고 있는 오크의 공성탑에도 파이어볼이 적중되어 불길이 치솟았다.

“케에엑!”

그 바람에 비명을 지르면서 오크들이 우르르 공성탑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외성벽까지 접근한 오크들은 어느새 공성사다리를 걸고 성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미리 대비하고 있던 성벽 위의 병사들은 사다리를 끊거나 화살을 쏘아 올라오는 오크들을 떨어뜨렸다.

그사이 이동 공성탑은 마침내 성벽 가까이 접근했고 이내 사다리가 펼쳐지며 오크 전사들이 성벽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오크들이 건너온다! 막아라!”

“화살을 쏘아라!”

천인대장이나 백인대장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오크들은 너무나 많아 제압이 쉽지 않았다.

힘이나 무력에서 앞서는 오크 전사들은 병사들을 마음껏 베어 넘기면서 성벽을 장악하려고 노력했다.

쿠앙!

그와 동시에 충차가 외성문을 파괴하기 위해 성문에 부딪혔지만 쇠를 덧대어놓은 덕분에 흔들거리기만 할 뿐 아직은 잘 버티고 있었다.

“충차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기름을 부어라. 어서!”

“기름을 부어라!”

주르륵.

바로 이때 뜨거운 기름이 충차에 쏟아 부어졌고 펄펄 끓는 기름을 뒤집어쓴 오크들은 화상을 입고 괴로워했다. 이렇듯 병사들의 저항이 심했기에 이 상태로는 성을 점령하기가 무리였다.

그러나 오크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번에는 짐수레를 이끌고 성벽으로 접근하면서 싣고 온 자루를 성벽 앞에 쌓기 시작했다. 자루에는 흙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 성벽을 넘기 쉽도록 하기 위한 조치인 듯했다.

자루를 쌓는 오크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크 방패병들이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주었다. 또한 오크 마법병단 역시 마법을 이용해 흙이 든 자루를 공중으로 띄워 성벽 앞에 쌓았고, 일부는 파이어볼이나 매직 미사일을 형성해 성을 향해 발사했다.

슈슈슈슝.

콰콰쾅.

“크악!”

아아악!”

역시나 마법공격은 위력이 강했다. 성벽 위에서 오크들을 공격하던 병사들이 쓰러지거나 성벽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곧 그 빈자리에는 다른 병사들로 채워졌다.

그렇게 해가 지도록 양측이 치열하게 싸웠지만 1차 공격은 결국 오크의 실패로 끝이 났다. 그만큼 저항이 강했던 것이다.

오크 선봉부대는 어차피 한 번에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일단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

“오크들이 물러난다! 우리가 이겼다!”

“오크 놈들, 다음에 오면 다 죽여 버리고 말겠다!”

얼마 후, 안전한 거리까지 물러난 오크들은 전열을 정비한 후 휴식을 취했고 식사가 배급되자 그것을 먹으면서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에르헤임 외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물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고는 이윽고 배급된 빵과 스프를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모르칸 제국의 남부 루오 남작령.

영지병을 만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그곳에는 국경에 축성된 시온 성이 있었다. 하지만 루오 남작이 관리하지 못하고, 전략적인 곳이라는 이유로 제국 중앙에서 직접 관리를 했다.

한편 국경 너머는 드라비아 왕국령으로 우디 숲과 호르디오 남작령이 있었는데, 그곳은 지금 오크들에게 점령당해 폐허가 된 상태였다. 호르디오 남작령의 서쪽, 즉 모르칸 제국 남서쪽으로는 버크 왕국과 국경이 있었고 버크 왕국 옆으로는 노스 왕국의 국경이 있었다.

쿵쿵쿵쿵.

처처처척.

지평선을 온통 가득 채우면서 무장한 병사들이 진군하고 있었다. 얼마나 병사들의 수가 많은지 그 끝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았다.

그들은 바로 모르칸 제국군으로 무려 400만이나 되는 대군이었는데, 드디어 루오 남작령에 들어선 것이었다.

제국군은 모두 4개의 군단으로 편성되었으며 각 군단의 수가 무려 100만 명이나 되었다.

루오 남작령으로 들어선 제국군은 군단별로 자리를 잡고는 군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서둘러라, 서둘러!”

“야, 거기 이쪽으로 가져와!”

“이렇게 느려서야 오늘 중으로 끝나겠나? 서둘러라!”

천인대장들이나 백인대장의 독려에 병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병사들의 수도 엄청 났지만 그들이 가져온 물자도 엄청났다. 군마나 짐을 실은 수레, 투석기나 발리스타, 충차, 이동 공성탑 등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는데, 400만 명의 병사가 먹고 사용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엄청난 양이었다.

두두두두.

그때였다. 말을 탄 30명의 사람들이 제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이내 검문소 앞에 있던 무장한 병사 50명과 백인대장이 그들을 멈춰 세웠다.

“멈추시오. 이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소. 그러니 신분을 밝히시오.”

그러자 선두에서 말에 타고 있던 자가 말했다.

“나는 시온 성의 성주이자 국경수비대장을 역임하고 있는 베라스 남작이라 한다. 이쪽은 루오 남작이시고, 뒤에는 나의 기사와 루오 남작의 기사들이다.”

“아, 그렇습니까? 그래도 여길 통과하기 위해서는 신분패를 꼭 제시하셔야 합니다.”

그 말에 베라스 남작과 루오 남작은 불쾌감이 들었지만 규정이 그렇다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신분패를 꺼내어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검문소의 백인대장은 꼼꼼하게 앞과 뒤를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분패를 보니 남작님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럼 기사 분들의 것도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보게, 그렇게까지 깐깐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나?”

베라스 남작의 말에 백인대장은 상체를 숙여 죄송하다는 제스처를 해보이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저의 목이 걸려 있는 일입니다.”

“뭐라? 너의 목이 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아놀드 대공전하의 특명인지라 황제폐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하셨습니다. 만약 이를 어겼을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한다 하셨습니다. 아울러 저는 그 자리에서 참수시킨다고 하셨습니다.”

“으음, 알았네. 그럼 확인해보게.”

기사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신분패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자 백인대장은 그것을 확인했고 이내 옆에 있던 병사에게 손짓을 하자 병사는 그들에게 사각형의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내밀었다.

“이곳을 통과할 때는 반드시 이 목걸이를 착용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목걸이를 분실하거나 하실 때에는 즉결처분이 될 수도 있으니 꼭 가지고 계셔야 합니다.”

“으음, 알았네.”

귀족을 이렇게 대접하다니 불쾌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놀드 대공전하의 특별 명령이니 누구도 이를 어길 수는 없었다.

베라스 남작과 루오 남작이 먼저 목걸이를 착용하자 기사들도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아참, 그리고 말은 저희들이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절대로 말을 탈 수 없습니다.”

“아니, 그런 것도 있었나?”

“그렇습니다. 누구도 예외가 없다 하셨습니다.”

“젠장… 알았네.”

베라스 남작과 루오 남작은 이렇게까지 하면서 굳이 아놀드 대공을 만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일개 남작이 대공을 찾아뵙지 않았다고 소문이라도 난다면 큰일이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아놀드 대공이 묵고 있는 총사령관의 군막은 제국군의 가장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한참을 걸어가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다 오면서 검문소를 몇 번이나 더 통화해야 했기에 베라스 남작은 짜증이 치민 상태였다.

‘으으, 무슨 놈의 검문소가 그리 많은지… 여기까지 오면서 무려 16번의 검문소를 통과했어!’

베라스 남작의 얼굴을 힐끔 거리던 루오 남작도 마음속으로 아놀드 대공을 욕하고 있었다.

‘아놀드 대공은 또라이가 아닐까? 쳇!’

또한 베라스 남작과 루오 남작을 호위해온 기사들도 불만이 많았지만 입 밖으로는 내뱉지 못했다.

화가 난 나머지 모두 중간에 돌아가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후환이 두렵기도 했고 나중에는 오기로라도 가보고 싶었기에 계속 나아갔고, 결국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아놀드 대공의 군막은 다른 군막보다 10배 정도는 더 큰 것 같았는데, 제국군의 총사령관 군막이라 무장한 기사들과 병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는 클리툰 자작이 아놀드 대공, 즉 제국군의 총사령관 군막을 지키는 경비대장이었다.

그는 병사들을 세워놓고, 간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경비대장이다 보니 이런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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