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62화 (16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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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팔마의 뒤를 따라 김준과 베일레 백작이 영주집무실에 도착했다. 베일레 백작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내려놓자 먼저 행정관 벅스의 보고가 시작되었는데, 제법 보고할 것이 많은지 그의 말은 한참 동안이나 이어졌다.

“…이상입니다, 후작각하.”

“음, 자네의 보고에 의하면 영지민이 275,323명에 영지병이 12,600명이란 말이군.”

“그렇습니다, 후작각하.”

“그런데 말이야, 자네의 보고를 받다 보니 평민 이하의 유민과 노예들의 수는 빠져 있던데 그들에 고나한 조사는 해본 적이 없는가?”

“유민들과 노예에 관해서는 한 번도 조사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유민들과 노예 그리고 영지에 살고 있는 갓 태어난 아이부터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노인들까지 전부 조사해 다시 보고하도록.”

“태어난 아이들까지 말입니까?”

“그렇다네. 시간을 얼마 주면 되겠나?”

“최소 15일은 걸리겠습니다.”

“너무 늦군. 5일을 줄 테니 서류를 다시 작성해 보고하도록.”

“허억, 그, 그건… 시일이 너무 촉박합니다.”

“영지의 산속에 들어가 살고 있는 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마을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영지병들을 보내 촌장에게 말한다면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일일 듯싶고 시일도 충분할 것 같은데 아닌가?”

“으음,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후작각하.”

“그리고 당장 서류를 전부 가지고 오도록.”

“예, 후작각하.”

“기사 카슨.”

“예, 프리맨 후작각하.”

“자네는 기병 500명을 벅스 행정관에게 지원해주고 나머지 영지병들은 오후에 영주성 밖에 전부 집합시켜놓도록.”

“알겠습니다, 후작각하.”

“벅스 행정관과 기사 카슨은 당장 나가서 시행해도 좋네.”

“예, 후작각하.”

벅스 행정관과 기사 카슨이 영주집무실을 나가자 집사 팔마는 이제 자신이 보고할 차례란 걸 알았다.

김준이 그에게 물었다.

“집사 팔마는 이곳 영주성을 관리하고 있지?”

“그렇습니다, 후작각하.”

“그럼 보고를 시작하지.”

“예, 그럼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전 영주님이신 노바야 자작님께는 부인이 계셨는데 12년 전에 돌아가셨고 자녀는 없습니다. 그래서 홀로 외롭게 지내시다 갑자기 쓰러지셔서는…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음,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도 그것은 들어서 알고 있네.”

“예… 그리고 현재 영주성에는 500명의 영지병이 주둔해 있으며 하인은 120명, 하녀는 150명이 있습니다. 또한 노예가 250명이 있으며 저와 마법사 크루손을 비롯해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카르손과 주방식솔 35명까지 포함하면 1058명이 영주성에서 살고 있습니다.”

“흠, 제법 많이 살고 있군.”

“또한 영지의 재정을 살펴보면 영지민들의 세금으로 1년에 약 7만 골드가 거두어지는데, 그중 왕성으로 보내는 세금이 1만4천 골드 정도이고 영지 예산으로 5만 골드가 쓰여 6천 골드 정도가 남는데, 그것은 영주님의 개인재산으로 포함되고 있습니다.”

“영지민들에게 거두는 세금이 7만 골드나 되나?”

“예, 그렇습니다. 올해 세금은 왕성으로 이미 납부한 상태이며, 영지 예산 4만 골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1년 영지 예산 5만 골드는 어떻게 쓰이나?”

“영지병들에게 지급되는 돈이 2만5천 골드 정도 되며 영지병이 먹는 식비, 갑옷과 말, 무기 등 각종 보급품에 들어가는 비용이 1만5천 골드 정도 됩니다.”

“그리고?”

“영주성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이 약 8천 골드 정도이고, 나머지 2천 골드는 보수공사에 사용됩니다.”

“2천 골드라면 턱없이 부족하지 않는가?”

“그렇습니다만… 한정된 예산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럼 영지의 수입원은 무엇이 있나?”

“영지에는 광산이 3개 있는데 금광, 은광, 철광석 광산이 있습니다. 그것이 수입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오? 그렇다면 수익이 꽤나 많겠는데?”

“예, 그렇습니다. 광산 3개는 모두 영주님의 소유로 금광에서 7만 골드, 은광에서 3만 골드, 철광석 광산에서 4만 골드를 각각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럼 광산에서만 한해 14만 골드의 수익이 생긴단 말이군.”

“그렇습니다. 광산 수익 14만 골드에 영지민들로 거두어들인 세금 중 남는 것 6천 골드 해서 14만6천 골드가 한해 영주님께 들어옵니다. 그리고 전 영주님의 개인재산은 총 260만 골드 정도 됩니다.”

“그럼 전 영주였던 노바야 자작의 개인재산은 모두 나의 아버지이신 베일레 백작의 재산이 되는 건가?”

“전 영주님께서는 가족이 없으셨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베일레 백작님의 재산이 되었습니다.”

“지금껏 그것을 관리하느라고 수고가 많았네.”

“아, 아닙니다, 그것은 당연한 소임이었습니다.”

“아니야, 자네가 얼마나 열성적으로 일했는지 알겠어. 그러니 앞으로도 자네가 이곳의 집사를 맡게 될 거야.”

“감사합니다, 후작각하.”

“그건 그렇고, 내 자네에게 한 가지 미리 말해주지. 앞으로 이곳 노바야 자작령은 물론 이웃의 국왕의 직할영지인 그라드도 나의 아버지이신 베일레 백작의 영지가 되었어.”

“그라드까지 말입니까?”

“그렇다네. 그라드는 이곳보다 3배 정도 더 넓은 곳이라 알고 있는데 자네도 알고 있나?”

“예, 후작각하. 이곳과 이웃이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나의 영지 엘도라도에 대해서도 소문은 들었겠지?”

“예, 얼마나 발전되고 있는지 소문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이곳 노바야 자작령과 그라드는 안정이 되면 그곳과 통합이 될 것이네.”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간단하게 말해서 노바야 자작령과 그라드는 가까운 시일 이내에 후작령인 나의 엘도라도에 통합이 될 것이고 이곳 노바야 자작령과 그라드는 뉴 엘도라도로 불리게 될 거야.”

“아,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앞으로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로 나뉘어 불리게 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게.”

“알겠습니다, 후작각하.”

“이렇듯 영지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대대적으로 변화가 있을 거야.”

“물론 그럴 거라 짐작은 했었습니다.”

“그런 것 때문에 벅스 행정관에게 영지민의 수를 다시 조사하라 이른 것이네. 이제는 이해가 되는가?”

“예, 무슨 말씀이신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머지않아 뉴 엘도라도는 나의 엘도라도처럼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할 것이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많은 과정이 필요하지. 그러니 자네가 많이 바빠질 거야.”

“그런 일로 바빠진다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습니다.”

“으음, 좋아. 자네를 믿어볼 테니 열심히 일해 주게.”

“예. 믿어주십시오, 후작각하.”

팔마의 대답에 김준과 베일레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행정관 벅스가 다시 집무실로 들어오더니 가지고 온 서류를 내려놓았다. 노바야 자작의 죽음이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었기에 영지의 새 주인이 결정되기까지 몇 달 동안 제대로 서류를 처리하지 못해 처리할 서류가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김준은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고, 그의 옆의 베일레 백작은 그런 그를 쳐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달도 뜨지 않은 어두운 밤, 프리맨 후작의 영주성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검은 야행복을 입은 일단의 무리가 모여들었다. 이들은 바로 100명이나 되는 어세신들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영주성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영주성 주변에는 넓게 동심원을 그리듯 목책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곳은 무장한 영지병들이 주둔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 외곽으로 잘 정비된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으며 마차가 동시에 4대가 달려도 될 정도로 넓게 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특이한 것은 길가에 일정한 간격으로 마법 등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이나 마차가 통행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길은 환했다.

이윽고 어세신 대장이 대원들에게 나직이 말했다.

“으음, 무장한 영지병들이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대기하고 있어 은밀하게 잠입하기가 쉽지 않겠어.”

“이렇게 경비가 삼엄한 곳은 처음입니다.”

“낮에 살펴본 바로는 곳곳에 알람마법도 설치되어 있었어.”

“그렇다면 낮에 영지를 두루 돌아다니며 사정을 살피러 나갈 때 기습공격 하는 건 어떻습니까?”

“지금 이대로 돌아가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대장님,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만약 오늘밤 침투가 실패로 돌아가면 경계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제기랄!”

“제가 낮에 알아본 결과, 영주성이 있는 저 목책과 그 앞에 조성된 마을은 절대로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경계가 보통 삼엄한 게 아닙니다.”

“그럼 결국 낮에 일을 처리해야 한단 말인가… 후작부인이 영지를 살피러 갈 때 무장한 영지병을 많이 이끌고 간다고 하던데 어떤가?”

“기병 200명과 2명의 기사가 동행한다고 하는데, 저희가 100명이나 되니 그들을 물리치는 데는 문제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으음, 어쩔 수 없군. 그럼 내일 기습하기로 하고 그만 돌아가자.”

“예, 대장님. 어엇?”

“왜 그러나?”

“저, 저기!”

부관의 손짓에 그곳을 쳐다본 어세신 대장은 눈이 커졌다. 영주성을 향해 검은 야행복을 입은 10명이 빠르게 마을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0명씩의 무장해 곳곳에 순찰을 돌고 있는 영지병들은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 말고 다른 어세신도 의뢰를 맡은 것 같습니다.”

“으음, 이왕 이렇게 된 것 저들이 어떻게 침투하는지 볼까?”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침투 중인 어세신들은 마을을 조심스럽게 가로질렀고, 마법 등이 설치되어 있는 곳 역시 잘도 피하며 결국 마을을 통과해 목책까지 접근했다. 그러나 제법 높게 설치되어 있는 목책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들 중 한 명이 등을 숙이면서 엎드리자 다른 어세신이 달려와 그자의 등을 딛고 공중으로 도약해 공중제비를 시전하더니 바닥에 사뿐히 내려섰다.

그렇게 몇 명이 더 넘어간 후, 나머지 어세신들이 목책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오자 이미 넘어갔던 이들이 그들의 손을 잡아 주면서 마침내 그들은 목책을 전부 넘어갈 수 있었다.

사사삭, 사삭.

제법 훈련이 잘되어 있는지 어느새 그들은 넓은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삐이이이!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뿔피리소리가 나면서 목책 안은 대낮같이 밝아졌고 사방에서 무장한 영지병들이 나타나며 어세신들을 포위했다.

영지병들은 30미터 정도 거리를 두면서 긴 사각방패를 들어 포위한 상황이기에 어세신들은 공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렇게 발각이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들이었다.

“이놈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침입한 것이냐?”

“…….”

당황한 어세신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 영지병의 천인대장인 기사 보덴은 그들을 쳐다보면서 비웃었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수신호를 보내자 목책 위에 500여 명의 영지병들이 모습을 보이면서 어세신들에게 석궁과 활을 겨누었다.

그러자 보덴이 큰 소리로 외쳤다.

“순순히 항복하거라!”

그러나 어세신들에게는 항복이란 없었다. 임무가 실패했을 시에는 오직 죽음뿐이었다. 어세신들이 주춤거리자 기사 보덴은 눈치를 채고는 즉시 공격명령을 내렸다.

“놈들이 자결이라도 하려는 모양이다. 공격해!”

슈슈슈슝.

퍼퍼퍼퍽.

“크악!”

그에 어세신들은 비록 치명상은 피했지만 부상을 입고는 주저앉았고, 방패병 뒤에 서 있던 영지병들이 재빨리 달려가 그들을 포박했다. 어세신들이 겨우 10명뿐이었기에 신속하게 포박할 수 있었다.

그 모습에 언덕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어세신 무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들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었던 어세신들이 제대로 반항 한 번 못 해보고 모두 포박된 것이다. 목적지인 영주성은 고사하고, 목책 안에서 전부 포로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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