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61화 (16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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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차일 후작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일단 찬드란트 국왕이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지방의 귀족들을 소환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 그게 무슨 말이오? 좀 더 자세하게 말해보시오.”

루나드 공작이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듯 차일 후작을 다그치며 물었다.

“간단합니다, 서류에 옥새를 찍어 귀족들을 소환하는 것이죠.”

“아,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구려. 차일 후작.”

“허허허, 그거 기가 막힌 계책이오.”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일 후작의 계책에 호응해주었다.

이들은 이렇게 반대 세력의 귀족들을 한꺼번에 제거 하려는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프리맨 후작의 영주성.

김준과 글리아나, 베일레 백작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고 헌트와 하그리가 문을 지키고 있었다. 김준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출입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아버지, 국왕과 왕비를 비롯해 왕자와 공주까지 전부 반란군들에게 죽었습니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 것이냐?”

“예. 혹시나 해서 왕성에 잠입했을 때 반란군들이 광장에 시신을 모아둔 것을 보았는데 국왕파의 귀족들까지 전부 있었습니다.”

“으음, 왕국의 상황이 아주 심각해졌구나.”

“지금쯤 반란군들이 까브를 정리하고 있을 겁니다.”

“으음, 그럼 그들이 곧 우리 엘도라도를 공격해오겠구나.”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충분한 대비를 해두어야만 합니다.”

“우린 12만의 영지병을 보유하고 있지만 반란군은 우리보다 최소 배는 많을 것이니 걱정이구나.”

“그렇지만 우리의 영지병들이 더 훈련을 많이 받았기에 무력이나 사기 면에서 더 높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문제는 반란군들만 있는 게 아니라 다가오고 있는 오크들도 있다는 것인데… 어찌하면 좋겠느냐?”

“오크들도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지금은 반란군들을 막는 게 우선입니다. 그전에 아버지께서는 국왕께 받은 노바야 자작령과 그라드를 신속하게 접수하는 게 좋겠습니다.”

“노바야 자작령과 그라드를 말이냐?”

“예, 아버지. 이대로 두었다간 분명 반란군의 영지로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전에 우리가 서둘러 처리해 흡수하는 게 좋겠습니다.”

“으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예, 아버지. 어차피 엘도라도의 이웃 영지입니다. 영지민들을 모두 흡수한다면 그만큼 우리에게 유리해지니 서둘러야겠습니다.”

“알았다, 너의 말대로 하마.”

“제가 아버지를 옆에서 돕겠습니다.”

“그럼 엘도라도는 어찌하고?”

“이곳 일은 당분간 글리아나가 맡아서 처리하면 됩니다.”

“알았다, 그럼 그렇게 하자꾸나.”

“일단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서둘러 노바야 자작령부터 들르는 게 좋겠습니다.”

그 말에 베일레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고 김준은 글리아나에게 엘도라도를 부탁했다.

“글리아나가 당분간 엘도라도를 맡아줘.”

“알았어. 걱정 마.”

“헌트와 하그리.”

“예, 주군.”

“너희들은 글리아나를 옆에서 잘 호위해야 한다. 알았느냐?”

“예. 명심하겠습니다, 주군.”

“아버지, 식사 후 기병 200명만 데리고 떠나도록 하죠.”

“알았다, 그렇게 하도록 하자.”

식사를 마친 김준과 베일레 백작이 서둘러 영주성 광장으로 나왔을 때 이미 식사를 마친 기병 200명이 말의 고삐를 잡고 서 있었다.

그들을 쳐다보던 김준은 노페르슈롱의 말 등에 올라 외쳤다.

“나를 따르라! 이럇!”

“예, 영주님.”

두두두두.

영주성의 도개교가 이미 내려져 있었기에 그들은 빠르게 말을 몰아 노바야 자작령으로 향했다.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멀어지는 김준과 베일레 백작, 기병들을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았다.

‘준, 무사히 돌아와야 해.’

“주모님, 주군께서는 잘 처리하시고 돌아오실 테니 걱정 마십시오.”

“나도 알아요.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걸요.”

“겨우 이웃 영지를 접수하는 일입니다.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고마워요, 헌트.”

“주모님, 주군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알았어요. 들어가죠.”

글리아나가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가자 그 뒤를 헌트와 하그리가 뒤따랐다.

수도 까브의 차일 후작의 저택의 창가에 눈부신 햇살이 스며들었다.

커튼을 열어젖힌 차일 후작은 찻잔을 들고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고민이 있는 것인지 그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으음, 프리맨 후작을 제거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군.”

똑똑.

이때 노크소리가 들리며 이윽고 차남 다비든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아버님, 까브는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은데… 엘도라도는 어찌하실 겁니까?”

“으음,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고민이구나.”

“마침 엘도라도에 제가 데리고 있는 어세신이 그곳에 있는데 그를 활용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언제 엘도라도에 어세신을 침투시켰느냐?”

“레인 상단이 얼마 전에 엘도라도에 들어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어세신들을 동행시켰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느냐?”

“예, 혹시나 해서 동행시켰는데 지금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과연 어세신들이 소드 마스터인 프리맨 후작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

“물론 어렵겠지만 후작부인이라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후작부인? 아, 그렇구나. 당장 어세신을 동원해 처리해라.”

“감사합니다, 아버님.”

“이번 일만 잘 처리한다면 네가 수도 사령관에 임명될 수 있도록 힘써보마.”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내가 농담이나 할 사람이더냐?”

“그, 그거야 아니지만 너무 큰일이다 보니… 죄송합니다.”

“아니다, 그보다 어서 서둘러라.”

“예, 아버님.”

차남 다비든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밖으로 나가자 차일 후작은 다시 창밖을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흐흐흐, 역시 방법이 있었어.”

차일 후작은 고민거리가 해결되어서인지 차 맛이 더욱 깊게 느껴졌다.

두두두두.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말들이 달리고 있었다. 말들이 빨리 달리는 것도 있었지만 메마른 땅이라서 그런지 먼지가 더욱 심하게 일어났다.

김준의 노페르슈롱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자 뒤따르던 기병들도 속도를 줄였다.

다가닥, 다가닥.

아직 노페르슈롱은 덜 지쳤기에 좀 더 달릴 수 있었지만 다른 기병들의 말은 제법 지쳐 보였다. 그래서 김준이 미리 말의 속도를 줄인 것이다.

이때 베일레 백작의 말이 김준 옆으로 다가왔다.

“아들아, 갑자기 왜 속도를 줄이느냐?”

“기병들의 말들이 지친 것 같아서 속도를 줄였습니다.”

“그런 이유라면 다행이구나.”

“아버지, 노바야 자작령에 들어섰으니 이제 영주성까지는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잠시 쉬다 가는 게 좋겠습니다.”

“마침 나도 목이 말랐는데 그렇게 하자꾸나.”

“네온, 여기에서 잠시 쉬었다 갈 것이나 말들에게 물을 먹여라.”

“예, 영주님.”

기병들의 대장인 기사 네온이 즉시 말 등에서 내려 말을 한곳에 모으도록 지시했다. 기병들은 말을 한곳에 모으고 말에게 물을 먹이고 먹이도 주었다. 이러는 사이에도 혹시 공격을 받을 수 있기에 기병 중 일부는 사방으로 흩어져 경계하도록 조치했다.

휴식을 취할 때면 기사 네온은 꼭 척후병을 세웠고, 김준은 그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기병들은 과일을 하나씩 먹으면서 휴식을 취했고, 김준은 직접 차를 끓였다. 그리고 차를 따라 찻잔을 베일레 백작에게 내밀자 백작은 그것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음, 이 차는 달콤하면서도 향기가 좋고 맛있구나.”

“코코아차라는 것인데 꿀을 넣었기에 피로회복에도 좋습니다.”

“아, 몇 달 전엔가 묘목을 구해서 심었다던 그것이냐?”

“예, 아버지. 아직은 시범적으로 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대량으로 심어 생산해볼 예정입니다.”

“맛이 좋아 인기가 좋을 것 같구나.”

“이 코코아라는 것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활용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여기에 꿀과 우유를 섞으면 어린아이들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음료가 됩니다. 그리고 과자를 만들어 먹어도 됩니다.”

“음료는 알겠는데 이것으로 과자도 만들 수 있느냐?”

“예, 물론 기술적인 것이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어쨌든 코코아 씨를 볶아 만든 가루에 우유와 꿀, 향료를 잘 섞어 만든 쿠키와 비슷한 과자를 만들어 팔 것인데, 이것을 ‘초콜릿’이라 부를 것입니다.”

“과자를 만들어 돈이 되겠느냐?”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초콜릿이라는 것은 조금만 먹어도 배가 든든해지는 음식입니다. 때문에 전쟁을 치르는 병사들이 먹고 힘을 낼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식량이 될 것입니다.”

“그게 그런 것이더냐? 역시 넌 앞을 내다볼 줄 알뿐더러 거기에 대한 해결책까지 잘 마련하는구나. 장하다, 아들아.”

“이제 땀도 식은 것 같으니까 다시 출발하시죠.”

“알았다. 가자.”

김준은 펼쳐놓았던 것들을 치우고는 기사 네온에게 떠나자는 눈짓을 보냈다. 하지만 눈치가 빠른 네온은 이미 기병들에게 조치를 해놓은 상태였다.

기병들 역시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순식간에 떠날 준비를 끝마치고 대기해 있었고, 이윽고 네온의 명령에 재빨리 말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또다시 영주성을 향해 말을 몰았다.

노바야 자작령의 영주성에 있던 집사 팔마는 기사 카슨과 함께 광장으로 나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뒤쪽에는 100명의 영지병들이 서 있었고 하인과 하녀를 비롯해 잡일을 하는 노예까지 집합해 있었다. 또한 4서클 유저 마법사인 크루손과 행정관 벅스까지 서 있었다.

마법사 크루손은 김준으로부터 오전에 마법통신을 받았다. 때문에 모두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후, 성벽 위에 있던 병사가 외쳤다.

“신임 영주님께서 오십니다.”

두두두두.

그와 함께 말발굽소리가 나면서 이미 내려져 있던 도개교를 통해 기병들이 광장으로 들어왔다.

노바야 자작령의 영지병들은 엘도라도의 기병들을 보고는 속으로 놀랐다. 무장상태도 좋고 무엇보다 기병들의 군기가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노페르슈롱의 말 등에서 내린 김준은 대기해 있던 사람들을 한차례 스윽 살펴보고는 내공을 일으켜 무형의 강력한 기운을 내뿜었다. 김준을 본 집사 팔마는 역시 대단한 분이라는 걸 느끼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프리맨 후작각하.”

“자네가 집사 팔마인가?”

“그렇습니다, 후작각하.”

“반갑네. 나는 엘도라도의 영주인 프리맨 후작이라 하네. 그리고 이분은 나의 아버지로, 이번에 백작의 작위를 받으신 베일레 백작님이시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베일레 백작님.”

“허허허, 반갑네. 자네가 꼼꼼하게 영지를 잘 관리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더군.”

“저의 소임이니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너무 겸손할 것 없네, 사실이 그러니 말이야.”

베일레 자작의 말에 기분이 좋은 팔마는 미소를 지으며 중요인물들을 소개했다.

“자세한 보고는 안에서 올리겠습니다. 그전에 영지의 중요인물들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이쪽부터 영지병들을 맡고 있는 기사 카슨, 4서클 유저 마법사인 크루손, 행정관 벅스입니다.”

“오, 그런가? 반갑네.”

스윽.

김준이 먼저 손을 내밀어 그들과 악수를 나누었고 베일레 백작도 그들과 악수했다.

“인사를 나누었으면 안으로 드시지요, 영지에 관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알았네, 기병들은 여기서 대기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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