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60화 (160/284)

0160 / 0284 ----------------------------------------------

제6권  엘도라도

콰콰콰쾅!

그와 동시에 굉음이 터지면서 성의 곳곳에 불길이 치솟았다.

그에 성 안에 있던 병사들이 신속하게 물을 뿌렸지만 마법의 불길이라 그런지 잘 꺼지지 않았다.

이렇듯 파이어볼이 제대로 먹혀들어 피해를 주자 오크 마법사들은 이어 매직 미사일을 일제히 형성해 병사들을 공격했다.

“크악!”

그로 인해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이 매직 미사일에 맞아 쓰러지거나 성벽 밑으로 떨어졌다.

처참하게 죽어가는 병사들을 보고 있던 바르빌 공작은 이대로 있다가는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즉시 기병들을 출동시켰다.

그그그긍.

이윽고 크레이 성의 성문이 열리며 기병들이 쏟아져 나와 오크들을 공격하자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은 즉시 보병들을 진군시켰다.

이에 다급해진 기병들은 말의 속도를 높여 오크 방패병과 오크 마법사들을 짓밟았다.

“모두 짓밟아버려라!”

“오크 보병들이 몰려오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케엑!”

“크아악.”

여기저기서 오크 방패병들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에 오크 마법사들은 매직 미사일로 기병들을 공격해 피해를 입혔지만 기병들 역시 그들에게 석궁을 쏘았기에 캐스팅을 하다 퀘럴에 맞아 쓰러지는 오크 마법사가 속출했다.

“취익! 방패병은 즉시 거리를 줄이고 방패를 붙여라!”

이렇듯 정신없는 상황에서 오크 방패병들은 즉시 큰 원을 그리며 방패를 서로 붙였고 견고하게 방어진형이 되어 기병들이 공격하기가 까다로워졌다.

그때, 뒤쪽에서는 오크 보병들이 엄청나게 몰려오고 있었다.

“후퇴하라! 후퇴!”

두두두두.

무서우리만큼 엄청난 오크 보병 무리에 기병들은 재빨리 말머리를 돌려 크레이 성으로 되돌아갔다.

슈슈슈슝.

오크 궁병들이 화살을 날렸지만 한발 늦고 말았다. 이윽고 기병들이 모두 성으로 들어서자 크레이 성문은 다시 내려와 닫혀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크 방패병과 마법병단의 오크 마법사들이 뒤로 빠지고 그 자리를 이동 공성탑이 차지했다.

크레이 성보다 더 높은 이동 공성탑에서 오크 궁병들은 크레이 성 안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뿐만 아니라 어느새 성 가까이 접근한 투석기와 발리스타로도 공격을 가했다.

이로써 본격적인 공성전이 시작되었다.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은 이곳까지 진군하면서 여러 성을 함락한 경험이 있었기에 비록 피해가 좀 생길 테지만 성을 함락시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저항이 심했던 탓에 그는 이번에 총공격을 가해 성을 함락시킬 생각으로 다시 한 번 명령을 내렸다.

“취익! 마법사들을 이동 공성탑에 지원하라!”

“예! 알겠습니다! 취익!”

오크 궁병들이 있던 이동 공성탑에 오크 마법사들이 지원을 가자 큰 변화가 생겼다.

“취익, 파이어볼!”

슈우우!

콰쾅!

“크억!”

“아아악!”

파이어볼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크레이 성에 떨어져 폭발했고 위력적인 화염계 공격에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파이어볼에 의해 불길이 일어나면서 성 안 곳곳에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의 얼굴은 예상 외로 굳어 있었다. 보통 이 정도의 공성전이라면 성이 함락되어야 정상인데 아직까지도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오크 전사들을 뒤로 물려 전열을 정비했다.

한편 크레이 성 안 역시 서둘러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치솟던 불길도 서둘러 잡았기에 남아 있던 병사들은 일단 안도했다.

그러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워낙 치열한 전투였기에 죽은 병사만 해도 2만이나 되었으며 부상자는 만 명이 넘었다. 이제 크레이 성에 남은 병사라고 해봐야 겨우 3만 정도였다.

오크들 역시 비슷하게 죽어 나갔다. 하지만 워낙 그들의 수가 많았기에 전혀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때문에 병사들의 사기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날이 어두워질 때쯤 오크 선봉부대 뒤쪽으로 30만의 지원부대가 결국 도착했다. 그에 잠시 휴식에 들어간 오크 부대는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식사가 끝이 나면 전투가 다시 시작될 것이었다.

크레이 성의 병사들도 잠시 휴식을 가지고 있는 시간에 서둘러 빵과 물로 배를 채웠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에게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휴식을 마친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의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쿠르르르.

그러자 굉음을 일으키면서 이동 공성탑이 크레이 성으로 접근했다.

이동 공성탑에는 오크 마법사들이 타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큰 전과를 올릴 것이고, 투석기와 발리스타도 준비가 되었기에 그들은 병사들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퍼부을 것이었다.

“취익, 공격하라! 공격!”

충차가 성문을 향해 달려 나가자 그것을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병사들과 지휘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충차다! 막아라!”

“불화살을 쏘아라!”

투투퉁!

“크아악!”

그사이 오크 전사들은 크레이 병사들에게 불화살을 날려대는 바람에 그들은 오크 전사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성벽 위로 오크 전사들이 건너오기 시작했고, 병사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막아라! 막아!”

그를 본 백인대장과 천인대장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전세는 이미 기울기 시작했다.

사방에 보이는 건 온통 오크들뿐이었다. 또한 성 안에는 또다시 불길이 여기저기에서 치솟고 있었으며,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

결국 밤이 지나 새벽이 되었을 때 크레이 성은 오크 선봉부대에 함락되고 말았다.

바르빌 공작은 살아남은 병사 6천을 이끌고 후퇴했다.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이었지만 이 후퇴로 인해 오크의 진군속도는 늦출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드라비아 왕국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달려온 페드린 왕국군 30만이 오크들보다 먼저 에르헤임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5만이나 이끌고 떠났던 바르빌 공작 역시 겨우 6천의 병사만 이끌고 에르헤임으로 돌아왔다.

새벽녘. 아직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 아래의 엘도라도 영주성.

어느 한 공간이 갑자기 이지러지면서 빛이 번쩍였다. 그 모습이 마치 뭔가가 투명한 막을 뚫고 튀어나오는 것 같았는데 누군가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온 것이었다.

공중에 떠 있는 것은 김준이었다. 그는 좌표를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까브에서 텔레포트 마법으로 엘도라도로 순간이동을 해온 것이다.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던 글리아나는 하늘에 마나의 기운이 뭉쳐 공간이 이지러지는 것을 느끼고는 눈을 떴다.

“누군가 이동해 왔어.”

그리고 상체를 일으켜 창문으로 걸어와 문을 열자, 그 순간 하늘을 가로질러 김준이 날아왔다.

“아, 준!”

“그래. 나야, 글리아나.”

“어, 어떻게 된 거야?”

“지금 왕국에 반란이 일어났어.”

“저, 정말 반란이 일어난 거야?”

“응, 귀족파와 중도파가 연합해 기습공격을 해왔어.”

“그렇다면 지금 까브는 혼란에 빠졌겠는데?”

“맞아, 수도는 이미 반란군이 점령해버렸어.”

“그럼 국왕은 어떻게 되었어?”

“으음, 국왕과 왕비, 왕자와 공주를 비롯해 국왕파의 귀족들까지 반란군들에게 기습을 당해 거의 대부분이 죽었어.”

“어, 어떻게 그런 일이……!”

“왕국이 혼란에 빠졌으니 누군가 수습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야.”

“그보다 반란군들이 우리 엘도라도도 공격해오는 것 아냐?”

“분명히 반란군들은 여기를 공격해올 거야.”

“그럼 신속하게 대비를 해야겠네?”

“그래야 하는데… 일단 날이 밝는 즉시 회의를 해야겠어.”

“응, 알았어. 그럼 안으로 들어와.”

글리아나가 내민 손을 잡은 김준이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자 창문을 닫은 글리아나는 김준을 이끌어 침대에 눕혔다.

“준,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러고는 그에게 꼭 안기며 머리를 그의 가슴에 대었다.

김준은 그런 글리아나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까브의 차일 후작의 저택. 무장한 500명의 병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차일 후작은 새벽녘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는 반란군을 이끌고 왕성으로 가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의 차남 다비든이 찬드란트 국왕과 제나 왕비가 비밀통로로 도망친 것을 끝까지 추격해 제거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거기다 이미 왕성에 있던 왕자와 공주들도 모두 제거해놓은 상태이기에 이제 왕이 될 사람은 케빈 3왕자뿐이었다.

신경 쓰이는 것은 제4세력의 귀족들과 프리맨 후작을 놓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대세는 자신들에게 기울었기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 케빈 3왕자를 옹립해 그들을 역적으로 선포하고 처리하면 끝이었다.

이렇듯 반란이 성공적으로 끝났기에 그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케빈 3왕자를 포로로 잡아두었기에 그를 옹립하기만 하면 바렌 왕국은 앞으로 자신들 귀족파와 중도파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것이라 생각한 그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케빈 3왕자가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아 죽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를 지키던 5명의 병사들도 모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병사들이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고 죽은 걸로 보아 상당한 검술 실력을 가진 자로 보였다.

“으음, 대체 흉수가 누구란 말인가!”

심각하게 굳어진 얼굴이 된 차일 후작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이것이야말로 다 된 밥에 재 뿌린 격이었다.

그는 날이 밝은 즉시 서둘러 왕성으로 향했다.

왕성에는 이미 중도파의 수장인 루나드 공작과 귀족파의 리안 공작이 도착해 있었다. 세 사람은 원탁을 사이에 두고 회의를 시작했다.

리안 공작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내려놓더니 말문을 열었다.

“위험하고 힘들었지만 어쨌든 혁명은 성공한 것 같소.”

“그렇소, 리안 공작. 국왕과 왕비를 비롯해 왕자와 공주, 국왕파의 귀족들까지 전부 제거했소. 그러니 이젠 케빈 3왕자만 옹립한다면 우린 걱정할 것이 없소.”

“하하하, 맞아요. 이젠 걱정할 필요가 없소이다.”

이때 차일 후작이 심각해진 얼굴로 말했다.

“저, 그게… 어려울 듯합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오, 차일 후작?”

리안 공작이 놀란 얼굴로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물었고, 루나드 공작 역시 놀란 얼굴로 차일 후작을 쳐다보았다. 어차피 알게 될 일이라 생각한 차일 후작은 대답했다.

“어제 어세신이 스며들어 케빈 3왕자를 제거해버렸습니다.”

“뭐요?”

“그, 그런 일이!”

“죄, 죄송합니다. 거기다 프리맨 후작이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서는 그자가 까브를 벗어난 모양입니다.”

차일 후작의 말에 모두들 얼굴이 굳었다. 가장 후한이 될 적인 프리맨 후작을 놓쳤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컸다. 그는 소드 마스터이며, 천일염과 도자기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기에 가장 위험한 적이었다.

리안 공작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으음, 케빈 3왕자까지 죽은 이상 이제 바렌 왕국의 정통 후계자는 모두 사라졌소. 명분이 사라진 이상 우리는 새로운 왕조를 세워야만 하오.”

“프리맨 후작과 그를 지지하는 귀족들이 아직 남아 있는데 순순히 우리의 말을 들을까요?”

“그럴 리가 있겠소이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내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소이다.”

차일 후작과 루나드 공작은 리안 공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왕국은 분열될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분열이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