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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한편 국왕 친위대원들은 비밀통로의 끝에 다다라 있었다.
그그그긍.
이윽고 비밀통로의 천장이 옆으로 이동하면서 밤하늘이 보였다. 이곳은 왕성에서 멀리 떨어진 까브의 북쪽 외성 밖이었다.
먼저 국왕 친위대원들이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직 여기까진 반란군들이 오지 않은 모양인지 주변은 조용했다.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었기에 국왕 친위대원 50명이 사방을 철저히 경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밀통로 속에서 국왕 친위대장인 해롤드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찬드란트 국왕과 제나 왕비가 겁에 질린 모습으로 뒤따라 나왔다.
“전하, 아직 이곳은 위험하니 속히 직할 영지로 피신해야 합니다.”
“알았네, 해롤드 경.”
그리고 그들은 나오자마자 50명의 국왕 친위대원들의 호위 속에서 신속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적 여유만 있더라도 궁정마법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그것이 너무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동마법진이나 마법 스크롤만 있었더라도 직할 영지로 바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반란군이 너무나 빠르게 기습공격을 해왔기에 이렇게 비밀통로로 빠져나온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갑자기 사방에서 몰려오는 발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포위가 되어버렸다. 그들을 포위한 건 바로 반란군이었다.
순간 해롤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벅저벅.
이윽고 무장한 반란군들 사이에서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가 성큼 앞으로 나왔다. 그는 투구를 벗으며 정체를 드러냈는데, 바로 차일 후작의 차남 다비든이었다. 그에 찬드란트 국왕과 제나 왕비, 해롤드는 깜짝 놀랐다.
“허엇, 네, 네놈은!”
“크크크,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소이다.”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 성싶으냐?”
“당신의 목숨이나 걱정하시오.”
“뭐라? 네 이놈!”
“뭐 하느냐! 어서 공격해!”
“막아라, 막아!”
마침내 국왕 친위대원과 반란군과의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내 국왕 친위대원들이 점점 밀렸다.
검술 실력이 뛰어난 그들이었지만 반란군들은 무려 500명이나 되었기에 그들의 포위망을 뚫기는 힘들었다. 더구나 반란군들은 석궁과 화살까지 보유하고 있었기에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시간 끌 필요 없다. 공격해!”
슈슈슈슝.
석궁에서 발사된 퀘럴은 순식간에 국왕 친위대원의 가슴을 꿰뚫었고 그들은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이, 이이… 비겁한 놈!”
“나도 알아. 하지만 너희들은 죽어줘야겠어. 공격해!”
슈슈슝!
퍼퍽!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헤롤드를 제외한 국왕 친위대원들이 모두 쓰러졌다. 그러자 헤롤드가 찬드란트 국왕과 제나 왕비의 앞을 반란군들로부터 가로막으면서 롱소드를 가슴 앞으로 겨누었다.
“이놈들, 신하된 도리로 어떻게 궁왕전하께 칼을 겨누는 것이냐!”
“흥, 이미 세상은 바뀌기 시작했다. 죽여 버려!”
채채챙, 파팍.
“크억!”
아아악!”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을 가진 해롤드는 접근하던 반란군 3명을 베어버리며 소리쳤다.
“접근하는 놈은 나의 검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뭐 하는 거야! 석궁을 발사해! 어서!”
그에 분노한 다비든의 공격명령에 30명의 석궁병들이 일제히 퀘럴을 발사했다.
채채챙!
퍼퍼퍽!
“크으윽!”
그에 해롤드는 롱소드를 휘둘러 날아오는 퀘럴을 튕겨버렸지만 전부는 막지 못했다. 그로 인해 몸에 10발이 넘는 퀘럴이 박혀 상처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직은 죽을 수 없단 생각에 그는 고통을 무릅쓴 채 힘겹게 서 있었다.
투웅.
그러자 더욱 화가 치민 다비든이 직접 석궁을 겨누었다.
퍼억!
너무나 가까운 거리. 그가 쏜 퀘럴은 해롤드의 심장을 정통으로 꿰뚫어버렸다.
“끄으으… 네놈도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해롤드는 결국 쓰러져버렸고 이제는 찬드란트 국왕과 제나 왕비밖에 남지 않았다.
“크크크… 이왕 이렇게 된 것, 고통 없이 끝내주겠소.”
스윽.
둘을 보며 나직이 말한 다비든이 이윽고 반란군에게 손짓을 보내자 그들은 일제히 석궁을 발사했다.
퍼퍼퍼퍽!
“크억!”
“으아악!”
순식간에 국왕과 왕비는 여러 발의 퀘럴을 맞고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다비든은 그들이 혹시라도 살아 있다면 곤란하기에 잔인하게도 시신에 한 번씩 칼을 내리꽂아 확실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반란군들에게 지시해 짐수레에 시신을 실었다.
바로 그때, 비밀통로로 추격해온 반란군들이 밖으로 나왔다.
“다비든 님, 국왕은 어찌 되었습니까?”
“우리가 모두 처리했다. 짐수레에 실어두었으니 이젠 안심해도 된다.”
그에 이들은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곳을 떠나갔다.
김준은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을 날아 왕성으로 이동했다.
이윽고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
벌써 반란군들에게 왕성이 함락되었는지 전투는 끝이 나 있었고 여기저기 피를 흘리며 쓰러진 병사들로 왕성은 피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참혹한 광격에 표정이 굳어진 김준은 반란군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투명화 마법을 펼쳐 살펴보았다.
왕성의 광장에는 병사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시신이 가득했는데 그들은 왕성의 시종과 시녀, 노예들이었다. 또한 국왕파 귀족이 수십 명이나 죽은 채 쓰러져 있었으며 그중에는 월리엄 공작의 시신도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죽은 왕족들이 별도로 누워 있었다.
‘앤드류 왕자와 조르단 왕자 그리고 쥴리아 공주, 베로니카 공주까지 놈들에게 당했구나.’
몇몇의 국왕파 귀족들이 아직 까브 곳곳에서 저항하고 있었지만 곧 진압이 될 것으로 보였다.
‘으음, 귀족파와 중도파가 연합할 줄이야…….’
쿠르르르.
바로 그때 짐수레 몇 대가 광장으로 들어오더니 멈추었다.
‘응? 저놈은 차일 후작의 차남 다비든이 아닌가!’
짐수레와 함께 등장한 인물은 차일 후작과 다비든이었다. 그리고 짐수레에는 국왕 친위대장인 해롤드와 대원들이 시신이 가득했고 놀랍게도 찬드란트 국왕과 제나 왕비의 시신도 있었다.
‘이, 이럴 수가… 국왕과 왕비까지 죽임을 당하셨단 말인가!’
다비든은 왕성을 진압한 반란군의 천인대장 클락에게 말했다.
“케빈 3왕자는 어디에 모셨느냐?”
“후작각하의 저택으로 모셨습니다.”
“알았다, 수고했다.”
하늘에서 그들의 내려다보던 김준은 그들의 대화를 통해 운 좋게 케빈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일단 차일 후작의 저택으로 가보는 게 좋겠군.’
그는 즉시 하늘을 가로질러 차일 후작의 저택으로 날아갔다.
아직 까브를 완전하게 진압하지 못했는지 차일 후작의 저택에는 무장한 반란군 500명 정도만 남아서 지키고 있었다.
‘병사들이 제법 많이 배치되어 있구나.’
그런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차일 후작은 보이지 않아 김준은 그가 어디선가 한창 반란군들을 지휘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케빈 3왕자는 어디 있지?’
김준은 마법사의 눈 마법을 이용해 저택을 살펴보았다. 그는 이내 저택의 2층에 케빈 3왕자가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그는 지금 소연회실 안에 앉아 있었다.
그곳에는 무장한 반란군 5명도 함께 있었는데, 그들이 왕자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는 모양이었다.
김준은 잠시 생각했다.
케빈 3왕자는 겨우 13살이기에 귀족파가 분명 왕으로 추대해서 실권이 없는 허수아비 왕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김준이 왕자를 구해내야 한다. 하지만 케빈 3왕자를 구출하게 되면 분명 귀족파는 내란을 일으킬 것이었다.
‘으음… 어떻게 한다…….’
그렇다고 케빈 3왕자를 반란군들에게 그대로 두면 귀족파에서는 왕으로 추대해서 김준을 역적으로 몰아갈게 분명해 보였다. 고민을 거듭하던 김준은 모질게 마음을 먹었다.
‘미안하지만 케빈 3왕자를 죽여야겠어.’
이윽고 마법으로 벽을 통과한 김준은 허리에 꽂아놓았던 대거를 꺼내 들고는 순식간에 반란군 5명을 베어버렸다.
“끄으으…….”
김준의 번개 같은 검술에 당한 반란군 5명이 허무하게 쓰러져버렸다.
한편 케빈 3왕자는 놀라서 눈이 커졌다. 갑자기 5명의 병사가 아무런 이유 없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진 것이다.
이때까지도 김준은 투명화 마법을 해제하지 않았다. 때문에 왕자에게는 귀신의 장난같이 느껴질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케빈 3왕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서 있을 때, 그를 내려다보고 있던 김준이 대거를 휘둘렀다.
“아악!”
이내 케빈 3왕자는 짧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김준이 왕자의 시신을 살펴보니 그의 심장은 멈추어 있었다. 목적을 이룬 그는 즉시 그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마법으로 간단하게 벽을 통과한 후 차일 후작의 저택 하늘로 떠올랐다. 그런 뒤 길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크레이 성.
에르헤임과 불과 2일 거리에 있는 성으로, 3만 명이 주둔할 수 있는 돌 성이었는데 튼튼한 성이라 방어력이 좋은 편이었다. 또한 바이나크 언덕에서 바르빌 공작의 군대가 대패를 하고, 후퇴해 다시 한 번 전열을 정비한 곳이 바로 이곳 크레이 성이었다.
평소 이곳에는 만 명의 병사들이 주둔해 있었는데, 지금은 세이트 백작의 2만과 바르빌 공작의 3만이 모여 6만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마침내 오크 선봉부대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은 성과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추더니 전열을 신속하게 정비했다.
이윽고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의 공격신호가 떨어지자 거대한 직사각형의 방패를 손에 든 오크 방패부대가 앞으로 진군했는데, 그 수가 무려 5천이나 되었다.
“오크들이 몰려온다!”
“화살을 쏘아라!”
투투투퉁!
그에 병사들이 화살을 쏘아댔지만 오크 방패부대의 방패가 전부 금속으로 주조된 철방패였기에 화살은 방패에 맞아 튕겨나가 버렸다. 때문에 성벽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다음 명령을 내렸다.
“투석기와 발리스타로 공격하라! 어서!”
“투석기와 발리스타를 발사하라!”
슈슈슝!
투아앙!
“케엑!”
“크아아악!”
이번에는 투석기와 발리스타 공격!
그것은 다행히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지 굉음을 내면서 날아간 돌멩이와 거대한 화살에 오크 방패병이 비명을 지르면서 날아가 떨어졌다. 아무리 철방패라도 이걸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공성무기인 투석기나 발리스타는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화살 공격처럼 무더기로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한 발씩 발사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다가 겨우 수십 마리를 죽이는 것에 그쳤다.
수십 마리의 오크가 피해를 입긴 했으나 여전히 우세한 오크 방패부대가 크레이 성 100미터 앞에까지 접근하자, 갑자기 오크 방패병 등 뒤에 붙어 있던 제1, 제2, 제3의 마법병단 소속 오크 마법사들이 일제히 캐스팅을 끝내고 파이어볼을 날렸다. 그들은 마법의 사정거리를 위해 오크 방패부대를 이용했던 것이다.
슈슈슈슝!
순식간에 불길이 이글거리는 파이어볼이 무려 600발이나 크레이 성으로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