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58화 (15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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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스스스스.

그 순간 신기하게도 그 금속판이 커지기 시작하더니 지름 7미터 정도까지 커졌다. 그러자 김준이 제4세력 귀족들에게 황급히 말했다.

“이것은 이동마법진이니 어서 이곳에 올라서시오, 어서! 아버지도 얼른 이곳에 올라타십시오!”

그에 그들 34명과 베일레 백작은 재빨리 이동마법진 위로 올라섰다.

“놈들이 도망치려고 한다! 막아라!”

이때 모습을 본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러나 김준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주문을 중얼거렸다.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이동!”

츠츠츠츠.

순간 은색 금속판에서 갑자기 기이한 빛이 화악 하고 일어나더니 그 빛에 휩싸인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머엉.

그에 병사들은 황당한 상황에 멍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들과 함께 바닥에 놓여 있던 은색 금속판도 사람들과 같이 사라져버렸기에 그들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놓쳤어! 젠장!”

한편 국왕파의 귀족들은 나름대로 선전을 했지만 무장한 병사들이 너무 많았다. 기사 한 명에 무장한 병사가 무려 20여 명씩 달려들었기에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때문에 대부분 병사들에게 포로로 잡혔지만 일부는 아직도 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이 상황은 끝이 날 것이었다.

번쩍.

까브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갑자기 빛이 일어나며 김준과 베일레 백작 제4세력의 귀족들이 이동해왔다. 그곳에는 김준이 이끌고 온 기병 200명이 대기 중이었는데 기사 폴과 마일도 보였다.

“너희들은 주위를 경계하라.”

“예, 영주님.”

기병들은 신속하게 주위로 흩어져 경계에 들어갔다.

“내가 생각하기에 귀족파와 중도파가 연합해 반란을 일으킨 것 같소.”

제4세력의 귀족들 중에서 버드 자작이 나서면서 말했다.

“귀족파와 중도파가 연합을요?”

“그렇소. 대연회실에 있던 그들이 일제히 그곳을 벗어난 후 일이 일어났으니 말이오.”

김준의 말에 일리가 있었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궁왕전하께서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들은 곧 정권을 차지할 목적으로 내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소.”

“프리맨 후작님,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으음, 나 혼자였더라면 대연회실로 들어온 병사들을 전부 죽일 수 있었겠지만 여러분이 위험하다는 판단에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이동해온 것이오.”

“그건 저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일단 각자 영지로 돌아가 병력을 동원해 영지부터 지키는 것이 좋을 듯하오.”

“반란자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을 텐데 그들을 어떻게 뚫고 영지로 돌아가야 할지 걱정입니다.”

“그것이라면 걱정하지 마시오. 나에게는 마법 스크롤이 있으니 바로 영지로 이동시켜줄 수 있소.”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소. 지금 왕성과 까브의 상황이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왕전하께서는 안전하게 피신하셨을 것이라 생각하오.”

“저희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마법 스크롤로 각자 영지로 돌아가 대비를 하고 있으면 내가 알아보고 마법통신으로 연락을 주겠소.”

김준은 제4세력 34명에게 마법 스크롤을 한 장씩 건네주었다. 그리고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번쩍.

이윽고 버드 자작이 마법 스크롤을 찢음과 동시에 빛과 함께 사라져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한 명씩 차례대로 마법 스크롤을 찢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스윽.

귀족들이 모두 떠난 후, 김준은 마법 통신구를 꺼내어 통신을 시도했다.

츠츠츠츠.

마법통신구 속에 글리아나의 얼굴이 나타났다.

“글리아나.”

“준,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

“까브에 반란이 일어난 것 같아.”

“뭐? 반란?”

“자세한 것은 더 알아보아야 하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반란이 분명해.”

“그럼 어서 영지로 돌아와.”

“그러고 싶지만 아버지와 기병들을 먼저 영지로 이동시킬 테니 그렇게 알아.”

“준은?”

“난 이곳에 남아서 조사를 해봐야겠어.”

“위험해, 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 실력 잘 알잖아.”

“그, 그래도 너무 위험해…….”

“글리아나, 시간이 없어.”

“알았어… 광장으로 이동시킬 거지?”

“그래, 서둘러줘.”

“알았어, 걱정 마.”

영주성의 광장으로 나온 글리아나는 주위에 병사를 배치하고 는 김준에게 알려주었고, 그에 고개를 끄덕인 김준은 은색 금속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미 한 번 사용해본 것이기에 베일레 백작은 이것은 이동마법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버지, 글리아나와 함께 영지를 부탁합니다.”

“아들아, 조심해야 한다.”

“아버지, 저 혼자라면 문제없습니다.”

스스스스스.

김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은색 금속판이 거대해졌고 베일레 백작과 기병 200명이 모두 그곳에 올라섰다.

“마나여,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이동!”

번쩍.

그리고 그의 주문이 끝나는 순간 금속판 위의 사람들은 기이한 빛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금속판은 그대로 바닥에 있었다.

그것은 김준의 손짓 한 번에 순식간에 손바닥 정도 크기로 줄어들었고 스르르 허공으로 떠올라 그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김준은 금속판을 마법 주머니 속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후후후, 이제 반란자들을 처리하러 가볼까.”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으로 떠오른 김준은 왕성을 향해 날아갔다.

드라비아 왕국의 수도 에르헤임.

집결한 15만의 병력이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배치되었다. 그리고 수도에 살고 있던 평민들을 전부 병력으로 동원하자 병사들의 수는 50만이 넘었다. 하지만 평민들은 제대로 훈련된 병사가 아니었기에 큰 힘이 되어줄지가 의문이었다.

리브빌 국왕은 에르헤임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피난을 가자는 걸 귀족들을 어렵게 설득해 막았다. 오크가 쳐들어온다고 쉽게 수도를 버릴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부국경을 통해 들어온 페드린 왕국군 30만이 있다는 점이었다. 빠른 속도로 진군하고 있는 그들은 어느새 수도에서 이틀거리 떨어진 곳까지 진군한 상태였다. 거기다 켈로 왕국군 20만과 러셀 왕국군 15만이 드라비아 왕국의 남부국경을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들이 도착하는 데 10일 정도는 걸리겠지만 우선 페드린 왕국군 30만이 도와준다면 에르헤임을 방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한편 세이트 백작은 오크와의 전투에서 대패해 겨우 2만을 보유했을 뿐더러 그 자신의 명예도 땅에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바르빌 공작의 15만도 오크와 싸워 대패를 했기에 자신의 작전이 무능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혀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 세이트는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 오크들의 진군을 반드시 막아내고야 말겠어.”

엄청난 수를 자랑하는 오크 선봉부대를 맞아 정면승부는 너무나 무모했다. 그렇기에 세이트 백작은 오크들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에 위치한 계곡을 떠올렸다.

단단한 암석이 수직에 가까운 절벽으로 깎여 형성된 좁고 깊은 계곡이기에 돌을 굴리거나 화살공격을 퍼붓는다면 충분히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곧바로 실천으로 이어졌고, 백작은 병사들을 나누어 계곡 양쪽에 배치한 다음 기습공격을 준비했다.

‘흐흐. 오크 놈들, 이곳에서 죽을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는 이번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오크 선봉부대는 여러 번 전투를 치르면서 병력이 50만에서 30만으로 크게 줄어버린 상태. 그러니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한편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은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본진에서 30개 부대를 지원했는데, 그 지원부대가 곧 선봉부대와 조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원부대와 선봉부대의 거리는 약 하루 정도의 거리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전방의 그리 크지 않은 산을 보자 느낌이 좋지 않았다. 돌이 많은 산. 그렇다면 틀림없이 계곡이 있을 것이고, 그런 곳에서 만약 기습공격을 해온다면 제법 피해가 커질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했다.

“취익, 제1마법병단의 부대장을 불러라.”

“예, 선봉부대장님. 취익.”

부관 오크가 신속하게 제1마법병단의 부대장을 호출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달려왔다.

“취익, 저를 부르셨습니까?”

“그래, 저 산을 조사해보라. 취익.”

“예, 알겠습니다. 취익.”

이윽고 오크 제1마법병단의 마법사들은 페밀리어를 만들어 산으로 보냈다. 그리고 이들이 조사할 동안 오크 선봉부대는 진군을 멈추고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휴식도 잠시뿐이었다. 200마리나 되는 오크 마법사들이 보낸 페밀리어 덕분에 산을 수색하는 건 금방 끝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빠른 시간에 산속에 은신해 있는 세이트 백작의 병사들을 발견한 것이었다.

“취익… 선봉부대장님, 산속에 인간족의 병사들이 은신해 있습니다.”

“취익, 크크크… 우리를 기습공격하겠다? 어림없는 소리.”

“그렇습니다, 어리석은 인간족 병사들입니다. 취익.”

“취익, 화염계 마법을 이용해 저 산을 전부 불태워버려라.”

“사, 산을 말입니까? 취익.”

“그렇다, 취익. 우리에겐 산은 필요 없어. 공격해.”

“예, 알겠습니다. 취익.”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제1마법병단의 마법사들은 일제히 마법을 캐스팅하더니 산을 향해 파이어볼을 무더기로 날렸다.

슈우우우.

그러자 200발이나 되는 파이어볼이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다 일제히 산에 떨어졌다.

콰콰콰쾅! 화르르르.

그와 동시에 폭음이 터지면서 산은 순식간에 불이 붙었고 거센 불길과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세이트 백작과 병사들은 순식간에 산이 불에 뒤덮이는 바람에 경악하고 말았다. 오크들이 설마 야산을 불태우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으, 말도 안 돼…….”

“이, 이젠 어떻게 합니까?”

“부관, 산에 불이 났으니 일단 이곳을 떠나자.”

“예, 알겠습니다. 후퇴하라!”

오크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오크들의 작전으로 그들은 다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비록 몇 시간이긴 하지만 오크 부대의 진군 속도를 늦추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오크 선봉부대는 다시 진군하기 시작했고, 세이트 백작의 병사 2만은 신속하게 후퇴해 바르빌 공작의 군대와 합류했다. 그래봐야 그들은 겨우 5만 명에 불과했다.

바렌 왕국의 수도 까브.

귀족파와 중도파가 연합해 반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그곳은 반란군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치밀하게 기습공격을 해와 까브에서 가장 세력이 큰 곳 국왕파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무너져버렸다.

대부분의 국왕파 귀족들이 반란군에 의해 제거되었으며 몸을 피한 자들도 반란군과 싸우다 쓰러진 것이다. 또한 국왕파의 고위 귀족인 월리엄 공작과 역시 대연회실에 침입한 반란군들에게 이미 죽었다.

찬드란트 국왕과 제나 왕비는 무사히 피신을 했지만 앤드류 왕자와 조르단 왕자, 쥴리아 공주와 베로니카 공주는 반란군들에게 포위되어 결국 그들의 칼에 쓰러졌다.

다행이도 케빈 왕자는 무사했는데, 귀족파와 중도파가 그를 새로운 국왕으로 옹립(擁立)하기 위해 살려둔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반란군들이 안전한 곳에 피신시켜두었다.

비밀통로로 피신한 찬드란트 국왕과 제나 왕비는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야 했다. 반란군들이 국왕과 왕비를 찾으려고 왕성을 뒤지다가 결국 비밀통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국왕을 잡아야 한다. 어서 추격해!”

“예, 알겠습니다!”

우르르.

비밀통로에 쏟아져 들어온 반란군은 횃불을 손에 들고 빠르게 추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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