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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김준 일행은 7일 만에 바렌 왕국의 수도 까브에 도착했다.
혹시라도 어세신이나 의뢰받은 용병들이 기습공격을 해올까 봐 대비를 하면서 이동을 했는데, 다행히 그들은 아무런 일 없이 까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외성 문을 간단하게 통과한 김준 일행은 늦은 오후였기에 우선 에른 호텔에 묵었다. 시설이 좋고 음식 맛도 훌륭하다고 알려진 곳이었기에 이곳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기사 폴을 왕궁으로 보내 자신들이 까브에 들어온 것을 알렸다.
김준은 아직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라 먼저 따뜻한 물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는 천왕대심공을 운용해 대주천을 한 번 했다. 그런 후 명상에 들면서 생각에 빠졌다.
“귀족파에서 한 번은 공격할 줄 알았는데, 어찌 된 거지?”
귀족파가 한 번 정도는 기습해올 줄 알았었는데 전혀 그런 일이 없었기에 그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똑똑.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영주님, 기사 마일입니다.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알았다, 나가마.”
자리에서 일어난 김준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베일레 자작과 기병들이 놓여 있는 테이블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무려 200명이나 한꺼번에 몰려들었기에 이런 상황이 된 것이다.
풍성하게 차려진 요리는 맛이 뛰어났다. 베일레 자작은 실력이 뛰어난 요리사가 만든 거라 생각해 김준에게 물었다.
“아들아, 여기 요리가 어떠냐?”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합니다. 그보다 아버지, 걱정스러운 게 하나 있습니다.”
“걱정?”
“예, 귀족파에서 기습공격을 해올 줄 알았는데 어찌 된 건지 저희가 이동하는 동안 전혀 반응이 없었습니다.”
“소드 마스터를 기습하면 실패하리라 생각했겠지.”
“그래도 가만히 있을 차일 후작이 아닌데 말입니다.”
“흠, 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하구나.”
“여태까지 아무 조짐이 없었으니… 필시 조만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각별히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알았다. 왕성에 들어가 작위 수여식을 한 다음 신속히 영지로 되돌아가도록 하자.”
“예,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아버지와 저는 이동마법진으로 바로 영지로 돌아가고 기사들과 기병들은 말을 타고 영지로 오도록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긴, 놈들이 되돌아가는 길에 기습 공격을 할 가능성도 크니 그게 좋겠구나.”
식사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난 김준과 베일레 자작은 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특별히 할 일이 없었던 김준은 침대에 앉아 의지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하루라도 빨리 신의 아티팩트 3개 전부를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련에 임하는 것이다.
한편 반란을 계획하고 있는 귀족파의 리안 공작과 차일 후작, 중도파의 루나드 공작은 각자 맡은바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 거사가 바로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거사일은 바로 베일레 자작이 작위 수여식을 하는 날의 저녁이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은밀하게 무장한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었으며 수도 까브를 포위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거사의 내용은 찬드란트 국왕을 비롯해 왕비와 왕자, 공주 등 왕족들과 국왕파 귀족들을 전부 죽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중 소드 마스터인 프리맨 후작을 제거하는 게 최대의 관건이었다.
만약 이 거사가 실패로 끝이 난다면 왕국의 앞날은 내란으로 이어질 것이었다.
왕성의 대연회실.
웅성웅성.
수도 까브에 있는 귀족들이 부인들까지 대동하면서 대부분 참석했기에 대연회실에는 300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대연회실의 문이 열리면서 김준과 베일레 자작이 들어서자 그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들 중 특히 국왕파나 귀족파, 중도파에서 제외되었던 귀족이나 지방 귀족은 김준을 지지하고 있었는데, 현재 그들은 당당하게 왕국의 제4세력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수장으로 김준이 전면에 나서면서 세를 널리 과시했다.
제4세력의 귀족들은 엘도라도와 거래를 하면서 막대한 부를 이루었고, 그것을 발판 삼아 중앙 정치무대에 들어올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이 힘을 실어주었기에 베일레 자작이 이번에 백작위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또한 찬드란트 국왕은 김준에게 금전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었기에 그 역시 흔쾌히 이번 작위를 수락한 것이었다.
한편 국왕파는 귀족파와 중도파의 견제를 위해 제4세력의 힘을 키우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4세력은 어떻게 보면 국왕파와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윽고 김준과 베일레 자작이 우선 국왕파의 월리엄 공작 앞으로 걸어갔다.
“월리엄 공작님, 오랜만입니다.”
“어서 오시오, 프리맨 후작, 베일레 자작.”
“오랜만입니다, 월리엄 공작님.”
베일레 자작이 인사하자 월리엄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내밀었다.
“베일레 자작, 조만간 중앙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하면 자주 얼굴을 봅시다.”
“이번에 큰 힘을 쓰셨다는 걸 잘 알고 있고 무척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별말씀을. 그리고 프리맨 후작, 후작의 실력이 워낙 대단하니 정말이지 너무 부럽구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듯 김준과 베일레 자작은 월리엄 공작과 인사를 나눈 후 귀족파의 리안 공작과 차일 후작과 마주했다.
리안 공작은 거부감이 들지 않았지만 차일 후작은 아들의 일도 있고 해서인지 김준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직도 좋지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리안 공작님.”
“베일레 자작, 이번에 백작의 작위를 받는다고 들었네.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차일 후작도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오, 베일레 자작, 프리맨 후작.”
“차남 다비든은 요즘도 검술수련에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까?”
“그렇소만, 어찌 프리맨 후작의 경지를 따라잡겠소?”
“하하하, 열심히 수련하다 보면 언젠가는 소드 마스터에 오르지 않겠습니까?”
‘으으… 이놈, 이렇게 웃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그러니 많이 웃어두어라.’
김준과 베일레 자작은 이번에는 옆으로 이동해 중도파의 루나드 공작과 마주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루나드 공작님.”
“프리맨 후작, 이번에 베일레 자작이 백작의 작위를 받게 된 걸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루나드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내밀자 김준은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베일레 자작 역시 루나드 공작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제4세력 귀족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국왕파와 귀족파, 중도파의 귀족들은 그런 김준과 베일레 자작을 쳐다보았다. 김준과 베일레 자작은 제4세력의 귀족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때였다. 1왕자인 앤드류 왕자를 포함해 조르단 왕자, 케빈 왕자, 쥴리아 공주와 베로니카 공주가 대연회실로 들어왔다.
그중 쥴리아 공주가 특히 긴장한 기색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김준을 찾기 시작하다가 이내 그를 발견하고는 눈빛이 반짝였다.
“프리맨 후작님.”
김준은 제4세력의 귀족들과 인사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아보았다. 그에 뒤를 돌아보니 쥴리아 공주가 서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쥴리아 공주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쥴리아 공주가 김준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왕자와 공주가 다가왔다.
“프리맨 후작, 오랜만이구려.”
1왕자인 앤드류 왕자의 말에 김준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예. 정말 오랜만입니다, 앤드류 왕자님.”
“영지 일이 많이 바쁠 텐데 수도까지 와주었구려.”
“예, 아버지의 일이니 당연히 제가 와야지요.”
그 말에 앤드류 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베일레 자작이 오늘 백작의 작위를 수여받는다고 들었소. 정말 축하하오.”
“감사합니다, 앤드류 왕자님.”
이때 시종장이 대연회실에 들어서며 외쳤다.
“국왕전하께서 납시옵니다!”
순간 웅성이던 대연회실이 조용해졌다.
그와 동시에 찬드란트 국왕과 제나 왕비가 국왕 친위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란히 들어섰고, 국왕의 뒤에는 친위대장인 해롤드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
잠시 후 시종장이 다시 외쳤다.
“궁왕전하께서 참석하셨으니 그럼 작위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베일레 자작은 앞으로 나오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 말에 베일레 자작이 국왕 앞으로 걸어와 무릎을 꿇었다. 국왕의 옆에는 작위식에 필요한 것들을 가져와 들고 있는 시녀가 있었다.
스르릉.
베일레 자작이 무릎을 꿇으며 앉자 날이 잘 서 있는 롱소드를 뽑아 손에 쥔 찬드란트 국왕이 그에게 말했다.
“그대는 짐에게 충성하는가?”
“예, 궁왕전하.”
그러자 국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번에는 베일레 자작의 양쪽 어깨에 롱소드의 검면을 번갈아가며 대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짐은 베일레 자작에게 백작의 작위를 수여하노라.”
“큰 은혜를 내려주셔서 영광이옵니다. 궁왕전하.”
짝짝짝짝.
귀족들은 베일레 자작, 아니 이제는 베일레 백작이 된 그에게 축하의 박수를 쳐주었다. 적이건 아니건 국왕에게서 작위를 수여받는 것은 축하받을 만한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작위식이 있은 뒤 축하 연회가 펼쳐졌다. 하지만 이때 귀족파의 리안 공작과 차일 후작이 먼저 대연회실을 나가버렸고 귀족파의 귀족들이 뒤따라 나갔다.
뿐만 아니라 중도파의 루나드 공작과 중도파 귀족들 역시 그들을 따라 나갔다. 때문에 대연회실에는 국왕파와 제4세력의 귀족들만 자리하게 되었다.
그들이 한참 연회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슈우우우~ 파팡!
왕성 하늘에 불꽃이 쏘아져 화려하게 폭발했다. 그것은 단순하게 보자면 새로운 작위를 받은 이를 축하하는 불꽃놀이로 보였겠지만 이 순간만 기다리던 자들에게는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일이 곧 벌어짐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탄이었다.
그와 동시에 수도 까브의 외성문이 열리면서 무장한 병력이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내성문까지 열렸다. 귀족파와 중도파의 귀족들이 내성까지 손쉽게 점령하기 위해 배치된 병력을 자신들의 사람들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와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터지며 수도 까브의 내성과 외성은 무장한 병사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에 국왕파의 병력이 막으려고 했지만 적은 병력으로 귀족파와 중도파의 병력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적들은 어느새 왕성까지 들어와 앞을 가로막는 자들을 베어 내며 진군을 계속했다.
이내 대연회실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무장한 병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허엇! 병사들이… 반란이다!”
그에 친위대장인 해롤드는 즉시 국왕과 왕비, 왕자와 공주들을 비상문으로 이동시켰다.
“국왕이 도망친다! 잡아라!”
“궁왕전하를 보호해야 한다! 친위대원들은 병사들을 막아라!”
그리고 검을 뽑아 든 병사들은 앞을 가로막는 귀족들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크억!”
“꺄아악!”
비록 롱소드를 가지고 있었다지만 귀족들은 병사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피를 흘리며 귀족들이 쓰러지자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이렇듯 대연회실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하지만 김준은 침착하게 대처했다.
“어서 이쪽으로 모이시오! 어서!”
그의 외침에 제4세력의 귀족들은 재빨리 한곳에 모였다. 그러자 그는 재빨리 보호막을 형성했다.
쉬이잇, 터텅.
때문에 제4세력 귀족들을 향해 한 병사가 검을 내리쳤지만 보호막에 의해 튕겨나 버렸다.
“젠장!”
스윽.
김준의 손짓 한 번에 병사 12명이 와르르 넘어졌는데, 무형의 기운을 내뿜는 것만으로도 이런 장면이 가능했다.
“마나여,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매직 미사일.”
츄츄츄츙.
그리고 이내 김준의 손끝에서 형성된 매직 미사일! 그것은 무려 20발이나 되었는데, 그의 손짓에 매직 미사일은 병사들에게 날아갔다.
“허엇! 조심해!”
퍼퍼퍼퍽!
“크악!”
매직 미사일에 적중된 병사들은 피를 내뿜으면서 고꾸라졌다. 매직 미사일은 1서클의 간단한 공격 마법이지만 9서클의 경지에 이른 김준의 막강한 공격이라 이렇듯 적중되어 그대로 즉사했다.
그러나 김준의 이런 막강한 공격이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대연회실에 있는 국왕파의 귀족들은 하나둘씩 병사들과 싸우다 검에 베이면서 쓰러졌다. 거기다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 무장한 병사들이 대연회실로 들어오고 있었기에 점점 상황은 악화되고 있었다.
“으음,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신속히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야.”
이내 그곳을 빠져나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김준은 허리에 묶어놓았던 마법주머니 속에서 손바닥 정도 크기의 오각형 은색 금속판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