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55화 (15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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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프리맨 후작의 영주성.

광장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베일레 자작은 국왕의 호출로 수도 까브로 향하기 직전이었고, 이에 김준이 동행하기로 했다. 그는 엘도라도에 남게 된 글리아나를 보호하기 위해 헌트와 하그리가 영주성에 머물도록 조치를 취했다. 소드 마스터에 오른 그들이라면 충분하게 글리아나의 신변보호를 잘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김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글리아나의 마법은 8서클이고 검술은 이미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있었기에 헌트와 하그리가 비록 소드 마스터라고는 하지만 검술은 글리아나가 한 수 위였다.

김준은 노페르슈롱의 등에 올라탔고, 베일레 자작과 호위할 기병 200명은 이미 말 등에 타고 있었다.

다가닥, 다가닥.

그들은 이내 수도 까브를 향해 출발했다.

김준이 멀어지는 걸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가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이윽고 그의 모습은 멀어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글리아나는 여전히 그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러자 헌트가 한마디 했다.

“글리아나 님, 주인님께서는 잘 다녀오실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겠죠?”

“예, 누구보다도 주인님의 실력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알았어요, 그럼 안으로 들어가죠.”

글리아나가 안으로 걸어가자 헌트와 하그리가 뒤따랐다.

요르엘 백작령의 도시 바이잔.

오크 선봉부대는 결국 내성까지 함락시켜 사실상 그곳을 완전하게 점령했다. 10만의 세이트 백작의 지원군이 오크 전사와의 싸움에서 대패를 하면서 후퇴하더니 이어진 전투에서도 또 패배를 하면서 방어선이 무너져버린 것이 큰 이유였다.

그로 인해 세이트 백작의 지원군은 이제 겨우 약 2만 명 정도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드라비아 왕국의 국왕인 리브빌은 세이트 백작의 마법통신을 받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이럴 수가!”

10만의 지원군이라면 충분하게 방어선을 형성해 오크들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황은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즉, 10만의 지원군이 대패를 하면서 방어선이 무너졌고, 왕국의 북부지역은 이젠 오크들의 수중에 떨어지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방어선을 제대로 설치하지 못했기에 지금도 오크들이 파죽지세로 수도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에 리브빌 국왕은 신속하게 대책회의를 열어 바르빌 공작으로 하여금 오크들을 막도록 명령했다.

한편 이미 왕국 전역에 동원령을 내려놓았었기에 수도로 병사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국경에 주둔하고 있는 10만의 병력만 남겨두고 왕국의 동부, 서부, 남부에서 병력을 호출했는데 무려 20만이나 되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징집령을 내려 15세 이상의 남자들은 전부 끌어 모았는데, 이렇게 모인 병력이 30만을 넘었다. 그러나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는 자들이라 오합지졸임이 자명했다.

바르빌 공작은 리브빌 국왕의 명으로 징집된 신병들을 훈련소에 집어넣어 강도 높은 병사훈련을 시키도록 조치했다.

한편 오크 선봉부대는 50개 중 피해를 입어 현재는 약 45개 정도의 부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5개의 부대만 도시 바이잔에 주둔시키고 나머지는 진군을 계속하고 있었다.

3일 후 오크의 본진 100개 부대가 도시 바이잔으로 들어왔으며, 이틀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는 후방부대 50개가 바이잔으로 향하고 있었다.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면서 무장한 병사들이 행군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들은 바르빌 공작이 이끄는 15만의 병력으로, 오크들을 막기 위해 진군하고 있었다.

프라비스 평원에 먼저 도착한 바르빌 공작은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했는데, 이곳에서 진군해오고 있는 오크들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이윽고 지평선 끝에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쿵쿵쿵쿵!

그리고 지축이 흔들리면서 검은 점이 지평선 끝에 나타났다.

그 점은 커지면서 마치 파도가 밀려드는 듯했는데, 대지를 전부 채울 정도로 엄청나게 많았다.

그들은 바로 오크 선봉부대였다. 그들은 무려 40개 부대 40만 마리나 되었기에 바르빌 공작의 15만보다 훨씬 많았다.

도열해 있는 바르빌 공작의 병사들은 진군해오고 있는 오크들을 보고는 겁을 먹었다. 잘 훈련된 병사 3명 정도가 협공해야 오크 전사 한 마리를 이길 수 있었기에 지금 저들의 무력은 자신들보다 몇 배나 강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300미터 앞에까지 접근한 오크 선봉부대는 그 자리에 멈추고는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이때,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바르빌 공작은 즉시 공격명령을 내렸다.

“중장기병과 기병들을 출격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뿌우우우.

“돌격하라, 돌격!”

“오크들을 쳐부수자!”

콰두두두두!

이윽고 엄청난 말발굽소리가 나면서 동시에 흙먼지도 자욱하게 일어났다. 중장기병 5천이 먼저 튀어나갔으며 그 뒤를 기병 2만이 뒤따랐다.

한편 그 즈음 오크 진영도 자리를 잡았는데, 제1마법병단부터 제5마법병단까지 천 마리의 오크 마법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서면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백 마리씩 10열로 늘어서 있었다. 그들은 바실 오크부대장의 수신호에 즉시 마법을 캐스팅했다.

슈슈슈슝.

그와 동시에 불길이 이글거리는 파이어볼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달려오는 중장기병들과 기병들을 향해 떨어졌다.

“파이어볼이다! 모두 조심해라!”

“진군 속도를 높여라!”

콰콰콰쾅.

“크악!”

이히히힝!

그로 인해 적중되거나 폭발한 파이어볼의 충격에 중장기병들과 기병들 일부가 피해를 입었지만 나머지는 계속 오크들을 향해 달렸다.

공격마법을 퍼부은 오크 마법사들은 즉시 뒤돌아 오크 진영 속으로 피했고 오크 마법사 한 마리에 커다란 방패를 손에 든 오크 방패병이 두 마리나 따라붙었다.

시간차 공격으로 오크 마법사들은 전부 한 번씩 공격 마법을 퍼붓고는 이렇게 안전하게 후미로 빠져버렸다.

“취익! 방패병들은 방패를 세워라!”

한편 오크 천부장의 명령에 방패병들은 즉시 방패를 땅에 박으면서 방패를 세웠다. 그리고 그런 그들 뒤로는 오크 보병들이 자리하면서 몸을 붙였다. 이것은 충격을 분산하는 한편,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취익, 화살을 쏘아라!”

투투투퉁.

이번에는 수천 발의 화살이 달려오는 중장기병과 기병들에게 떨어졌지만 튼튼한 갑옷으로 무장했기에 피해는 미미했다. 또한 기병들은 손방패를 착용하고 있어 그것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기에 피해가 미미한 것이었다.

콰지직.

그런 그들은 빠르게 달려와 오크들을 그대로 짓밟아버렸다. 때문에 아무리 오크들이 방패로 막고 창을 세웠다지만 중장기병들은 돌파력이 장점이라 이들을 제대로 막을 수 없었다.

“크억!”

오크 전사들의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선두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에 신이 난 중장기병들은 계속 돌파하면서 오크 전사들을 죽여 나갔고 뒤따라온 기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에 불을 보고 달려드는 나방처럼 오크 전사들이 중장기병들과 기병들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내 말발굽에 짓밟혔다.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오크 전사들이 계속 사방에서 달려들자 중장기병들과 기병들의 돌파력은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였다. 돌파력이 떨어지는 것은 이점이 사라진다는 것과 같았다.

“취익, 공격하라! 공격!”

이윽고 오크 천부장의 돌격 명령에 오크 전사들이 사방에서 중장기병들과 기병들에게 다시금 달려들었다.

결국 처음에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던 중장기병들과 기병들은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밀려드는 인해전술 같은 오크의 공격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진군하는 건 무리야. 선회하라.”

“선두는 선회하라, 어서!”

하지만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방이 온통 오크들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크악!”

“아아악!”

거기다 더 큰 문제는 등을 보이면서 달아나는 그들을 향해 오크 전사들이 창을 던지거나 화살 공격을 퍼부어 말에서 떨어뜨린다는 점이었다. 말에서 떨어진 그들은 달려드는 오크 전사들에 의해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그것으로는 도저히 화가 가라앉지 않던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은 즉시 공격명령을 내렸다.

“취익, 총공격하라!”

돌격명령에 즉시 진군의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둥둥둥둥.

“와아아아!”

그와 동시에 오크 전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 나갔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본격적인 오크 전사들의 돌격이었다.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들듯 그렇게 오크 전사들이 도열해 있는 바르빌 공작의 병사들을 향해 달려왔다.

“궁병들은 무엇 하는가! 어서 쏴라, 쏴!”

슈슈슈슝.

그러자 궁병들이 화살을 쏘았고 수천 발의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달려오는 오크 전사들에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윽.

오크 전사들은 팔에 착용하고 있는 손방패로 화살을 막으면서 계속 돌격했다. 미개하다 생각한 오크들이 상태가 좋은 무기와 갑옷을 갖추고 거기다 손방패로 막 정도의 지능을 보유한 것을 보고 바르빌 공작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으으, 설마 오크들이 이 정도일 줄이야…….”

전투를 지켜보던 부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동시에 세이트 백작의 지원군이 무너진 것도 결코 우연이나 방심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관, 즉시 보병들을 진군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뿌우우우.

“와아아아!”

이번에는 보병들이 나설 차례였다. 진군의 고동소리가 울려 퍼지자 도열해 있던 그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오는 오크 전사들에게 달려 나갔다.

채채챙!

파팍!

“케에엑!”

지금 이곳은 프라비스 평원이라 그들은 결코 물러설 수 없었다. 이 평원은 수도까지는 불과 10일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따라서 이대로 물러난다면 수도가 위험에 처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곳을 방어해야 했다. 그래야 그동안 동원된 병사들과 징집된 사람들이 수도를 방어할 수 있는 방어선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과는 달리 역시나 수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오크 선봉부대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바르빌 공작이 이끄는 병사들 개개인도 제법 훈련이 잘되어 있었지만 오크 전사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즉, 오크 전사 한 마리와 바르빌 공작의 병사 한 명이 서로 싸우면 오크 전사가 승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만큼 오크 전사들은 전투종족답게 전투 실력이 우수했다.

바이나크 언덕. 드라비아 왕국의 북부 프라비스 평원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40만 마리나 되는 오크 선봉부대와의 전투에서 패한 바르빌 공작은 약 7만의 병사를 잃고 후퇴했다. 말 그대로 절반이 약간 안 되는 병사를 잃어 병사들의 마음속에 어느새 오크들은 공포의 존재로 자리 잡았다.

처음 프라비스 평원에서 오크들과 싸울 때만 하더라도 미개한 몬스터인 오크 정도는 충분하게 싸워 이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싸워보니 압도적인 수에서 밀렸을 뿐만 아니라 무기나 전술 면에서도 도저히 상대가 아니었다.

이번의 대패로 인해 병사들의 사기는 최악이었다.

“으음,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로 오크들을 과연 막을 수 있을까?”

바르빌 공작은 어떻게 리브빌 국왕에게 보고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때, 부관이 허겁지겁 군막으로 뛰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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