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53화 (153/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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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레이 황제가 호탕하게 웃자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웃음을 그친 레이 황제가 다시 말했다.

“물론 오크만 정벌한다면 아르크 공작의 말대로 150만 명의 병사를 동원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짐은 이 기회에 드라비아 왕국을 넘어 페드린 왕국까지 점령하고 싶구나.”

“그, 그럼 대륙 정벌을 시작하시려는 것이옵니까?”

“그렇다. 대륙 정벌의 1단계는 당연히 오크가 될 것이고, 2단계는 드라비아 왕국과 페드린 왕국의 점령이 될 것이다.”

레이 황제의 말에 그제야 모든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호응했다.

예전부터 레이 황제는 대륙정벌을 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무엇보다도 나을 수 없는 병환으로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못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불치병이 완치가 된 상황이기에 대륙 정벌의 야망이 이번에 수면으로 급부상한 것이었다.

“황제폐하, 병력 동원과 보급품은 어떻게 하실 것이옵니까?”

아르크 공작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그 점이었다.

레이 황제는 잠시 침묵하면서 생각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짐의 생각으로는 제국의 동부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아르크 공작이 100만 명의 병력을 동원하고, 그에 필요한 보급품까지 책임지면 되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으음, 황제폐하. 다소 어려움이 뒤따르겠지만 동부 지역의 모든 귀족들에게 협조를 요청한다면 그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옵니다.”

“그럼 동부 지역의 일은 그렇게 처리하면 될 것 같고, 이번에는 제국의 서부 지역을 맡고 있는 코코스 공작도 아르크 공작의 경우처럼 역시 100만 명의 병력과 보급품을 맡도록.”

레이 황제의 말에 코코스 공작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예, 알겠사옵니다. 황제폐하.”

아르크 공작과 코코스 공작의 일을 처리하자 나머지 귀족들에게는 레이 황제가 일방적인 통보식이 되어 버렸다.

“제국의 남부 지역의 담당인 노스크 후작은 50만 명과 보급품을, 북부 지역의 우마나크 후작도 역시 50만 명의 병력과 보급품을 책임지도록.”

레이 황제의 명령에 노스크 후작이 대답했다.

“최선을 다하겠사옵니다. 황제폐하.”

북부 지역의 우마나크 후작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자 레이 황제가 노려보았고, 찔끔한 우마나크 후작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신 우마나크도 최선을 다하겠사옵니다.”

“좋아, 중부 지역은 짐이 직접 100만 명의 병사와 보급품을 책임지겠노라.”

레이 황제의 결정에 의해 대륙 정벌의 준비로 400만 명의 병사와 보급품 문제는 이렇게 결정되어 버렸다. 제국의 각 지역을 담당하게 된 고위 귀족들은 하위 귀족들에게 엄하게 명을 내리면 어떻게 하든지 처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 세부적인 문제도 논의가 되었지만 일사천리로 처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번 대륙 정벌의 총사령관으로 누가 선임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미 레이 황제는 결정해 놓고 있었는데, 바로 아놀드 대공을 대륙 정벌 총사령관에 임명하려는 생각이었다.

아놀드 대공의 밑으로 각 군단장의 임명은 황제파와 귀족파, 중도파의 귀족들로 임명되었는데, 그 내역은 이러했다.

먼저 중부 지역의 100만 명을 동원한 레이 황제의 황제파 인물로는 황제호위기사단의 부단장이며 소드 마스터인 다혈질의 데라치 백작이 임명되었다. 데라치 백작이 1군단장에 임명된 것이었다.

다음으로 귀족파의 아르크 공작이 동원한 동부 지역의 군단장으로는 브랑 백작이 임명되었으며, 그는 2군단장을 맡게 되었다.

3군단장은 중도파의 코코스 공작이 직접 추천한 인물로 헤브런 백작이 임명 되었다.

4군단장은 남부 지역의 귀족파 노스크 후작과 북부 지역의 중도파 우마나크 후작이 공동으로 추천한 허드슨 백작이 임명 되었다. 허드슨 백작은 어느 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어떻게 보면 무소속 귀족이었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4군단장에 임명될 수 있었던 것이다.

병력과 보급품을 준비하려면 석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 했다.

회의에서 큰 줄기가 되는 문제가 해결되자 레이 황제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렸다. 남은 귀족들은 세세한 실무를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의논 했고, 2시간 만에서야 긴 회의가 모두 끝이 났다.

그제야 아놀드 대공을 비롯해 황자들과 고위 귀족들은 대연회장에서 그렇게 각자 나가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갔다.

한동안 잠잠하던 모르칸 제국이 갑자기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레이 황제의 명을 받은 귀족들은 서둘러서 각자 맡고 있는 제국의 각 지역으로 돌아가 병력과 보급품을 조달하기 위하여 바쁘게 움직였다. 병사들에게 필요한 각종 무기와 식량 등 군수물품이 대량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번 대륙정벌을 위하여 동원되는 병사 수는 무려 400만 명이나 되었기에 군수물품 역시 엄청나게 요구되었으며, 마케리안 대륙의 각 왕국의 상단을 동원해 이를 조달하기 시작했다.

요르엘 백작령의 도시 바이잔.

내성까지 함락시킨 오크 선봉부대는 세이트 백작이 이끌고 온 10만의 지원군과 싸우게 되었다.

50개 부대로 이루어진 오크 선봉부대는 이전의 전투로 약 5개 부대 5만 마리 정도의 오크 전사가 피해를 입었지만 아직도 45개 부대 45만 마리나 남아 있었다. 또한 지금도 후방에서는 본진 100개 부대와 후방부대 50개가 진군해오고 있었기에 전혀 거리낄 것이 없었다.

채채챙, 파팍!

“공격하라, 공격!”

“취익, 인간 병사들을 죽여라.”

불꽃을 튀기면서 오크 전사들과 세이트 백작의 지원군이 치열하게 병장기를 부딪치면서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뒤로 밀리는 것은 세이트 백작의 지원군이었다.

처음에는 세이트 백작은 10만의 대군이라면 수만의 오크들을 충분하게 전멸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와서 보니 오크들의 수가 몇 배나 되는 것아 그 수가 지원군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으으, 믿을 수 없어. 이건 아니야.”

세이트 백작은 꿈이라 믿고 싶었지만 이건 현실이었다.

“아악, 크억!”

여기저기에서 세이트 백작의 지원군들이 내지른 비명에 병사들의 사기는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오크 전사들은 오히려 사기가 반대로 높아져만 갔다.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한 부관이 세이트 백작에게 외쳤다.

“사령관님, 이대로는 전멸하겠습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그건 안 된다.”

“오크들은 우리 지원군들 보다 5배 정도 더 많습니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막을 수 있을 때까지 막아야 한다. 막아라.”

“사령관님, 전장을 보십시오. 좌우의 대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곧 중앙도 오크들에게 무너질 것입니다.”

“크으, 우리가 무너지면 북부지역은 완전히 오크들에게 내어주어야 한다. 그러니 어떻게 하든지 간에 병력을 모을 때까지는 버텨야 한다.”

“저도 사령관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현실을 보십시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부관, 진정 후퇴밖에는 방법이 없단 말인가?”

“예, 사령관님. 일단 후퇴해 전열을 정비해야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크으. 알았다, 후퇴의 북을 울려라.”

“예, 사령관님!”

부관은 즉시 양손에 깃발을 쥐고는 머리 위로 치켜들더니 좌에서 우로 원을 그리듯 그렇게 깃발을 흔들었다.

둥둥둥둥.

이윽고 북소리가 크게 전장에 울려 퍼지자 치열하게 싸우던 지원군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슈슈슈슝.

그러자 그들을 향해 오크 궁병들이 화살을 쏘았고, 그 바람에 후퇴하는 지원군의 등에 화살이 날아와 적중했다.

“크억!”

병사들은 팔이나 등, 허벅지, 옆구리에 화살을 맞아 비명을 지르면서 우수수 쓰러졌다. 또한 부상을 당해 후퇴하지 못한 자들은 뒤따라온 오크 전사들에게 목이 잘려 죽었다.

오크 전사들은 인간들을 절대 살려주지 않았다. 포로에게 식량을 나누어줄 여유가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진군속도가 늦어진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다만 여자는 살려주었는데, 그건 여자들을 노리개로 삼기 위함이었다.

또한 인간 여자와 오크 전사에게서 태어난 하프 오크들은 보통 오크보다 지능이 높았기에 오크 사회에서는 중요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유전학적으로 우수했기에 여자만은 살려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크 전사들 중 제법 지위가 있는 자들은 인간 여자 노예를 가지고 있는 걸 원했다.

오크들은 먹는 것, 싸우는 것, 인간 여자 노예를 보유하는 것, 이렇게 세 가지를 대체로 소망했다.

시온 성.

모르칸 제국의 남부 국경에 축성된 성으로 제국의 국경수비대 5만 명이 주둔해 있었다. 그리고 드라비아 왕국과 국경인 실개천이 흐르는 곳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의 오르막에 세워진 돌 성으로 매우 견고한 성이었다.

또한 그곳은 루오 남작령에 속해 있었는데, 루오 남작령은 지방의 작은 영지이나 드라비아 왕국 북부 국경과 마주보고 있어 영지병을 만 명이나 보유한 곳으로, 오크 왕국이 있는 우디 숲과는 불과 3킬로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40대 후반의 나이인 루오 남작은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으음, 벌써 석 달이나 되었군?’

석 달 전에 갑자기 황궁에서 마법통신으로 레이 황제의 칙령이 전달되었는데, 그 내용은 루오 남작령에 대군이 머물 만한 장소를 선정해놓으라는 것이었다.

그에 ‘10만의 병사라도 오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무려 400만 명의 대군이 임시로 주둔하게 될 것이라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40만을 잘못 들었나 했는데, 정말로 400만 명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민 중이었다. 400만 명의 병력이 임시로라도 주둔하려면 루오 남작령의 절반을 비워놓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성 인근부터는 평지라 그곳에서부터 영지의 외곽 황무지까지 이용하면 될 듯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사는 땅을 일부러 비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곳은 군막을 설치하기엔 돌덩이와 바위가 많고 구덩이도 있었다. 하지만 루오 남작은 3만 명이나 되는 영지민과 영지병 만 명을 전부 동원한다면 시간 안에 군막 설치를 할 수 있을 듯했기에 신속하게 군막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한편 시온 성의 성주이자 국경수비대장인 베라스에게도 레이 황제의 칙령이 마법통신으로 전달되었다. 그래서 그는 5만 명의 국경수비대원의 무기를 점검하고 군량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또한 국경수비대원들의 나태해진 마음에 군기가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루오 남작이 실시하고 있는 공사에 투입했다. 그래서 현재 시온 성엔 3천 명의 병력만 남아 성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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