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52화 (15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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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투투투퉁.

불화살 수십 발이 충차에게로 날아갔다. 그러나 오크의 충차는 약물처리가 되어 있는지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충차가 별다른 이상 없이 계속 전진해오자 이번에는 성루에서 뜨거운 기름 솥이 올려졌다.

“부어라!”

주르륵.

내성 문 위쪽에서 영지병들이 뜨거운 기름을 부었고, 충차에 그 기름이 쏟아졌다.

“이때다, 불화살을 쏘아라.”

투투퉁.

화르르르.

순식간에 충차에 불이 붙었다.

“케에엑!”

“으왓, 취익, 뜨거.”

뜨거운 불과 그 열기에 오크들이 밖으로 튀어 나오자 성벽 위에서 이를 지켜본 궁병들이 화살을 쏘아 죽였다.

“취익, 이동 공성탑을 내보내라. 취익.”

쿠르르르.

30미터 정도의 높이를 가진 이동 공성탑 20기가 굉음을 내면서 내성벽 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성벽 위에 있던 궁병들이 점점 다가오는 이동 공성탑을 향해 필사적으로 화살을 날렸지만 피해가 거의 없었다. 가죽에 쇠를 덧대고, 약물처리까지 했기에 불에 잘 타지 않았던 것이다.

이동 공성탑 안쪽에는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무장한 오크 전사들이 수백 명이나 타고 있었다. 힘이 좋은 근육질의 오크장사들이 수백 명이나 쇠바퀴에 연결된 봉을 잡고 돌렸기에 이동 공성탑은 내성벽을 향해 이동할 수 있었다.

슈슈슈슝.

이동 공성탑에 타고 있던 오크 전사들이 공성사다리를 집어 던져 그 줄을 타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영지병들이 건너오는 오크 전사들을 맞아 싸웠지만 점점 늘어나는 오크 전사들에게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충차가 다시 동원되어 성문으로 달려왔다.

쿠쿵!

성벽 위에서 제대로 된 공격을 퍼붓지 못하게 되자 오크의 충차는 마음 놓고 공격을 해왔다. 충차가 한 번식 성문에 충돌할 때마다 굉음과 그 충격에 성이 흔들렸다.

아직까지는 튼튼한 성문이 잘 버티고 있었지만 몇 번만 더 이런 강력한 충격을 받는다면 성문이 깨어질 것이다. 한창 유리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오크 진영에서는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하여 마법병단을 동원했다.

200마리나 되는 오크 마법사들이 일제히 공격마법을 캐스팅 하더니 시간차 공격으로 파이어볼을 날렸다. 사람 몸통만 한 크기의 파이어볼이 무려 100여개나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와 떨어졌다.

영지병들은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병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마법사들이었다. 특히 화염계 공격마법은 가장 피해를 줄 수 있고, 시각적으로 공포심까지 일어나게 한다.

콰콰쾅!

“크억, 아아악!”

여기저기에서 영지병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성 안은 온통 화염에 휩싸여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취익, 공격하라. 공격!”

오크 천부장들이 오크 전사들을 독려하자 더욱 용감하게 싸웠다. 요르엘 백작의 영지병들도 제법 버텨보았지만 그것이 한계였다.

와지끈, 콰쾅!

충차에 의해 결국 내성 문이 박살났다.

“취익, 성문이 박살났다! 공격하라, 공격!”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면서 오크 전사들이 엄청난 수가 달려왔다.

“막아라, 막아!”

“오크가 몰려온다! 방패로 막아라!”

채채챙, 파팍.

“으악, 커억…….”

오크 전사들이 박살난 내성 문으로 들어서자 영지병들이 열을 맞추면서 방패를 앞세우고 막았다. 이들은 서로 뒤섞이면서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지만 사기에서 앞선 오크 전사들이 조금씩 전진을 했고, 이윽고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그렇게 영지병들의 대형이 무너졌다.

쿵쿵쿵쿵.

그 즈음 땅이 흔들리면서 세이트 백작의 10만 명의 지원군이 드디어 도시 바이잔 초입에 들어섰다.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행군 중이던 병사들이 멈추었다. 전방에 오크 부대가 대형을 이루면서 서 있었던 것이다.

세이트 백작은 약간 당황했다. 대충 잡아도 오크들이 자신의 10만 지원군 보다 더 많아 보였다. 오크 선봉부대 50만 마리 중에서 10개 부대가 전열을 정비한 후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이트 백작은 미개한 몬스터인 오크들이라 잘 훈련된 자신의 병사들이 더 잘 싸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곧 알게 된다.

“큭큭, 이번에 오크를 쓸어버리고, 나의 용맹함을 왕국에 다시 한 번 알리겠다.”

부관이 옆에서 거들었다.

“사령관님, 여긴 평지이니 중장기병을 먼저 내보내 오크들을 짓밟아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즉시 중장기병들을 출병시켜라.”

“예, 사령관님. 중장기병을 출병시켜라.”

콰두두두두.

5천의 중장기병들이 대형의 중앙으로 나오더니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중장기병들이 오크 진영으로 빠르게 돌진하자 오크 측에서도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취익, 투석기와 발리스타로 적의 중장기병들을 죽여라!”

“취익, 마법병단은 즉시 앞으로 나서라.”

투투투퉁.

투석기에서 돌덩이가 쏘아졌고, 이윽고 발리스타에서도 거대한 화살이 쏘아졌다. 보병들에게는 천적이 바로 중장기병들이었지만 이들도 공성무기에는 취약했다. 하지만 취약점은 빠른 속도로써 어느 정도 보완이 되었다.

돌덩이와 거대한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중장기병들도 있었지만 그건 소수에 불과했다.

캐스팅을 마친 오크 마법사들은 일제히 시동어를 외쳤다.

“취익, 그리스.”

쥬아아악.

땅바닥에 마찰을 없애는 마법을 펼쳤기에 선두에서 달려오던 중장기병들이 미끄러졌다.

“우왁, 조심해!”

“미끄러진다. 아아악!”

이히히힝.

중장기병의 비명과 말울음소리가 구슬프게 들렸지만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취익, 어스 퀘이크.”

우르릉, 쩌어억.

이번에는 마법의 영향으로 지진이 일어났다. 빠르게 달려오던 중장기병들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만 고꾸라졌다. 수천의 중장기병들이 공격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취익, 선두 공격하라.”

둥둥둥둥!

“와아아아!”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천부장의 공격 독려에 창을 든 오크 전사들과 칼이나 도끼를 손에든 보병 오크 전사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 나갔다.

이윽고 중장기병들과 오크 전사들이 서로 충돌했다.

콰쾅, 콰지직!

역시나 중장기병들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들은 용감하게 달려오는 오크 전사들을 말발굽으로 짓밟으면서 진군했다. 수천의 오크 전사들이 쓰러졌지만 평원을 가득 매운 오크선봉부대에게는 미미한 정도의 피해였다.

중장기병들의 무서운 점이 바로 돌파력에 있었는데, 상대가 워낙 많은 수의 오크 전사들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속도가 떨어지면서 이점이 사라졌다.

오크 전사들에게 포위된 중장기병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포위망을 뚫으려 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았다. 포위망을 돌파하느라 중장기병들은 대부분 쓰러지고, 살아남은 자들은 불과 500명도 채 안 되었다.

스윽.

이를 지켜보던 세이트 백작의 공격 수신호가 내려졌다.

뿌우우우!

진군의 고동소리가 울려 퍼지고, 방패병을 앞세운 지원군의 선봉 보병들이 진군을 시작했다.

“돌격 앞으로!”

“와아아아!”

큰 함성을 지르면서 지원군의 선봉 보병들이 달려 나갔다.

스윽.

바실 오크 부대장의 공격 수신호가 내려졌다. 오크 부관이 크게 외쳤다.

“취익, 공격하라. 공격!”

“취익, 공격.”

오크 전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머리위로 치켜들면서 달려 나갔다.

채채챙, 파팟!

오크 전사들과 지원군의 보병들이 서로 뒤섞이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모르칸 제국 아놀드 대공의 블루캐슬.

아놀드는 정보길드의 도움으로 김준의 신상명세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당장은 벌려 놓은 일들이 많아서 힘들겠지만 적당한 기회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황궁에서 입궁하라는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지?”

아놀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로 황궁으로 입궁했다.

대연회장에는 황태자와 황자, 공작과 후작, 백작 등 고위 귀족들이 대부분 들어차 있었다. 시종장이 대연회장의 거대한 문을 열어주자 아놀드가 안으로 들어섰다.

아놀드는 작위가 대공이라 황태자와 동급이었다. 황태자 엘루스는 처음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려고 했으나, 아놀드가 내뿜은 무형의 기운에 숨이 막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황자들과 고위 귀족들도 아놀드가 내뿜은 무형의 기운에 몸을 살짝 떨었다.

궁정마법사나 국왕친위대장도 이 정도의 강력한 기운은 내뿜지 못했다.

꿀꺽.

3황자인 르네프가 입안이 마른지 침을 삼켰다. 그때, 이들을 구해주는 시종장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황제폐하께서 납시오.”

황제호위기사단의 기사 100명이 먼저 안쪽에 마련되어 있는 문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그제야 레이 황제가 천천히 걸어왔고, 대연회장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상체를 숙여 예를 표했다.

레이 황제는 황금으로 주조된 황좌에 앉았다.

“경들도 모두 자리에 앉으라.”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오늘 짐이 특별회의를 주최한 것은 한 가지 중대한 일을 알려주기 위해서니라.”

‘그게 뭘까?’

아놀드는 속으로 궁금증이 일었다.

레이 황제의 말에 황태자와 황자, 고위 귀족들도 전부 궁금해 했다.

“며칠 전 드라비아 왕국의 북부 우디 숲에 살고 있던 오크들이 왕국을 개국하고는 드라비아 왕국을 침공했다.”

쿠쿵.

모두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왕국 간의 사소한 전투는 늘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과 같이 몬스터로 취급되어온 오크들이 왕국을 개국하고, 그것도 모자라 드라비아 왕국까지 침공한 일은 충격이었다.

‘말도 안 돼.’

‘미개한 오크들이 어떻게?’

귀족들이 각자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레이 황제의 말이 이어져 그들의 상념을 멈추게 했다.

“지금은 오크들이 드라비아 왕국을 공격하고 있지만 조만간 우리 모르칸 제국도 도발할지 모른다.”

‘이게 무슨 소리지?’

‘서, 설마. 황제께서 이것을 기회로 전쟁을?’

아놀드와 고위 귀족들의 예상대로 레이 황제가 말을 이었다.

“짐의 제국이 위협받기 전에 우리가 먼저 오크들을 공격하여야만 하겠는데, 경들의 생각은 어떤가?”

스윽.

레이 황제는 귀족파의 아르크 공작을 쳐다보더니 이윽고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황태자 엘루스를 지지하는 중도파의 귀족인 코코스 공작을 쳐다보았다.

모르칸 제국의 핵심 권력자인 귀족파의 아르크 공작이 먼저 레이 황제에게 대답했다.

“황제폐하, 신이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대답해보라, 아르크 공작.”

“예, 신의 생각도 황제폐하와 같사옵니다만 문제는 오크들을 상대하기 위하여 병력과 보급품을 얼마나 지원해야 하는지 그것이 궁금하옵니다.”

“아르크 공작이 짐의 생각과 같다고 하니 기쁘구나. 코코스 공작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 황제폐하. 저도 아르크 공작의 생각과 같사옵니다.”

“그렇다면 짐의 생각을 말해 주겠노라. 짐은 이번에 오크들을 정벌하기 위하여 잘 훈련된 정규병으로 300만 명의 병사를 동원하고, 보급병으로 100만 명을 해서 모두 400만 명을 동원할 것이다.”

‘허억, 400만 명!’

‘400만 명이라니 젠장.’

아르크 공작과 코코스 공작은 속으로 무척 놀랐다.

100만 명에서 150만 명 정도라면 그리 문제될 것이 없었다. 모르칸 제국은 그 정도의 병력은 충분하게 동원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제국이라도 400만 명의 병사를 동원하려면 무리가 따르는 일이었다.

병사의 징집 문제도 있었지만 엄청난 보급품이 더 무리였다.

아르크 공작은 무리한 레이 황제의 말에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제폐하, 신의 생각으로는 오크를 정벌하는 정도라면 100만에서 150만 명 정도라면 충분할 것으로 보이는데, 왜 400만 명이나 병사를 동원하시려고 하시옵니까?”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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