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51화 (15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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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어서 오십시오. 영주님.”

“오랜만이군, 첸나이.”

“예, 영주님.”

“오면서 보니까 신병들이 열심히 훈련받고 있더군?”

“예, 그렇습니다. 2주 전에 들어온 신병들인데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보급상태는 어떤가?”

“보급상태는 최고입니다. 영주님.”

“그런가? 다른 불편함은 없나?”

“예, 특별히 불편함은 없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글리아나, 들어갑시다.”

말에서 내린 글리아나는 김준의 뒤를 따라 광장을 가로질러 안으로 들어갔다. 로브을 입은 마법사 5명과 호위 기사 20명만 김준을 따라갔고, 나머지 기병들은 성안에서 대기했다.

성주 첸나이가 요리사에게 특별히 신경을 쓰도록 했는지 요리는 무척 맛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하녀가 들고 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김준이 먼저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첸나이 성주.”

“예, 영주님.”

“내가 오늘 이곳을 방문한 것은 한 가지 목적이 있어서다.”

“안 그래도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그러실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평화롭기 때문에 보급이 어렵지 않지만 앞으로 영지전이나 왕국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긴급하게 통신을 시도하거나, 보급품을 조달하기가 힘들게 될 것이다.”

“…….”

성주 첸나이는 김준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해 이곳에도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

“영주님, 그게 어떤 것입니까?”

“일단은 이들을 먼저 소개시켜 주겠다.”

김준의 손짓에 의해 성주 첸나이의 눈동자가 옆으로 이동했다. 로브를 입은 것으로 보아 마법사라는 걸 알고는 있었다. 김준이 5명의 마법사들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마법사가 자신을 소개했다.

“앞으로 이곳 글리아나 성에 주둔하게 된 마법사들의 수장인 코노사라 합니다. 4서클 마스터입니다.”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성주 첸나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저의 제자들로 로스와 랑트는 3서클 마스터이고, 베라와 홀든은 3서클 유저입니다.”

“그렇군요.”

성주 첸나이와 마법사들의 간단한 소개가 끝이 나자 김준이 말했다.

“이번에 다른 9개의 성에도 마법사들이 주둔하게 되었다. 앞으로 영주성과 마법통신은 이들 마법사들이 책임지고 도와줄 것이다.”

“그럼 앞으로 영주성과 언제든 마법통신을 시도할 수 있으니 편리하겠군요?”

“그렇다. 또한 나는 성의 광장 한쪽에 마법진을 설치하여 비상사태 때 보급을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군량을 항시 6개월은 버틸 수 있도록 비축해 두어야 한다. 첸나이 성주.”

“예, 영주님. 항상 그 점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좋아, 첸나이 성주를 믿어 보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주님.”

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김준은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의 한쪽에 이동마법진을 그리기 위해서인데, 코노사와 그의 제자들은 구경하기 위하여 따라 나왔다.

스윽, 슥슥.

김준은 이동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동마법진은 최소 6서클은 되어야 그릴 수 있으며, 저렇게 큰 이동마법진을 그리기 위해서는 대마법사급인 7서클은 되어야 가능하다.

그런 이동마법진을 김준이 그리자 코노사와 그의 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김준의 마법실력에 존경을 표했다.

이동마법진이 드디어 다 그려지자 김준은 이번에는 알람마법도 설치했다. 김준이 그린 이동마법진은 큰 원안에 기이한 도형과 룬문자가 빼곡하게 그려져 있는 복잡한 형태였다. 이어 김준이 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주문이 점점 빨라졌다.

번쩍!

갑자기 이동마법진에서 빛이 일어났다가 순간 사라져버렸다. 이로써 이동마법진이 완성된 것이다.

“첸나이 성주.”

“예, 영주님.”

“이동마법진이 완성 되었으니 이곳에 천막을 설치하고, 마법사 한 명과 무장한 병사 20명을 항시 경비를 세우도록.”

“예, 알겠습니다.”

“첸나이 성주, 오늘은 늦었으니 성에서 묵고 내일 떠나겠다.”

“예, 영주님.”

도시 바이잔에서는 요르엘 백작의 영주성이 있는 내성까지 병사들이 밀리게 되었다. 엄청난 수로 밀어 붙인 오크 전사들은 조금의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내성 앞까지 진군했다.

오크 전사들은 외성을 통과하면서 외성 안에 있던 영지민들을 포로로 사로잡았다. 대부분 노인이나 어린아이, 여성들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오크 전사들은 좋아했다.

“쏴라!”

슈슈슈슝.

내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이 천인대장의 공격명령에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내성 앞에는 온통 오크 전사들로 가득했다.

티티티팅.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오크 전사들에게 떨어졌지만 대부분의 화살이 방패에 맞아 튕겨졌다. 방패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오크 전사들에게는 화살공격이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취익, 투석기로 공격하라. 취익.”

“취익, 공격하라, 공격.”

오크 천부장의 공격명령에 뒤쪽에 배치되어 있던 투석기 부대에서 일제히 돌덩이를 쏘았다.

투투투퉁.

포물선을 그리면서 돌덩이가 날아오자 내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은 재빨리 상체를 숙였다.

콰콰쾅!

요란한 굉음이 터지면서 내성벽 곳곳에 돌 부스러기가 떨어졌고, 일부는 병사들을 덮쳐 피해를 입혔다.

“취익, 화살을 쏘아라.”

스윽.

오크 궁병들은 천부장의 명령에 활을 내성으로 겨누었다.

쏴쏴쏴아!

소나기가 내리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천여발의 화살이 내성으로 날아갔다.

“화살공격이다. 조심해!”

“방패로 막아라! 어서!”

화살이 날아오는 걸 본 병사들은 방패로 몸을 보호했기에 대부분 화살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영지민들은 아니었다.

“크악, 커어억!”

제대로 무장도 못하고, 방어구조차 없는 영지민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우수수 쓰러졌다. 내성 안에서 병사들에게 각종 무기와 화살을 나르는 일에 동원된 영지민들은 내성 밖의 상황을 볼 수 없었기에 화살이 날아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제대로 방어할 수 없었고, 날아오는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것이었다.

“취익, 제1마법병단은 앞으로 나서라.”

“제1마법병단 나와라. 취익.”

처처처척.

200마리의 제1마법병단이 앞쪽으로 나왔다. 이들은 전부 로브를 입었는데, 오크들의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부대였다.

“오크 마법사들이다! 화살로 공격해!”

“화살을 쏘아라. 어서!”

슈슈슈슝.

공격마법에 큰 피해를 입기 전에 선제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쏘아진 수백발의 화살이 오크 제1마법병단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그러나 오크방패병들이 커다란 방패를 일제히 치켜들면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다.

티티티팅.

방패에 가로막혀 화살은 대부분 튕겨져 버렸다. 설사 방패를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보호막에 가로 막혔다. 오크 제1마법병단의 오크 마법사들은 공격마법을 영창하더니 일제히 앞으로 팔을 내뻗었다.

“취익, 매직 미사일.”

츄츄츄츙.

유도 기능이 들어있는 매직 미사일 200발이 일제히 내성을 향해 날아갔다.

“마법이다. 조심해.”

“매직 미사일이다. 막아.”

따땅, 퍼퍼퍽.

“커억, 아아악!”

방패로 막은 병사들은 그 충격에 넘어 지기도 했지만 큰 피해는 없었고, 방패가 없는 병사들은 그대로 매직 미사일에 적중되어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오크 제1마법병단에서는 다시 공격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파이어볼이었다. 아무래도 공격마법 중에서 가장 피해를 줄 수 있는 건 바로 화염계 공격마법이었다. 그 사이에도 투석기나 발리스타가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었다.

내성을 향해 집중적인 오크들의 공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태라면 반나절도 안 되어서 내성도 함락될 것으로 보였다.

한편, 5천의 기병들 중에서 살아 돌아온 천여 명은 즉시 지원군과 합류했다. 세이트 백작은 돌아온 기병들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어느 정도는 피해를 각오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멍청한 놈!”

“진정하십시오. 사령관님.”

“멍청한 에든 때문에 기병들의 피해가 너무 컸어.”

“이제 곧 오크들과 조우하게 됩니다. 그때 복수를 해도 늦지 않습니다.”

“으으, 오크들을 다 죽여 버리겠어!”

“사령관님, 10만의 병사들입니다. 뭐가 두렵겠습니까?”

“흐흐, 맞아. 나에겐 10만의 병사들이 있어. 겨우 4천 정도의 피해만 입었을 뿐이야.”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오크들에게 분풀이를 하면 됩니다.”

부관의 말에 세이트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먹을 움켜쥐면서 화를 참았다. 이제 곧 오크들과 조우하게 될 것이기에 진정할 필요가 있었다.

“부관, 행군 속도를 올려라.”

“예, 사령관님. 행군 속도를 높여라!”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울려 퍼지고, 병사들의 행군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요르엘 백작령의 도시 바이잔.

오크 선봉부대는 도시 바이잔을 공격하여 외성을 함락시키고, 내성까지 진군하여 서로 치열하게 싸웠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보니 요르엘 백작의 영지병들은 최선을 다해서 오크들과 싸웠지만 오크들은 너무나 수가 많았다.

“취익, 이러다가는 언제 성을 함락시킬지 모르겠다. 취익, 공성무기를 동원하고, 마법병단까지 전부 동원하라. 취익.”

“취익, 알겠습니다. 북을 울려라.”

둥둥둥둥!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의 명령에 북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오크 전사들이 일단 내성 벽에서 뒤로 물러났다.

내성벽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영지병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오크들이 공격을 잘하다가 물러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쿠르르르.

굉음을 내면서 투석기와 발리스타가 앞으로 전진 배치되었다.

투투투퉁.

투석기에서 먼저 돌덩이가 발사되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내성에 떨어졌다.

콰쾅!

“크악, 아아악!”

돌덩이에 맞은 영지병은 그 자리에서 즉사해버렸고, 일부는 성벽 아래로 추락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발리스타에서 거대한 창 같은 화살이 쏘아졌다.

슈아아앙! 콰콰쾅!

파괴력이 높은 공성무기라서 그런지 위력적이었다. 그것도 모자란 듯 이번에는 충차가 오크 진영에서 튀어나오더니 내성 문을 향해서 돌격해 왔다.

성루에서 이를 지켜보던 천인대장이 외쳤다.

“충차가 돌격해온다! 막아라!”

“불화살을 쏘고, 뜨거운 기름을 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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