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50화 (150/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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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쿠콰쾅!

그때 갑자기 굉음이 터지면서 외성 문이 오크의 충차에 의해 박살나 버렸다. 오크의 충차를 저지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취익, 성문이 깨어졌다. 진군하라. 취익.”

“공격하라. 공격! 취익.”

오크천부장의 공격명령에 오크보병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성문 안에 있던 병사들은 당황했지만 일선 지휘관의 명령에 정신을 차렸다.

“나무나 돌덩이를 가져와 성문을 막아라! 어서.”

“어서 움직여!”

콰콰콰콰.

그러자 또 다시 캐스팅을 마친 오크 마법병단에서 파이어볼을 일제히 날렸다. 하늘에 온통 수놓은 것은 이글거리는 파이어볼이었다. 하늘을 쳐다본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입을 쩌억 벌렸다.

“파이어볼이 날아온다! 피해!”

“허억, 피해!”

병사들의 경고성에도 불구하고, 외성안의 여기저기에 파이어볼이 날아와 떨어졌다.

쿠콰콰쾅!

“크아악, 아악!”

“내…내 팔.”

“불이 붙었다. 아악, 불 좀 꺼줘!”

화르르르.

곳곳에 파이어볼의 영향으로 불길이 치솟았고,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성문 안에서는 무장한 병사들이 몰려드는 오크 전사들을 맞아 용감하게 잘 싸웠지만 끝없이 밀려드는 오크 전사들에게는 역부족이었다.

“후퇴하라, 후퇴!”

둥둥둥둥.

후퇴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병사들은 즉시 후퇴하기 시작했다. 지휘관들도 더 이상은 외성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걸 느낀 것이다.

두두두두.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기병들이 빠르게 달렸다. 이들은 세이트 백작이 보낸 5천의 기병들로 도시 바이잔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들어섰다. 기병대장인 에든의 눈이 커지면서 경악했다.

“허억, 이게 전부 오크!”

에든 기병대장의 옆에 있던 부관 포트도 놀라며 말했다.

“대장님, 오크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들의 말대로 대지에는 온통 오크들로 채워져 있었다. 조금 전에 외성 문이 깨지면서 엄청난 수의 오크들이 외성 안으로 진입하는 게 보였다. 외성 문이 깨지면 사실상 외성을 방어하기엔 무리였다.

“부관, 기병대를 5개 대형으로 만들어서 오크들을 공격한다.”

“예? 대장님. 이건 너무 무모한 행동입니다.”

“지금 돌격하면 오크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대장님, 설사 그렇더라도 우리는 전멸을 면치 못 합니다.”

“우리가 나서지 않는다면 요르엘 백작의 영지병들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다.”

“음, 알겠습니다.”

“대형이 이루어지는 대로 각 대형별로 오크들을 공격한다. 이상.”

그러자 천 명으로 이루어진 기병대형이 다섯 개 만들어졌다.

“공격하라! 공격!”

두두두두.

일제히 말들이 앞을 향해서 튀어 나가 달렸다. 5천의 기병들이다 보니 엄청난 굉음이었다.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은 뒤쪽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그러나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취익, 오크 방패병들은 대형을 유지하고, 제2마법병단은 저들에게 마법의 무서움을 보여 주어라. 취익.”

“예, 알겠습니다. 제2마법병단은 앞으로 나서라. 취익.”

처처처척.

200명으로 이루어진 제2마법병단의 오크 마법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서더니 마법을 캐스팅했다.

“취익, 파이어볼. 취익.”

콰콰콰콰.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기병들을 향해 파이어볼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졌다.

쿠콰콰쾅.

“크악, 아아악!”

이히힝.

기병들의 비명소리와 말울음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지면서 고꾸라졌다. 백여 기가 넘는 기병들이 쓰러졌지만 나머지 기병들은 계속 오크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제2마법병단에서는 마법을 영창했다.

“취익, 그리스.”

쥬아아악.

땅바닥에 마찰력을 없애는 마법을 펼쳤기에 기병들이 일제히 미끄러졌다.

“허억, 마법이다! 조심해!”

마법이 펼쳐져 있는 곳은 마치 장애물 경주대회를 하는 듯 기병들은 잘도 피하면서 계속 진군했다.

“어스 퀘이크.”

우르르릉.

그러자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면서 달려오던 기병들이 우수수 고꾸라졌다.

“취익, 궁병오크들은 화살을 쏘아라. 취익.”

츄츄츄츙.

수천발의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기병들에게 날아갔다. 안 그래도 오크마법사들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기병들인데 이번에는 화살이 기병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절반이 넘는 기병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나머지 기병들은 결국 오크 진영에 도달하여 말발굽으로 오크 전사들을 마구 짓밟았다.

“케에엑!”

“크악, 커억!”

오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지만 대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오크 진영을 기병들이 뚫기는 버거웠다. 선두에 서 있는 오크 방패병이나 보병들이 피해를 좀 입었지만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취익, 기병들을 공격하라. 취익.”

“취익, 공격하라. 공격.”

오크 천부장의 명령에 오크 전사들이 창이나 칼을 휘두르면서 기병들을 공격했다. 말의 속도가 떨어진 기병들은 이젠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크악, 아아악!”

이히히힝.

오크 전사들이 내지르는 창에 찔려 기병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말에서 떨어지거나 말이 쓰러졌다.

“후퇴하라, 후퇴!”

기병대장인 에든의 후퇴 명령에 기병들은 말머리를 돌려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순순히 보내줄 오크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화살을 쏘거나 아님 제2마법병단의 오크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사용해 달아나는 기병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5천이나 되던 기병은 겨우 천여 명 정도 살아남아 후퇴했다.

프리맨 후작의 엘도라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왕국에서 가장 낙후된 영지 중 한곳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발전된 영지로 변했다. 농지개량사업을 통해서 바둑판처럼 밭이 잘 정리가 되어 있었으며, 곳곳에 저수지를 만들어 농업용수가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었다.

특히 식량의 증대를 위해서 밀뿐만 아니라 콩,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 재배에도 힘썼다. 이밖에도 식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식물을 찾아내어 시험적으로 밭에 심어 생산하도록 했다.

앞으로 엘도라도의 영지민이 1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니 식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각별히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과일나무도 많이 심어 수확하고 있고, 바다에서도 어부들이 물고기와 각종 조개류나 해산물을 어획(漁獲)했다.

공업이 발달하지 않아 바다는 전혀 오염되지 않은 청정해역이라 수산물이 넘쳐났기에 어부들은 대부분 만선이 되어 포구로 돌아왔다. 어부들이나 농부들은 세금이 적었기에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일했다.

다른 영지에서는 수확의 70~80%까지 각종 세금 명목으로 영주가 가져가는데 비해 엘도라도 에서는 전혀 달랐다. 일단 영주에게 1년에 소득의 20%의 세금만 내면 나머지는 자신들의 몫이었고, 그러니 알아서들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었다.

농업이나 수산업이 아니더라도 영지에는 각종 공사를 하고 있었기에 그곳에 나가서 일만 해도 먹고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살기 좋은 곳이었다. 이러니 영지민들이 영주인 프리맨 후작에게 충성하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다가닥, 다가닥.

김준은 글리아나와 함께 말을 타고 영지를 돌아보고 있었다. 무장한 기병 200명이 주위를 경호하면서 이동 중이었다.

“글리아나, 직접 영지를 둘러보니 어때?”

“응, 너무 평화롭고 살기 좋은 곳이라 느껴져.”

“그래?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어?”

“준, 영지민들의 얼굴을 봐. 모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

“그럼 다른 곳의 영지민들은 그렇지 않다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많이 영지를 둘러본 것은 아니지만 준의 영지처럼 영지민들이 이렇게 환한 얼굴은 아니었어. 모두들 삶에 지쳐 찌푸린 얼굴이었지.”

“맞아, 글리아나. 지금도 엘도라도는 살기 좋지만 앞으로는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거라 생각해. 내가 꼭 그렇게 만들겠어.”

“응, 준이라면 틀림없이 그렇게 할 거야.”

“언제까지나 글리아나가 내 옆에서 도와줘.”

“응, 난 언제나 준 곁에 있을 거야.”

“사랑해, 글리아나.”

“나도 사랑해. 준.”

김준과 글리아나는 나란히 말을 타고 대화를 나누었고,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엘도라도의 영주성을 제외하고 전략적으로 축성된 10개 성 중 한곳인 글리아나 성이었다. 축성되었을 때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심하던 김준은 사랑하는 글리아나를 위해서 그녀의 이름으로 결정했다. 그래서인지 글리아나는 글리아나 성에 애착을 가졌다.

글리아나 성은 1만 명이 주둔할 수 있는 성으로 언덕 위에 축성되었다. 성벽은 15미터 정도로 높고, 해자와 망루가 잘 설치되어 있었다. 언덕 밑에는 둥글게 원을 그리듯 1차 방어를 목적으로 목책이 설치돼 있었다. 마치 큰 마을을 보는 듯하다.

주거와 방어를 목적으로 통나무집이 수십 채 설치되어 있었으며, 감시탑이 곳곳에 설치되어 감시하고 있었다. 목책 밖에도 넓고 깊은 해자를 설치해 적 기병들이 함부로 돌격해오지 못하도록 조치해 두었다.

방어에 신경을 쓴 이곳은 평소에는 병사들이 기거하면서 신병들이 주로 훈련을 받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김준 일행이 목책으로 접근하면서 보니 넓은 운동장에 웃옷을 벗은 신병 500명이 한창 구보 중이었다.

쿠쿵!

목책에 설치되어 있는 도개교가 스르르 내려왔다.

다가닥, 다가닥.

언덕 쪽으로는 각종 훈련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신병들이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김준과 글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했다.

교관과 조교, 신병들도 김준 일행이 목책 안으로 들어온 걸 보았다. 선두에서 말을 타고 이동 중인 김준과 글리아나를 힐끔거리던 신병들은 그들이 영주와 후작부인이라는 걸 알았기에 더욱 열심이었다.

김준 일행은 천천히 말을 몰아서 글리아나 성으로 향했다.

엘도라도에서는 영지병들의 대우가 좋았기에 서로 병사가 되려고 난리였다.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하고, 오후와 밤에 각각 간식도 먹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지급받는 월급도 다른 영지와 비교했을 때 몇 배나 차이를 보였다.

사기가 높은 병사들은 비록 훈련이 고되었지만 높은 자부심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영지민은 집안에 한 명이라도 병사를 배출하면 그 가족들은 목에 힘을 주고 다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너도 나도 아들이 있으면 병사로 만들려고 난리였다.

언덕으로 올라가자 드디어 글리아나 성 앞에 도착했다.

“영주님 행차시다. 성문을 열어라.”

“예, 알겠습니다. 성문을 열어라!”

그그그, 쿠쿵!

이미 목책에 들어섰을 때부터 글리아나 성에서도 연락이 되어 알고 있었기에 즉시 도개교가 스르르 내려왔다.

다가닥, 다가닥.

그들은 천천히 성안으로 들어갔다. 광장에는 병사들이 모여 검술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김준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서 성주인 첸나이가 서 있었다.

그는 김준에게서 남작의 작위를 하사받아 글리아나 성의 성주에 임명된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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