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49화 (14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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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큭큭, 칼리. 드라비아 왕국에 오크들이 쳐들어왔다는구나.”

“마스터, 오크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드라비아 왕국의 병사들을 당할 수 있겠습니까?”

“모르는 소리. 드라비아 왕국 병사는 고작해야 40만 명 정도다. 강제징집을 하면 더 늘어나겠지만 그 정도로는 절대로 백만 마리가 넘는 오크들을 막을 수 없어.”

“허억, 오크가 백만 마리란 말입니까?”

“아직까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그 이상 일 수도 있다.”

“마스터,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오크들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일까요?”

“아마 우디 숲이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우디 숲이라면 드라비아 왕국의 북부 지역에 속해 있는 곳이 아닙니까?”

“그렇다. 그곳에는 오래전부터 오크 왕이 살고 있지.”

“오크 왕이라구요?”

“그렇다. 마법실력이 어쩌면 나보다 더 높을지도 모른다.”

“설마 마스터보다 높기야 하겠습니까?”

“모르는 소리. 오크 왕은 나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고 있는 괴물이다.”

“예? 오크가 수백 년을 산다는 것은 처음 듣는 말인데요?”

“그러니까 내가 괴물이라고 하지 않느냐? 그가 오크들을 동원했다면 분명 철저하게 준비했을 것이다.”

“으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와 상관이 있습니까?”

“있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구나.”

“마스터, 저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알려주십시오.”

“나의 예상으로는 분명 오크 왕이 나선 이상 드라비아 왕국은 틀림없이 오크들에게 무너질 것이다.”

“마스터께서 말씀하신대로 오크들이 그렇게 수가 많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틀림없다. 드라비아 왕국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면 리브빌 왕은 분명 이웃 왕국인 페드린 왕국과 켈로 왕국에 지원병을 요청할 것이다.”

“그거야 저도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그렇다. 그렇게 되면 분명 켈로 왕국군의 일부가 파병될 것이고, 우리는 그동안 준비하면서 기회를 보고 있다가 일시에 암흑군대를 동원해 켈로 왕국의 뒤통수를 노리면서 순식간에 왕국을 점령할 것이다.”

“아, 그렇다면 분명 우리에게는 기회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제야 이해가 되는 모양이구나.”

“제자가 아둔해서 죄송합니다. 마스터.”

“되었다. 너는 이제부터 노예들을 암흑군대로 만드는 일을 독려하여라. 너의 사형들에게도 연락하여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대기하라 전하고 말이다.”

“예, 마스터.”

“나의 부상도 3개월 정도면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하게 한몫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마법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 그…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다. 켈로 왕국에서 파병이 이루어지면 그때가 우리의 대업이 시작되는 날이 될 것이다.”

“예, 마스터. 사형들에게 그렇게 알리겠습니다. 그리고 마스터께서 암흑동굴에서 나오실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 놓겠습니다.”

“너 혼자서는 벅찰 테니 레드 데빌과 함께 하거라.”

“예, 마스터.”

“그건 그렇고 레드 데빌은 어디에 있느냐?”

“얼마 전에 넷째 사형의 영지에 들렀다가 정체를 알 수없는 자에게 팔이 잘린 후 넷째 사형의 도움으로 다시 팔을 재생했지만 이후 계속 검술수련만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자가 누구였느냐?”

“복면을 했기에 저도 정체를 알 수는 없었습니다.”

“레드 데빌의 팔을 자를 정도라면 엄청난 검술실력을 가진 자란 말인데, 혹시 그자가 아니었느냐?”

“그자라면 마스터와 저의 팔을 자른 그자 말이옵니까?”

“그래. 그자 말이다.”

“으음, 그러고 보니 어딘지 모르게 느낌이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소드 마스터인 레드 데빌의 팔을 자를 만큼 검술실력을 가진 자는 대륙에서 몇 명 되지 않는다. 분명 그자일 것이다.”

“으음, 그럼 앞으로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겠는데요?”

“분명 그렇겠지만 이번에는 나도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마스터, 저도 이번만큼은 놈에게 매운맛을 보여주겠습니다.”

“칼리, 그러기 위해서는 너는 암흑의 기운을 꾸준하게 흡수하고 앞으로도 검술수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마스터.”

“그럼 나가서 일 보거라. 난 상처를 치료해야겠구나.”

“마스터, 그럼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칼리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뒤돌아 암흑동굴을 나왔다. 마스터는 칼리가 멀어지자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큭큭큭, 이번에 상처를 치료하면서 금지된 마법을 익혔기에 이번만큼은 놈에게 꼭 나의 무서움을 보여줄 것이다.”

아놀드 대공의 블루캐슬.

소연회실에는 황실의 식탁을 보는 듯한 각종 요리 수십 가지가 테이블에 잘 차려져 있었다. 식탐이 강한 아놀드는 늘 이렇게 푸짐하게 잘 차려서 먹었다.

마치 며칠 굶은 듯 아놀드는 귀족의 체통도 잊은 채 양손에 소스가 묻은 닭다리를 쥐고는 음식을 빠르게 먹고 있었다. 식사 시중을 들고 있는 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하녀들은 비록 말은 하지 못했지만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1시간이 넘게 이어진 저녁식사가 끝이 나자, 하녀들이 빈 접시를 치웠다. 그녀들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차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값이 무척 비싸고, 물건이 귀해서 레이 황제나 고위 귀족들도 한 달에 몇 번 마시지 못한다고 알려진 바바네산 누악차를 아놀드는 태연하게 마셨다. 비에드 상단주가 2년은 마실 수 있는 누악차를 뇌물로 주고 간 것이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아놀드는 말했다.

“집사와 하녀들은 밖으로 나가 있거라. 혼자 있고 싶구나.”

“예, 대공전하.”

집사와 하녀들이 소연회실을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그러자 아놀드는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그만 천장에서 내려와 보고하라.”

스스스스.

검은 액체 덩어리가 천장에서 바닥으로 뚝 떨어지더니 사람으로 변했다. 검은 옷에 복면까지도 온통 검은색 일색이었다.

“저의 기운을 감지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대공전하.”

“길드장, 식사하고 있을 때부터 네가 은신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허억, 그럼 아시고 계시면서도 모른 척하고 계셨군요?”

“그까짓 은신술로 나의 이목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으음, 그랜드 마스터인 것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대공전하.”

“되었다. 의뢰했던 정보나 보여 다오.”

“예, 대공전하. 여기 있습니다.”

수도 모르칸에 있는 이글 정보길드장이 서류를 내밀었고, 그것을 받아든 아놀드는 읽어 보았다. 제법 서류가 많았지만 그는 재빨리 읽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러니까 몇 년 전 화려하게 등장한 인물이 바로 프리맨 후작이고, 뮤란 대륙인이라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어떻게 대해양을 건너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베일레 자작령에 처음 모습을 보였고, 그의 양자가 되었다 합니다.”

“으음, 검술실력이 소드 마스터에 영지는 엘도라도라고?”

“그렇습니다. 대공전하.”

“천일염이라는 것을 개발한 후 바렌 왕국에서 가장 부유한 영주가 되었으며, 영향력도 엄청나군?”

“바렌 왕국에서 프리맨 후작과 상대할 고위 귀족으로는 2명의 공작 정도일 겁니다.”

“음, 하긴 왕도 그에게 많이 의존할 정도이니 그렇겠어.”

“예. 어떻게 이런 엄청난 귀족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가 갑자기 알려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난 서류를 좀 더 살펴봐야겠으니 돌아가도 좋다.”

“대공전하, 그럼 다음번에도 필요하시다면 불러주십시오.”

“알았느니라. 이번 의뢰를 맡겨보니 이글 정보길드에 믿음이 가는구나.”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스스스스.

이글 정보길드장은 허공에 흩어지듯 사라져 버렸다. 혼자 남게 된 아놀드는 서류를 다시 꼼꼼하게 읽은 후 중얼거렸다.

“프리맨 후작, 급한 일부터 처리한 후 네놈을 상대해주마. 기다려라. 으핫핫핫!”

도시 바이잔은 드라비아 왕국의 북부 지역 요르엘 백작의 영주성이 있는 도시이다. 예로부터 잘 닦인 넓은 길로 인해 상업이 발달한 곳이어서 북부 지역에서는 가장 번성한 곳이라 알려져 있다.

“와아아아!”

채채챙, 파팍.

큰 함성소리와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도시 바이잔의 외성벽에서는 오크 선봉부대와 요르엘 백작의 영지병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성벽을 오르는 오크들을 성벽 위에서 병사들이 화살을 쏘거나, 돌멩이를 집어 던져 떨어뜨렸다. 반면 오크 진영에서는 투석기를 이용하여 거대한 돌덩이를 쏘아 올려 외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었다.

“쏴라!”

슈슈슈슈슝.

천인대장의 명령에 뒤쪽에 도열해 있던 궁병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수백발의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오크 진영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오크 방패병들이 방패를 들어 잘 막았기에 실제로 피해를 입은 오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영지병이 6만 명이나 되었기에 상당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편이었지만 오크 선봉부대는 무려 50만 마리나 되었다. 그러다보니 6만 명의 영지병으로는 도저히 밀려드는 오크들을 맞아 방어하기도 벅찼다.

어쩔 수 없이 요르엘 백작은 도시 바이잔에 살고 있는 영지민 중에서 노인과 여자, 10세 이하의 어린아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원했다. 그 인원이 무려 20만 명이나 되었기에 병사들을 합하면 모두 26만 명이었다.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한 영지민들이지만 병사들을 위해서 각종 병기나 기름통, 화살을 나르는 등 온갖 잡일을 도왔다.

쿠앙.

오크의 충차가 달려와 외성 문을 들이받았다. 요란한 굉음이 터졌지만 외성문은 워낙 견고하게 만들어졌기에 쉽게 파괴되지 않았다. 그러나 몇 번 더 충차와 충돌한다면 버티기 어려웠다.

스윽.

바실 오크 선봉부대장이 손을 치켜들면서 말했다.

“취익, 제3마법병단은 앞으로 나서라. 취익.”

부관이 눈짓을 보내자 옆에 서 있던 오크천부장이 외쳤다.

“제3마법병단은 어서 나서라! 취익.”

오크천부장의 외침에 제3마법병단이 처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오크 진영에서 로브를 입은 오크 200마리가 앞으로 나서더니 일제히 주문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오크의 손에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생성되었다.

이들은 마법을 익힌 오크들로 바실 오크와 오크암컷 사이에서 태어난 오크들이다. 제법 영리한 오크들이라 어려서부터 마법과 각종 지식을 습득했기에 오크 사회에서는 엘리트라 할 수 있었다.

콰콰콰콰.

파이어볼 200개가 일제히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외성벽으로 날아갔다. 오크들 사이에는 환호가, 요르엘 백작의 영지병들 사이에는 공포가 일었다.

쿠콰콰쾅!

외성벽 여기저기에 파이어볼이 부딪히면서 폭발했다.

와르르.

“커억, 아아악!”

“불이 붙었어! 꺼줘!”

외성벽 일부가 무너졌고, 병사들이 성벽 여기저기에서 떨어졌다. 가죽갑옷에 불이 붙은 병사들은 화상을 입어 날뛰다가 쓰러지는 자도 있었다. 오크들의 마법공격에 그들은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였다. 그만큼 마법은 위력적이고, 무서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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