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48화 (14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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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드라비아 왕국의 왕궁.

왕궁에서는 갑자기 오크대군이 기습공격 해왔다는 마법통신에 난리였다. 국왕이 서둘러 귀족들을 소집했고,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국왕인 리브빌은 긴 테이블의 중앙에 앉아 있었으며, 테이블의 양쪽에는 고위귀족인 공작부터 작위별로 앉아 있었다. 드라비아 왕국에서 가장 세력이 크다는 바르빌 공작도 연락을 받고는 참석해 있었다. 그를 쳐다보면서 리브빌 국왕이 말했다.

“바르빌 공작,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왕이시여, 신속히 지원군을 보내야 하옵니다.”

“내가 보고 받기로는 호르디오 남작령이 반나절도 안 되어서 무너졌고, 베라 자작령도 오늘 오크들의 수중에 떨어졌다고 하오. 이런 상태라면 며칠이나 버틸 수 있겠소?”

“왕이시여, 반다르 자작령에서 오크들을 막을 동안에 신속하게 병력을 투입하여 요르엘 백작령에서 방어선을 형성한다면 오크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바르빌 공작, 그 말은 그럼 지원군을 반다르 자작령에 보내지 않는다는 말이오?”

“그렇사옵니다. 왕이시여, 오크들의 파상적인 공격으로 인해서 지원군이 가더라도 이미 늦을 것이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반다르 자작령은 오크들에게 내어주더라도 요르엘 백작령에서 방어선을 형성하는 게 좋습니다.”

“으음, 내가 듣기로는 오크들이 수만이라 하던데 막을 수 있겠소?”

“왕이시여, 물론 쉽지 않은 전쟁일 것이옵니다. 하지만 지원군이 신속하게 이동하여 요르엘 백작령에서 방어선만 형성해 준다면 충분할 것이옵니다.”

“요르엘 백작령이 만약 오크들에게 함락 된다면 북부 지역에서 남은 영지는 고작 다리오 자작령뿐이오.”

“예, 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래서 신속하게 지원군을 보내 오크들을 섬멸하려는 것이옵니다.”

“으음, 어쩌다가 왕국이 오크들에게 당하는 수모를 겪는단 말인가.”

“망극하옵니다. 왕이시여.”

“으음, 그럼 지원군의 사령관으로 누가 좋겠소?”

“왕이시여, 믿음직한 세이트 백작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오오, 세이트 백작이라면 나도 믿음이 가는구려.”

“예, 그렇사옵니다. 왕이시여.”

“좋소, 당장 세이트 백작을 지원군 사령관에 임명하겠소. 그리고 필요한 보급은 바르빌 공작이 맡아서 처리해주구려.”

“알겠사옵니다. 왕이시여.”

이렇게 긴급 대책회의가 끝이 나고, 세이트 백작은 10만 명의 지원군을 이끌고 요르엘 백작령으로 향했다.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세이트 백작은 이번 기회에 큰 공을 세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병사들이 무려 10만 명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각 무기와 보급 수준이 양호 했기에 병사들의 사기는 그만큼 높았다. 하지만 이들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오크들이 겨우 수만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드라비아 왕국에 흩어져 있는 전 병력을 다 모아도 40만 명에 불과하고, 강제 동원령을 발휘하여 병력을 끌어 모은다고 하더라도 65~70만 정도였다. 그렇더라고 하더라도 오크들이 드라비아 왕국 병사들보다 약 3배 정도나 많았다.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면서 행군 중이던 병사들이 멈추었다. 10만 명의 지원군을 이끌고 요르엘 백작령에 접어든 세이트 백작은 병사들에게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또한 척후병을 풀어 주위를 정찰하도록 했다.

요르엘 백작의 영주성이 있는 도시 바이잔까지는 불과 반나절 거리에 있었다. 얼마 후 척후병들이 돌아와 보고했고, 세이트 백작은 부관에게서 보고를 받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그럴 리가?”

“사실입니다. 사령관님.”

“부관, 그게 정말이냐?”

“예, 척후병들이 두 눈으로 똑똑하게 보았다고 합니다. 오크들은 이미 도시 바이잔을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으음, 반다르 자작이 이틀 정도는 더 버텨줄 것이라 예상 했는데, 아쉽구나.”

“신속하게 요르엘 백작을 도와주는 게 좋겠습니다.”

“즉시 기병 5천을 출병 시켜라.”

“예, 사령관님.”

척후병들의 보고대로 요르엘 백작의 영주성이 있는 도시 바이잔은 이미 오크들에게 공격당하고 있었다. 요르엘 백작령에 있는 각 마을은 오크들에게 점령당한 이후였다.

“기병들은 신속히 출병하라.”

“예, 알겠습니다.”

두두두두!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기병 5천은 신속하게 출병했다.

세이트 백작은 즉시 각 부대장들에게 전술명령을 하달했다. 일선 부대장들은 신속하게 병사들을 집합시켜, 방패병을 선두에 세우면서 전투대형을 펼쳤다.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면서 행군이 시작되었다.

엘도라도 프리맨 후작의 영주성.

김준은 오늘 처리해야 할 서류를 모두 처리하고는 집무실을 나왔다. 그가 복도를 걸어가자 하녀들이 지나가다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후작부인은 어디에 계시느냐?”

“정원에 계십니다. 영주님.”

“알았다. 일 보거라.”

“예, 영주님.”

글리아나는 정원의 한쪽에 앉아 호미와 비슷하게 생긴 기구로 직접 땅을 파고 있었다. 정원사나 하인들에게 일을 시켜도 되었지만 그녀는 취미생활로 직접 정원을 가꾸었다.

글리아나는 파놓은 흙구덩이에 붉은 꽃을 심고는 흙을 잘 덮어 주었다. 그런 후 손으로 꾸욱 누른 다음 촉촉하게 젖을 정도로 물을 뿌렸다.

“글리아나, 정원이 꽃들로 가득 채워졌네?”

“아, 준!”

고개를 돌린 글리아나는 김준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준, 정원이 어때?”

“글리아나가 정성스럽게 가꾸어서인지 너무 아름답고 좋아.”

“그렇지? 호호…고마워.”

“글리아나, 차 한 잔 마실 시간 있어?”

“응, 물론 있어.”

잠시 후 티테이블 위에 놓인 청화백자 찻잔에 엘도라도에서 생산되고 있는 코미르차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말없이 김준이 코미르차를 마시자 글리아나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준, 무슨 일 있어?”

“으음, 드라비아 왕국에서 전쟁이 일어났어.”

“전쟁?”

“그래. 문제는 우디 숲에서 살고 있던 오크들이 오크 왕국을 건국하고 드라비아 왕국을 점령하려 전쟁을 일으켰다고 해.”

“오크들이? 정말이야?”

“그래. 드라비아 왕국의 북부 지역에 방어선을 형성하여 막고는 있는 모양인데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오크들의 무력이 그 정도였어?”

“내 생각으로는 올해가 가기 전에 오크들에 의해서 드라비아 왕국이 무너질 거야.”

“그, 그렇기야 하겠어?”

“글리아나는 잘 모르겠지만 난 오크 왕 쿠퍼에 대하여 잘 알고 있어.”

“오크 왕 쿠퍼라면 준이 이야기 해준 우디 숲의 그 오크?”

“그래. 글리아나, 마법이 9서클에 올라있는 무서운 오크야.”

“어쩐지 미개한 오크들이 왕국까지 건국 했다고 하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어.”

“아직 알려진 것은 없지만 오크가 드라비아 왕국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걸 보니 최소 100만 마리는 될 거야.”

“100만 마리? 그렇게나 많아?”

“100만 마리 정도는 오크들에게는 그리 많은 수가 아니야. 어쩌면 200만 마리가 넘을 수도 있어.”

“설사 그렇다고 해도 드라비아 왕국과 우리 바렌 왕국의 엘도라도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데 상관있어?”

“내 생각엔 공격이 드라비아 왕국에 그치지 않을 거야.”

“그래도 이곳까지는 너무 먼 거리인데 이렇게 우려할 정도라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그래. 글리아나, 멀지않은 때에 대륙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거야. 분명해!”

“준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정도면 나에게 부탁할 게 있는 것 같은데. 말해봐.”

“맞아.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쩌면 내가 전쟁에 참여하게 될지도 몰라.”

“정말 전쟁에 참여할 거야?”

“아마 그럴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영지를 비우면 아버지와 글리아나가 영지병을 맡아서 엘도라도를 방어해야 돼.”

“알았어. 준, 난 8서클 마법실력에 소드 마스터의 검술을 가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알아. 헌트와 하그리도 글리아나의 옆에서 도와줄 거야.”

“준, 최근 그들을 보지 못했는데, 검술 실력은 어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머물러 있었는데, 약간 도움을 주었더니 깨달음을 얻어 소드 마스터에 올랐어.”

“그, 그게 정말이야?”

“그래. 당분간 깨달은 것을 분석해야 할 거야.”

“그거야 그렇지만 정말 대단해.”

“헌트와 하그리는 꾸준하게 열심히 검술수련을 했기에 가능했던 거야.”

“아, 두 사람이 소드 마스터라면 큰 힘이 되겠어.”

“글리아나, 당분간은 이 같은 사실을 숨겨야 할 거야.”

“응, 귀족들이 만약 이 같은 사실을 안다면 가만히 두고 보진 않을 테니 그렇게 할게.”

“엘도라도를 지금보다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영지병을 더 늘려야 해.”

“준, 엘도라도의 영지병이 현재 무려 10만 명이나 되는데도 걱정이야?”

“여유가 있을 때 미리미리 미래를 위해서 준비해둬야 해. 30만 명 정도까지 보유하면 좋겠어.”

“준, 정말 영지병을 30만 명으로 늘릴 거야?”

“그래. 유민들을 지금보다 더 많이 늘린다면 가능해.”

“엘도라도 영지민이 어느덧 55만 명이나 되는데 정말 100만 명까지 늘릴 거야?”

“그래. 글리아나, 그 정도 영지민은 보유하고 있어야 어떠한 적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막을 수 있어.”

“알았어. 난 준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야.”

“고마워, 글리아나. 날 그렇게 믿어줘서.”

“난 언제나 준을 믿어. 그리고 사랑해.”

“나도 글리아나를 사랑해.”

김준과 글리아나는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굳게 껴안았다. 그리고 믿음이 어린 시선으로 서로 키스했다.

“아, 행복해. 준!”

“나도 그래. 글리아나!”

글리아나가 김준의 가슴에 안기자 김준은 글리아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글리아나, 내일부터는 글리아나도 회의에 참석해 영지의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해둬.”

“응, 알았어.”

“며칠 있으면 헌트와 하그리가 지하 수련장에서 나올 거야.”

“준, 그럼 그들에게 영지의 병권을 맡기면 되겠네?”

“맞아. 나도 그러려고 생각했어.”

“기사들이 반발하지 않을까?”

“헌트와 하그리라면 분명 기사들을 잘 제압할 거야.”

“응, 그들이라면 분명 잘할 거라 믿어.”

김준과 글리아나는 믿음이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정원 주위에 있던 하인들과 하녀들은 김준과 글리아나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조용히 물러났다.

암흑동굴은 켈로 왕국의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쿠아바 자작령의 협곡에 존재하고 있는 동굴이다.

저벅저벅.

암흑동굴 속으로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의 주인은 2미터의 신장에 온몸이 근육질의 남자로 마스터의 6번째 제자인 칼리였다. 철문 앞까지 접근해 멈춘 칼리가 말했다.

“마스터, 칼리입니다.”

쉰 듯한 목소리가 철문 안에서 흘러나왔다.

“칼리, 무슨 일이냐?”

“마스터, 비에드 대사형의 편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칼리는 양손바닥에 편지를 올려놓았더니 스르르 편지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철문으로 스며들었다. 잠시 후, 마스터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칼리.”

“예, 마스터.”

“그동안 기다려온 대업이 드디어 다가온 것 같구나.”

“예? 대업이라고 하시면…….”

“이번에 들어온 노예들을 전부 포함하면 암흑군대가 5개 사단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맞느냐?”

“예, 그렇습니다. 마스터.”

“하늘이 나에게 기회를 주시는구나.”

칼리는 마스터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가만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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