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47화 (14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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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퍼억.

통나무는 믿어지지 않게도 두 동강나버렸다. 기사들은 입이 쩌억 벌어질 정도로 놀랐다. 아놀드가 인간같이 안 보였다.

“자, 이번에는 쇠방패다. 손으로 깨지 않고 몽둥이를 내리쳐 깨볼 자 있나?”

조금은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서 몇 명이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그들은 몽둥이로 쇠방패를 내리쳤지만 쉽게 깨어질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나온 기사들이 저마다 한 번씩 몽둥이로 내리쳐 보았지만 역시나 쇠방패는 깨지지 않았다.

“너희들은 이 몽둥이로도 쇠방패를 깨지 못했다. 나는 이 손바닥으로 내리쳐 깨보겠다.”

몽둥이로도 깨지지 않는 쇠방패를 손바닥으로 깨보겠다고 하니 모두들 속으로 비웃었다. 이제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 생각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아놀드는 내공을 끌어 모아 건곤신장을 시전했다.

콰앙!

굉음이 나면서 쇠방패가 손바닥 모양으로 뚫려 버렸다. 두께가 아주 두꺼워서 괴력을 소유한 자가 무거운 무기로 내리쳐도 쇠방패는 잘 깨지지 않을 것 같았는데, 너무나 손쉽게 박살나는 것을 보자 공포가 밀려올 정도였다.

“풀 플레이트 아머를 가져와라.”

“예, 대공전하.”

노예들이 풀 플레이트 아머를 가져와 내려놓았다.

“이것이 너희들이 보통 착용하고 다니는 풀 플레이트 아머다. 나는 무기 없이 이 손바닥으로 저것을 박살내 보이겠다.”

쉬이잇, 퍼억.

풀 플레이트 아머의 가슴부분에 아놀드의 건곤신장이 시전되었다.

콰앙! 쩌쩌쩍, 와르르.

엄청난 힘으로 무기를 내리친다면 움푹 들어가거나 일부가 찌그러지는 게 당연한데, 믿을 수 없게도 풀 플레이트 아머는 산산조각으로 깨지면서 파편이 떨어졌다.

“잘들 보았나? 나의 손바닥에 적중되면 그걸로 끝이다.”

“…….”

아놀드가 직접 시범을 보여 주었기에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자, 저쪽에 보면 풀 플레이트 아머가 세워져 있는 게 보일 것이다. 이곳에서 저걸 박살내 보일 테니 모두들 잘 보아라.”

‘에이, 설마 저것을?’

‘말도 안 돼. 저것을 어떻게?’

모여든 기사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놀라운 광경이 이어졌다.

꽈르르릉!

굉음을 동반한 아놀드의 폭뢰신권이 작렬한 것이었다. 그러자 풀 플레이트 아머가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렸다.

후두둑.

그 파편이 주위에 떨어졌다. 이 광경은 기사들에게 아주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는 쉽게 펼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 이번에는 나의 검술실력을 보여 줄 테니 잘들 보아라.”

스르릉.

아놀드는 롱소드를 꺼내 들고는 지름이 1미터가 넘는 통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 곳으로 걸어가 직접 검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휘리릭, 쉬쉭, 파팟.

현란한 검술에 통나무가 잘리더니 곧 그것이 수십 조각으로 잘려 땅에 떨어졌다. 제대로 된 검술도 아니고, 그냥 빠르게 펼쳤을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기사들은 경악했다.

기사들도 소드 익스퍼트 초급이었기에 마나를 검에 많이 불어 넣으면 통나무 정도는 자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것을 수십 조각으로 자르지는 못했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었다.

아놀드는 좀 더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하여 오러 블레이드를 시전했다.

“와아, 오러 블레이드야!”

“헉, 저게 오러 블레이드?”

붉은빛으로 솟아있는 오러 블레이드는 기사들에게는 꿈과도 같은 경지였기에 그것을 동경해왔다. 그런데 오늘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니 감동이 밀려오는 것이다.

아놀드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자 앞을 가로막는 것은 전부 잘려나가 버렸다. 단순하게 휘두르는 것만 아니고, 공중제비를 적절하게 섞어 넣으면서 한편의 검무를 보여주자 기사들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피윳!

이번에는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 있는 롱소드를 집어 던져 손짓하는 대로 공중을 마음껏 날아다니면서 검술이 펼쳐졌다. 마치 롱소드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한참을 멋진 장면을 연출한 오러 블레이드의 롱소드가 회전하면서 되돌아와 아놀드의 손에 쥐어졌다.

스스스스.

오러 블레이드가 사라지고 롱소드만 남았다.

“모두 잘 보았나?”

“예, 그렇습니다.”

기사들은 일제히 대답했고, 아놀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족스러워했다.

“너희들도 앞으로 노력하면 오러 블레이드를 시전하는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다.비록 훈련이 조금 힘들겠지만 기초 체력훈련을 앞으로 2달간은 더 할 것이고, 그 다음에서야 비로소 너희들에게 나의 마나심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

“대공전하, 정말 마나심법을 저희들에게 알려주실 겁니까?”

“물론 그렇다. 난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 너희들은 나의 검술지도를 받으면 1년 안에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열심히 수련한 자들 중에는 나의 지도를 받아 깨달음을 얻어 소드 마스터에 오르는 자들도 생길 것이다. 모두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훈련에 임하라.”

“예, 대공전하.”

“2달간의 기초 체력훈련을 통과한 자들만 내가 마나심법과 검술을 알려줄 것이고, 그 마나심법과 검술이라면 대륙의 어느 기사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검술보다 성취가 빠르고,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기사들은 아놀드 대공의 오러 블레이드를 직접 보고는 열망의 눈빛으로 이글거렸다. 아놀드는 이렇게 특유의 카리스마와 당근, 채찍으로 기사들을 휘어잡아버렸다.

드라비아 왕국의 북부 베라 자작령.

도시 베라와 15개의 마을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3만 명의 영지민과 유민들을 포함하면 8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북부에서는 세 번째로 큰 영지에 속하는 곳이었다.

호르디오 남작령을 점령한 오크 선봉부대는 계속 진군하여 드디어 베라 자작령에 들어섰다. 전혀 방어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베라 자작령의 각 마을은 순식간에 몰려온 오크 선봉부대에 짓밟혔다.

2일 만에 베라 자작령의 15개 마을이 오크 선봉부대에 점령 당했고, 여자를 제외한 인간들은 전부 오크의 먹이로 전락했다.

“와아아아아!”

도시 베라의 외성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병사들은 절망했다. 평원에 끝없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은 오크들로, 무려 10개 부대 10만 마리였다.

쿠르르르.

오크들의 충차가 앞으로 나오면서 외성 문을 향해 달려왔다.

“오크의 충차다! 화살을 쏘아라!”

수십 발의 화살이 쏘아져 충차에게로 날아갔지만 충차의 윗부분은 철판으로 잘 보호되어 있어서 그 밑에서 밀고 있는 오크들을 죽일 수는 없었다.

“으챠, 취익. 으챠.”

구령을 맞추면서 힘이 좋은 오크들로만 구성된 충차는 그렇게 외성문과 충돌했다.

콰쾅!

굉음이 터지면서 외성벽이 흔들렸다. 다행이 철판을 덧대어 만든 외성 문이라 충차의 공격에도 견디었다. 그러나 충차의 공격이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외성 문이 부셔질 것이다.

“기름을 부어라!”

“불화살을 쏘아라!”

외성벽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들의 말에 병사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촤아아악.

병사들은 뜨거운 기름을 성벽 위에서 충차를 향해 부었다. 그리고 불화살을 날려 불을 붙였다.

“취익, 아아악!”

몸에 불이 붙은 오크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날뛰다가 화살을 맞고는 쓰러졌다. 충차 역시 불타고 있었다.

“와아아아!”

병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바실 오크 부대장은 믿었던 충차가 불타버리자 약간 당황했다. 하지만 이 정도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취익, 공성 사다리와 투석기를 동원하라. 취익.”

“취익, 알겠습니다.”

쿠르르르.

오크의 공성 사다리가 수십 개나 외성벽을 향해서 이동을 시작했다.

마차에 나무판자로 칸막이를 만들고, 그 뒤를 오크가 밀면서 외성벽 앞까지 끌어다 붙이더니 성벽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크 전사의 백부장들이 공격 명령을 내리자 오크들도 화살을 쏘았다.

오크들에게 이런 공성무기가 있다는 게 병사들은 믿어지지 않았는지 경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투석기까지 동원되었다.

슈아앙!

돌덩이가 투석기에서 발사되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 외성벽이나 외성 안으로 떨어졌다.

콰쾅!

요란한 굉음이 나면서 성벽의 일부가 충격을 받아 파편이 우수수 떨어졌다.

“크악!”

“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병사들이 성벽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오크 선봉부대가 성벽까지 진군해 성벽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1만5천 명의 병사들과 이들을 지원하고 나선 영지민, 유민들까지 포함하면 무려 4만 명이나 되었지만 밀려드는 오크는 더 많았다.

“취익, 성벽에 올라라!”

오크 백부장과 천부장들의 독려에 오크 전사들은 성벽을 넘어갔다.

“오크를 막아라! 막아!”

“저쪽이 위험하다. 오크를 막아라!”

엄청난 수로 밀어 붙이는 오크 전사들에게 결국 끝까지 저항 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고작 1만5천 명의 병사들이 10만 마리나 되는 오크 전사들을 막기에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도시 베라의 외성벽 위에서 용감하게 싸우던 병사들이 오크 전사들에 의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계속 밀리더니 결국 외성이 오크 선봉부대에게 함락되었다.

“취익, 공격하라. 공격!”

“와아아아!”

오크 백부장과 천부장의 공격명령에 오크 전사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계속 진군했고, 그와는 반대로 베라 자작의 병사들은 계속 밀리기만 했다.

“화살을 쏘아라!”

“오크들을 막아라!”

병사들은 즉각 베라 자작이 살고 있는 내성으로 후퇴하면서도 공격해 오는 오크들에게 화살을 쏘면서 용감하게 저항했다.

채채챙, 파팍.

“크악, 아아악!”

병사들에 비해서 오크 전사들의 무력이 더 강했다. 또한 오크 전사들의 수가 몇 배나 더 많았기에 처음부터 승리는 불가능했다.

오크 선봉부대에게 전력 면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기에 내성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기에 베라 자작의 영지병들은 사력을 다했다.

“물러서지 마라!”

“오크들을 막아라!”

백인대장과 천인대장의 외침과 독려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사, 살려줘. 아악!”

“크아아악!”

여기저기에서 비명을 지르는 건 오크들이 아니라 대부분 베라 자작의 병사들이었다. 그러자 베라 자작은 기사들과 수천의 병사들을 이끌고 성을 버리고 도망쳤다. 결국 오크 전사들에게 내성까지 함락당하고 말았다.

“취익, 우리 오크 부대가 승리했다. 취익.”

“취익, 오크만세. 취익.”

일부의 오크 전사들이 남아서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선봉 오크 부대는 다시 진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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