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46화 (14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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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프리맨 후작의 영주성.

엘도라도 외곽의 경계지점에는 검문소를 설치하고, 무장한 영지병을 배치해 두었기에 마음이 든든했다. 그러나 천일염전을 비롯한 해안가에는 변변한 방어가 없었기에 일단 훈련소를 해안가 인근에 설치하고, 신병을 훈련시켰다.

동시에 만 명 규모의 부대도 배치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해안곳곳에 감시탑을 세우고, 아직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전기가 개발되지 않았기에 라이트 마법이 걸려 있는 아티팩트를 김준이 손수 제작하여 보급했다.

그냥 백열등처럼 주위를 밝게 하는 게 아니라, 원거리의 물체를 탐색하거나 비추는 용도로 만들었다. 일종의 서치라이트(탐조등)라 생각하면 된다.

김준은 늘어난 업무로 인해서 결재할 서류가 많았지만 신속하게 처리를 했기에 밀리지 않고 전부 처리할 수 있었다.

시간이 날 때면 천왕대심공을 운용해 피로도 풀면서, 수련도 꾸준하게 했다. 마법공부도 잊지 않고 하면서 실험에 열중하기 보다는 아티팩트 제조에 심혈을 기울였다.

요즘에는 새로운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향이 좋은 십여 가지의 비누와 오일, 향수까지 제조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엘도라도에 있는 상업 지역의 상점에 진열되어 관광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김준은 영지인 엘도라도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시행령을 선포했다.

먼저 각종 전염병을 줄이기 위해서 불결한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영지민들의 집에 인력을 동원해서 오물통과 하수통을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는 그곳에만 오물과 하수를 버려야지 만약 그렇지 않으면 1실버의 벌금이나 감옥에 5일 동안 가두어 둘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설마 영주님께서 그러겠어?”

“영주님이 얼마나 좋은 분이신데 그럴 리 있어? 아닐 거야.”

영지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믿지 않았다. 그러나 김준이 내린 시행령의 홍보기간이 끝이 나고, 법을 어긴 영지민들을 영지병들이 단속하여 벌금이나 감옥에 가두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생소한 법인지라 잘 지키지 않고, 길거리에 마구 버리곤 했다. 그러다가 영지병을 배치시켜 범법자들을 잡아들이자 겁을 먹고는 법을 지키기 시작했다.

오물과 하수가 집에 마련된 통에 각각 모이자 좋은 점도 있었다. 우선 마을이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깨끗해졌고, 오물과 하수를 저장해두는 거대한 처리장을 만들어, 그곳에 풀을 잘 섞어 두었다. 이것은 거름이 되어 나중에 밀밭이나 각종 농작물에 사용될 것이었다.

또한 오물과 하수를 치워주는 신종 직업이 생겨났다. 이들은 이후 환경미화원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더럽고, 손으로 만지거나 치우기가 꺼려지는 것이라 많은 돈을 받고 처리해 주었기에 제법 소득이 높았다.

“오물이나 하수를 치워드립니다.”

“오물이나 하수 치워드려요.”

“환경미화원, 우리 집 좀 치워줘.”

“아예, 갑니다. 가요.”

환경미화원들은 노란색 상의를 입고, 역시 노란색 모자를 쓰고 있었기에 쉽게 구별이 가능했다. 날로 환경미화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었다.

다음으로 마을마다 공동 목욕탕을 만들었다. 입장료가 10코인이었기에 선뜻 목욕하러 들어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입장료가 비싼 것은 아니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서 그런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지민들은 목욕은 잘 하지 않았었다. 이건 영지를 넘어 왕국, 아니 대륙전체로 보더라도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김준이 영주로서 선포했다.

손톱이나 피부에 때가 있거나 심한 땀 냄새, 악취가 나는 자는 잡아들여서 1실버의 벌금을 내야 하거나 아니면 감옥에서 5일간 가둔다는 것이었다.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명령이었지만 반대하고 나서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귀족에게 겁 없이 나서다가는 죽는 수도 있었는데, 상대는 일반적인 귀족이 아니라 상대는 영주였다.

게다가 김준이 영주가 된 이후 영지민들은 각종 공사장에서 일하고 돈을 벌었기에 생활형편이 나아져서 배고픔에 시달리는 일이 없어졌기에 영지민들은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었다.

한 달간의 홍보기간이 지나자 영지병들이 대대적으로 단속에 나섰다.

“어이, 거기 이리 와봐.”

“예? 저 말입니까?”

“그래. 너 말이야. 어서 이리 와서 손 내밀어봐.”

“예? 손은 왜요?”

“내밀라면 내밀어. 어서!”

영지병들의 강압된 말에 겁을 집어 먹고 즉시 손을 내밀었다.

“이것 봐. 내 이럴 줄 알았어.”

“왜 이러십니까?”

“몰라서 물어? 손톱에 때가 많이 끼었잖아.”

킁킁킁.

영지병은 이번에는 돼지처럼 냄새를 맡더니 한마디 했다.

“목욕은 언제 했어?”

“어, 얼마 안 되었습니다. 6달 정도밖에 안 지났습니다.”

“뭐? 6달이나 목욕을 안 했단 말이야? 당장 이 자식을 잡아 처넣어.”

“예, 조장님.”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시끄러. 죄인이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검문에 걸린 영지민은 엉덩이를 차이면서도 끌려가지 않으려고 빌었지만 소용없었다. 사명감을 가지고 단속하는 영지병들은 사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영지민도 나름 붙잡히지 않으려고 반항해 보았지만 우르르 달려드는 영지병들에게 결국 붙잡혀 감옥으로 끌려갔다.

이렇게 하루 동안에 수백 명의 영지민들이 본보기로 영지병들에게 붙잡혀서 벌금을 내고, 풀려나거나 아님 감옥에서 5일을 보내야 나올 수 있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소문이 퍼져 너도 나도 다음날부터 공동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했다. 벌금 1실버를 내기보다는 10코인으로 자발적으로 목욕하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공중목욕탕에 처음으로 들어와 본 두 명의 영지민이 비누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뭐지?”

“비누라고 하던데?”

“비누?”

“그래. 그것을 몸에 문지르면 거품이 일어나고, 때가 잘 벗겨진다고 했어.”

“그럼 한번 이것으로 씻어 봐야겠군.”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찾아 들어온 공중목욕탕이었지만 따뜻한 탕 속에 들어가 때를 불려서 씻자 몸이 아주 개운하고 좋았다.

“목욕이라는 걸 해보니 정말 개운하고 좋군.”

“맞아, 나도 자주 이용해야겠어.”

그곳에서 영지민들은 비누라는 것을 써보고는 향기도 좋고, 때도 잘 벗겨지는 신기한 물건에 매료되어 하나씩 사들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그 영향으로 비누의 판매도 급격하게 높아졌다.

다음으로 김준이 영지민들에게 명한 것은 떨어진 옷이나 더러워진 옷을 입고 다니는 자들을 잡아들이는 일이었다. 이미 깨끗하게 씻지 않고 다닌다고 영지병들에게 붙잡힌 전력을 알고 있는 영지민들은 이번에는 각자 알아서 대비했다. 그래서 생겨난 직업이 바로 세탁소와 옷 수선 상점이었다.

“더러운 옷 깨끗하게 세탁해 드립니다.”

“떨어진 옷 수선해 줍니다.”

눈을 부릅뜨고서 영지병들이 단속하러 돌아다니자 영지민들은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탁소와 옷 수선 상점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요즘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 바로 단속중인 영지병이었다. 걸렸다 하면 벌금이나 감옥에 들어가야 하니 피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알아서 지키지 않으면 자기만 결국 손해였다.

이제 영지민들은 이제 알아서 법을 잘 지키고 있었지만 문제는 외부인들이 문제였다. 그래서 각 검문소를 통과할 때 이 같은 법이 있다는 걸 방문하는 관광객들이나 상단, 용병들에게 알려 주었다. 법을 어겼을 때에는 1실버의 벌금과 5일간 감옥에 가둔다는 말에 그들은 깜짝 놀랐다.

“뭐, 이런 법이 다 있어?”

“이곳 엘도라도에 처음 온다고 사기 치나?”

상단이나 용병들은 검문소를 통과하자 길 양쪽에 길게 들어서 있는 공중목욕탕과 세탁소, 옷 수선 상점을 보고는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단속 영지병들도 있었기에 이들은 겁을 먹었다. 엘도라도의 법이 그러니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엘도라도에 들어가는 것조차 못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엘도라도로 들어와 보니 영지민들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길을 걸어가는 영지민들은 모두 깨끗하게 하고 다녔으며, 얼굴과 손이 귀족보다 더 깨끗해 보였다.

입고 있는 옷들도 전부 깨끗했고, 길가에 거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영지에서는 거지나 굶어죽은 이들이 많았지만 엘도라도에서는 조금만 일해도 먹는 걱정은 없었기에 당연히 거지가 없었다.

이런 선진화된 생활상은 상단이나 용병들의 입을 통해 왕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래서 엘도라도가 왕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영지라 알려지게 되었고, 이전보다 수십 배나 많은 유민들이 이주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김준의 대대적인 엘도라도 환경 개선사업은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모르칸 제국의 수도 모르칸.

외성 부근에 신설된 기사 교육대는 레이 황제의 기사들 중에서 실력이 약간 떨어지는 천 명이 이곳에 들어와 아놀드 대공으로부터 특이한 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들 기사 천 명은 마나를 검에 불어 넣을 수 있는 소드 익스퍼트 초급이 대부분이었지만 황제의 기사라는 칭호 때문에도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러나 아놀드 대공으로부터 특이한 훈련을 하루 동안 받고는 그 자부심은 땅에 떨어졌다. 자신들의 실력이 너무 형편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놀드는 이들 기사 천 명을 혹독하게 다루기로 하고는 첫날부터 넓은 운동장을 50바퀴 돌도록 했다.

운동장 한 바퀴는 약 500미터 정도 되었는데, 50바퀴면 25킬로미터나 되었다. 기사들은 보통 말을 타고 많이 다녔기에 뛰어서 이렇게 25킬로미터 정도를 돌아보지는 않았기에 대부분 얼마 돌지도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 광경을 본 아놀드는 직접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로 기사들을 내리쳐 무식할 정도로 때리기 시작했다. 놀란 기사들은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달릴 수밖에 없었다.

아놀드는 기사들을 숨이 목구멍까지 차도록 운동장을 뛰게 한 뒤 바로 마보자세를 취하도록 만들었다. 골반은 내리고 무릎을 굽히며 약간 쪼그려 앉되 무릎 끝이 발끝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이는 기마자세와 비슷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사들의 다리가 떨려왔다. 마보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하반신을 안정시키고, 몸이 앞뒤로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어서 손바닥이 아래를 향하게 하여 양손을 서서히 들어 올려 가슴 앞에서 손바닥을 세워 합장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했다. 기사 아카데미에서도 이런 훈련은 듣도 보도 못했기에 기사들은 당연히 힘들어했다.

평소 안 쓰던 근육들을 썼기에 몸이 금세 뻐근해졌다. 아놀드는 그런 기사들에게 독특한 체조를 가르쳐주면서 몸을 풀도록 했다. 기사들은 검은 한 번도 휘둘러보지도 못한 채 혹독한 체력 훈련으로 인해서 죽을 맛이었다. 그렇다고 중도에 포기하고 물러날 수는 없었기에 그들은 악으로 버텼다.

그렇게 똑같은 반복 수련으로 일주일 동안 혹독하게 체력 훈련만 집중적으로 받게 되자 불만이 폭발직전에까지 다다랐다. 그러자 아놀드는 기사들을 운동장에 집합시켜 놓고서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그동안 기초체력훈련을 받느라 정말 수고가 많았다. 오늘부터 너희들에게 나의 실력 중에서 아주 일부분만 보여주도록 하겠다. 잘들 보기 바란다.”

스윽.

노예 십여 명이 힘겹게 돌덩이와 통나무, 전체가 철로 된 쇠방패까지 가져와 내려놓았다.

“이건 너희들도 잘 알 것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돌덩이다. 너희들 두 명 나와서 이것을 손으로 깨어 보아라.”

“예, 알겠습니다.”

아놀드에게 호명당한 자가 앞으로 나왔다. 그들은 잠시 호흡을 하더니 힘껏 손바닥을 내리쳤다.

빠악.

“아아악!”

손바닥으로 돌덩이를 내리쳤다. 당연히 돌덩이는 멀쩡했고, 내리친 손만 무지하게 아팠다.

“자신 있는 자는 이 돌덩이를 깨어 보아라. 만약 이 돌덩이를 깨 는 자가 있다면 오늘 하루 훈련은 안 해도 된다.”

아놀드의 말에 몇 명이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그러나 하나같이 실패했을 뿐이다.

“이런 하찮은 돌덩이 하나도 깨지 못하는 실력으로 기사라고 자랑했단 말인가? 모두들 잘 보아라.”

스윽.

아놀드는 가볍게 손바닥을 내리쳐 돌덩이를 박살내버렸다. 단순하게 두 동강난 게 아니라 흙을 뭉쳐놓은 것처럼 그렇게 돌덩이는 완전히 박살나버렸다. 그 모습을 본 기사들의 눈이 커졌다.

“으아, 돌덩이가 완전히 박살나 버렸어.”

“허억, 마…말도 안 돼.”

“자, 이번에는 여기에 있는 통나무를 격파해볼 자가 있나?”

통나무는 지름이 1미터가 넘는 두꺼운 것이었다. 그것을 도끼도 아니고 맨손으로 격파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건 돌덩이를 깨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아무도 없나?”

당연히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자 아놀드는 썩은 미소를 지으면서 한마디를 했다.

“쯔쯔, 이런 것 하나 격파할 실력을 가진 자가 없단 말인가? 모두들 잘 보아라.”

스윽.

아놀드는 내공을 일으켜 손바닥에 모으고는 가볍게 통나무를 향해 미는 듯 팔을 내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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