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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시간이 흘러 드디어 김준의 결혼식이 영주성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국왕은 자리를 비울 수 없었기에 시종장이 대리인으로 참석했고, 수도 까브에서 고위 귀족들이 대거 축하객으로 참석했다. 왕국 전역에서 몰려든 지방 귀족들도 이번 기회에 엘도라도를 방문해 구경하자는 생각이 있었는지, 축하객으로 대거 몰려왔다.
결혼식에 참석한 귀족들은 엘도라도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는 무척 놀랐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이렇게까지 잘 발전된 영지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영지민들의 집들은 대부분 새로 지어진 것이었다. 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마을을 정비하고, 낡은 건물을 과감하게 철거하고, 새로 지어주었기에 영지민들은 영주에 대한 충성도는 국왕에 버금갈 정도였다.
2천 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김준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진행 되었다.
귀족들은 글리아나의 인간 같지 않은 아름다움에 눈이 커졌고, 쥴리아 공주도 너무 아름다운 글리아나의 모습에 경악했다. 원래도 아름다운데 최대한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드레스와 각종 장신구로 멋을 내자 더욱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것이다.
어쨌든 주례자인 대신관의 말에 따라 김준은 신부 글리아나에게 결혼반지를 끼워 주었고, 글리아나도 역시 김준의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워 주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키스로 부부가 되었음을 알렸다.
짝짝짝짝!
축하객들이 박수를 크게 치서 축하해 주었다. 막 부부가 된 두 사람이 행진하는 것으로 결혼식은 끝이 났다. 이후 결혼식 피로연은 성대하게 열렸고, 축하객들에게는 청화백자 접시 2개가 들어있는 세트가 선물로 들어왔다.
늦은 밤 신혼룸으로 들어온 김준과 글리아나는 무척 지쳐 있었다. 귀족들의 축하를 차례대로 받으면서 간단하게 악수하면서 몇 마디 주고받았을 뿐인데도 정신적인 피로도가 엄청났다. 축하객이 무려 2천 명이 넘었기 때문이었다.
김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천왕대심공을 운용하여 피로를 풀었고, 글리아나도 역시 마나심법을 운용해 피로를 풀었다.
“휴우, 힘들었어. 글리아나는 괜찮아?”
“응, 이젠 난 괜찮아.”
“오늘 무척 힘들었지?”
“나만 그런가? 준도 힘들었을 거야.”
“힘들었어도 기분은 너무 좋다. 그렇지?”
“응, 그랬어.”
김준은 글리아나에게 다가가 키스하고 떨어지더니 껴안았다.
“사랑해, 글리아나.”
“나도 준을 사랑해.”
화려하게 꾸며진 룸 안에서 이제야 남들의 방해를 받지 않게 되었으며,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어 행복했다.
따라라라란, 띠리링.
아름다운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침대 머리맡에 올려놓은 뮤직폰에서 흘러나온 아름다운 멜로디였다. 그 소리에 꼭 끌어안고 잠들어 있던 김준과 글리아나가 잠에서 깨어났다.
“글리아나, 잘 잤어?”
“응, 편안하게 잘 잤어. 준은?”
“나도 그래.”
김준은 글리아나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먼저 상체를 일으켰다.
“같이 샤워할래?”
“부끄러워, 준이 먼저 해.”
고개를 끄덕인 김준은 먼저 샤워하고 나오자, 그제야 글리아나가 샤워실로 들어가 씻었다.
잠시 후, 아침식사를 위해 김준과 글리아나가 소연회실로 들어가자 베일레 자작이 먼저 나와 앉아 있었다.
“아버지, 일찍 나오셨네요?”
“술을 너무 마셨더니 속이 쓰려서 스프라도 먹으려고 나왔다. 잘 잤느냐?”
“예, 아버지.”
“그러고 보니 아들과 며느리의 얼굴이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활짝 핀 게 너무 보기가 좋구나.”
“감사합니다. 아버님.”
글리아나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살짝 숙이며 대답하자 베일레 자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좋아진 김준이 한마디 했다.
“아버지, 이젠 아버지께도 좋은 분을 찾아 드릴게요.”
“크흠흠, 이 나이에 무슨…….”
“이젠 아버지의 몸도 젊은이 못지않게 좋아지셨으니 충분히 좋은 분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구나.”
“저만 행복하니 미안해서요. 아버지께도 좋은 분이 옆에 계셔야 제가 안심이 될 것 같습니다.”
김준의 말이 싫지는 않았는지 베일레 자작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스프와 빵, 과일과 샐러드가 테이블에 놓였고, 신혼부부의 식사가 시작됐다.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는 베일레 자작은 흐뭇한 표정이었다.
김준의 결혼식에 축하객으로 참석했던 수많은 귀족들은 엘도라도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엘도라도에는 신흥직업인 ‘안내자’가 많이 있었다. 너무나 발전된 엘도라도라서 안내자가 없으면 어디부터 구경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일정한 대가를 받고 엘도라도의 유명한 곳을 안내하는 안내자들은 발전된 영지를 자랑하는 것이기에 남다른 자긍심이 있었다. 수입도 제법 높았기에 더욱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안내자들의 도움을 받아 가장 먼저 귀족들이 찾은 곳은 천일염전이었다. 그들은 엄청난 규모에 한번 놀라고, 천일염을 보관하는 창고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천일염 창고 앞에는 각 상단에서 이끌고 온 짐수레나 아님 짐마차에 천일염 자루를 싣고 있었다. 얼마나 밀려 있는지 수백 미터는 되어 보였다. 선착장 근처에도 2백여 척의 고기잡이배들이 고기를 잡아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생선의 피나 내장을 제거하고, 말리는 것도 구경거리였으며, 천일염을 뿌려 염장을 하는 모습도 신기한 듯 귀족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말린 생선이나 염장한 생선을 석쇠에 노릇하게 구워 팔고 있는 레스토랑에 들러서 밥이라는 것과 같이 생선구이를 먹어보는 게 이색적이고 좋아들 했다. 그런 다음에는 향긋한 차를 생산하는 곳으로 향했다.
“오오, 이렇게 좋은 차를 엘도라도가 생산하는 줄 몰랐구나.”
“그렇습니다. 질 좋은 차이고, 가격도 저렴해서 많이들 구입해 가십니다.”
“음, 그렇다면 나도 넉넉하게 구입해서 가야겠군.”
“잘 생각하셨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절반 정도의 가격이니 잘 선택하신 겁니다.”
귀족들은 안내자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엘도라도에는 물건 값이 저렴했다. 마지막으로 도자기 마을에 들러서 그곳에서 직접 도자기를 만드는 것을 관람했다.
“오오, 이렇게 좋은 물건이 있었는데 난 그걸 몰랐었군.”
“수도 까브에도 납품을 하고 있는데 진열하기도 전에 다 구입해버린다고 합니다.”
“나도 이것을 구입하려고 했지만 물건이 없어서 못 했는데, 여기에서는 그래도 손쉽게 구할 수 있구나.”
“아무래도 여긴 생산지이다 보니 그럴 겁니다.”
“그렇군. 이왕 온 것 넉넉하게 구입해 가야겠어.”
귀족들은 백자접시에 난리였다. 사치품인지라 귀족들의 취향에 딱 맞는 그런 물건이었다. 특히 귀족들의 부인들이 더 난리였다. 청화백자 접시의 인기는 더했다.
최근에는 청화백자 접시가 더 많이 팔리고 있었다. 백자 접시보다 5배 정도 더 비쌌지만 푸른색이 들어가 있어서 더욱 보기 좋았다. 그래서인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점씩 구입해갔다.
돈이 많은 귀족들이라 돈을 전혀 아끼지 않고 펑펑 물 쓰듯 쓰고 며칠간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각자 영지로 돌아갔다. 이렇게 엘도라도는 김준의 결혼식으로 인해 다시 한 번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모르칸 제국의 황궁.
아놀드는 레이 황제의 부름을 받고 황궁에 들어왔다. 불치병이 완치되었다고는 하지만 황제는 아직까지 기력을 높여주는 각종 요리로 몸보신을 하면서 직무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보고 있었다.
이전에는 황태자 엘루스와 백작 이상의 고위 귀족들이 모여서 의논한 사안으로 결정하여 처리했지만 이제는 레이 황제가 업무를 직접 보면서 처리했다.
레이 황제의 집무실은 역시 거대하고 화려하며 넓었다. 벽면에는 각종 그림과 벽화가 그려져 있었으며, 온갖 걸작 조각품이 놓여 있었다.
시종장의 안내로 아놀드는 레이 황제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레이 황제에게서 대공의 작위를 받은 아놀드는 이제 큰절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레이 황제의 얼굴을 바로 쳐다보아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았다.
레이 황제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아놀드는 말했다.
“황제폐하, 찾아계시옵니까?”
“어서 오시오. 아놀드 대공.”
“황제폐하, 아직은 몸을 무리하는 건 좋지 않사옵니다.”
“허허, 잘 알고 있소. 그래서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업무를 본다오.”
“그 정도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사옵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시는 것이 건강에 이롭사옵니다.”
“역시 짐의 건강을 생각하는 이는 대공뿐이구려. 고맙소, 매일 빼먹지 않고 꾸준하게 하고 있다오. 서 있지 말고 소파에 앉으시오.”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레이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걸어와 앉았다. 시녀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차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대륙의 남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최고의 차이며, 소량생산에 더욱 값비싼 바바네산 누악차였다.
레이 황제가 먼저 차를 마시자, 그제야 아놀드도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대공을 부른 건 한 가지 부탁을 할 게 있어서 불렀소.”
“황제폐하, 부탁이라니요. 명만 내려 주십시오.”
“허허허, 아놀드 대공은 역시 시원시원해서 좋구려. 다름이 아니라 짐이 보유한 기사들이 너무 인원이 적고, 또 검술수준이 너무 낮아서 고민이구려.”
“자금이 부족한 것이옵니까?”
“아니오. 자금은 충분하지만 실력을 키워줄 스승이 부족한 게 걱정이라오.”
“그런 것이라면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하하하, 역시 짐의 고민을 대공이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구려. 이번에 대공이 직접 그 일을 좀 맡아줄 수 있겠소?”
“황제폐하,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제가 맡아서 검술을 가르치겠사옵니다. 그런데 기사가 얼마나 되옵니까?”
“짐이 보유한 기사는 2천 명 정도 되는데, 이번에 신규 기사들을 좀 더 모집하려는 생각이오.”
“알겠사옵니다. 황제폐하, 한 가지 조건이 있사옵니다.”
“조건? 무엇인지 말해보구려.”
“소드 유저들을 가르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니 마나를 검에 불어 넣을 수 있는 소드 익스퍼트 초급 정도는 되어야 단기간에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사옵니다.”
“소드 익스퍼트 초급?”
“그렇사옵니다.”
“이왕 신규 기사들을 모집 하시는 거 일만 명 정도 모집하는 건 어떻겠사옵니까?”
“일만 명을 말이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허허허, 난 그렇게까지 많이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놀드 대공의 말을 들으니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구려.”
“황제폐하, 소드 익스퍼트 초급의 검사를 모아주시면 제가 마나심법을 전수해 1년 안으로 소드 익스퍼트 상급까지 끌어올리겠사옵니다.”
“소드 익스퍼트 상급!”
“그렇사옵니다. 소드 마스터는 깨달음이 없으면 오르지 못하는 경지이지만 소드 익스퍼트 상급까지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하하! 그것만 해도 대단하오.”
“일단 저에게서 검술을 전수받게 되면 소드 익스퍼트 상급은 문제없고, 소드 마스터도 제가 도움을 주게 되면 몇 년 안으로 틀림없이 오를 수 있을 것이옵니다.”
“좋소. 그럼 짐이 부탁하리다.”
“한 달 안으로 인원을 준비해 주십시오. 준비가 되면 바로 가르칠 수 있사옵니다.”
“이제야 짐의 마음이 놓이는구려. 그건 그렇고 어느 공주가 마음에 들었소?”
“제1공주인 빅토리아 공주와 제4공주인 그레이스 공주, 제6공주인 쥴리아 공주가 마음에 들었사옵니다.”
“하하하, 3명의 공주와 결혼이라? 역시 호탕하구려. 좋소, 이번 달 안으로 결혼식을 성대하게 짐이 열어 주겠소.”
“황공하옵니다.”
“황궁까지 왔는데 그냥 가지 말고 나와 함께 저녁만찬을 하고 가시구려.”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레이 황제의 저녁만찬에는 아놀드가 지목한 3명의 공주들이 참석했다. 제1공주인 빅토리아 공주는 동생들인 제4공주인 그레이스 공주와 제6공주인 쥴리아 공주도 함께 선택되었다는데 아쉬움이 남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레이스와 쥴리아 공주도 아놀드의 이국적이지만 남자다움과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모를 숨은 능력, 소드 마스터도 가볍게 이기는 강한 검술실력, 황제의 가장 신임을 받는 대공의 작위 등, 최고의 신랑감이라는 것에 이의가 없었다.
아놀드가 보기에 빅토리아 공주는 미모는 화려한 장미가 연상되었지만 장미엔 가시가 있듯 성격이 까칠했고, 그레이스 공주는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우며, 눈치가 있어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쥴리아 공주는 소녀같이 생기발랄하며, 귀여우면서도 애교가 있는 게 좋았다. 아직은 순수해서 보고 있으면 어두운 아놀드의 마음이 환해지는 게 좋아서 선택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그동안 허리케인을 사랑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후 자정부터는 1일 1회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