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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엘도라도
바렌 왕국의 엘도라도. 이곳이 아직 베일레 자작령이었을 때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이 연합하여 영지전을 걸어왔었다. 그러나 베일레 자작의 아들인 프리맨 후작이 나서서 영지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그 결과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영지를 프리맨 후작에게 빼앗기고 추방당했다. 이후 늙은 베일레 자작은 영지를 아들인 프리맨 후작에게 물려주고, 뒤로 물러났다.
프리맨 후작은 국왕의 허락을 받아 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을 흡수하여 3개의 영지를 통합하게 되었다. 이곳이 훗날 프리맨 후작령, 또는 엘도라도라 불리게 되었는데, 엘도라도는 ‘황금의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엘도라도는 이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천일염이 생산되는 영지였기에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영지민들도 대폭적으로 증가해 32만 명이던 것이 어느덧 35만 명으로 늘어났다.
베일레 자작은 아들 덕에 젊어져 매일이 즐거웠다. 검술훈련을 다시 시작했고, 영지의 업무도 아들이 돌아올 때까지 맡아서 처리해야 했기에 바쁜 나날이었지만 나름대로 즐거웠다.
스스스슷.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김준과 그 일행이 프리맨 후작의 영주성 광장에 나타났다.
아직 오후라 기사들과 병사들이 광장의 한쪽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약간의 마나 움직임에도 민감했기에 공간이 이지러질 정도의 엄청난 마나가 느껴지자 즉시 기사들이 사방에서 달려왔다. 영주성에 적이 나타난 것이라면 이를 막을 책임이 기사와 병사들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신속하게 주위를 포위하는 것만 보아도 이들이 얼마나 훈련이 잘되어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허억, 영주님?”
“영주님께서 돌아오셨다.”
김준의 옆에는 말을 탄 글리아나가 있었으며, 뒤쪽에는 헌트와 하그리가 짐수레의 마부석에 앉아 있었다.
김준의 정체를 알아본 기사와 병사들은 겨누고 있던 창과 무기들을 밑으로 내렸다.
“더반, 아버님께서는 어디에 계시느냐?”
“지금 시간이라면 지하 개인 연무장에서 검술훈련을 하시고 계실 것입니다.”
“그럼 집무실로 가 있을 테니 아버님께 연락을 해다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들은 안으로 들어가자.”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준이 앞장서고,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가 뒤를 따라 영주 집무실로 향했다. 넓은 집무실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과 소파는 고급스러웠다. 김준과 그 일행들은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하녀가 그 사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가져와 내려놓고는 밖으로 나갔다.
“글리아나, 영지에서만 자생하는 아델스차이니 한번 마셔봐.”
“응, 향기가 너무 좋아.”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아델스차를 한 모금 마셔보고는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지었다.
덜컹!
그때 문이 열리면서 베이레 자작이 들어왔다.
“아들아!”
“아버님.”
김준과 베일레 자작은 서로 안으면서 부자의 정을 나누었다.
“아버님, 이쪽은 제가 사랑하는 글리아나, 그리고 수하들인 헌트와 하그리입니다.”
“글리아나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헌트라고 합니다. 자작님.”
“저는 하그리라 합니다.”
베일레 자작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인간같이 느껴지지 않는 글리아나의 모습에 그의 표정도 환해졌다. 그것도 모자라 헌트와 하그리의 모습을 보니 강인한 기운이 느껴졌다.
‘으음, 하나같이 대단하구나.’
“아버님, 일단 앉으십시오.”
“으응? 그, 그러자꾸나.”
김준이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허허허, 제법 오래 걸릴 줄 알았더니 예상보다 일찍 돌아와서 기쁘구나.”
“아버님, 그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까?”
“그래. 또 너의 계획대로 각종 공사들도 잘 진행되고 있다.”
“이제 영지가 안정되고 있으니 아버님도 좋은 분으로 맞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보다는 너의 결혼식이 더 급한 것 같구나.”
베일레 자작은 글리아나를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김준은 다음 달 그녀와 결혼할 것이라고 대답하며 말을 이었다.
“영지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항상 미래를 위해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병력을 키우는 게 아니냐?”
“얼마 전 영지전처럼 힘이 약하면 잡아먹히는 게 세상입니다. 자금이나 여력이 있을 때 힘을 보유해 두어야 걱정 없습니다.”
“너무 영지병을 많이 보유하게 되면 귀족들의 집중적인 견제나 반란이라는 모함을 받을 수도 있다.”
“아버님, 그것에 대한 대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국왕에게 내년부터 100만 골드씩 기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허억, 100만 골드나 말이냐?”
“예, 아버님. 그리고 국왕파의 인물과 200명의 기사단이 엘도라도에 파견되어 주둔하게 될 것입니다.”
“감시자로서 말이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반란을 생각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으음, 그래도 이 아비는 신경이 쓰이는구나.”
“걱정 마십시오. 엘도라도는 저의 왕국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세상일이라는 것이 의도한대로만 흘러가겠느냐?”
“저는 아버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만 마법은 드래곤과 맞먹고, 검술은 적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설사 왕국의 모든 병사들이 몰려오더라도 전 걱정하지 않습니다.”
“으음, 그렇게까지 말하니 이 아비는 널 믿으마.”
“아버님, 현재 영지병은 얼마나 됩니까?”
“현재 영지병은 6만 명 정도 된다. 매달 영지병을 모집하고 있으니 계속 늘어날 것이다.”
“영지가 좀 더 안정되면 그때에는 왕국의 귀족들의 견제로 인해서 영지병을 늘리기가 어려워질 테니 지금 최대한으로 늘려 놓아야만 안심이 됩니다. 유입되는 유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서라도 영지병을 최대한으로 늘리도록 해야겠습니다.”
“알았다. 하지만 기사 브레이그와 몇 명의 기사들로는 넘쳐나는 신병들을 관리하기가 벅찬 모양이더구나.”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 헌트와 하그리가 도와줄 것이니 말입니다. 지금은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있지만 곧 소드 마스터에 오를 자들입니다.”
“뭐? 그게 정말이냐?”
“예, 아버님. 그리고 며느리가 될 글리아나는 8서클의 마법을 익히고 있으며, 검술실력은 이미 소드 마스터입니다.”
“하하하하, 그렇다면 걱정 없겠구나.”
“이왕 시작한 일, 영지병 문제는 이렇게 처리하면 될 것 같고, 이제 문제는 영지를 방어할 성을 쌓는 일에 있습니다.”
“성이라면 이미 5개를 쌓고 있지 않느냐?”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영지가 넓은 만큼 지형과 거점을 파악해 보니 5개는 더 성을 쌓아야 될 것 같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지금의 인력으로는 부족하겠구나.”
“예, 그 문제는 다른 영지에 요청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음, 하긴 네가 소드 마스터에 작위가 후작인 것만 해도 무시하지 못하는데, 국왕의 높은 신임도 받고 있으니 주변의 영지나 귀족들이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겠구나.”
“막대한 자금을 주면서 말하면 유민들과 인력, 물자와 식량까지 모든 것이 풍족하게 보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으음, 엘도라도에는 지금도 인구가 35만 명이나 되는데, 얼마나 더 유민을 받아들일 것이냐?”
“100만 명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됩니다.”
“그럼 앞으로 식량이 가장 문제가 될 것이다.”
“안 그래도 식량문제를 해결한 계책도 있습니다. 일단 영지의 모든 농지를 농노들에게 적절히 분배해서 농노들의 가정에 자립을 꾀하려고 합니다. 대대적으로 인력을 동원하여 농지를 지금과는 다르게 개량하여 생산량을 높일 계획입니다. 단순하게 농지만을 개량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용수를 위해 저수지를 만들고, 황무지에도 물을 이용해 비옥한 땅으로 만들 것입니다. 그 후 생산 향상을 위해 100에서 70은 농노가 가지도록 할 것이며, 30은 제가 세금으로 받을 것입니다.”
“그, 그건 너무 적은 게 아니냐?”
“아버님, 저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밀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각종 잡곡도 생산하도록 할 것입니다. 계획대로만 잘 이루어진다면 농노들이 잘 살게 됨은 물론 영지의 식량만큼은 자급자족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모르칸 제국의 황성.
레이 황제가 기거하고 있는 홀 안의 공기는 아주 무거웠다. 피닉스 기사단 200명이 레이 황제 주변에 배치되어 경계를 서고 있었으며, 홀 밖에도 황제호위기사단 500명 전원이 긴장 하면서 배치되어 잡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폴샤르 대주교와 궁정마법사 모로스는 어떻게 아놀드가 레이 황제의 불치병을 치료할지 궁금해 홀에 남아 지켜보고 있었다.
거대한 침상에는 옷을 전부 벗고 누운 레이 황제가 있었다. 아놀드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침 9개를 손에 들었다.
“황제폐하, 이제부터 신이 치료를 시작할 것입니다. 그 전에 명심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아놀드 경.”
“이 침을 황제폐하의 몸에 하나씩 꽂을 것입니다. 그럼 한 번도 느껴보시지 못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실 겁니다.”
“그렇게 고통이 심한가?”
“다시는 느껴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울 겁니다. 문제는 기절하시면 안 된다는 겁니다.”
“으음, 얼마나 고통스럽기에 기절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마음껏 비명을 지르셔도 됩니다만 기절은 안 되니까 입술을 깨물어서라도 절대 기절하시면 안 됩니다. 만약 기절하신다면 치료는 실패하고 다시 기운을 차린 후 시도해야 합니다.”
“알겠네. 아놀드 경, 짐이 최대한으로 참아보겠네.”
“나머지 치료는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으실 겁니다.”
“짐의 병만 치료된다면 고통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네.”
“그런 의지시라면 충분히 나으실 겁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아놀드는 혈맥에 침을 차례대로 9개를 전부 꽂아 넣었다. 저도 모르게 긴장했는지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휴우, 일단 침은 전부 꽂아 넣었습니다. 이제는 저의 기운을 황제폐하의 몸속에 집어넣어 치료를 하겠습니다.”
레이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놀드는 건공신공을 운용해 하단전의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양손의 혈로 내공을 뽑아내어 레이 황제의 몸속으로 막대한 내공을 불어 넣었다.
츠츠츠츠.
벌레가 몸속에 기어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은 레이 황제는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통에 입을 쩌억 벌렸다.
“아아아악!”
고통스러울 거란 말을 듣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폐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듯한 고통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저절로 비명이 내뱉어졌다.
피닉스 기사단과 폴샤르 대주교와 궁정마법사 모로스는 아놀드가 미리 고통스러울 거라 주의를 주지 않았다면 이것을 시해의도로 보고 바로 그를 공격했을 것이다. 그만큼 레이 황제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생생했다.
레이 황제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기절하고 싶었지만 입술을 깨물면서 버텼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혈맥이 끊어지거나 갈라진 곳이 아놀드의 엄청난 내공에 의해서 치료가 되고 있었다.
주르륵.
레이 황제는 모공을 통해서 탁한 피와 각종 불순물이 흘러나왔다. 치료가 후반부로 접어들자 그제야 고통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시원함이 느껴졌다. 그에 고통스러운 비명도 잦아들었다.
아놀드는 내공을 넣는 것을 중지하고는 건공신공으로 남은 내공을 하단전으로 다시 끌어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