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38화 (138/284)

0138 / 0284 ----------------------------------------------

제5권  프리맨의 귀환

귀족파와 중도파, 황제파까지 각자 모여서 회의를 열어 대책을 의논했지만 뚜렷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당분간 좀 더 지켜보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귀족파의 핵심 인물인 코친 후작은 3황자 르네프가 황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귀족파의 재정담당을 맡고 있는 인물이며, 제국의 10대 상단의 1위에 올라있는 골드 카렌 상단을 소유하고 있었다.

얼마나 재력이 많은지는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그의 재산이 황제가 보유하고 있는 보물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국이 개국하기 전부터 건국황제 마리우스를 옆에서 재정적으로 도와주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개국공신 가문으로 건국황제 마리우스로부터 수많은 특혜를 누리면서 골드 카렌 상단은 번창했고, 제국의 가장 큰 상단이 되었다.

모르칸 제국은 개국한 지 1132년이었지만 골드 카렌 상단은 이것보다 더 오래되어 119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거의 1200년 역사를 이어온 저력 있는 상단이었다.

코친 후작은 골드 카렌 상단의 제 47대 상단주였다.

그런 그가 3황자 르네프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었으며, 귀족파에도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오늘날의 귀족파가 이만큼이나 커질 수 있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 그였지만 황제의 수도 봉쇄령은 놀라기에 충분했다. 곧 죽을 것으로 모두들 예상하고 있던 황제가 갑자기 미친것인지 이런 명을 내린 것이었다.

“으음, 젠장. 수도가 봉쇄 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수도의 밖에서 마일드 상단을 맞이해야겠군.”

수도 모르칸이 황제의 명으로 봉쇄가 되면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상단이었다. 특히 거래 규모가 큰 골드 카렌 상단이 가장 큰 피해자였다.

수도 모르칸은 500만 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이며, 외성 밖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천만 명이 넘는 엄청난 인구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하루에 성문을 드나드는 사람만 해도 수십만, 아니 백만은 될 것인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수도를 봉쇄해 버리니 생활의 불편함은 말로다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백작 이상의 고위 귀족을 포함해 그 누구도 감히 황제에게 봉쇄를 해제해 달라고 고하는 이가 없었다.

그만큼 황제는 죽기 전까지는 절대적인 권력자였다.

쿠르르르.

굉음과 흙먼지를 동반하면서 상단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상단의 선두에는 말을 탄 100여 명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상단을 호위하는 용병단으로 가죽갑옷과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용병의 등 뒤에는 20대의 귀족마차가 보였고, 그 뒤쪽으로는 300대의 짐마차와 50대의 짐수레가 길게 이어져 이동하고 있었으며, 짐마차와 짐수레의 좌, 우, 뒤쪽에도 수십 명의 말을 탄 용병들이 호위 중이었다.

상단을 호위하는 용병들만 3천 명이나 되었고, 상단의 일꾼들까지 포함하면 무려 5천 명에 이르는 대상단의 행렬이었다. 이들은 페드린 왕국의 마일드 상단으로, 모르칸 제국의 수도 모르칸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상단의 행렬이라서 그런지 이들이 지나가는 곳의 영지나 도시의 사람들은 큰 구경거리였다. 20대의 귀족마차 가운데 가장 고급의 마차에는 마일드 상단주가 타고 있었다.

마차 안은 보통 앉아 있기 편하도록 좌석이 마련되어 있는 게 일반적인데, 마일드 상단주가 타고 있는 마차 속에는 좌석이 없고, 바닥이 전부 푹신한 침대로 되어 있었다.

마일드 상단주는 비에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며, 190센티미터의 큰 키에 잘생긴 얼굴, 호리한 체구의 소유자였다. 그는 현재 아름다운 두 명의 미녀의 손에 상의가 벗겨져 있었다.

상체는 울퉁불퉁한 근육질은 아니었지만 말 근육처럼 근육이 잘게 잘 발달되어 있었기에 오히려 더 보기 좋았다.

두 명의 미녀들도 드레스가 벗겨져 있었으며, 속옷차림이었다. 남자 한 명에 두 명의 미녀가 서로 달라붙어서 키스를 나누고, 서로의 몸을 애무하는 중이었다.

미녀들은 이미 많이 흥분했는지 몽롱한 눈을 하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마일드 상단주 비에드는 미녀의 입에 키스하면서 그녀의 생명력을 빨아먹었고, 그런 것은 미녀들의 광택이 나던 피부가 빛을 잃을 정도까지 되자 멈추었다. 조금만 더 생명력을 빨아 먹었더라면 죽었을 것이었다.

두 명의 미녀들은 너무나 큰 쾌락에 기절한 상태였다. 이 정도로 생명력을 갈취 당했다면 모르긴 몰라도 10일 정도는 요양하면서 영양가가 높은 음식으로 충분하게 보충하여야만 몸이 회복될 정도였다.

미녀 노예들은 비에드에게 이렇게 생명력을 갈취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고, 하인들이 알아서 미녀들을 충분하게 요양을 시켜주면서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잘 먹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녀 노예들도 큰 불만은 없었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노예가 있을 정도였다.

“케르만!”

비에드의 호출에 마차의 안쪽 나무문이 열리면서 중년의 남자가 모습을 보였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흐흐흐, 이 아이들은 정말 싱싱하고 맛있었다. 다른 아이들을 들여보내라.”

“예, 주인님.”

두 명의 건장한 노예들이 안으로 들어와 기절해 있는 미녀들을 안아서 데려가자, 새로운 미녀 두 명이 들어왔다. 그녀들은 처음 이곳에 불려왔기에 두려운지 몸을 떨었지만 그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비에드의 손짓에 미녀들은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라 체념한 듯 침대 위로 올라가 비에드 곁으로 다가갔다.

그는 미녀들의 드레스를 벗기고는 정성스럽게 애무를 시작했고, 두 미녀는 곧 눈빛이 몽롱하게 변했다. 쾌락에 몸이 활짝 열리자 그제야 그는 미녀의 입술에 키스하면서 그녀들의 생명력을 흡수했다.

츠츠츠츠.

미녀들은 생명력이 비에드에게 갈취 당하면서 피부의 광택이 사라지고, 푸석해졌다. 비에드는 미녀들의 몸을 섞지는 않고, 오직 그녀들의 생명력만 키스로 빨아 먹었다. 이번에도 미녀들은 엄청난 쾌락에 기절해 버렸다.

“케르만!”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이 아이들을 치워라.”

“예, 명대로 하겠습니다. 주인님.”

이번에도 역시 노예들이 들어와 기절한 미녀를 안고나갔다.

비에드의 마차는 보통의 마차 3대를 붙여놓은 것처럼 길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침대 룸 밖에는 대기실이 있었으며, 그곳에는 케르만을 비롯해 노예들과 미녀들이 대기해 있었던 것이다.

매일 꼬박꼬박 이렇게 10명의 미녀들의 생명력을 빨아먹고 있는 비에드는 그만큼 몸에 생명력이 충만했고, 그 생명력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켜 오고 있었다.

비에드는 침대에 누워서 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들었다.

그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 몇 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출생은 보통의 인간과 달랐다. 그는 엘프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 엘프로, 특이하게도 엘프처럼 귀가 뾰족하게 태어나지는 않았기에 그가 하프 엘프라는 걸 아무도 몰랐다.

다만 엘프의 피를 절반이나 이어 받았기에 얼굴이 잘생겼다는 것 정도와 수명이 인간과는 다르게 300년 정도는 살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엘프의 피를 받았다는 증거였다.

지금 그의 얼굴을 보기엔 20대 후반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백 살이 넘은 이였다.

또 다른 비밀은 그가 바로 마스터라는 자의 첫 번째 제자라는 것이었다. 그는 마나를 선천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에 마스터에게서 어둠의 마법을 배울 수 있었으며, 검술과 각종 지식도 배웠다.

머리가 좋은 비에드는 어떻게 보면 마검사라 할 수 있었지만 남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도 있었다. 그건 바로 순간이동 능력으로, 마스터도 아직 비에드의 능력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마스터에게도 철저하게 자신의 능력을 숨겼다. 그것이 자신이 위험에 처하였을 때 지켜줄 수 있는 힘이라 믿었다.

처음에는 불과 10미터 정도밖에 순간이동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그 능력을 개발하게 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10킬로미터의 거리까지는 마음먹은 대로 순간이동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마나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법도 배우고 익히면서 누구보다도 강력한 주먹공격도 가능해졌다.

그래서 비에드는 적과 싸울 때에는 미스릴 너클 장갑을 착용하고 가슴과 등을 보호할 수 있는 갑옷도 만들어 입었다. 강철에 미스릴 코팅이 되어 있어서 방어력이 뛰어난 갑옷이었고, 마법공격에도 견디기 위하여 대방어마법진도 새겨 넣었다.

2년 전에는 우연히 너클 장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주먹공격을 펼치는 연습을 하다가 소드마스터의 전유물이라는 오러 블레이드 같은 것이 주먹에 생성되어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주먹에 파란색의 오러가 생성되면 그것으로 공격할 수도 있었고, 의지를 담아서 날리면 오러의 주먹이 날아가기도 했다. 대단한 발견을 한 것인데, 단점으로는 많은 마나가 소비되고, 또한 생명력이 조금씩 빠져 나간다는 거였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그는 미스릴 너클 장갑을 만들어, 마법진으로 마나를 강제로 끌어 모으도록 했으며,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미녀노예들을 사서 그 생명력을 적당하게 빨아 먹어 몸에 저장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주인님,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케르만의 말에 비에드는 생각에서 깨어났고, 즉시 대답했다.

“알았다. 적당한 곳에서 야영을 하도록.”

“예, 주인님.”

“케르만, 이제 수도 모르칸까지는 얼마나 남았느냐?”

“예, 주인님. 불과 하루 반나절 정도 남았습니다.”

“알았다. 그만 나가보거라.”

“예, 편하게 쉬고 계십시오. 주인님, 저녁식사가 준비되는 대로 가져오겠습니다.”

비에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케르만이 마차 밖으로 나가더니 상단의 총관과 용병들에게 말했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행렬을 멈추고 야영 준비를 서둘렀다.

마일드 상단에 고용된 용병단은 3천 명이었고, 상단의 식솔들을 합하면 5천 명이나 되었기에 그만큼 야영지의 규모도 컸다. 그래서 어지간한 산적들이나 몬스터도 3천 명의 용병단을 뚫고서 마일드 상단을 공격하지 못 했다.

드로이안 산맥의 월계수 엘프부족의 마을.

벤겔미르의 힘으로 세계수 씨앗을 싹틔워 형성된 공간에서 살게 된 월계수 엘프부족은 수천 년 간은 평화가 유지될 것이었다.

그들이 모두 떠나고 이젠 아무도 없는 곳에 김준과 글리아나, 헌트와 하그리는 수련을 위해서 당분간 머물고 있었다. 이곳은 아직 결계로 보호되고 있었으며, 충만한 마나의 영향으로 수련하기엔 좋은 장소였다.

“햐앗!”

슈가각, 파팟!

헌트와 하그리는 김준이 전해준 스네이크 검술서를 보고 배우면서 열심히 수련 중이었다.

이제는 단순하게 스네이크 검법의 초식만 반복적으로 수련하는 게 아니라 김준이 알려준 내공심법만으로 날로 몸속에 내공이 쌓이면서 검기를 자유롭게 내뿜으면서 검술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왕국의 기사단장과 겨루어도 될 정도로 강한 검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헌트와 하그리는 먹고 자는 것 이외에는 오직 검술수련만 했고, 그래서인지 소드익스퍼트 상급에 어느새 올라 있었다. 이제 깨달음만 얻게 된다면 소드마스터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초식만 놓고 보자면 헌트와 하그리는 스네이크 검법을 거의 완벽에 가까울 만큼 놀라운 성취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며칠 전에는 대지의 검술도 가르쳐 주었었다.

글리아나는 이미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지만 그동안 익혔던 검술을 익숙하게 펼치기 위하여 천천히 검술을 펼쳐 보였고, 마지막에는 오러 블레이드를 시전해 검술을 펼치면서 오전의 수련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마법을 수련하고 있었으며, 이미 8서클에 올랐기에 각종 공격마법과 마법서를 읽으면서 캐스팅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반복 연습했다.

김준은 천왕대심공을 운용하면서 명상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검술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이미 그는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신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의 몸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연습을 해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낸 그는 이번에는 의지력을 키워 나가는 수련을 했다. 김준은 신의 아티팩트 5개 중에서 이미 3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수정 반지 형태의 눈과 얼음의 기운을 가진 빌헤임, 역시 사파이어 반지 형태의 바람의 기운 벤뵤르그, 이젠 에메랄드 보석이 박힌 팔찌로 변형된 벤겔미르까지 모두 3개였다.

더불어 하단전과 중단전의 막대한 기와 심장부근에 자리 잡고 휘돌고 있는 마나고리 9개, 마지막으로 차원을 넘어 오면서 몸속에 일부 흡수된 혼돈의 기운까지 한 사람의 몸속에는 이렇게 엄청난 것들이 들어 있었다.

김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을 고르면서 의지력을 일으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