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37화 (13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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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황제폐하, 아직도 저의 말을 믿지 않으시군요?”

“하하하하, 아놀드 경. 제국이 개국하고 지금까지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어져 오면서 그 누구도 황제의 불치병을 고쳤다는 전례가 없었다.”

“그것은 저도 알고 있사옵니다.”

“나 또한 갑자기 발병하여 이곳에서 매일 폴샤르 대주교가 신성력으로 치유해주고 있었기에 7개월 동안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앞으로 5개월이면 끝이지. 그 누구도 나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황제폐하, 그건 그들의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어서 그런 것이고, 저는 그들과는 다르옵니다.”

“아놀드 경은 그들과 다르다? 하하하하!”

이번에도 레이 황제는 호탕하게 웃었다. 발병이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가끔씩 호탕하게 웃었지만 발병으로 인해 침대에 누운 후에는 이렇게 호탕하게 웃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놀드 경, 잠시 짐의 이야기를 들어 보거라.”

“예, 황제폐하.”

“짐의 소원도 단 하나, 역대 황제들보다 더 오래 살고 싶었다. 짐은 황제이기에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었지만, 그러나 짐의 죽음만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었기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만 기다리고 있었느니라. 그런 짐도 결국에는 이렇게 불치병으로 눕게 되었는데 아놀드 경이 나의 불치병을 고쳐준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하하하하, 만약에 말이야. 아놀드 경이 나의 병만 고쳐 준다면 짐이 가지고 있는 재물 절반과 원하는 공주와도, 아니 공주 전부를 주마. 또한 공작이 아니라 공왕에 임명하여, 왕국에 버금가는 넓은 땅도 주마. 그밖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짐의 황좌만 아니라면 그 무엇이든지 주도록 할 것이니라. 그러나 그 말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짐이 보유한 모든 숨겨진 힘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죽인다.”

“황제폐하, 어찌 신이 거짓을 고하겠나이까? 늦어도 한 달 이전에 불치병을 완치하고, 당당하게 황좌에 앉아서 적어도 20년은 더 통치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사옵니다.”

“아놀드 경, 짐에게 20년이라 했느냐?”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으핫핫핫! 좋다, 짐은 이제 아놀드 경을 믿겠노라. 경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모든 것을 구해다 줄 것이고, 설사 제국에 없으나 다른 왕국에 있다면 강제로 빼앗아서라도 구해다 줄 것이다.”

“황제폐하께서 그런 마음이시라면 분명 이루어질 것이옵니다. 신이 옆에서 도와 드리겠사옵니다.”

“그래, 아놀드 경. 짐은 황제니라! 짐의 앞을 가로 막는 게 산이라면 그 산을 없애버릴 것이고, 바다가 가로막는다면 그 바다를 흙으로 메워서라도 건널 것이다.”

레이 황제의 두 눈이 희망에 물들면서 안광이 내뻗어졌다. 그만큼 레이 황제의 목표는 분명했다. 가레반 백작은 혹시 아놀드 경이 실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물어 보았다.

“아놀드 경, 의심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지만 정말 황제폐하의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이오?”

“하하하, 물론이지요. 황제폐하, 혹시 처음에 발병하였을 때 전신이 마비되는 것 같은 증상이 일어나면서 가슴이 급격하게 아프시지 않으셨습니까?”

“으음, 그것을 어찌? 아놀드 경의 말대로 짐의 처음 증상이 그러 하였노라.”

“황제폐하, 발병 이후에 대주교의 신성력으로 일시적이지만 차도가 있었을 것이지만 다시 몸이 마비가 되면서 온몸의 피가 마르는 것 같은 괴로움도 느끼셨지요?”

“으음, 아놀드 경의 말이 맞다. 짐은 분명 그런 증상을 겪고 있노라.”

“황제폐하의 병은 분명 불치병에 가깝지만 다행이 신이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사옵니다. 신에게 치료할 수 있는 윤허만 해주십시오.”

“어차피 짐에게는 더 이상 방법이 없고, 하루하루 죽어만 갈뿐이다.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하고 아놀드 경에게 짐의 치료를 맡기겠노라.”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아놀드는 레이 황제의 몸을 살펴보고, 증상을 보니 분명 불치병이라 불러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중원의 마의에게서 의술을 약간 배우면서 치료도 해본 병이었다.

레이 황제도 분명 그 병과 똑같은 증상과 병으로, 혈맥(穴脈)이 끊어지는 절맥(絶脈)의 일종이었다. 그렇기에 아놀드는 자신 있었다. 레이 황제는 불치병만 치료하면 무엇이든지 들어줄 것이다.

다혈질의 데라치 백작은 레이 황제의 이런 면을 처음 보았기에 무척 당황했다. 이젠 그 누구도 레이 황제의 앞길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으, 아놀드라는 저자가 무슨 짓을 한 것이지?’

가레반 백작도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학질이 걸린 사람처럼 그렇게 마구 떨었다.

“데라치 백작과 가레반 백작은 짐의 명을 받으라.”

“예, 황제폐하!”

“명을 내려주시옵소서. 황제폐하!”

데라치 백작과 가레반 백작은 즉시 바닥에 부복(俯伏)하면서 머리를 바닥에 붙였다.

“짐의 스테프를 가져오라.”

“허억, 스테프를 말이시옵니까?”

평소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인 가레반 백작은 너무 놀라서 감히 황제에게 질문을 해버렸다. 그만큼 가레반 백작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짐의 명이니라. 당장 가져오너라!”

병상으로 침대에 누워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황제는 황제였다. 그 위엄이 얼마나 대단한 지 가레반 백작은 제대로 황제 앞에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였다.

“명을 이행하겠사옵니다. 황제폐하.”

잠시 후, 가레반 백작은 황제호위기사단의 기사 열명이 경호하는 가운데 가레반 백작이 검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보석함을 들고 와 레이 황제 앞에 내려놓았다.

상체를 일으킨 레이 황제는 즉시 보석함의 뚜껑을 열고는 스테프를 꺼내어 들었다.

전체가 미스릴로 주조되었으며, 룬문자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또한 각종 보석이 박혀 있었기에 대마법사라도 가질 수 없을 정도의 보물이었다.

레이 황제는 잠시 스테프를 손으로 쓰다듬더니 중얼거렸다.

“스테프여, 짐이 명하노라 그들을 불러다오.”

츠츠츠츠.

갑자기 스테프가 스르르 흩어졌고, 황궁의 하늘에 거대한 피닉스(불사조)가 구름처럼 나타났다. 피닉스는 날아가거나 흩어지지 않고, 그렇게 그대로 떠 있었기에 하늘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에 환호했지만 어떤 이들은 얼굴이 굳어지면서 각자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는데, 그때는 이미 황금색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의 가슴에는 하늘에 떠 있는 그것처럼 피닉스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들은 황제의 숨겨진 힘이라는 피닉스 기사단이었다.

스스스스.

순간이동 마법으로 사라진 이들은 모두 레이 황제가 있는 홀에 다시 나타났다. 약간의 시간차는 있었지만 불과 1분도 안 되어서 200명의 피닉스 기사단이 전부 모였다. 그러자 하늘에 떠 있던 피닉스가 사라져 버렸고, 레이 황제의 손에는 다시 스테프가 들려 있었다.

피닉스 기사단은 단장을 제외하고, 모두 소드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을 가진 자들이었고, 단장은 소드마스터였다.

그들의 갑옷에는 대방어마법진이 그려져 있어서 어지간한 마법공격이나 물리력에는 끄떡없었다. 또한 각종 공격마법이 새겨져 있어서 시동어만으로도 공격할 수 있었다. 개개인은 소드마스터보다 실력이 떨어지지만 이들이 5명만 모여도 소드마스터를 이길 수 있었다.

피닉스 기사단 전원은 황금색 투구를 쓰고 있었기에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 피닉스 기사단장이 한발 앞으로 걸어나와 말했다.

“황제폐하, 저희들을 찾아 계시옵니까?”

“그러하노라. 너희들은 지금부터 짐의 별도의 명이 있기 전까지는 이 홀 안에서 짐의 신변을 지키도록 하라.”

“옛, 명을 받겠사옵니다.”

우르르, 처처척!

피닉스 기사단은 신속하게 레이 황제의 주변으로 모여 들었고, 철통같이 주위를 경계했다.

“데라치 백작!”

“예, 황제폐하.”

“지금 즉시 황제호위기사단 전원을 소집하여 홀 밖을 지켜라.”

“예, 황제폐하.”

“짐의 허락이 없는 자는 설사 황후라고 하더라도 들여보내지 마라.”

“예, 명을 받겠사옵니다. 황제폐하.”

데라치 백작은 즉시 홀 안을 피닉스 기사단에 맡기고, 홀 안에 있는 황제호위기사단 전부를 이끌고 홀 밖으로 나가 자리를 잡았다.

황제호위기사단 기사 10명은 황궁의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나머지 기사들을 전부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황제호위기사단은 모두 500명으로 황궁의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가레반 백작!”

“예, 황제폐하.”

“수도 모르칸에 지금부터 비상을 내린다. 짐의 허락을 받은 자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수도 모르칸을 벗어날 수 없다. 지금부터 당장 시행하라. 이건 짐의 명이니라.”

“예, 황제폐하!”

가레반 백작은 즉시 레이 황제에게 대답하고는 홀 밖으로 나가 황궁의 탑에 있는 종을 울렸다.

댕댕댕댕!

수도 모르칸에 갑자기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수도방위사령부에 즉각 비상이 걸리면서 모든 성문을 걸어 잠그고, 경계근무에 들어갔다.

“아놀드 경.”

“예, 황제폐하.”

“짐의 불치병을 언제부터 치료할 텐가?”

“지금 당장 치료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물건이 준비되어야 하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미스릴로 만들어야 하며, 이렇게 생긴 물건이 반드시 필요 하옵니다.”

그는 손으로 그 물건의 모양을 흉내 내어 보여주었다.

“그런 것 정도는 문제없다. 짐의 명이니라, 당장 그것을 만들어 가져오라. 만약 불량이 나온다면 그자의 목을 짐이 자를 것이니라.”

“예, 황제폐하.”

피닉스 기사단의 기사 한 명이 즉시 레이 황제의 명을 이행하기 위하여 홀을 벗어났다.

레이 황제의 명이 떨어지고, 불과 10분도 안 되어서 7서클 마스터의 궁정마법사 모로스는 황명을 받았다. 처음 보는 물건을 만들라 하는데, 만약 미세한 실수만 있더라도 황제가 목을 직접 자른다고 했다.

모로스는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꼈다.

그래서 자신의 밑에 있는 마법사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손수 7센티미터의 침 9개를 제작해 가져왔다. 모로스도 어떻게 레이 황제의 병을 고칠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레이 황제도 그런 모로스의 의도를 알고 있었기에 그대로 두었다.

“역시 황제폐하의 명이시니 신속하게 물건을 만들어 가져 오는군요?”

“어느 누가 감히 짐의 명을 빨리 이행하지 않겠는가?”

레이 황제의 자부심이 깃든 말에 아놀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제국의 황제는 무소불위의 권력자였던 것이다.

“황제폐하, 제법 시간이 걸리는 치료이기에 신이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치료를 시작했으면 좋겠사옵니다.”

“하하하하, 역시 아놀드 경이구나. 좋다, 당장 최고의 만찬으로 대령하라. 아놀드 경이 조금이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짐이 황궁의 주방장 목을 직접 자른다고 전하거라.”

“예, 황제폐하.”

레이 황제의 명을 받은 피닉스 기사단 기사 한 명이 홀을 걸어 나가 밖에 통보했고, 얼마 후 20미터는 될 것 같은 길이의 테이블이 놓이고, 그 위에 온갖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이 요리들은 최상의 재료와 온갖 요리방법을 총 동원하여 황궁 주방장이 직접 손수 만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레이 황제의 명은 지엄하고, 절대적이었다.

“황제폐하, 먹어도 되겠사옵니까?”

“짐의 불치병을 치료할 아놀드 경인데 마음껏 먹어라.”

“예, 황제폐하.”

아놀드는 조금도 망설임도 없이 차려진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300여 가지나 되는 온갖 요리가 차려져 있었지만 믿을 수 없게도 아놀드가 대부분 다 먹어버렸다. 수십 명이 먹어도 남을 정도의 요리를 혼자서 어떻게 다 먹을 수 있는 것인지 불가사의였다.

레이 황제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 시간에 수도 모르칸에 비상이 내려져 황후를 비롯해 황태자, 황자, 공주 등 황족을 비롯해 귀족파와 중도파까지, 심지어는 국왕파까지 당황했다. 레이 황제로부터 사전에 그 어떤 언질(言質)도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귀족들과 병사, 시민들까지 백 년 이래로 한 번도 없었던 수도에 비상령이 내려졌기에 모두들 불안감에 떨었다.

‘누가 반역이라도 일으켰나?’

누구로부터 시작된 소문인지 순식간에 수도에 나돌았다. 모든 사람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하여 불안감을 느끼고, 즉시 집으로 돌아가 문을 걸어 잠갔기에 수도의 거리는 텅 비어버렸다.

모르칸 제국의 수도 모르칸.

수도방위사령부의 사령관을 맡고 있는 탄두프 후작은 황제의 명을 받아 수도를 즉각 봉쇄했다. 수도 모르칸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사람들은 평소 동문과 남문, 서문만 이동할 수 있었다.

그중 북문은 제국의 황제가 죽으면 관에 눕혀진 황제의 시신을 수도 모르칸 밖으로 옮기는 문으로 사용되었다.

모르칸 제국의 건국황제인 마리우스가 죽으면서 처음으로 북문이 열렸었고, 그 이후 역대 황제들은 죽으면 북문을 통해서 수도 모르칸 밖으로 옮겨져 황제의 무덤에 안치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원래 북문은 황제의 문으로 인식할 정도였다.

북문은 보통 때에는 열리지 않았으며, 언제나 잠겨 있었다. 어쨌든 어제부터 수도 모르칸에 사람들의 통행이 전면 중지되었다. 레이 황제의 명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수도 모르칸 외성 밖에는 거대한 임시 거주지가 만들어지고, 시장도 생겨났다.

100명씩의 부대로 이루어진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의 병사들이 아니고선 절대로 성문 안으로 들어가거나 밖으로 나가는 것은 금지였다.

말이나 동물들도 결코 예외는 없었다. 다만 식량의 수급을 위해서 병사들이 짐수레에 식량을 실어서 들락거릴 수 있었다.

수도 모르칸의 봉쇄가 언제까지 이루어질지는 오직 황제만 알고 있었다. 황족이나 고위 귀족뿐만 아니라 황후조차 레이 황제를 만나지 못했다.

레이 황제가 있는 홀에는 피닉스 기사단이 철통같은 경계를 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숨은 3가지 힘 중 하나라는 그 피닉스 기사단이었다. 이들이 이렇게 경계를 서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황제에게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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