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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이들이 추격에 나선 그 시각, 김준과 그 일행은 장거리 이동을 위해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다.
김준 혼자라면 그냥 텔레포트 마법으로 단숨에 이동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글리아나, 헌트와 하그리, 말과 짐수레까지 한꺼번에 이동해야만 하였기만 정밀하고, 완벽한 이동마법진이 필요했다. 상급의 마나스톤을 가지고 있었기에 마력은 충분했다.
스스슥.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세심한 작업으로 제법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었기에 조금의 실수가 있어서도 안 되는 정밀한 작업이라 할 수 있었다.
얼마 후, 지름이 무려 1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이동마법진이 완성되었다.
“휴우, 마법진이 드디어 완성되었어.”
김준의 중얼거림에 옆에 서 있던 글리아나의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 태어난 곳인 드로이안 산맥으로 이동하는 것이었기에 마음이 설레는 것이다.
헌트와 하그리도 이동마법진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건 처음이기에 약간 긴장했다.
“마법진이 완성 되었으니 마법진 위로 올라와.”
“알았어. 준!”
“예, 주인님.”
글리아나가 먼저 마법진 위로 올라오자 헌트와 하그리도 짐수레와 말을 이끌고 마법진 위로 이동했다.
떠날 준비가 모두 끝나자 김준은 결계의 한곳을 약간 손보더니 돌아왔다. 그리고 떠나기에 앞서서 이상한 물건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준, 저건 뭐야?”
“후후후, 만약 우리가 떠나고 여기에 추격자들이 나타나면 피해를 좀 입을 거야.”
“아, 그럼 저게 마법물품?”
“그래. 아무것도 모르고 결계 안으로 들어오면 뜨거운 맛을 보게 될 거야.”
“호호호, 준은 너무 지독해.”
“자, 이제 모든 준비를 끝마쳤으니 서둘러 이곳을 떠나자.”
김준은 마법을 캐스팅 하더니 외쳤다.
“마나여, 나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게 하소서. 이동!”
스스스스.
순간 네 사람의 모습이 마치 먼지가 흩어지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칼리가 선두에 서서 싸우던 곳에 도착했지만 김준은 떠나고 없었다.
“사형, 놈이 떠나고 없습니다.”
“켈켈켈, 놈은 그리 멀리 가지 못했다. 주변을 찾아보면 흔적을 찾을 수 있어.”
이들은 약간 당황했지만 스톡이 앞으로 나서면서 말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추격술도 능한 스톡은 곧 이동한 흔적을 찾아내었고, 그가 앞장서서 추격에 나섰다. 스톡에게는 이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그는 몇 백 미터를 이동해 결국 김준이 설치해 놓았던 결계를 찾아내었다. 나무가 있는 곳의 뒤쪽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었지만 스톡의 어둠의 마력을 이용해 추격한 것이었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낸 것이었다.
“사형들, 결계가 보통이 아닙니다.”
칼리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정했다. 이 정도의 결계를 설치하려면 대마법사급인 7서클은 되어야 가능했다.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설치할 수 없는 그런 결계였다.
“켈켈켈, 놈이 설치한 결계가 대단하구나. 검술만 익힌 줄 알았더니 마법도 익혔던 모양이군? 도대체 어떤 놈인지 얼굴을 한번 보고 싶군?”
스톡은 조심스럽게 결계를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어둠의 마력을 일으켜 결계의 가장 약간 곳을 향해 내뿜었다.
츠츠츠츠.
결계에 불꽃이 튀면서 요동쳤다. 결계의 가장 약간 곳이었지만 쉽게 깨어지지 않았다. 스톡은 좀 더 어둠의 마력을 주입해 결계를 뚫으려고 노력했다.
치이이이.
결국 결계의 한곳이 서서히 녹기 시작하면서 구멍이 생겨났다. 곧 점점 구멍이 커지면서 결계의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쩌쩌쩡!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결계는 크게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소멸되어 버렸다. 거대한 이동마법진이 그려진 것을 쳐다본 스톡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는 외쳤다.
“사제, 멈춰!”
그러나 성급한 칼리는 몇 걸음 더 앞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 김준이 이동하기 전에 내려놓았던 물건에서 빛이 일어났다.
“허억, 피해!”
스톡의 외침에 모두들 뒤로 물러났고, 칼리도 그제야 위험을 감지하고는 튕기듯 뒤로 몸을 날렸다.
쾅!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서 비명소리가 묻혔다. 이동마법진이 그려져 있던 곳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재빨리 몸을 날려 피하였기에 죽은 자는 없었지만 스톰 기사단의 대부분이 부상을 입었다. 몇 마리의 말도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마스터의 제자들도 충격을 받았지만 스톰 기사단보다는 부상이 훨씬 가벼운 정도로 그쳤다.
스톡만은 그대로 서 있었다. 그는 순간 보호막을 형성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이다.
휘이이이.
바람이 불어와 자욱하던 흙먼지를 흩어 버리자 주위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폐허를 방불케 했다.
스톡은 앞으로 걸어가더니 약간의 흔적만 남아있는 이동마법진을 살펴보았지만 제대로 남아 있는 게 없었기에 추격은 불가능해져 버렸다.
대지의 기업 마법을 펼쳤지만 결계로 보호되고 있던 곳이고, 그나마 남아있던 작은 흔적들도 모두 이번의 폭발로 인해서 모두 지워져 버렸다.
“켈켈켈, 역시 보통 놈이 아니었어. 그러나 어쩐지 조만간 놈을 다시 만날 것 같군.”
“둘째 사형, 정말 놈이 다시 이곳에 나타날까요?”
메데인 백작의 말에 스톡은 고개를 끄덕였다. 칼리는 자신의 성급함을 후회하였지만 지나간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레드 데빌은 다음 기회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동안은 메데인 백작의 영주성에 머물면서 검술수련에 임할 예정이었다.
‘다음에는 너와 나 둘 중 하나는 죽는다.’
드로이안 산맥의 숲 속.
츠츠츠츠.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무엇인가 튀어 나왔다. 공간이 이지러질 정도로 막대한 마나가 소모되는 것은 이동마법진을 사용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 대부분이다. 지금 일어난 현상도 이동마법진의 영향이었다.
이동마법진을 이용해 이동해 온 것은 김준 일행이었다.
드로이안 산맥은 마케리안 대륙의 남부 오이란트왕국령에 속해 있는 곳이다. 넓고 험한 드로이안 산맥에는 각종 동, 식물과 몬스터, 이종족들이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월계수 엘프부족도 그런 이종족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었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곳을 연신 살피는 헌트와 하그리는 혹시라도 몬스터가 튀어 나올까 봐 주위를 경계했다. 하지만 김준과 글리아나는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함을 느꼈다.
“글리아나,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 어때?”
“아, 이 숲의 향기. 너무 좋아.”
“글리아나, 케르킨 부족장님과 엘프들은 잘 있겠지?”
“응, 엘프의 삶이라는 게 큰 변화가 있는 게 아니니까.”
“나의 감각에도 강력한 결계가 여전히 설치되어 있는 것이 느껴지는 걸 보니 그 동안 별일 없는 것 같아.”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결계 안으로 들어가 볼까?”
“준, 나 무척 떨려.”
“그럴 것 없어. 여긴 글리아나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니까 말이야.”
“응, 준의 말을 들으니까 이젠 조금 안심이 되는 것 같아.”
“그럼 이제 결계 속으로 들어가 월계수 부족으로 가보자.”
글리아나가 김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장서서 걸어가자 헌트와 하그리도 뒤를 따라 이동했다.
케르킨 부족장이 설치해 놓은 결계와 불과 100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이라 이동해 온 후부터 김준의 감각에 결계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점점 그 기운은 강하게 느껴졌다. 글리아나도 태어나면서 일생의 대부분을 함께한 익숙한 결계의 기운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결계 안에서 척후활동을 하고 있던 전투 엘프가 김준 일행을 발견하고는 즉시 수신호를 보내자 사방에서 20여 명의 전투 엘프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등에 메어 놓았던 보우를 꺼내들고 화살을 걸어 겨누었다.
김준이 결계로 걸어가다가 멈추자, 말을 타고 있던 글리아나와 짐수레를 몰고 있던 헌트와 하그리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준, 왜 그래?”
“으음, 결계 안에 엘프들이 있어.”
“그럼 들어가야지 왜 이러고 있어?”
“엘프들이 우릴 적으로 생각하나봐. 보우를 겨누고 있어.”
“아, 깜빡했어.”
글리아나는 로브를 입고 후드까지 쓰고 있었다는 걸 깜빡 하고는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글리아나의 얼굴이 드러났는데, 이미 귀에 걸어 두었던 마법을 해제해두었기에 엘프의 뾰족한 귀도 함께 드러났다.
결계 안에서 이를 지켜보던 엘프들은 놀라서 눈이 커졌다.
“글리아나야!”
“정말 글리아나가 돌아왔어.”
스스스.
글리아나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온 메리다가 가장 먼저 결계 밖으로 걸어 나왔다.
“글리아나!”
“아, 메리다!”
글리아나와 메리다는 한눈에 알아보고는 말에서 내려 달려가 껴안았다. 자라면서 거의 떨어지지 않았던 메리다와 글리아나 였지만 임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만 했었다.
메리다는 그제야 김준을 알아보았다.
“우리 월계수 엘프 부족과 친구인 김준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분들은?”
“아, 저 두 명은 저의 수하들입니다. 이번에 함께 오게 되었습니다.”
“케르킨 부족장님의 말씀으로는 부족의 보물을 찾으러 갔다고 했는데 어찌 되었나요?”
“운이 좋아서 이제야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 정말 대단하시군요. 부족을 대표해 감사를 드립니다.”
“케르킨 부족장님께 많은 은혜를 받았는데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 여기에서 이럴게 아니라 결계 안으로 들어가시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메리다가 손짓하자 결계 안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엘프들도 보우를 내렸다.
스스스스.
안전하게 결계 안으로 김준과 일행은 모여든 엘프들을 보았다. 헌트와 하그리는 이렇게 많은 엘프들을 한꺼번에 보기는 처음이었다. 엘프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들 선남선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모두가 월계수 마을 안으로 이동했을 때 이미 연락을 받았는지 많은 엘프들이 부족의 공터에 모여 있었다. 일부는 그들을 경계하는 듯 나무 집에서 내려다보기도 했다.
그들 사이에 전혀 변하지 않은 케르킨 부족장도 보였다.
“오랜만입니다. 케르킨 부족장님.”
“임무를 성공하고 무사히 돌아올 줄 알았다오. 강력한 전사 인간이여.”
“보물의 위치를 몰라서 시일이 많이 걸렸습니다.”
“아니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돌아왔다오. 나의 집으로 들어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눕시다. 강력한 전사 인간이여.”
“예, 그게 좋겠습니다.”
케르킨 부족장의 집안으로 김준과 글리아나가 들어갔으며, 헌트와 하그리는 집 앞에 대기하도록 했다.
김준과 글리아나가 케르킨 부족장의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이미 부족의 원로 엘프 5명이 앉아 있었다. 정신을 맑게 해주는 엘프차가 테이블에 놓였고, 김준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