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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스스슷.
김준은 가볍에 보법으로 공격을 피했다. 너무나 손쉽게 김준이 공격을 피해버리자 칼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치켜 떴다. 그리고 연속적으로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배꼽 부분에 사선으로 꽂아 두었던 대거를 뽑아든 김준은 그냥 가볍게 한번 휘둘렀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검기가 파도처럼 밀려 나갔다.
“허억, 뭐야?”
당황한 순간에서도 칼리는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러 밀려오는 검기에 맞섰다.
콰앙!
폭음이 터지면서 칼리는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이때까지도 레드 데빌은 협공하지 않고 서서 지켜만 보았다.
“사제, 도와줄까?”
“아직은 괜찮습니다. 사형!”
칼리도 자존심이 있었기에 아직 도움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러자 김준이 파리를 쫓듯이 그렇게 가볍게 손바닥을 흔들었다.
‘저게 웬 미친 짓거리지?’
칼리는 피하지 않은 것을 곧 후회했다.
퍼억!
내공을 실은 장력이 얼마나 빠르고 강력한지 칼리는 가슴에 일장을 맞고서야 공격을 허용한 걸 알았다.
푸화확!
그는 입에서 피를 내뿜으면서 뒤로 훨훨 날아가 떨어졌다. 대충 잡아도 10미터 정도는 날아가 떨어진 것 같았다.
“끄으으, 이게?”
칼리는 가슴을 손으로 누르면서 겨우 일어났다. 가슴속이 답답한 것이 내상을 입은 듯했다.
“후후후, 이젠 네가 나서야 할 때인 것 같은데?”
“큭큭, 과연 그럴까?”
레드 데빌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살기를 머금은 칼리는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마치 눈 속의 실핏줄이 터진 듯한 모습이었다.
“흐흐흐, 나를 분노하게 만들다니 대단해.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야.”
후우웅.
칼리는 땅에서 약 20센티미터 정도 몸이 떠서 공중을 미끄러지듯이 날아와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패패팩, 가각!
바스타드 소드를 얼마나 빠르게 휘두르는지 바람소리가 섬뜩 했으며, 칼날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더욱 믿을 수 없는 건 김준이 태연하게 모든 공격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미 천왕보법을 시전하고 있었기에 칼리는 김준의 옷깃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후후후, 이봐, 더 빠르게 휘두를 수는 없어?”
“이이, 죽여 버린다. 이얍!”
성난 멧돼지처럼 칼리는 너무 흥분했기에 방어도 없이 오직 베어 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마구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물론 이런 허접한 공격에 당할 김준이 아니었다.
“허접한 너의 공격을 피하기도 귀찮다. 그만 가거라!”
퍼억!
“크어어억!”
김준이 내뻗은 장력에 가슴을 맞은 칼리는 주르륵 뒤로 밀려나고 있었는데, 어느새 뒤에 나타난 레드 데빌이 칼리의 등을 손바닥을 붙이면서 막아 주었다.
“으음, 이렇게 강력한 파워는 처음 보는군.”
“제법 나의 공격이 무섭지?”
“이익, 죽여 버린다.”
흥분한 칼리가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레드 데빌이 어깨의 옷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사제, 내가 상대할 테니 그동안 포션을 마시면서 잠시 쉬고 있어.”
“사…사형!”
레드 데빌이 칼리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칼리도 더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그래서 뒤로 물러나서 포션을 꺼내어 마시면서 부상을 치료했다.
스윽.
레드 데빌은 롱소드를 앞으로 내밀고 자세를 잡았다.
어설픈 검술이나 공격으로는 오히려 반격을 당할 수 있었기에 아예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기로 마음먹고는 어둠의 마나를 롱소드에 불어 넣었다.
우우우웅.
롱소드가 미세하게 떨리면서 어둠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그리고 롱소드의 검날 끝에서 1미터 정도 붉은빛이 솟아났다. 소드마스터의 전유물이라는 바로 그 오러 블레이드였다.
“큭큭, 이 오러 블레이드라면 너를 베어버릴 수 있겠지.”
“후후후, 제법이지만 그것으로 날 이길 수 있을까?”
“그런가? 그럼 어디 한번 겪어보도록.”
슈아앙, 파팟!
레드 데빌이 마법의 부츠에 어둠의 마나를 불어 넣으면서 잔상이 일어날 정도로 빠르게 김준에게 접근하더니 롱소드를 눈한 번 깜빡거릴 순간에 무려 10회나 휘둘렀다.
마치 10개의 손이 한꺼번에 검을 휘두른 듯한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빠른 검술이었다.
채채챙, 파팍!
무엇이든지 베어 버릴 수 있다는 오러 블레이드가 대거의 날 하나 자르지 못했고, 눈에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검술을 전부 다 막아 버렸다. 레드 데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으, 이…이게?”
“후후후, 신기한가?”
김준은 대거의 날에 내공을 불어 넣어 감싸놓았기에 오러 블레이드에 잘려지지 않은 것이었지만 레드 데빌이 알 리 없었다.
레드 데빌의 오러 블레이드는 겨우 검강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김준은 이미 검강의 수준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신검합일의 경지를 넘어 기로써 검을 움직이는 단계인 이기어검 초입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
“자, 이번엔 내 공격을 받아볼 차례이니 잘 막아야 할 거야.”
츄우웅!
김준의 손에 들려있는 대거의 날 끝에서 녹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올랐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데, 김준의 오러 블레이드는 믿을 수 없게도 2미터나 되었다.
“으으, 어…어떻게 이런 일이?”
레드 데빌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으며, 몸도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바들바들 떨었다. 오러 블레이드의 크기만 보아도 자신은 그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도대체 너의 정체가 뭐냐?”
“말했다시피 알려줄 것 같았으면 가면을 쓰지도 않았어.”
“너같이 강한 자는 들어보지 못했다. 너는 누구냐?”
“후후후, 나를 이기면 알려주지.”
“으으, 정말 이놈이?”
“이젠 끝내야 할 때가 다가왔으니까, 너에게 나의 진정한 검술을 맛보여주마. 천왕일기세!”
번쩍!
그대로 서 있으면 몸이 두 동강 난다는 위기 감각이 발동된 레드 데빌은 땅을 박차고 뒤로 튕기듯 도약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마치 번개가 번쩍하고 지나간 것처럼 빠른 검술이 김준에게서 펼쳐졌다.
그대로 서 있었다면 몸이 두 동강 나버렸을 것이었지만 운이 좋았던 것인지 레드 데빌의 배 부분만을 녹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약 3센티미터 정도 자르고 지나갔다.
주르륵.
잘려진 뱃가죽에서는 연신 폭포수 같이 피가 흘러나왔다. 칼리는 재빨리 포션을 레드 데빌에게 내밀었다.
“크으으, 어느새… 제길!”
“사형, 어서 포션을 마시고 상처가 깊어지기 전에 배에도 뿌리세요.”
칼리가 내민 포션을 받아든 레드 데빌은 즉각 포션을 절반가량 마셨고, 남은 것은 배의 상처에 뿌렸다. 신속한 응급처지였지만 가만히 두고만 볼 김준이 아니었다.
슈아아앙!
김준이 보법으로 빠르게 접근하자 칼리는 마법주머니 속에서 검은 구슬을 꺼내어 튕겼다.
피윳!
제법 매섭게 날아왔지만 김준이 손바닥을 흔들자 검은 구슬은 좌측으로 날아가더니 폭발했다.
쾅!
폭음이 터지면서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 주위로 퍼져 나갔다. 검은 연기는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흩어지지 않고 뭉쳐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검은 구슬을 하나 더 꺼내어 자신의 앞 땅에 깨뜨리면서 동시에 칼리는 좌측으로, 레드 데빌은 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쾅!
역시 이번에도 검은 연기가 피어나면서 주위로 퍼져 나갔다.
슈가가각.
김준이 대거를 휘두르자 검은 연기가 잘렸지만 스르륵 다시 뭉쳤다. 그것만 보아도 검은 연기에 어둠의 기운이 스며들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김준이 검은 연기 속에 갇힌 것을 본 칼리와 레드 데빌은 즉시 반격에 나섰다.
“후후, 제법 잔머리를 쓰는구나. 그렇다면 화염계 마법으로 맛을 보여주지. 플레어!”
화르르르!
김준으로부터 고열의 화염이 춤을 추듯이 넘실거리며 사방으로 마구마구 뻗어 나갔다. 이 불길에 적중되면 불길이 순식간에 온몸을 뒤덮고 타오르기 때문에 살상 효과가 매우 높다. 반경 20미터까지가 화염으로 온통 뒤덮였다.
푸스스스.
어둠의 기운으로 형성된 검은 연기는 화염에 휩쓸리면서 소멸되어 버렸다. 이들이 공중으로 도약해 떨어져 내리면서 검을 휘두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엄청난 화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으헉!”
“이런 엄청난 화염이?”
순간적이었지만 밀려오는 화염에다가 레드 데빌은 롱소드를 빠르게 휘돌리면서 불길을 막았다. 오러 블레이드가 펼쳐진 롱소드라 불길도 그걸 뚫고 들어오지는 못했다. 그러나 뜨거운 열기에 그만 약간의 화상을 입으면서 물러났다.
칼리는 대방어마법진이 새겨진 검은 로브로 얼굴을 가리면서 불길을 막았고, 뒤로 튕겨나면서 땅에 내려설 수 있었다.
얼마나 뜨거운 열기였는지 앞쪽 머리카락이 조금 녹으면서 노린내를 풍겼다. 동시에 로브의 겉면에서도 약간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방어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그 열기에 로브의 약한 부분이 녹았던 것이다.
“으으, 대방어마법진으로도 저 화염을 완전히 막아 내지는 못 했어.”
퍼퍽!
순간적인 방심 때문이었을까? 레드 데빌과 칼리는 김준이 날린 무형의 장력에 일장을 맞고는 훨훨 날아가 떨어졌다.
“울컥, 끄으으!”
“이, 이게?”
레드 데빌과 칼리는 내상을 입어 지독하게 느껴지는 고통보다도 김준에 대한 공포심이 더 크게 일어났다.
소드익스퍼트 상급의 검술실력인 칼리는 고사하고, 소드마스터 레드 데빌조차 김준의 상대가 아니었다. 이건 도대체가 상대할 수 없는 너무나 강한 적이었다.
방금 당했던 공격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었고, 한 방 맞아보니 얼마나 강력한 공격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공격을 2번 정도만 더 받는다면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그러니 공포심이 이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크으으, 사형. 놈은 강해도 너무 강합니다.”
“오러 블레이드로도 놈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어. 젠장!”
스윽.
김준이 대거를 치켜들었다. 곧 대거가 내리쳐지면서 무지막지한 공격기운이 파도처럼 밀려들 것이었다. 레드 데빌과 칼리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스크롤을 꺼내어 찢었다.
화악!
찢어진 스크롤에서 빛이 일어나더니 칼리와 레드 데빌의 몸이 흩어졌다. 그러나 김준의 검술이 먼저 이들에게 도달해 상처를 입혔다.
칼리는 또다시 팔을 하나 잘리게 되었고, 레드 데빌도 처음으로 롱소드를 들고 있던 오른손이 잘려 땅바닥에 떨어졌다.
“끄아아! 이놈, 어디 두고 보자!”
“으아, 이번에도 팔이 잘렸어. 오늘의 복수는 반드시 갚아줄 것이다.”
스스스슷.
레드 데빌과 칼리는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칼리의 잘려진 팔과 레드 데빌의 팔은 스르르 녹으면서 검은 연기가 되어 공중으로 피어오르더니 흩어져버렸다.
레드 데빌이 두고 간 롱소드만 땅바닥에 놓여 있었다. 김준은 롱소드를 집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쩝, 제법 쓸 만한 롱소드인가 했더니만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중급의 롱소드였어.”
칼날 곳곳에 이가 빠져 있어서 더욱 값어치가 떨어지는 롱소드였다.
스윽.
김준이 결계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글리아나가 달려와 그의 품에 안겼다. 헌트와 하그리는 엄청난 검술을 견식하고는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김준을 쳐다보았다.
“주인님, 정말 대단한 검술이었습니다.”
“저 하그리도 이런 검술은 처음 보았습니다. 주인님.”
“후후후, 그런가? 너희들도 스네이크 검술을 열심히 익히면 소드마스터에 이를 것이고, 훗날 기회가 된다면 조금 전에 보았던 검술을 가르쳐줄 수도 있다.”
“그게 정말 이십니까, 주인님?”
헌트가 크게 뜬 눈으로 묻자 김준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글리아나, 병사들이 몰려올지도 모르니까 조금 이동해서 다시 게르를 설치하자.”
“응, 알았어. 헌트와 하그리는 날 따라와요.”
“예,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