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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129화 (12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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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김준의 특별식은 아주 맛있었기에 모두들 정말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에는 기름진 요리를 먹었기에 달콤한 벌꿀차를 만들어 마셨다.

그들은 차를 마시며 회의를 시작했다.

“글리아나, 자세한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으니 나에게 자세하게 알려줘.”

“응, 알았어. 우리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메데인 백작의 영주성에 벤겔미르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야.”

“드디어 찾았구나.”

“응, 그래서 지금도 꿈만 같아.”

“난 메데인 백작에 대하여 잘 모르니까 설명도 부탁해.”

“응, 메데인 백작에 대하여 조사를 하느라 정보길드에 의뢰해서 알아낸 걸 알려줄게.”

글리아나는 메데인 백작에 관하여 설명을 시작했다.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지방의 자작령이었던 것이 메데인이 영주가 되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한다. 메데인 자작이 갑자기 광산을 개발한다고 나섰을 때에만 해도 인근 영지에서는 비웃었다. 광산이 마음먹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개발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광산을 개발하려면 광산 노동자들도 대거 필요하고, 드워프 같은 광산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자들도 필요했다. 또한 광산의 초기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그에게는 여유자금도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광산개발을 그의 아버지가 죽고 영지를 물려받은 지 겨우 3년에 불과한 메데인 자작이 한다고 하니까 어찌 다들 비웃지 않겠는가? 비록 자작에 임명되었지만 나이도 겨우 25살에 불과한 애송이였다.

그러나 그는 정말로 철광석 광산 개발에 성공하여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운이 아주 좋았다고 주변 영지는 인식했다. 메데인 자작은 상단을 통해서 철광석을 팔고 벌어들인 자금으로 도로를 닦고, 식량을 대량으로 구입했다.

김준을 비롯해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도 그 정도까지는 메데인 자작의 능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메데인 자작의 성공에는 이상한 점들이 있었다. 철광석 하나만으로는 영지를 단기간에 그렇게까지 발전시키기에는 부족한 것이 당연했다. 그것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었다. 정보 길드의 정보에 의하면 메데인 자작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광산이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금광이었다. 금광에서는 순도 높은 막대한 황금이 채굴되었다. 채굴된 황금을 이웃 왕국인 켈로 왕국의 비에드 상단과 비밀거래로 팔아 막대한 돈을 벌어 비밀리에 영지병을 만 명이나 모집하고, 집중적으로 양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3년간의 준비를 마친 메데인 자작은 이웃 영지인 부룬디 남작령에 영지전을 통보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두들 부룬디 남작령이 더 많은 영지병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로 메데인 자작이 간단하게 승리하면서 영지를 점령해 버렸다.

부룬디 남작령이 메데인 자작령에 흡수되자 이웃 영지인 아누빅 자작령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부룬디 남작령보다 더 가난하다고 알려져 있던 메데인 자작령이 어떻게 영지전에서 승리한 것인지 불가사의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아누빅 자작령은 이때까지만 해도 메데인 자작령을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메데인 자작령에서 영지전을 통보하고는 아누빅 자작령을 침공한 것이다.

주위에 있던 베이라 남작령과 테무코 자작령에서는 당연히 아누빅 자작령에서 영지전을 승리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반대로 메데인 자작령이 승리했다.

이렇게 메데인 자작령은 4개월 만에 부룬디 남작령과 아누빅 자작령을 흡수해 버렸다. 그제야 베이라 남작령과 테무코 자작령은 보통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영지병을 모집하는 한편으로 기존에 있던 영지병들을 훈련시켰다.

다행이 메데인 자작령에서는 영지전을 일으키지 않고, 이미 점령한 부룬디 남작령과 아누빅 자작령을 정비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2년의 시간이 흐른 후, 갑자기 메데인 자작령에서 베이라 남작령에 영지전을 통보하고는 공격해 왔다. 베이라 남작령에서도 혹시라도 메데인 자작령에서 공격해올까 봐 영지병들을 모집하고, 제법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고 있었지만 준비된 메데인 자작령의 영지병들에겐 이길 수 없었다.

영지병의 수에서도 3배가량 차이를 보였고, 훈련을 어떻게 한 것인지 영지병들의 눈빛 또한 정예병을 보는 듯했다. 이렇게 영지병의 사기와 보급, 병력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베이라 남작령은 메데인 자작령에 흡수, 통합되었다.

일개 자작령에서 2개의 남작령과 한 개의 자작령을 흡수하였기에 이제 메데인 자작령은 거의 백작령에 버금갔다. 그리고 광산으로 벌어들인 자금력으로 중앙귀족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결국 메데인 자작은 백작의 작위로 올라섰다.

그렇게 3년 정도가 흐른 후, 이번에 또 다시 메데인이 야욕을 드러내는 일이 생겼다. 바로 이웃 영지인 테무코 자작령에 영지전을 통보하고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테무코 자작은 혹시라도 메데인 백작이 영지전을 일으킬까 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영지병을 모집하고, 훈련을 시켰다. 그러나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메데인 백작은 이미 영지전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영지전은 당연하게 메데인의 승리였다.

메데인 백작은 더욱 넓은 땅을 보유하게 되었다. 실상 러셀왕국의 북부지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강력한 영지병을 보유한 메데인 백작령이 된 것이다.

후작령에 버금가는 땅을 소유하였으며, 영지병이 공식적으로만 5만 명에 육박하고, 숨겨진 병력까지 포함하면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정보 길드에서는 내다보고 있었다.

매번 정보원을 보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기에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메데인의 영지에는 식량과 고기류를 포함해 채소까지 다양한 먹을거리가 10만 명이 먹을 수 있을 양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메데인 백작은 영지병을 대거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매년 공개적으로는 2천 명 정도씩 영지병을 늘리고 있었다. 정보 길드의 말로는 작게는 5천 명에서 많게는 만 명의 영지병을 추가로 모집하여 훈련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메데인 백작의 무력이 강력할 수밖에.

러셀왕국에서는 이젠 어느 귀족도 메데인 백작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이 대단한 귀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렇듯 메데인 백작은 세월이 지나면서 러셀왕국에서는 5명 안에 들어가는 막강한 귀족이 되어 있었다.

“으음, 글리아나의 말을 듣고 보니 메데인 백작이라는 자가 정말 대단하군.”

“준, 그러니 벤겔미르를 회수하는 게 쉽지 않겠는데 어때?”

“후후후, 아무리 백작이 뛰어난 자라고 해도 난 걱정하지 않아. 은밀하게 백작의 성에 침입하여 벤겔미르만 훔쳐오면 돼.”

“아, 맞아. 우리가 백작의 영지병들과 싸울 일은 아니구나.”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워낙 대단한 메데인 백작이라 엄청난 무력을 소유한 귀족이라 미리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준의 말을 듣고 보니 걱정할 것도 아니었다. 김준의 뛰어난 마법실력이라면 간단하게 벤겔미르를 훔쳐올 수 있을 테니.

김준도 처음부터 벤겔미르를 훔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력도 뛰어나고,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고위귀족이 벤겔미르를 팔 이유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훔치는 방법을 선택한 것뿐이었다.

메데인 백작의 영주성.

밤하늘엔 별과 달이 모두 떠 있었지만 구름이 짙어 꽤나 어두운 밤이었다. 그러나 영주성 곳곳에는 영지병들이 횃불을 걸어 두었기에 그 주위만은 제법 환했다.

러셀왕국에서만큼은 귀족들 모두가 메데인 백작을 무시할 수 없는 권력자라고 인정했다. 광산개발로 인해서 재력도 엄청나다고 알려졌고,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영지병만 5만 명이나 되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병사들까지 포함하면 무려 10만 명이 넘는 메데인 백작이었다. 특히 자신의 영지에서 만큼은 그는 왕이나 마찬가지의 절대자였다.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잘 훈련된 영지병들이 100명씩 무리를 이루어 돌아다니면서 순찰하고 있었다.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김준의 충고대로 게르에서 대기해 있고, 김준 혼자서 메데인 백작의 영주성에 다녀오기로 했다.

스스스슷.

한 남자가 어둠을 틈타 움직이고 있었다. 일체 소리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나는 듯 움직였다. 검은 야행복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복면까지 쓰고 있었다.

메데인 백작의 영주성이 가까워질수록 순찰을 돌고 있는 영지병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또한 영주성으로 향하는 길이나 중요 거점에는 꼭 임시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어서 통행이 허락된 자들이 아니고선 밤에 함부로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후후후, 제법이다만 이런 정도로 날 막을 수는 없어. 인비지빌리티.”

스스스스.

흩어지듯 그렇게 사라졌지만 실상은 투명화 마법으로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야행복을 입은 자는 김준이었다. 그는 영주성으로 잠입하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는 않았다. 한 번의 실수가 일을 어렵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급의 마법이지만 곳곳에 알람마법이 걸려 있는 게 어세신이나 정보 길드 같은 곳에서 침투하려고 해도 쉬워 보이지 않았다. 김준이야 어두운 밤인데다 자시에게 투명화 마법까지 걸었기에 이동하는데 들킬 염려는 없었지만 그래도 조심했다.

영주성 앞에는 깊고 넓은 해자가 있었고, 도개교가 올라가 있었다. 김준은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을 날아서 영주성에 들어갔다.

곳곳에 횃불이 불을 밝히고 있었지만 그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미 영주성에 침입하기 전에 김준은 영주성의 내부도를 봐두었기에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문을 여는 대신 마법을 이용해서 그냥 벽을 통과해 버렸다.

스슥!

내부를 살펴보니 고위귀족의 영주성이라서 그런지 값비싼 가구들이나 그림, 곳곳에 장식된 물건들까지 예술품 아닌 것이 없을 정도였다.

“벤겔미르가 어디에 있나? 아, 저기 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에 벤겔미르가 걸려 있었다.

예사 물건이 아니라는 듯 보우(활)는 다른 것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후후후, 저기에 있구나. 벤겔미르야, 곧 내가 널 가져가도록 하마.”

혹시나 싶어서 마법을 탐지해 보았더니 역시나 보우가 걸려 있는 벽면에는 알람마법이 걸려 있었다.

“메데인 백작은 벤겔미르가 어떤 물건인지 잘 모르는구나. 만약 조금이라도 이 물건에 대하여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 벽면을 장식해 두지만은 않았겠지?”

이제 알람마법을 해제하고, 벤겔미르만 훔쳐서 달아나면 되는 일이었지만 혹시라도 다른 마법이나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다행이 알람마법뿐이었다.

스윽!

김준은 한손을 앞으로 내밀어 마력을 일으켰다. 벽면에 설치된 알람마법에 김준의 마력이 스며들었다.

스스슷.

간단한 알람마법이라 김준의 마력에 손쉽게 일부 망가지면서 고장을 일으켰다. 이제 분명 알람마법은 작동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손을 들어 가슴 쪽으로 당기는 시늉을 하자 벽면에 걸려있던 벤겔미르가 스르르 김준에게 끌려왔다.

그토록 찾아 다녔던 벤겔미르가 드디어 손에 들어오자 감회가 새로웠다. 보우의 안쪽을 살펴보니 역시나 벤겔미르라 새겨져 있었다. 다만 엘프어로 새겨져 있는 게 아니라 마케리안 대륙 공통어로 새겨져 있다는 게 조금 특이하게 느껴졌다.

“으음, 역시 파괴 되거나 죽어가는 것을 소생시키는 기운이 들어 있다더니 그런 모양이군.”

벤겔미르에는 에메랄드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그곳에서 미약한 기운이 느껴졌다. 월계수 엘프부족장 케르킨이 직접 힘을 봉인했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다. 김준같이 미약한 마나에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자만 느낄 수 있는 기운이었다.

벤겔미르를 자세하게 살펴보고 싶었지만 우선 이곳을 안전하게 빠져 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김준은 벤겔미르를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대로 그냥 떠나면 도난당한 것을 금세 들킬 염려가 있었기에 마법을 사용했다.

“마나여,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매직 이미지(Magic image)!”

츠츠츠츠.

그러자 신기하게도 비었던 벽면에 벤겔미르가 다시 생겨났다. 바로 앞에서 보더라도 착각이들 만큼 마법으로 만든 허상은 완벽해 보였다.

일단 한번 만든 허상은 10일 동안 유지되는데, 그 안에 직접 손을 대지 않는 한 허상과 실체를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예전에 마스터라는 자를 이렇게 속인 적이 있었다.

“후후후, 이것으로 한 번은 속일 수 있겠어.”

스윽.

김준이 막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이층에서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한 명이 아니라 무려 세 명의 기운이었는데, 낯설지 않은 기운이었다. 김준은 호기심이 일어 살펴보기로 하고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으로 간 그는 기운이 느껴지는 룸의 벽면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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