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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그날 밤부터 그렇게 7일간 엘도라도에는 ‘젊음의 축제’가 성대하게 열리게 되었다.
김준은 축제를 위해서 고기와 술을 전부 제공했다. 영지민들이 먹고 마실 것이기에 엄청난 양이었지만 경제력이 넘치는 김준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축제를 즐겼다. 그리고 전 영주였던 베일레 자작이 아들인 프리맨 후작이 입수한 영약을 마시고는 20년 정도 젊어졌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영지민들은 베일레 자작의 얼굴을 직접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과 전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베일레 자작이 늙어 올해를 넘기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젊어진 것을 확인하니 부러움보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축하를 해주었다.
늙은 아버지를 위해 아들이 영약을 구입해 다시 젊어지게 해주었다는 아들의 효심은 점점 더 크게 미화되어 왕국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번 일로 인해서 프리맨 후작은 또다시 사람들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번 젊음의 축제가 너무 호응이 좋아서 김준은 매년 이때에 젊음의 축제를 열 것이라고 발표했고, 영지민들은 환호로써 대답했다. 그렇게 매년 젊음의 축제가 7일간 엘도라도에서 열리게 되었다.
러셀왕국 북부 메데인 백작령.
15년 전만 하더라도 메데인 백작은 일개 지방의 자작이었다. 영지도 다른 곳에 있는 자작령의 2/3정도에 불과했고, 가난한 영지 중에 한곳이었다.
글리아나 일행은 메데인 백작의 영주성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도착했다. 레스라는 자의 말만 믿고 가기에는 의구심이 들어서 지나온 영지와 도시에서 식량과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면서 나름대로 정보를 수입했다.
보통 40일 정도 걸리는 여정이었지만 정보도 수집하고, 지나쳐온 곳에서 식량도 구입하느라 예정보다 9일이나 늦은 49일만에서야 도착했다.
“헌트, 이제 메데인 백작령이 도착했어요.”
“그렇습니다. 글리아나 님, 어디 적당한 곳에 야영을 하면서 주인님을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오늘밤에 내가 마법통신구로 연락해 볼게요.”
“예, 글리아나 님. 이제 게르를 설치하고 쉬는 게 좋겠습니다.”
“알았어요.”
촤르르르륵.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게르가 순식간에 설치되었다.
헌트와 하그리는 짐수레를 이끌고 먼저 게르 안으로 들어갔고, 글리아나는 게르의 주위에 결계를 설치했다. 또한 알람마법도 설치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도록 되었다.
글리아나가 게르 속으로 들어서자 헌트는 한쪽에서 말을 목욕을 시키고 있었고, 하그리는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야영을 해왔었기에 이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일을 분담해 처리했다.
식사가 준비되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기에 글리아나는 먼저 욕실로 가서 옷을 벗었다. 욕실 안에는 대형 욕조를 비롯해 작은 욕조까지 욕조만 5개나 있었다. 게다가 물을 담아둔 초대형 물탱크까지 마련되어 있었기에 목욕하기엔 전혀 무리가 없었다.
게르안은 워낙 넓었기에 욕실을 비롯해 주방, 마구간까지 각종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었다.
밖에서 보면 비록 5미터 정도 되는 작은 게르였지만 안은 이렇게 마법의 공간확장 마법으로 인해서 약 50미터 정도로 무척 넓었다.
목욕을 마친 글리아나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하그리가 준비하고 있는 요리가 거의 다 준비되고 있었고, 그녀는 먼저 마법통신을 시도했다.
츠츠츠츠.
마법통신구에 반가운 얼굴인 김준의 모습이 나타났다.
“글리아나, 오랜만이야.”
“준, 보고 싶어.”
“나도 그래. 급한 일들을 대부분 처리했기에 내일 저녁에는 내가 그곳으로 갈 수 있을 거야.”
“정말?”
“그래. 거기가 어디쯤이지?”
“여긴 러셀왕국의 북부지역인 메데인 백작령이야.”
“메데인 백작령? 멀리까지 갔네?”
“응, 벤겔미르가 이곳에 있어.”
“그게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야. 그동안은 확실하지 못하였기에 말을 못했지만 곳곳에서 정보를 확보해 이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흐음,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야.”
“메데인 백작령이라고는 하지만 준이 먼저 이동마법으로 이곳으로 바로 올 수 있지?”
“그럼 글리아나가 마법통신구를 가지고 있으니 마법으로 그곳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으니까 걱정 마.”
“알았어. 내일 밤에 꼭 와야 돼.”
“그럼. 일단 오늘까지 업무를 처리하고, 내일 저녁식사 때쯤엔 그곳에 갈수 있을 거야.”
“나 준의 특별식을 먹고 싶어.”
“그렇다면 내일 저녁은 준비하지 마. 내가 가서 준비할게.”
“정말 그래줄 거야?”
“그렇다니까, 나만 믿어.”
“응, 기다릴게.”
“그럼 내일 저녁에 봐. 사랑해, 글리아나.”
“나도 자길 사랑해.”
스스스스.
마법통신구에서 김준의 모습이 사라졌다. 내일 저녁이면 김준을 만날 수 있더니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지는 글리아나였다.
“글리아나 님, 식사가 준비 되었습니다.”
“아, 미안해요. 잠시 생각하느라…….”
“아닙니다. 어서 오십시오.”
글리아나가 식사가 차려진 곳으로 가서 앉았고, 헌트와 하그리도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글리아나는 식사를 하기 전에 이들에게 김준의 소식을 알려주기로 했다.
“헌트, 하그리.”
“예, 글리아나 님.”
“좋은 소식이 있어요.”
“좋은 소식이라면 혹시?”
“그래요. 준이 내일 저녁에 이곳으로 온다고 했어요.”
“아,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래요. 조금 전에 마법통신구로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내일 저녁에는 준이 이곳에 와서 특별식을 만들어 준다고 하니 저녁식사 준비는 할 필요가 없어요.”
“알겠습니다. 글리아나 님.”
“내일까지 이곳에서 푹 쉬면서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알겠습니다. 저희는 식사준비를 제외한 시간에는 검술수련만 하면서 지내볼까 합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하세요.”
김준이 돌아오면 그동안 수련했던 검술을 자랑하고픈 헌트와 하그리의 마음을 글리아나는 잘 알고 있었기에 허락했다.
즐거운 식사시간이 끝이 난 후 글리아나는 차를 마시면서 그림동화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고, 헌트와 하그리는 게르의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수련실에 들어갔다.
수련실은 마법을 이용해 방음이 되도록 해두었기에 그곳에서 아무리 고함을 쳐도 밖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 놓고 그 속에서 열심히 검술수련을 할 수 있었다.
헌트와 하그리는 저녁식사가 끝나면 이렇게 게르 속에 마련되어 있는 수련실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면서 검술수련에 열중이었다.
프리맨 후작의 영주성.
김준은 오전에 긴급회의를 주최했다. 양부 베일레 자작을 비롯해 벨리 집사, 기사 브레이그, 행정관 에드손이 참석했다. 이들은 영지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들이었다.
김준은 긴급회의를 위해서 급한 업무를 모두 처리하고 참석했다. 그리고 긴급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한 번씩 바라보고는 말문을 열었다.
“오늘 이렇게 긴급회의를 주최하게 된 것은 제가 당분간 영지를 떠나 다녀올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베일레 자작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말이 김준에게서 나왔기에 크게 당황했다.
“아버지, 자세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는 예전에 엘프부족에 은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엘프부족장으로 부터 어떤 물건을 하나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그 물건의 행방을 이제야 알게 되었기에 제가 직접 다녀오려고 하는 것입니다.”
“엘프부족장의 부탁?”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출발하게 되면 빠르면 한두 달 정도 걸리겠지만 늦어지면 6개월까지도 걸릴 수 있기에 미리 조치를 취한 후 다녀오려고 합니다.”
“으음, 그렇다면 그렇게 하거라.”
“아버지께서 허락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양부 베일레 자작이 허락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김준의 가신들이기에 지시하면 명령대로 따르는 입장이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아버지께서 영지를 책임지고 맡아 주십시오.”
“으음, 알았다. 그건 걱정하지 말거라.”
“벨리 집사!”
“예, 영주님.”
“벨리 집사는 영지의 모든 재정을 관리하고 있으니 아버지의 곁에서 지금처럼 잘 도와줄 것으로 믿어도 되겠는가?”
“예, 영주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기사 브레이그.”
“예, 영주님.”
“영지의 모든 병력을 통솔하는 지위에 있으니, 아버지를 나를 보듯 잘 도와주어야 할 것인데 믿어도 되겠나?”
“예, 영주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에드손 행정관도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옆에서 잘 보좌해 주어야 할 거야.”
“예, 영주님.”
“모두들 잘 알고 있겠지만 아버지께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지를 직접 관리해 오셨다. 비록 나이가 많으셔서 나에게 영지를 일임해 주셨지만 지금은 40대의 몸으로 젊어지셨으니 충분하게 영지를 잘 다스릴 수 있으시다. 내가 없더라도 잘 보좌할 것으로 믿는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주님!”
벨리 집사와 기사 브레이그, 행정관 에드손은 일제히 같은 대답을 했고, 양부 베일레 자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 명은 예전부터 베일레 자작을 옆에서 잘 보필해온 자들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김준은 마음이 놓였다.
“아들아, 영지는 걱정하지 말거라. 이들이 있는데 무슨 걱정을 하느냐?”
“저도 잘 알고 있지만 한 번은 일러두고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긴급회의를 주최한 것입니다. 아버지.”
이렇게 김준은 회의를 마쳤다. 그리고 집무실 안에는 이제 베일레 자작과 김준만 남게 되었다.
“아버지, 돌아올 때는 예쁜 며느리도 데리고 오겠습니다.”
“며느리? 그게 정말이냐?”
“예, 엘프라 미모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어떨지 아시겠죠?”
“그러냐? 정말 잘되었구나.”
김준과 베일레 자작은 서로 껴안았다. 아쉬운 작별이었지만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터였다.
김준은 이미 파악해 두었던 좌표를 떠올리고는 마법을 캐스팅했다.
“마나여, 나를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텔레포트!”
스스스스.
흩어지듯 그렇게 김준은 사라져 버렸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베일레 자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아, 잘 다녀오너라. 이 아비가 영지의 일은 잘 처리해주마.’
스스스스.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김준이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왔다.
글리아나가 가장 먼저 공간이 이지러지는 것을 느끼고는 게르 밖으로 나왔으며, 헌트와 하그리도 뒤따라 나왔다.
“준!”
글리아나는 김준에게 달려와 안겼다.
“주인님!”
“주인님!”
헌트와 하그리도 달려왔다. 김준은 글리아나를 품에 안으면서 헌트와 하그리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이들이 자신을 많이 그리워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 일단은 게르 안으로 들어가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때?”
“좋아, 준!”
“저희들도 찬성입니다. 주인님.”
글리아나가 찬성하자 헌트가 대답했다.
게르 속으로 들어간 김준은 어떤 특별식을 해먹을까 생각하다가 고기채소 볶음면과 탕수육을 만들어 먹기로 결정했다.
치이이이.
고기와 채소를 솥에 넣고 볶던 김준은 이미 삶아 놓았던 면을 집어넣고는 다시 잘 볶았다. 그런 후에 탕수육도 만들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