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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126화 (12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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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방어를 위해 중요한 거점에 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김준은 1만 명이 주둔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로 성을 무려 5개나 한꺼번에 축성하기로 했고, 흡수한 영지(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에도 행정관을 보내 살펴보도록 지시했다. 그곳에도 파악이 완료되는 대로 축성사업을 시작할 것이었다.

김준은 그렇게 10개 정도의 성을 축성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김준의 영지에는 영주성을 비롯해 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에 있던 영주성까지 포함해 모두 18개의 성이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또 영지의 경계가 되는 곳에도 검문소를 설치하고, 훈련된 병사 100명씩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김준에게는 넘쳐나는 자금이 있었고, 이젠 넓은 영지와 사람들도 충분하다 못해 넘쳐나고 있었기에 사업을 시작하는데 부족한 것은 없었다.

왕국의 각 상단들도 식량과 각종 필요한 물품들을 대거 실고 영지로 들어와 팔고는 천일염을 구입해 돌아갔다. 다른 곳의 상행보다 막대한 이윤이 보장되는 김준의 영지를 선호하는 각 상단으로 인해 날로 무역의 규모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사람이 많이 왕래를 하게 되어 자연적으로 그것에 필요한 사업들도 자연히 늘어나게 되었다. 호텔업과 식당을 비롯해 각종 식량을 비롯해 생필품까지 다양한 물건을 판매할 상점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쥴리아 공주는 여전히 김준의 영지에 머물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영지를 보면서 그녀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 원래는 열흘 정도 둘러보고 돌아가려고 했었지만 둘러볼 곳이 많아서 어느새 25일이 훌쩍 지나가버린 것이었다.

김준은 여전히 밀린 서류들을 결재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에 만나기가 어려웠다. 다만 저녁식사에는 참석했기에 얼굴은 매일 볼 수 있었다.

김준과 좀 더 가까워지려고 해도 일이 바빠서 시간을 내기 어려운지라 쥴리아 공주는 데이트 신청을 하기조차 어려웠다. 꼭 보려면 볼 수는 있었지만 바쁜걸 아는데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하루에 한 번씩 언제 왕성으로 돌아오느냐고 독촉을 하는 국왕이라 이젠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티기가 어려워졌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슬슬 김준의 영지를 떠나 왕성으로 돌아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두두두두.

기병들이 앞장서고 그 뒤를 쥴리아 공주의 마차와 20대의 짐수레가 뒤따라 출발했다.

멀어지는 공주 일행을 바라보던 김준은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베일레 자작은 그동안 정들었던 쥴리아 공주가 떠나자 마음 한곳이 허전해졌다.

‘후후후, 이젠 영지의 바쁜 일도 대부분 처리했으니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것을 처리한 후 글리아나를 만나러 가야겠어.’

김준은 영주성의 지하에 마련되어 있는 자신의 개인수련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천왕대심공을 운용했다.

츠츠츠츠.

이미 기억의 80%는 돌아왔고, 정리하지 못하였던 기억들도 이젠 대부분 정리가 되었다. 그래서 다시 머릿속의 뇌의 손상된 해마 부분을 조심스럽게 기로써 치유하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큰일이기에 아주 신중하게 처리해야 했다.

그동안 석화마법으로 인해서 잃어버렸던 기억이지만 뇌세포가 회복되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었기에 이렇게 기억을 되찾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으음, 한두 번 해본 일은 아니지만 역시나 신중하고 조심해야겠어.’

역시나 뇌의 해마 부분은 민감한 곳이었기에 손상된 곳을 치유하는 건 아주 신중하면서도 조심스러워야 했다. 1%도 채 안 되는 적은 양을 치유할 때마다 방대한 기억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기억들을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천왕대심공을 거두고 일어나자 하루가 지나 있었다.

베일레 자작도 김준이 잃어버렸던 기억을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수련을 방해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적이 침입할지 몰라서 무장한 병사들을 개인수련장 밖에 배치해 두었다.

어쨌든 김준은 단기간에 모든 것을 이루기는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이젠 대부분의 기억들은 돌아왔으니 생활하는데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아벨, 있느냐?”

김준의 나직한 부름에 아벨의 텔레파시가 전달되어 왔다.

-날 불렀나?

“그래. 널 불렀다.”

-이젠 날 풀어줄 건가?

“그래. 풀어주기 위해 널 불렀다.”

-알았다. 정말 고맙다.

“그런데 너의 새로운 육체는 조건에 맞는 것을 찾기가 힘드니까 내가 만든 마법의 생명체는 어떤가?”

-아, 헬 바바라는 그것 말인가?

“그래. 힘도 좋고, 재생력도 탁월하니 신체적인 능력은 뛰어나다. 다만 생긴 것이 너의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그건 괜찮다. 어차피 나는 인간족이 아니니까 신체적인 능력이 좋은 생명체가 더 좋다.

“후후, 그렇다면 좋다. 너에게 헬 바바를 제공해 주겠다. 나오너라, 헬 바바여!”

츠츠츠츠.

김준의 호출에 헬 바바가 소환되었다.

헬 바바는 2미터의 신장에 얼굴은 늑대와 비슷했다. 오우거와 비슷한 강인한 육체에 트롤의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 두개의 팔과는 별도로 몸통에 촉수가 4개나 돋아나 있는데, 독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처럼 직립보행을 할 수 있으며, 날개가 있어서 하늘을 날 수도 있다.

비록 마법으로 탄생한 생명체로 몬스터였지만 육체적인 능력 면에서는 최고였다.

“아벨, 마음에 드느냐?”

-정말 마음에 든다.

“좋다. 그럼 헬 바바의 육체를 너에게 주겠다.”

-고맙다. 약속을 지켜줘서.

“그러나 아벨, 헬 바바를 너에게 주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 있다.”

-조치라니?

“다른 게 아니라 이 헬 바바에는 나를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으니, 그것을 해제해줘야 한다. 그리고 너도 그렇고 이놈도 마법으로 탄생한 생명체이니 만큼 번식을 하여서는 안 된다.”

-음, 그거라면 좋다. 그렇게 해라.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 헬 바바의 정신을 제압해 눕혔다.

츠츠츠츠.

김준은 신중하게 헬 바바의 몸에 번식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그리고는 주인인식을 해놓은 것을 해제했다.

“휴우, 이제 다 되었으니 아벨이여, 이곳으로 들어가라.”

-고맙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줘서.

스르르.

아벨은 미끄러지듯이 이동해 헬 바바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번쩍!

헬 바바의 두 눈이 떠졌는데, 붉게 물들어 있는 게 약간 공포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스르륵.

헬 바바의 육체를 제압한 아벨은 상체를 일으켰다.

“아벨이여, 새로운 육체가 마음에 드느냐?”

-완전하게 육체와 정신을 장악하려면 10일 정도 걸리겠지만 이 정도면 만족한다.

“그럼 완전하게 10일 동안 이곳에 머물다가 떠나라.”

-고맙다. 그렇게 하겠다.

아벨은 김준과 같이 이곳 영주성의 지하 개인수련장에서 새로운 육체를 적응해 나가고 있었으며, 김준은 천왕대심공을 운용하면서 기억을 되찾는 일에 전념했다.

10일이 지나고 아벨이 떠나야 할 시기가 되었다.

-김준, 정말 고맙다. 너의 호의는 잊지 않겠다.

“처음 약속대로 너와의 거래를 지키려는 것이니 이건 당연한 일이다.”

-역시 김준 너와의 거래는 나에게도 좋은 결과였다. 고맙다.

“한 가지 당부할 것이 있다.”

-당부? 그게 뭔지 말해봐라.

“비록 네가 헬 바바의 육체를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추운 곳에서는 활동하기가 힘드니까 대륙의 따뜻한 곳에서 사는 게 좋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가 좋은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

김준은 대륙전도를 꺼내어 펼쳤다.

“내가 생각하기엔 마케리안 대륙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발디비아 왕국의 메나도 산맥 속에서 살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

-메나도 산맥?

“그래. 그곳은 몬스터가 많이 살고 있는 곳이기에 인간족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서 네가 살기엔 좋을 거야.”

-정말 그럴까?

“물론. 너는 비록 번식을 하지는 못하지만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나니까 그곳에서 수발을 들어줄 오크 같은 수하들을 거느리고 살아야 할 거야.”

-듣고 보니 정말 그렇군.

“주의할 것은 드래곤이야. 알지?”

-알아, 얼마나 드래곤이 무서운 종족인지 말이야. 난 조용히 살고 싶어.

“좋아, 그럼 장소도 결정되었으니 내가 그곳으로 이동시켜 줄게.”

제법 먼 거리의 장소라서 김준은 신중하게 이동마법진을 그리고 마나스톤을 3개나 꺼내어 이동마법진의 세 곳에 정확하게 잘 놓았다.

이동마법진이 완성되자 아벨이 마법진 위에 섰다. 이제 마법진을 발현하는 일만 남았다.

스윽.

김준은 검은색 가죽으로 되어 있는 자루를 하나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아벨은 김준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마법공간이 걸려 있는 마법주머니야. 몇 가지의 무기류와 한 달 치 식량을 넉넉하게 넣어 두었으니 그곳에서 당분간 적응할 동안 꺼내어 먹어.”

-정말 고맙다. 이런 것은 생각도 못했었는데 말이야.

“자, 그럼 이번에는 진짜로 이동마법진을 발현할 테니 그대로 서 있어.”

헬 바바의 몸을 차지한 아벨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준은 마법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법 긴 주문을 중얼거리더니 외쳤다.

“마나여, 내가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켜주소서. 이동!”

츠츠츠츠.

이동마법진에 빛이 화악 일어나더니 순간 사라졌는데, 아벨도 같이 그 빛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이동마법진이 정상적으로 잘 발현된 것이다.

“아벨, 그곳에서 잘 살아라.”

마나스톤의 마력이 많이 소모 되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자동적으로 충전이 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았다.

김준은 마나스톤 3개를 집어 다시 아공간 속에 집어넣었고, 이동마법진도 지웠다. 이제 대충 필요한 일들을 처리한 김준은 글리아나에게 가기 전에 한 가지 일을 더 처리하기로 했다. 그건 바로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신의 선물을 복용하려는 것이었다.

아공간 속에는 섀도가 신의 선물을 저장해 놓았던 용기가 들어 있었는데, 그는 그걸 꺼내었다. 투명한 유리 용기 속에 투명하지만 은은하게 초록빛이 나는 액체가 찰랑거렸다.

“후후후, 이것이 신의 선물이구나.”

꿀꺽!

김준은 자리를 잡고 앉더니 뚜껑을 열어 신의 선물을 마셨다. 그러자 순간 청량감이 느껴졌다. 한 모금 정도의 적은 양이었지만 그는 두 방울 정도의 양을 남겨 두고는 뚜껑을 다시 닫고 아공간 속에 재빨리 집어넣었다.

스스스슷.

식도를 타고 내려간 신의 선물은 위에 도달했지만 그곳에서 멈추지 않고, 핏줄을 타고 심장으로 스르르 이동했다.

심장 부근에 도착한 신의 선물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심장과 연결된 핏줄을 찾아내더니 결국 심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크윽, 엄청난 기운이 심장 속에서 느껴지는구나!”

김준의 심장에 흘러 들어간 신의 선물은 곧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김준은 그 기운을 똑똑히 느꼈다.

츠츠츠츠.

김준의 심장이 푸른빛에 휩싸이더니 더욱 힘차게 요동쳤다.

두근두근.

흥분한 사람처럼 그렇게 마구 심장이 뛰었다. 약간 긴장되었지만 조용히 관조했다. 그렇게 마구 뛰던 심장은 그것 말고는 특별하게 변화를 보이지 않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1시간 정도 지나자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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