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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으아, 골렘들이 공격해온다!”
“난 죽고 싶지 않아!”
싸워 보기도 전에 병사들은 공포에 젖었다. 지휘관들은 당황했다. 싸워보기도 전에 병사들이 겁을 먹고 전열이 흐트러지니 난감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들도 속으로는 정말이지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먼저 도망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죽을 맛이었다.
골렘들이 150미터 정도까지 도달하자 병사들은 더욱 겁을 먹었다. 안 되겠다 생각한 지휘관들은 공격명령을 내렸다.
“화살을 쏴라! 쏴!”
“투석기와 발리스타로 골렘을 공격하라.”
슈슈슝!
수백발의 화살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져 골렘에게 격중 되었지만 모두 튕겨져 버렸다. 그런 허접한 화살공격에는 끄덕 없는 골렘들이었다.
공성무기인 투석기와 발리스타에서 돌덩이와 대형 화살이 쏘아져 달려오는 골렘들에게 떨어졌다.
콰쾅, 퍼퍽. 와르르!
스톤골렘과 대지의 골렘 몇 기가 돌덩이와 대형 화살에 맞아 팔이나 다리 등 몸체가 박살났지만 그건 전체로 보면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투석기와 발리스타로 104기나 되는 골렘들을 전부 막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더욱 충격적인 건 박살났던 골렘들이 금세 스르르 원상복구가 되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선두에서 달리던 골렘들은 이윽고 적진에 도착하면서 허리 쪽에서 무기를 꺼내어 들었다. 무기는 거대한 검이나 해머, 스피어, 모닝스타 등 다양했으며, 그것들을 마구 휘둘러 병사들을 공격했다.
“크악! 커억!”
여기저기에서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골렘들은 무기를 마구 휘두르면서도 발로 병사들을 짓밟았다. 이건 도저히 싸움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채채챙, 파팍.
병사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로는 골렘들에게 타격을 입히기는 불가능했다. 병장기가 골렘에 부딪혀 불꽃이 튀었지만 흠집도 제대로 나지 않고, 타격도 없이 그게 끝이었다.
골렘 한 기에 수십 명의 병사들이 달라붙어 공격해도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특히 10미터나 되는 신장을 가진 스톤과 대지는 마법을 이용하는지 입에서 마구 화염이 내뿜어졌기에 근처에 있던 병사들은 통구이가 되어 쓰러졌다.
그것은 시각적으로 충격적이라 병사들의 사기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도저히 죽일 수 없다는 생각에 도망치는 병사들도 있었다.
“으아, 난 살고 싶어!”
“도망쳐!”
여기저기에서 병사들이 도망치자 지휘관들의 공격명령도 소용없었다. 공격을 독려하던 한 지휘관이 골렘의 발에 깔려 죽자 더욱 병사들이 공포에 휩싸였다.
전염병이 퍼지듯 순식간에 병사들에게 공포가 확산되었다. 골렘은 그들이 어쩌지 못하는 괴물로 인식한 것이다. 골렘들이 계속 지휘부를 향해 다가오자 겁에 질린 지휘부는 연신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계속 공격하라고 외쳤지만 자신들의 근처까지 골렘이 다가오자 겁을 먹고 뒤돌아 도망쳤다. 그것이 전투의 패배를 알리는 전주곡이 되었다.
“지휘관들이 도망친다!”
“으아, 말도 안 돼!”
병사들을 독려하던 백부장들도 이젠 포기상태였다. 너도나도 살고보자는 생각에 우르르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일시에 도망치게 되자 서로 부딪혀 넘어지거나 깔려 부상을 입거나 죽는 병사들이 속출했다.
그것을 본 베일레 자작의 병사들은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이번 기회에 전투를 끝내야 한다. 공격하라!”
“공격하라. 공격!”
“와아아아!”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적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미 와해된 적들은 베일레 자작의 병사들이 밀려오자 바로 항복해 버렸다.
열심히 도망쳤던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도 언덕으로 인해 더 이상 도망치기 어려웠다. 이미 골렘들이 사방을 포위한 상태였고, 일부 골렘이 언덕 앞에 길을 막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등 뒤에는 총공격해 오는 베일레 자작의 병사들이 있었기에 결국에는 포위되어 어쩔 수 없이 항복했다.
이렇게 영지전은 베일레 자작의 승리로 끝났다.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귀족들이라 죽지는 않았지만 항복문서에 서명하고, 자신들의 영지까지 전부 빼앗겼다.
그래도 베일레 자작은 인정이 남았는지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과 그 가족들에게 10명의 하인들과 수레 3대 분량의 짐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또한 영지에서 살고 있는 준귀족들도 대부분 추방되었다.
왕국의 중앙귀족들은 이번에 일어난 영지전의 결과에 놀라워했다. 당연히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에게 베일레 자작이 패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번 영지전으로 인해서 베일레 자작은 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까지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베일레 자작은 나이가 많아서 어차피 영지를 김준에게 물려주려고 했었기에 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을 흡수하면서 그곳을 프리맨 후작령으로 해줄 것으로 국왕에게 요청했다.
국왕은 당연히 윤허했고, 프리맨(김준)이 그 땅의 새로운 영주가 되면서 영지의 이름을 엘도라도(El dorado)라 명명했다. 엘도라도라는 말은 ‘황금의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사람들은 프리맨 후작령을 엘도라도라고도 불렀다.
천일염이라는 것이 곧 황금과 마찬가지라 영지의 이름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프리맨 후작의 영주성.
지난 열흘간은 김준에게 아주 바쁜 나날들이었다. 양부인 베일레 자작이 나이가 많아 영주에서 물러나면서 영지를 김준이 맡게 되었으며, 자작령에서 후작령이 되었다. 게다가 이번에 영지전에서 승리하면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을 통합한 것 때문에 더욱 결재할 서류가 넘쳐났다. 하지만 어차피 미루어 둘 수도 없는 일이라 그는 적극적으로 임하여 서류를 처리했다.
심심해 하는 쥴리아 공주는 베일레 자작이 맡아서 영주성을 먼저 구경시켜 주었고, 천일염이 생산되고 있는 염전에도 방문해 구경시켜 주었다.
쥴리아 공주가 영지에 온 것도 사실 염전을 구경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그녀는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꼼꼼하게 염전을 둘러보았다.
생산된 천일염을 저장하는 초대형 창고에도 들어가 본 공주의 눈이 커졌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엄청나게 큰 창고는 처음 본 것이다.
쥴리아 공주가 베일레 자작에게 말했다.
“어, 엄청나군요?”
“그럴 것입니다. 공주님.”
“이 창고에 있는 게 전부 천일염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여기에 저장되어 있는 천일염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전부 각 상단이 인수해 갈 것들입니다.”
“듣기로는 천일염이 같은 양의 황금보다 더 비싸다고 하던데 맞나요?”
“예, 공주님. 처음에는 분명 그렇게 했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2/3 정도의 가격으로 많이 내려갔습니다.”
“그래도 대단해요.”
“공주님,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암염은 광산에서 생산되는 것이라 한계가 있지만 여기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것이기에 수만 년을 써도 끄떡없습니다.”
“바다를 이용하는 것이니 그렇겠군요.”
“예, 공주님. 천일염을 판매하고 벌어들인 자금으로 현재는 영지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전부 앞으로는 대륙으로 팔려나가겠지요?”
“아마 그럴 것입니다. 지금은 왕국 전역으로 팔리고 있지만 수도 까브에 각 왕국이나 제국에서 상단이 천일염의 소문을 듣고 들어오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건 사실이에요.”
“지금도 염전을 계속 추가로 건설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욱 천일염을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대단해요. 그 어떤 광산보다 소득이 높겠어요.”
“저의 아들이긴 하지만 정말 대단하다 인정하고 있습니다.”
“호호, 맞아요. 그건 나도 인정해요.”
“공주님, 천일염 창고가 여기뿐만 아니라 11동 더 있는데 구경해보시렵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히 봐야죠.”
“그렇다면 공주님,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베일레 자작.”
베일레 자작은 쥴리아 공주를 이끌고는 주위에 있는 천일염 창고를 하나씩 구경시켜 주었다.
초대형 천일염 창고가 현재는 모두 12동이었다. 염전은 크게 세 곳으로 나뉘는데, 해안 근처의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였다.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 순으로 단계적으로 배치하여 저수지에 담은 바닷물을 증발지로 보내고 이곳에서 농축된 바닷물을 다시 결정지로 보내어 소금을 석출하는 것이다. 햇빛을 이용하여 소금을 석출하기 때문에 별도로 들어가는 것도 없었다.
염전의 엄청난 규모에 쥴리아 공주는 처음에는 크게 놀랐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는 꼼꼼하게 살피면서 구경했다. 그렇게 천일염 창고까지 전부 구경하고는 염전의 견학은 끝이 났다.
‘아, 말로만 들었던 염전이라는 곳은 정말 대단했어.’
염전의 엄청난 규모를 직접 본 쥴리아 공주는 이렇기에 김준이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천일염으로 벌어들인 자금 중 일부가 국왕에게 기부된다는 걸 알고 있는 쥴리아 공주는 이제 시간만 좀 더 주어지면 국왕파가 득세할 수 있다는 걸 예감했다.
쥴리아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김준에 대한 존경심이 일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고, 검술은 소드마스터이기에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실력이다. 거기에 머리도 좋아 이런 염전까지 직접 개발한 실력을 가진 남자였기에 어느 여자가 반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나의 남자로 만들겠어.’
쥴리아 공주의 상냥함에 베일레 자작도 기분이 좋았다. 기회만 된다면 그녀를 꼭 며느리로 맞았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쥴리아 공주의 눈치를 보니 그녀도 김준을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사실 그는 자신의 아들이지만 어느 여자가 김준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만큼 김준은 모든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멋진 남자였다.
김준이 공주와 결혼하게 되면 왕국의 실세로 우뚝 서는 것이기에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아들의 마음을 모르기에 좀 더 두고 보기로 했다.
김준은 영지에 대한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이웃영지가 감히 도발하지 못하도록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기로 결정했다. 자금은 넘치고 있었기에 걱정 없다. 그래서 기사 브레이그에게 명해 영지병을 무려 2만 명이나 모집하도록 지시했다. 혼자서는 벅찬 일이었기에 3명의 기사들을 지원해 주었다.
베일레 자작령은 영지민이 3만 7천 명이고, 노예와 유민들을 포함하면 5만 5천 명이었다. 게다가 현재에도 빠르게 유민들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미 영지전이 일어나기 전에도 천일염전과 각 공사에 인력이 몰려들어 5만 명이나 되었지만 지금은 더욱 많이 늘어났다.
또한 스랄프 자작령에 있던 영지민이 6만 8천 명에 노예와 유민들을 포함하면 9만 명이나 되었다. 동시에 디오 남작령의 영지민도 4만 7천 명이나 되었으며, 노예와 유민들을 포함하면 7만 명이었다.
이들 영지민들도 영지가 통합되면서 전부 김준의 영지민이 되었다. 이렇게 김준의 영지에는 단기간에 30만 명에 이르는 영지가 되었다. 행정관들에게 지시해 인구조사를 실시해보니 추정치보다 많은 32만 명에 이르러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프리맨 후작령(엘도라도)에만 가면 굶어죽을 걱정이 없다는 소문이 왕국전역으로 퍼져 나갔기에 하루에 5천 명이 넘는 유민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었다.
이것만 해도 문제인데, 소문을 듣고 몰려든 자유민들까지 있으니 몸살을 앓고 있었다. 더구나 용병들이나 기타 상단의 유동인구까지 대거 몰려들었다. 이러니 치안문제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준은 영지의 치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만 명이나 치안대원을 추가로 모집했다.
이번에 흡수한 영지(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노를 빼고, 나머지 영지민들은 대부분 일거리가 없어서 빈둥빈둥 놀고 있었다. 그 인원이 무려 5만 명이 넘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하여 김준은 우선 그들에게 무료로 식량을 나누어주기보다는 일을 시키고 식량과 돈을 주기로 했다. 그래서 시행된 사업이 바로 신설된 영지의 도로정비사업과 축성사업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은 영주만 부자였지 영지는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서 많이 낙후되어 있었다. 그래서 김준은 이곳에 일거리가 없어서 놀고 있는 영지민들을 끌어 모아서 도로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일단 일만 하면 하루에 세끼를 먹여주고, 돈까지 준다고 하니 서로 하려고 난리였다.
안 그래도 식량이 부족해 가족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잘못하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굶어죽을 수 있었는데, 이 같은 소식은 영지민들에게는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너도 나도 일하려고 하는 게 정상이었다.
인력이 일단 확보되자 도로정비사업은 바로 시작되었다. 또한 축성사업은 이번에 영지전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기에 시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