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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그리고 영지민들의 마을을 이렇게 조성하면 적들이 기습공격을 해와도 일단 이곳에서 일차적으로 적들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 그건 그렇겠네요.”
“예, 일단 영지민의 마을에서 적들을 막을 동안에 영주성은 충분하게 방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영지민들의 마을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영주성에 도달할 수 없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영주성에서 충분히 대비를 할 수 있어서 쉽게 무너지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듣고 보니 정말 대단하군요.”
“그리고 영지민들의 마을을 이렇게 새로 조성하는 이유는 그동안 제대로 집도 하나 가지지 못하여 가난하게 살고 있는 영지민들에게 집을 나누어 준다는 취지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막대한 돈이 들어갈 텐데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저 혼자 잘 먹고 살기보다는 다 같이 잘 먹고 살아야죠.”
“휴우, 저로서는 이해가 잘 안 가네요.”
“천일염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니까 그 돈의 일부를 이렇게 영지민들에게 해택이 돌아가도록 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정말 대단해요.”
“길을 넓힌다거나 아님 도로를 고르게 정비한다던가 하는 일을 추진하게 되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어떤 점이 좋은가요?”
“일단 돈을 주면서 일을 시키게 되면 노는 영지민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그거야 당연히 그렇겠죠.”
“일하고 번 돈으로 영지민들은 식량을 구입해 사먹게 되니까 굶주리지 않게 됩니다. 또한 그렇게 되면 상점에서는 당연히 식량을 상단으로부터 구입해 팔게 될 것입니다.”
“정말 그렇겠네요.”
“그렇습니다. 공주님,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되지만 나중에는 영지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져서 상점에서 다른 물건들도 구입하게 됩니다.”
“하긴 일하면 돈이 생기니까 더 열심히 일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영지의 경제활동이 좋아질 것이고, 그건 곧 다른 곳에 있는 상단들이 각종 물건을 팔기 위해서 영지로 들어올 것입니다.”
“듣고 보니까 후작님의 말이 맞는군요.”
“이렇게 일단 영지의 경제가 좋아지면 영지민들이 일할 수 있도록 큰 공사를 자꾸만 발주하면 영지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할 것입니다.”
“큰 공사를 발주한다고요?”
“예, 공주님. 가령 길을 새로 크고 좋게 닦으면 그만큼 영지로 들어오는 상단이 아주 편리하게 됩니다. 그럼 물자의 이동과 사람의 왕래가 빨라집니다.”
“길이 좋으면 당연히 그렇겠어요.”
“예, 물론 큰 공사를 발주하면 돈이 많이 들어가지만 저에게는 천일염이 있으니까 걱정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천일염이 정말이지 대단한 물건이군요.”
“지금은 그렇습니다. 공주님.”
“지금은 그렇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지금은 천일염으로 영지가 발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것들도 개발해서 팔 것입니다.”
“아, 정말 대단하세요!”
공주의 감탄을 뒤로하고 김준은 계속 말을 이었다.
“일단 도로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넓은 도로가 생겨나면 여기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실어 나르면 그만큼 이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국왕전하께 이곳에서 수도 까브까지 길을 정비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 것입니다.”
“까브까지 길을 정비한다는 게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렇습니다. 공주님, 일단 영지가 발전하게 되면 그만큼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대단해요. 후작님.”
쥴리아 공주와 이야기를 하면서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영주성 근처에까지 다다랐다.
베일레 자작의 영주성은 일단 외형적으로는 어지간한 백작의 성보다 더 크고, 화려해 보였다. 내부는 아직 보지 못하였기에 알 수 없었지만 외형이 좋았기에 틀림없이 내부도 인테리어가 잘되었을 것으로 보였다.
“후작님, 저게 영주성인가요?”
“그렇습니다. 공주님, 제가 왕성에 다녀오느라 직접 확인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공사차질이 없다면 분명 열흘 이내로 완성될 것입니다.”
“그럼 한창 내부 공사 중이겠네요?”
“아마 그럴 것입니다. 공주님.”
“전해 듣기로는 영지전이 일어났다고 하던데 괜찮을까요?”
“마법통신으로 알아보니 몇 번의 전투가 있었지만 모두 승리했다고 했습니다. 공주님.”
“아, 그렇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그렇습니다. 공주님, 일단은 제가 영주성까지 뫼시겠습니다.”
“절 영주성에 데려다 놓고 후작님께서는 어딜 가시려고요?”
“예, 공주님. 아버님께 가서 영지전을 마무리 지어야죠.”
“알겠어요. 후작님께서 나서신다면 조금이라도 영지전이 단축 되겠죠.”
“공주님, 사실 그것 때문에 제가 직접 나서려는 것입니다.”
“호호호, 기사단과 싸워도 지지 않으실 텐데 일개 영지의 병사들이 감히 소드마스터이신 후작님께 상대가 되겠어요?”
쥴리아 공주의 당돌한 말에 김준은 약간 당황했다.
‘역시 만만하게 볼 공주가 아니야.’
쥴리아 공주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영주성 앞에 도착했다.
영주성의 성곽에는 무장한 영지병들이 서 있었다. 기병들과 귀족 마차, 짐마차 5대가 줄지어 영주성으로 다가오자 영지병들은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외쳤다.
“소영주님게서 돌아오셨다. 즉시 성문을 내려라.”
“성문을 내려라.”
영지병들은 아직 김준이 후작이 된 것을 모르고 있었기에 평소대로 소영주라 말했던 것이다.
그그그긍.
쇠사슬로 이어진 철로 된 거대한 도개교가 스르르 내려왔다. 보통 성문이라고 하면 나무에 철판을 덧대는 것이 대부분인데, 베일레 자작의 영주성의 성문은 전혀 달랐다. 성문 전체가 쇠로 주조된 것이었고, 두께가 1.5미터나 되었다.
이 정도로 두꺼운 성문을 부수려면 나무기둥의 앞에 철 등을 덧씌워 성문을 두들겨 성문을 부수는 장치인 램(충차)으로도 힘겨워 보였다. 성벽도 보통 다른 성보다 배나 더 두꺼웠기에 공성무기로도 쉽게 무너뜨리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영주성 앞에는 해자가 깊게 파여 있어서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더 대단한 건 보통 성벽의 높이가 10미터 정도인데, 베일레 자작의 영주성은 성벽의 높이가 무려 20미터나 되었으며, 방어탑과 궁탑이 10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영주성이 완성되면 앞으로 이곳에 주둔하게 될 영지병이 무려 만 명이나 될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비밀이었다.
처음부터 김준이 설계를 그렇게 의뢰해서 만든 영주성이었다. 이렇게 외성과 내성이 잘 연계되어 방어하기 유리하도록 되어있는 곳도 드물었다. 5만 명 정도의 병력으로는 절대로 성을 함락시키지 못할 정도로 대단해 보이는 영주성이었다.
그런 영주성의 해자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넓게 동심원을 그리듯이 신설된 마을이 들어서고 있는 중이었다. 마을 밖에는 목책이 설치되고 있는 중이었고, 완성되면 마을을 일차로 방어하도록 되어 있었다.
적들이 쳐들어오면 마을에서 일차적으로 적들을 막을 것이고, 2차가 바로 영주성 안에서 적들을 막게 되는 전략이었다. 아직 베일레 자작의 영주성이 마무리 공사 중이라 어수선하였지만 쥴리아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왕성과 고위 귀족들의 저택과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시설이나 규모 면에서는 적지가 않았다. 그만큼 영주성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들이 보였다. 일개 지방의 귀족성이 이렇게 잘 만들어진 것은 처음일 것이었다.
쥴리아 공주가 타고 있는 마차와 짐수레가 내성까지 들어서자 입구에는 벨리 집사가 연락을 받고 나와 있었다.
“소영주님, 돌아오셨군요.”
“벨리 집사, 오랜만입니다.”
“소영주님, 정말 잘 돌아오셨습니다.”
공주의 호위대장이며 기사인 호리슨이 마차의 문을 열어주자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쥴리아 공주가 마차에서 조심스럽게 내렸다.
“저분은 누구신지?”
“아, 벨리 집사, 저분은 쥴리아 공주님이십니다.”
“그렇습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쥴리아 공주님.”
벨리 집사는 쥴리아 공주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 집사시군요.”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쥴리아 공주님.”
“호호, 나도 반가워요. 집사.”
“안으로 제가 뫼시겠습니다.”
벨리 집사가 앞장서자 그 뒤를 쥴리아 공주와 시녀들이 뒤따랐다. 김준이 호든대장에게 눈짓을 보내자 그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영지병들을 데리고 한쪽으로 이동했고, 호리슨도 호위병들에게 눈짓을 보내자 저들의 뒤를 따라갔다.
영주성의 내성은 어느 귀족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다. 다만 아직도 내부 공사가 조금 남아 있어서 소음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것도 얼마 후면 끝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쥴리아 공주는 천천히 실내를 구경하고 있었으며, 그녀 옆에는 김준이 있었다.
“쥴리아 공주님.”
“예, 말씀하세요. 후작님.”
“죄송하지만 지금 영지가 전쟁 중이라 제가 가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영주성에 방금 도착했는데 벌써 가보시려구요?”
“예, 공주님. 아버님을 도와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가셔서 처리하시고, 빨리 돌아오세요.”
“예,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벨리 집사는 공주님을 잘 안내해 주세요.”
“예, 소영주님.”
김준은 쥴리아 공주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뒤돌아 나왔다. 말을 타고 가면 몇 시간은 걸릴 것 같아서 마법으로 바로 이동하기로 결정하고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법을 캐스팅했다.
“마나여, 나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다오. 텔레포트!”
스스스스.
그러자 작은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김준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많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서둘러서 병사들의 전열을 정비해 베일레 자작의 공격에 대비했다.
베일레 자작은 비록 병사들의 수에서 앞서게 되었지만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기보다는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양측의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길게 배치되어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거리는 약 250미터 정도로 화살의 사정거리 밖이었다. 곧 전투가 일어날 것이기에 양측은 긴장했다.
그때였다. 베일레 자작의 본진이 있는 곳에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김준이 빛과 함께 나타났다. 주위에 있던 병사들은 깜짝 놀라면서 무기를 겨누었지만 곧 김준이라는 것을 알고는 무기를 내렸다.
김준은 주위에 있는 백부장에게 말했다.
“아버님은 어디에 계시느냐?”
“저기 앞쪽에 계십니다.”
“그래. 알았다.”
김준이 베일레 자작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주위에 있던 참모들이 베일레 자작에게 귓속말로 전해주었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아버님, 이제 돌아왔습니다.”
“오오, 아들아. 돌아왔구나.”
“예, 아버님.”
김준과 베일레 자작은 서로 껴안았다. 뜨거운 부자의 정이 느껴졌기에 참모들의 얼굴에도 슬그머니 웃음이 피어났다.
“아버님, 곧 전투가 일어날 것인데 제가 나서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알았다. 그게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겠지? 너를 믿으마.”
“그럼 아버님, 제가 활약하는 것을 잘 보아주십시오.”
베일레 자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준은 길게 잡아당긴 고무줄이 다시 원래의 상대로 줄어들듯 순식간에 앞으로 나서더니 멈추었다. 그리고 마력을 이용해서 소리를 증폭시키면서 외쳤다.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어서 앞으로 나와 항복하거라!”
“저저, 저놈이?”
“미, 미친놈.”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김준을 쳐다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당연히 항복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던 김준은 이번에는 스톤과 대지를 불러내었다.
“스톤과 대지는 나의 부름에 나오너라.”
-예, 주인님.
스스스스.
10미터나 되는 거대한 신장을 가진 스톤과 대지가 나타나 김준에게 고개를 숙였다. 스톤골렘 53기와 대지의 골렘 49기가 일제히 나타나 역시 김준을 보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웅장한 모습에 베일레 자작 진영은 환호 했지만 반대로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의 병사들은 당황했다. 지난밤에 어쩌지 못한 공포의 골렘을 떠올린 것이다.
“나의 은혜로움을 무시한 저들에게 나의 무서움을 똑똑히 보여주어라. 가랏!”
-예, 주인님.
골렘들이 일제히 뒤돌아섰다. 신장이 4미터나 되는 골렘들을 지휘하는 스톤과 대지는 10미터나 되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의 병사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쿵쿵쿵쿵.
골렘이 적들을 향해 달려가자 땅이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