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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121화 (12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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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슈슈슈슝.

수천발의 화살은 밤하늘을 가로 질러 날아가 적 진영에 떨어졌다. 아무리 마초즙을 마시고, 일시적이지만 강력해졌다고는 하나 그들도 인간이기에 화살을 맞고 부상을 입었기에 피를 많이 흘리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고통은 크지 않았지만 부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심각한 수준이 되었다.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병사들을 진두지휘하면서 당혹감을 느꼈다. 흥분한 병사들을 일시에 밀어 붙어 승기를 잡으려고 했는데, 베일레 자작이 어떻게 눈치를 채고 영지병들을 뒤로 물려버린 것이다.

전방에는 전투 경험이 많고, 전투에 유능한 용병들을 배치했기에 전투는 더욱 힘겨웠다.

그래도 마초즙을 마신 병사들이 유리했기에 밀어 붙였지만 용병들은 물러서지 않아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면서도 끝까지 대응 하였기에 전투는 길어졌다.

“다 죽여 버려라. 공격하라.”

“공격하라, 공격.”

일선 지휘관들의 독려에 마초즙을 마신 병사들이 괴력을 뿜어내면서 밀어붙였다.

“막아라! 막아야 한다!”

“방패병을 뒤에서 지원해줘라. 어서.”

이때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공격이 적 진영에 떨어졌다. 그건 바로 화염의 비였다. 광범위한 지역에 내리는 화염의 비는 마초즙을 마신 병사들에게도 공포로 다가왔다.

여기저기에서 화염의 비로 인해서 불이 붙어 타죽었다.

“아아악, 크악!”

“부…불 좀 꺼줘. 크아악!”

온통 불에 타죽으면서 비명을 지르는 병사들이 태반이었다.

고위 화염계 마법 한 방으로 인해서 전세는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화살을 쏴라, 쏴!”

슈슈슈슝.

수천발의 화살이 적 진영에 떨어졌다. 화염의 비 때문에 정신없던 병사들에게는 화살 공격만으로도 치명적이었다.

화염의 비는 지속기간이 30분에 이르는데다가 지역도 광범위 하기 때문에 대량 살상을 하기에 매우 뛰어나고 효과적인 공격이었다. 사기가 많이 꺾였던 용병들도 이 화염계 마법 한 방으로 인해서 사기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하늘 높은 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떠 있었다. 그는 양팔을 옆으로 벌리고 무언가 중얼거리자 아공간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속에서 스톤골렘과 대지의 골렘이 튀어 나왔다.

“스톤과 대지는 저들을 다 죽여 버려라. 가라.”

10미터나 되는 거대한 신장을 가진 스톤과 대지만으로도 중압감이 대단한데 그들이 땅에 내려섰다. 아무리 마초즙을 복용한 병사들이라고 해도 두려움이 일어났다.

거대한 신장을 가진 골렘들인데, 스톤이 먼저 자신의 수하 스톤 골렘들을 불러내었다. 53기나 되는 스톤 골렘들은 4미터의 신장을 가지고 있었다.

쿵쿵쿵.

스톤 골렘들이 드디어 적들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대지도 역시 자신의 수하 골렘을 불러내어 공격하도록 명했다. 대지의 골렘도 49기나 있었다.

스톤 골렘과 대지의 골렘에게 달려드는 적들의 영지병들 무기 수준으로는 절대로 이기지 못하는 싸움이었다. 골렘들은 인간들과는 다르게 지치지도 않았으며,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는 팔과 다리 공격에 병사들은 날아가 떨어졌다.

그 광경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인형은 김준이었다.

“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골렘들의 활약으로 전투는 쉽게 끝나겠어.”

콰지직.

“크윽, 아아악!”

여기저기에서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의 병사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를 질렀다.

어떤 병사는 팔이 기이하게 꺾여서 그 고통을 못 참아 울부짖었다. 스톤이 이끄는 스톤골렘 53기와 대지가 이끄는 대지골렘 49기가 전장을 마구 휘저으면서 눈에 보이는 병사들을 마구 공격했다.

골렘들은 4미터나 되는 신장을 가지고 있었으며, 스톤과 대지는 10미터나 되었다. 골렘들은 특별한 무기도 없었다. 그냥 눈에 보이는 병사들을 향해 달려가 짓밟기만 해도 끝이었다.

“으아, 도망쳐!”

“살려줘, 아악!”

마초즙을 마신 병사들은 비록 일시적이지만 급격하게 몸이 흥분하여 겁이 없어져 용감해 보였지만 그건 보통 인간이나 병사들과의 싸움에나 적용되는 말이었다.

골렘은 병사들이 가지고 있는 활이나 창, 검 같은 것으로는 파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써클이 높은 마법사도 없었기에 대책이 없었다. 골렘들이 일방적으로 참혹한 광경을 연출 하였기에 겁을 집어먹은 병사들은 뒤돌아 우르르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마초즙을 마신 병사들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이성은 남아 있었다. 도저히 승산이 없는 일에 바보처럼 돌격할 수는 없었다.

“도망치지 마라! 돌아와!”

“골렘을 공격하라!”

아무리 백부장이나 천부장들이 공격명령을 내려도 이미 겁을 집어먹고 병사들은 도망쳤다.

슈가각!

“커억, 아아악!”

도망치는 병사들을 향해 백부장이나 천부장들이 검을 휘둘렀지만 이미 사기가 떨어지고 겁을 집어먹은 병사들은 살기 위해 도망쳤다.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눈이 커지면서 경악했다.

“으으, 이런 일이?”

“허억, 어…어떻게 골렘이 여기에?”

도저히 현실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지만 병사들이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마법사가 강력한 화염계 마법인 화염의 비 마법을 퍼붓더니 이번에는 무지막지한 골렘을 소환하여 공격해왔다.

마초즙을 마신 병사들은 겁이 일시적으로 없어졌지만 골렘을 보고, 그 골렘에 잔인하게 짓밟히면서 죽자 공포에 휩싸였다.

쿵쿵쿵쿵.

골렘들이 달아나는 병사들의 뒤를 추격하기 위해서 뛰어가자 땅이 흔들렸다.

이히힝!

그 충격적인 모습에 말들도 놀라면서 난리였기에 그런 말을 진정시키느라고 기병들도 정신없었다.

스스스스.

그리고 일순간 골렘들이 일시에 전부 사라져 버렸다.

“와아아아!”

베일레 자작의 영지병들이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 높은 곳에 떠 있던 김준은 텔레포트 마법으로 그냥 사라져버렸다.

베일레 자작의 영지병들은 사라진 마법사의 정체가 궁금했다.

갑자기 나타나 위력이 엄청난 마법을 퍼붓고 골렘을 동원해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의 병사들을 무찌르고는 그냥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베일레 자작은 이미 김준에게서 마법통신으로 연락을 받았었기에 알고 있었다.

‘아들아, 고맙구나.’

베일레 자작이 하늘을 쳐다보자 기사들과 천부장, 백부장들도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이미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사가 사라져버렸기에 아무것도 없었다.

* * *

쿠르르르.

헌트가 말고삐를 잡으면서 천천히 짐수레를 몰았고, 그의 옆에는 하그리가 앉아 있었다. 메마른 땅이라서 그런지 느린 속도에도 흙먼지가 제법 일었다.

다가닥, 다가닥.

글리아나는 그들보다 약간 앞 쪽에서 말을 타고 천천히 이동 중이었다.

특히 그동안 김준의 행방불명 때문에 얼굴이 어두웠었던 글리아나는 지난밤 김준을 만나고는 다시 미모가 아름답고 싱그럽게 활짝 피어났다.

이제까지는 무작정 벤겔미르의 행방을 찾아 대륙의 북쪽을 향해 천천히 이동 중이었기에 더욱 지쳤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헌트와 하그리는 김준이 전해준 스네이크 검술을 익히기 위해서 매일 약간씩 시간을 내어 수련에 임했다.

글리아나도 대륙의 3대 검술을 차례대로 펼치면서 익숙해지려고 노력했으며, 동시에 공격마법도 언제든 펼칠 수 있도록 반복 연습을 했다.

예전에는 주로 공격마법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김준의 영향을 받아 실생활에 편리한 물건을 만들어 보거나 공격마법을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 아티팩트 제작에도 도전해보았다.

숲에서 살 때에는 엘프들은 특별히 필요한 것들이 없었지만 인간 사회에 나와서 여행을 오래하다 보니까 약간만 머리를 쓰면 돈벌이도 충분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엘프는 시간이 흘러도 잘 변하지 않지만 인간은 수명이 짧아도 이렇게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니까 어찌 발전하지 않겠어. 우리 엘프들도 이런 것들은 인간에게 배워야 해.’

엘프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종족의 수가 줄어드는 반면에 인간족은 반대로 늘어나기만 했다. 엘프 사회도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멸망한다는 것을 글리아나는 김준을 만나면서 깊이 체감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동하던 글리아나가 갑자기 얼굴을 찡그렸다. 주위에 펼쳐져 있는 언덕에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은신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있는 게 아니라 모두 가죽갑옷에 손에는 검을 비롯해, 전투용도끼, 보우, 창, 해머까지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들 쪽으로 글리아나 일행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보아 이들은 글리아나 일행을 노리는 게 분명했다.

“헌트, 허그리.”

“예, 글리아나 님. 무슨 일이십니까?”

“120미터 전방의 언덕에 무장한 자들이 30명이나 있어요. 우리를 노리는 것 같아요.”

“으음, 그렇다면 분명 놈들은 아침에 들렀던 도시 델룬에서 우리의 뒤를 추격해온 놈들 같습니다.”

“도시 델룬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그곳에서 저희들은 여행에 필요한 옷가지와 담요, 요리에 필요한 냄비와 주방식기류, 밀과 빵, 각종 곡물류, 과일, 채소, 각종 향신료까지 다양한 물품들을 대량으로 구입했는데 그게 좀 이상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게 뭐가 이상하죠?”

“일행이 겨우 3명뿐인데 구입한 양은 백 명이 3달은 먹을 수 있는 양이지 않습니까? 그게 저들에게는 돈 많은 일행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음, 헌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어요. 그렇게 많은 양의 물품을 구매하는데 사람은 겨우 3명이니, 가지고 있는 돈도 많을 것이라는 말이죠?”

“예, 글리아나 님. 저놈들이 충분히 욕심낼 만해 보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모르는군요?”

“저놈들이 어찌 그런 것을 알겠습니까?”

“좋아요. 그렇다면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도록 해요.”

“예, 글리아나 님.”

하그리는 짐수레에 놓아두었던 검과 방패를 들었고, 헌트는 처음부터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으며, 마부석 한쪽에 끼워놓았던 손방패를 태연하게 꺼내어 착용했다.

헌트와 하그리는 여행자들이 즐겨 입는 녹색 로브를 겉에 입고 있었는데, 속에 입고 있는 상의에는 김준이 예전에 주었던 별모양의 브로치를 차고 있었다.

이것에는 쉴드마법(보호막)이 걸려 있는 아티팩트였기에 5써클 이상의 마법사가 펼치는 공격마법이 아니고선 활이나 창 같은 물리적인 공격에는 끄덕없는 마법의 물품이었다.

글리아나가 말을 멈추자 짐수레도 멈추었다. 기습공격을 하려던 자들은 언덕에 숨어 있었지만 이렇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차피 상대는 3명이라 자신들은 30명이나 되었기에 기습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이들의 선두에 선 자는 레스라는 자로 이들의 리더였다. 그는 자신의 무기인 손도끼를 2개나 들고 있었으며, 눈빛이 제법 날카로운 게 실력이 있어 보였다.

‘흐흐, 나에게 이런 행운이 찾아올 줄이야.’

레스는 무척 신이 나 있었다.

도시 델룬에서 제법 잔뼈가 굵은 그는 자신을 따르는 부하 50명과 함께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해왔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우연히 시장에 나왔다가 글리아나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글리아나는 로브를 입고 후드까지 눌러썼지만 측면에서는 얼굴의 옆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흰 피부에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냥 아름답다는 말로는 많이 부족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았지만 이 정도로 아름답지는 않았다.

미의 종족이라는 엘프까지도 간혹 노예 경매에 나오기에 한 번씩 본 적이 있었지만 단연코 글리아나처럼 아름답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글리아나는 자신이 엘프인 것이 드러나면 안 되기에 김준이 마법으로 양쪽 귀를 보통사람의 귀처럼 보이도록 특수하게 마법을 걸어 주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을 보더라도 엘프인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본래 글리아나는 월계수 엘프부족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었다.

레스가 멍한 표정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자, 옆에 있던 부하가 그의 몸을 흔들었고, 그제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그때부터 레스는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의 뒤를 은밀하게 미행하면서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막대한 양의 물품을 구입해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더욱 욕심이 생겼다.

그는 이번 한 번의 기습으로 저들(헌트와 하그리)을 죽이고, 아름다운 여자는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잠적하기로 결정했다. 짙은 돈 냄새도 풍겨 나왔기에 더욱 욕심이 생긴 것이다.

그는 부하 중 21명은 도시 델룬에 두고 나머지 29명만 데리고 이곳으로 먼저 와서 은신해 있었다.

짐수레에는 달랑 밀 2자루가 전부였기에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별것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레스는 모든 것을 다 보았기에 글리아나 일행이 마법자루를 가지고 있는 것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헌트는 레스에게 외쳤다.

“왜 길을 막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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