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20화 (120/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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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스윽.

그는 아공간 속에서 뮤직폰을 꺼내어 틀었다. 그러자 여자 음유시인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른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신나는 음악보다는 명상하기 좋은 잔잔한 곡이나 노래로 맞추었다. 소리도 명상하기 좋도록 나직하게 흘러나오도록 맞추었다.

“흠… 이제야 분위기가 명상하기에 좋아졌군. 어디 모처럼 깊은 명상에 들어가 볼까.”

김준은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어갔다.

쥴리아 공주는 그림동화책을 재미있게 읽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공주님, 후작님의 천막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은데요?”

“그래? 음유시인이라도 데려왔나?”

조심스럽게 쥴리아 공주는 자신의 천막에서 나와 김준의 천막으로 들어섰다.

아름다운 음유시인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며, 한쪽에 이상한 자세로 명상에 들어 있는 김준을 발견했다. 한쪽에 놓인 이상한 모양의 상자 속에서 아름다운 음유시인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본 공주의 눈이 커졌다.

“어머, 저런 것은 처음 봐.”

너무 신기한 마음에 뮤직폰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아름다운 보석상자에 꽂힌 기이한 모양(나팔꽃 모양의 확성기)에서 소리가 나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법물품 같은데 후작은 이런 걸 어디에서 구했을까?”

쥴리아 공주는 왕성에서도 보지 못한 신기한 물건을 보고는 만져 보았다. 그러다가 사용법을 모르는 공주가 잘못 조작하여 볼륨을 크게 높여버렸다.

갑자기 커진 소리에 놀란 쥴리아 공주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김준도 눈을 떴다. 쥴리아 공주 때문에 명상을 방해 받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뮤직폰의 볼륨소리를 줄인 김준은 쥴리아 공주에게 말했다.

“공주님, 언제 들어오신 겁니까?”

“아, 명상을 방해해서 정말 미안해요. 후작님.”

“늦은 시각에 저의 천막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려서 들어와 본 거예요.”

“이것 때문이었군요.”

김준이 뮤직폰을 가리키자 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건 처음 보는데 마법물품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뮤직폰이라는 건데 제가 만들었습니다.”

“후작님이 이런 것도 만들 줄 알아요?”

“예, 소질이 조금 있다 보니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이 있다니 정말 너무 신기해요.”

“이왕 오셨으니 음유시인의 아름다운 노래를 감상해보십시오.”

“예, 고마워요. 후작님, 그리고 그림동화책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러셨다니 다행입니다.”

“혹시 이 그림동화책도 후작이 만든 건가요?”

“그렇습니다. 공주님. 다른 것도 드릴까요?”

“그림동화책이 이것 말고도 있어요?”

“예, 공주님. 몇 권 더 있습니다.”

김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3권의 그림동화책을 꺼내어 내밀었고, 그것을 받아든 쥴리아 공주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이 그림동화책을 전부 공주님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후작님.”

그림동화책의 내용도 좋았고, 이것 자체도 너무 가지고 싶었었는데, 후작이 선물로 준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김준은 알면 알수록 신비했기에 그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호호… 알면 알수록 온통 신비한 것투성이네. 너무 매력적인 후작님이야.’

그 순간 맑던 쥴리아 공주의 눈빛이 조금 달라진 것을 보고는 김준은 당혹스러웠다.

‘음… 암컷이 수컷을 노리는 그런 눈빛이야, 조심하는 게 좋겠어.’

음유시인의 노랫소리를 듣고 시간이 제법 많이 흘렀다는 걸 느낀 쥴리아 공주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신의 천막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김준은 오늘은 더 이상 명상을 하긴 틀렸다고 생각해 그냥 침대에 누웠다.

* * *

베일레 자작령의 외곽.

영지전이 일어나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 하였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상대는 오합지졸이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영지병과 비교해도 전혀 손상이 없을 정도였다.

실제 전투에 들어가자 베일레 자작령의 영지병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게 분명해 보였다. 한 치도 물러섬이 없이 잘 싸우고 있었기에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오히려 당황했다.

디오 남작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직접 참모진을 이끌고 스랄프 자작의 진영으로 찾아왔다. 안 그래도 스랄프 자작은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 중이었는데, 디오 남작이 찾아왔기에 반가웠다.

“어서 오게, 디오 남작.”

“스랄프 자작님, 오랜만입니다.”

“이리로 와서 앉도록 하게.”

“예, 감사합니다.”

디오 남작이 자리에 앉자 스랄프 자작이 말했다.

“음… 베일레 자작의 영지병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강한 것 같네.”

“그렇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병사들의 수도 많고 말입니다.”

“언제 이렇게까지 준비했는지 이해가 잘 안 될 정도였어.”

“이것이 프리맨인가 뭔가 하는 아들 때문입니다.”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왕성에서 후작의 작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소드마스터라 그가 이곳에 온다면 큰일입니다. 지금도 이곳을 향해 올 것인데 말입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뭔가 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좋은 방법이 없겠나?”

“으음… 이왕 시작된 영지전인데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합니다. 오늘밤에 대대적인 공격을 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오늘밤에 말인가?”

“예, 일단 오후의 전투는 끝이 났기에 그들도 지금쯤은 식사를 배급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서둘러서 식사를 든든하게 먹이고는 밤에 공격하는 겁니다.”

“그것만으로 될까?”

“방법이 없습니다. 아마 내일쯤이면 프리맨이 이곳에 도착할 것이니, 어차피 시간이 촉박합니다.”

“그렇다면 전면전을 펼치자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러기에 앞서서 병사들에게 술을 먹이도록 하면 더 잘 싸울 것 같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갑자기 마초라는 풀이 생각나는군.”

“마초라면 진통효과가 있는 풀이 아닙니까?”

“그렇다네. 그리고 마초의 즙을 한꺼번에 많이 복용하면 겁이 없어지기에 무지막지하게 변한다네.”

“그렇다면 어차피 전면전인데 병사들에게 모두 먹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만큼의 마초가 있겠나?”

“저의 진영에서 부상자를 위해 준비해둔 게 조금 있습니다. 물론 자작님께서도 가지고 계실 테니 한꺼번에 전부 사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흐흐… 하긴 오늘밤의 전면전에서 승리하면 그뿐이지.”

“어차피 영지병들이야 다시 뽑으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흐흐, 알았네. 보유하고 있는 마초를 술에 섞어서 병사들에게 먹이도록 하겠네.”

“배도 든든하게 채우고, 술도 한잔씩 한다면 영지병들의 사기가 최고로 높을 것이니 전투에서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자신들의 영지병들에게 최후의 만찬인 듯 빵과 고기까지 넉넉하게 먹였다. 또한 그들에게 마초즙을 섞은 술도 먹였다.

그러자 영지병들은 갑자기 간이 커진 건지 겁이 없어졌고, 흥분되어 피가 끓어올랐다. 물론 조장이나 부대장들은 자신의 수하들이 이렇게 사기가 오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마초즙은 그만큼 대단한 약초였다.

고개를 끄덕이던 조장이나 부대장들도 전투에 임하기 전에 술을 마셨다. 단 이들은 모르고 마신 영지병들과는 그것이 무엇인지 다르게 알고 마셨다.

한편 베일레 자작의 진영에서는 오늘의 전투가 잘 끝이 난 것에 대하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영주님, 영주님.”

“무슨 일인가, 부관?”

갑자기 베일레 자작의 막사로 부관이 급하게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이러는가?”

“적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오늘밤에 전투를 걸려는지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으음… 그럼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인가?”

“제가 보기엔 그렇게 보였습니다.”

“으음… 그럼 우리도 어쩔 수 없군. 부관, 병사들에게 비상을 걸어 준비하도록.”

“예, 영주님.”

부관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막사를 나갔다. 그러자 혼자 남은 베일레 자작은 고민했다.

“으음… 저들이 이 밤에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하는 건 분명 전면전인 것 같은데 무모하게 저럴 정도면 긴급한 일이 생겼거나, 아님 그에 준하는 일이 생겼다는 건데…….”

이제까지 여러 번이나 공격해 왔었지만 번번이 승리하지 못하고 물러갔었다. 오후의 전투만 해도 그렇다. 그런데 오늘밤에 다시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한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었다.

‘프리맨이 돌아온다는 걸 저들도 알고 있는 건가? 으음… 하긴 소드마스터라는 게 알려졌으니 저들이 저러는 건 당연해.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무모하게? 아… 혹시 마초즙을 병사들에게 먹인 게 아닐까?’

베일레 자작의 머릿속에 문득 마초가 떠올랐다.

마초는 즙을 내어 마시면 비록 일시적이지만 병사들에게 겁을 없애주고, 흥분시켜 사기를 끌어 올릴 수 있으며, 또한 괴력까지 내게 해주는 약초였다.

“리버스, 리버스!”

“예, 영주님.”

“혹시 적들이 마초즙을 마신 게 아닐까?”

“마초즙을요?”

“술에다 그걸 타서 마시면 병사들의 겁이 없어지고 아주 용감해지지.”

“으음… 그렇다면 이건 아주 심각한 일인데요? 즉시 제가 페밀리어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줘야겠어. 당장 말이야.”

마법사 리버스는 즉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그의 손바닥에 작은 곤충이 한 마리 생성되었다.

“페밀리어여, 가라. 가서 나에게 보여다오.”

외애애앵.

페밀리어는 즉시 날아올라 적 진영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페밀리어가 본 것을 마법사 리버스도 볼 수 있었다.

“으음… 영주님, 병사들의 눈빛이 번뜩이는 게 확실히 마초즙을 마신 모양입니다.”

“역시 그랬구나. 이젠 어쩌지?”

베일레 자작은 걱정스러웠다. 마초즙을 마신 적 병사들은 괴력을 발휘할 수 있기에 이 상태로 전투를 하면 필패였다.

“영주님, 이 상태로는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으음… 그럼 어찌하면 좋겠나?”

“병사들을 후퇴시키는 것만이 피해를 최소화 할 방도입니다.”

“으음… 나도 그게 좋을 것 같네. 어차피 마초즙은 5시간 정도면 약효가 떨어지니 말일세.”

“일단 경험이 많은 용병들을 전면에 세우고, 영지병들과 영지민들을 최대한 뒤로 이동시켜야겠습니다.”

“으음…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으니 당장 그렇게 하세.”

“예, 현명한 결정이십니다.”

베일레 자작의 명으로 각 천인대에 긴급 명령이 하달되어 후퇴가 시작되었다. 이미 그들은 모든 준비를 갖추고 있었기에 후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용병들에게도 원거리를 공격을 주로 펼치다가 상황을 보아서 천천히 뒤로 물러나라는 지시를 내려놓았다.

둥둥둥둥.

북소리가 울리면서 공격 준비를 마친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의 병사들이 파도처럼 밀어 닥쳤다. 베일레 자작이 고용한 용병들은 긴장하면서 방어대형을 유지했다.

“와아아아!”

엄청난 함성을 지르면서 밀려든 병사들과 용병들은 서로 충돌했다.

채채챙, 파팍!

전투는 치열한 혼전이었다. 마초즙을 술에 타서 마신 병사들이 괴력을 발휘하면서 조금씩 승기를 잡기 시작했고, 그와는 반대로 용병들은 점점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죽고 죽이는 싸움은 밤을 넘어 새벽이 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 사이 베일레 자작의 영지민들은 확실하게 후방으로 이동했고, 무장한 영지병들은 천인대별로 대기해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 도열해 있던 궁병들이 도열해 화살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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