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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119화 (11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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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김준을 생각하던 글리아나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면서 다시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 샤워를 마친 글리아나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헌트와 하그리가 준비하고 있는 요리는 글리아나가 아주 좋아하는 불고기라는 요리였다.

“글리아나 님, 어서 오십시오.”

“헌트, 오늘은 불고기인가 봐요?”

“그렇습니다. 글리아나 님께서 좋아하시는 요리라 특별히 하그리가 준비했습니다.”

“고마워요. 하그리.”

“아, 아닙니다. 글리아나 님. 이제 석쇠에 굽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으니 앉으십시오.”

글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의자에 앉았다.

삐삐삐삐.

식사를 하려는 찰나 갑자기 게르 밖에 설치해 두었던 알람마법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흠칫.

즐겁게 식사하려던 중이었기에 글리아나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건 헌트와 하그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가 게르 밖으로 나와 보았더니 들판의 저쪽에서 누군가 접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혼자 걸어서 게르를 향해 접근 중이었으며, 로브를 입고 후드까지 쓰고 있어서 그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 놀라온 것은 게르에 투명화 마법이 걸려 있었기에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데, 그가 곧장 게르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르의 밖에는 김준이 설치할 때보다는 약했지만 글리아나가 결계를 쳐두었다.

불청객은 결계 앞에서 멈추었다.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긴장했다. 불청객에게서는 강력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윽.

불청객이 후드를 벗자 그의 얼굴이 드러났고,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눈이 커졌다.

“허억, 이…이게?”

“주, 주인님.”

“김준, 준 맞지?”

“그래, 글리아나! 헌트와 하그리도 오랜만이구나.”

“아! 정말 준이었어!”

글리아나가 기쁨에 겨워 결계 밖으로 뛰어 나갔고, 그런 그녀를 김준은 꼭 안아 주었다.

“이…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주인님?”

헌트가 다가오면서 물었고, 김준이 대답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게르 안으로 들어가서 하자. 배가 고파.”

“예, 안 그래도 오늘 불고기를 준비했는데 주인님께서 오실 줄이야.”

“후후…난 역시 먹을 복이 있는가봐. 어서 들어가자.”

글리아나는 김준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였기에 그냥 안은 채로 김준은 게르로 들어갔다. 그러자 김준의 냄새를 맡은 노페르슈롱이 흥분해 앞발을 들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하하하, 노페르슈롱도 날 반기는데?”

“응, 저것이 그동안 얼마나 풀이 죽어 있었는데. 오늘은 좋아서 난리야.”

김준은 노페르슈롱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히히힝, 푸르르.

노페르슈롱은 기분이 좋아서 난리였다. 김준은 헌트가 가져온 과일을 집어 직접 먹여 주자 노페르슈롱은 아주 맛있게 잘도 받아먹었다.

“헌트는 말들에게 먼저 먹이를 주고, 식사하도록 하자.”

“예, 주인님.”

지글지글.

불고기가 석쇠에서 익어가자 고소한 냄새가 나자 절로 침이 고이는 모두였다.

“준, 그동안 어떻게 된 거야?”

“일단은 먹고 난 후 차를 마실 때 이야기 해줄게.”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함께 맛있는 불고기 식사를 했다. 모처럼 먹는 불고기와 흰쌀밥은 김준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맛있는 저녁식사가 끝나고, 향기로운 허브차가 놓여졌다.

김준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내려놓았다. 그리고 궁금해 죽겠다는 눈빛으로 세 사람이 자신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기에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한참 동안 이어진 김준의 이야기에 모두들 놀라워했다.

“저…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

“그래, 글리아나. 다행이 죽지 않고 석화마법을 풀었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려 고생했어. 아직도 60% 정도만 기억이 돌아온 것 같아.”

“아…나도 준이 어디에선가 살아 있을 거라 생각했어.”

“다행이 최근에 기억을 많이 되찾았고, 마법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 그래서 먼저 글리아나의 행방을 추적했고, 이렇게 찾아온 거야.”

“아…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조금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현재 난 바렌 왕국의 베일레 자작의 양아들이 되었고, 후작이라는 작위도 받았어. 지금은 중요한 시기라 글리아나와 같이 북쪽으로 여행을 할 수는 없어.”

“응, 무슨 말인지 알고 있어. 그럼 케르킨 부족장님과 한 약속은 어떻게 되는 거야?”

“지금은 이것저것 할일이 많아서 시간을 내긴 힘들지만 곧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을 거야. 그때 내가 함께 하도록 할게.”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

“당분간은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지금과 같이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도록 해. 이동하면서 충분하게 식량을 확보하면서 한편으로는 영지의 마을이나 도시에서 정보를 모으고, 또한 검술수련도 게을리 하지 마.”

“응, 알았어.”

“난 앞으로도 몇 달간은 바쁘게 지내야 할 거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시간의 여유가 생길 테니 그때에는 같이 이동할 수 있을 거야. 그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어야 돼.”

글리아나는 섭섭했지만 이해하려 했다. 그것이 안쓰러운 김준이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스윽.

김준은 아공간을 열어 그 속에서 마법통신구를 꺼내어 글리아나에게 내밀었다.

“자, 글리아나 마법통신구이니 받아줘.”

“준, 이것으로 언제든 통신을 할 수 있는 거야?”

“그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밤 10시에 통신하자.”

“응, 알았어.”

김준은 헌트와 하그리를 바라보더니 아공간 속에서 마법주머니를 2개 꺼내어 내밀었다.

“주인님, 이게 무엇입니까?”

“마법주머니를 너희들에게 각각 하나씩 주는 것이다. 그 속에는 만 골드가 들어 있으며, 파이어 애로우가 새겨진 마법의 아티팩트와 매직 미사일이 새겨진 아티팩트가 각각 하나씩 들어 있다. 그것으로 위험할 때 사용하거라.”

“가…감사합니다. 주인님.”

헌트와 하그리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이번에는 글리아나에게 말했다.

“글리아나도 이제는 마법이 8써클에 올랐으니 아공간을 생성하는 것을 가르쳐 줄게.”

“아공간을 정말?”

“그래. 아공간을 형성해두면 아주 유용해.”

김준에게서 아공간을 형성하는 주문을 들은 글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공간을 형성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녀가 한참 동안이나 마법주문을 중얼거리자 드디어 공간이 일그러졌다.

츠츠츠츠.

마법에 대하여 이해력이 높았던 글리아나라 김준이 가르쳐준 아공간의 마법주문으로 드디어 아공간을 형성할 수 있었다. 글리아나의 첫 아공간은 짐마차 50대 분량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었다.

“축하해, 글리아나.”

“고마워, 준.”

“아공간을 형성한 기념으로 내가 밑천을 좀 줄게.”

김준은 자신의 아공간 속에서 골드화와 각종 보석, 무구까지 다양하게 꺼내었고, 글리아나는 그것들을 전부 자신의 아공간 속에 간단하게 집어넣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처리하자 이제는 떠나야 한다는 걸 느낀 글리아나는 그냥은 보내줄 수 없다는 듯 김준에게 먼저 키스를 건넸다.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라 더욱 달콤했다.

헌트와 하그리는 모르는 척하면서 뒤돌아 서 있었다.

그렇게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키스가 끝나자 김준은 말했다.

“글리아나, 노페르슈롱은 내가 데리고 갈게.”

“응, 나도 노페르슈롱이 여기에 그냥 있는 것보다는 준을 따라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헌트가 노페르슈롱의 말고삐를 잡고 이끌고 와서는 김준에게 고삐를 내밀었다.

“주인님, 빠른 시간 내로 다시 돌아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알았다. 그동안 헌트와 하그리는 글리아나를 옆에서 잘 돌봐다오. 그리고 검술수련을 게을리 하지 마라.”

“예, 틈틈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군.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김준은 노페르슈롱의 고삐를 잡고 게르 밖으로 나갔고,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가 따라 나왔다. 그리고 헤어지기가 아쉬웠는지 글리아나는 김준을 껴안았다.

김준도 이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글리아나의 입술에 다시 한 번 키스했다. 입술이 서로 떨어지자 글리아나가 말했다.

“준, 빨리 돌아와야 돼.”

“그럴게, 글리아나.”

글리아나가 뒷걸음질로 물러서자 김준은 워프 마법 주문을 중얼거렸다.

스스스스.

김준과 노페르슈롱은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글리아나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그것을 손등으로 닦았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김준을 다시 보게 되어 기뻤다.

‘조금만 더 지나면 준은 꼭 나에게로 다시 돌아올 거야.’

헌트와 하그리도 말은 없었지만 김준을 다시 보게 되어 기뻤다. 그렇게 이들은 김준이 떠난 곳을 잠시 바라보다가 뒤돌아 게르로 들어갔다.

* * *

츠츠츠츠.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김준과 노페르슈롱이 나타났다.

스윽, 슥.

노페르슈롱의 머리를 쓰다듬던 김준은 올라타고는 천천히 야영지로 돌아왔다.

쥴리아 공주는 천막 속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프리맨 후작은 어디로 간 거지?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도 오지 않는 걸까?’

그 즈음 보초를 서고 있던 호위병들은 눈이 커졌다. 나갈 때는 혼자서 주변을 산책 한다고 했는데 돌아올 때는 말을 타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혈통이 좋은 말인걸 알 수 있었다.

호위병들은 궁금했지만 직접적으로 물어 볼 수는 없었기에 그냥 쳐다만 보았다.

김준은 천막 앞에서 말을 멈추고는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고삐를 당겨 천막 속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자 옆 천막에 김준이 들어온 걸 시녀가 공주에게 알려주었고, 쥴리아 공주는 바로 김준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김준은 노페르슈롱에게 과일을 직접 먹여주고 있었다.

“어머, 저 말은 웬 거예요?”

“아, 공주님. 저의 말인데 노페르슈롱이라는 종입니다. 그냥 종명을 이름으로 부르고 있지요.”

“아… 혈통이 좋은 말이군요.”

“예, 제법 영리하기도 하답니다.”

쥴리아 공주가 말에게 다가와 과일을 집어 내밀었다. 다른 말 같으면 경계 하겠지만 영리한 노페르슈롱은 공주가 내민 과일을 맛있게 받아먹었다. 그러자 공주도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를 처음 볼 텐데도 친숙하게 느껴지는 말이네요.”

“예, 그런 것 같습니다.”

“헌데 어디 갔다가 왔어요?”

“산책 좀 했습니다.”

“그럼 이 말은 어디에 있었는데 데려온 거예요?”

“그건 비밀입니다. 공주님.”

비밀이라는 말에 쥴리아 공주는 더 이상 물어 볼 수 없었다.

“이제 이틀 정도만 더 가면 영지인가요?”

“그렇습니다. 공주님.”

“빨리 바다가 보고 싶군요.”

“쥴리아 공주님, 이제 영지에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더 참아 주십시오.”

“예, 오늘밤은 너무 심심해요. 재미난 이야기 좀 해주세요.”

“오늘은 제가 명상을 해야 하기에 이야기를 들려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심심해서 그래요. 부탁해요.”

“음, 그럼 공주님께 그림동화책을 드릴 테니 읽어 보십시오.”

“그림동화책이 뭐예요?”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그런 책일 겁니다. 여기 있습니다.”

김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그림동화책을 꺼내어 내밀었고, 그것을 받아든 쥴리아 공주는 책을 펼쳤다. 마케리안 대륙어로 쓰여 있었으며, 그림까지 그려져 있는 책이었다.

눈이 커진 쥴리아 공주는 호기심이 일었다.

“공주님, 돌아가셔서 읽어보십시오. 저는 명상을 하겠습니다.”

“…알았어요. 후작님, 그럼 나가 볼게요.”

쥴리아 공주는 그림동화책을 들고 자신의 천막으로 가버렸다.

‘후후… 쥴리아 공주는 보면 볼수록 귀엽군.’

천막을 나가는 쥴리아 공주를 바라보던 김준은 자리에 앉았다. 그냥 명상에 들기보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잔잔한 음악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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