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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그래. 더 좋은 소식은 말이야. 나의 프리맨이 마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했어. 마음만 먹으면 텔레포트 마법으로 바로 영지로 이동할 수도 있으니 날보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
“오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하하하! 그러니 내가 어찌 기쁘지 않겠나?”
“그렇습니다. 영주님, 놈들은 정말이지 최악의 패를 꺼내든 것 같습니다.”
“프리맨의 말로는 영지로 오고 있는 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자꾸 앞길을 막았다고 했지만 프리맨이 누구인가? 적들이 무려 3차례나 기습공격을 해왔지만 모두 처리했다고 하네.”
“그…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놀란 듯한 그들에게 영주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그래. 프리맨이 영지로 오기만 하면 걱정 없어. 그래도 영지병들에게는 이런 말을 하지 말도록.”
“예, 잘 알겠습니다.”
“프리맨의 말로는 이번 기회에 영지병이 된 자들에게서 충성심을 확인해야만 하는 좋은 기회라고 하니까 그렇게 알고 영지병들에게 단단히 준비시켜 두게.”
“예, 영주님. 잘 알겠습니다.”
“좋아, 내일 아침에는 서둘러서 전 영지병들을 이끌고 방어진지를 확보해 두게.”
“예, 영주님.”
“브레이그는 영지병들을 이끌고 방어진지를 확보해야 하니까 리버스는 마법으로 도울 수 있는가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예, 염려하지 마십시오. 영주님.”
“벨리 집사는 영지병들의 보급에 신경 써야 하니까 식량을 싣고 갈 짐수레와 짐마차를 좀 더 확보해 두도록.”
“예, 영주님.”
“좋아, 내일 아침부터는 모든 영지의 잡무를 잠시 중단하고, 영지전에 대한 각종 일들을 최우선으로 처리할 것이니 그리 알도록.”
“예, 영주님.”
기사 브레이그와 마법사 리버스, 벨리 집사까지 모두 집무실을 나가자 베일레 자작은 답답한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밤이라 횃불만이 주위를 밝히고 있어서 멀리까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으음… 내일 아침부터 바쁘겠어. 역시 프리맨의 예상대로 영지전이 일어나는구나. 하지만 놈들은 나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인 프리맨이 있다는 걸 계산하지 않았어. 그게 치명적인 실책인데 말이야.”
날이 밝아오자 기사 브레이그는 서둘러서 영지병들을 전부 끌어 모았다. 무기를 지급받은 영지병들만 무려 1만 8천 명이나 되었다. 또한 이들을 뒤에서 각종 보급품을 지원하거나 보조인원으로 영지민들도 대거 끌어 모았다.
영지민들도 영지전이 일어난다는 걸 소문으로 들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영지민들은 먹고 살기 좋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영지전에 참석하는 자들이 많았다.
영지병들과 영지민들이 사기는 무척 높은 편이었다. 2만 명이 넘는 많은 영지민들이 대거 참석했기에 이들도 일단 보조 인원이었지만 천인대로 편성했다.
이렇게 해서 천 명으로 이루어진 천인대를 제1천인대부터 제38천인대까지 편성한 후 천인대별로 이동을 시작했다.
베일레 자작령의 경계지점에서 불과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도착한 이들은 서둘러서 진지를 구축했다.
우선 끝이 뾰족한 나무를 깎아서 전방에 목책을 설치했다. 또한 기병들의 공격을 막기 위하여 돌멩이를 땅바닥에 골고루 깔았다. 노면이 고르지 못하기에 기병들이 마음 놓고 달리지는 못하게 되었다.
최전방에는 직사각형의 대형 방패병들이 자리했고, 그들의 뒤에는 궁병들이 자리했다. 그들의 뒤쪽에는 기병들이 좌우를 공격하기 위하여 양쪽으로 자리 했으며, 가운데 부분에는 보병들이 배치되었다. 그들의 뒤에는 다시 궁병들이 배치되었다. 뒤쪽에는 다시 보병들이 자리하는 식이었다.
이들의 뒤에는 각종 보급부대가 자리 했는데, 이것은 영지민들이 맡았다.
이렇게 베일레 자작령에서는 영지전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으며, 오후가 되자 스랄프 자작령에서도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드디어 영지병들이 출병했다.
1만 2천 명의 영지병 중에서 기병들은 3천 명이나 되었다. 나머지는 보병들이었지만 서로 중장기병들이 없는 상황이니 상관없었다. 베일레 자작령보다 4배나 많은 영지병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용병들을 고용하지 않았다.
한편, 디오 남작령에서도 8천 명의 영지병을 이끌고 천천히 이동했다. 이들도 기병은 2천에 나머지는 보병들이었지만 충분한 전력이라 생각되어 용병들은 고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동한 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의 영지병들은 각각 영지의 경계지점까지 이동한 후 야영에 들어갔다. 날이 밝으면 다시 행군을 할 것이었다.
그러던 중 척후병들의 보고를 받은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을 깜짝 놀랐다.
베일레 자작의 영지병들은 겨우 3천 정도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려 2만에 가깝다고 전해왔다. 더구나 후방에 영지민들이 약 2만 정도 있는 걸 확인해 보고했다.
영지민들은 그리 강력한 무력이 아니지만 2만이나 된다면 무시하지 못한 인원이었다. 디오 남작은 즉시 스랄프 자작에게 마법통신을 시도했다.
스스스.
수정구에 스랄프 자작의 상반신이 나타났다.
“무슨 일인가 디오 남작?”
“자작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 그게 뭔가?”
“척후병의 보고로는 베일레 자작령의 영지병들이 2만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뭐? 그…그게 사실인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영지민들도 약 2만 정도가 모여 영지병들을 지원하고 있다 합니다.”
“으음… 그럴 리가?”
“자작님께서는 척후병을 보내지 않으셨습니까?”
“아니네. 나도 보내었어. 곧 보고가 들어올 것일세.”
“음… 이거 쉽게 생각했다가 큰일 나겠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큰일이군. 당장 우리도 성급하게 공격하기보다는 추가로 영지민들과 용병들을 모집하세. 어떤가?”
“음… 저도 그러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전력이라면 이겨도 그 피해가 큽니다. 그럴 바에야 용병들을 대거 모집해 그들을 먼저 앞세운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네. 나도 그럴 생각이야. 용병들이 죽으면 돈도 많이 안 들어가니 말일세.”
그러나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용병들도 이같은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의 영지병들이 출병하기 전에 이미 베일레 자작령으로 용병들이 대거 이동한 후였다.
베일레 자작은 용병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무려 일만 명이나 되는 용병들과 협상을 해서 그들을 전부 고용했다. 베일레 자작은 천일염을 팔아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었기에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만 명의 신병들이 신경 쓰였는데, 용병들을 고용함으로 인해서 그런 걱정을 덜었다. 전투 경험이 있고, 몬스터 사냥을 하던 경험이 풍부한 용병들이라 영지전에서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그 즈음 김준도 영지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그는 페밀리어를 동원해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영지에 도착하려면 이틀 정도 더 가야 하지만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텔레포트 마법으로 바로 이동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여유가 있는 것으로 보여서 그냥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용병들을 모집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이미 용병들 대부분 의뢰를 받고 어디론가 떠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영지민들을 각각 2만 명씩 차출해 충당했다.
이렇게 되자 스랄프 자작의 군사는 총 3만 8천이 되었고, 디오 남작은 2만 8천이 되었다. 베일레 자작은 용병과 영지민을 합하면 4만 8천이고 적들은 합하여 6만 6천이나 되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자 서 쪽에서 스랄프 자작의 영지병들이 베일레 자작령의 경계지점을 넘었고, 남서쪽에서도 디오 남작의 영지병들이 진군해 왔다.
스랄프 자작은 베일레 자작의 영지병의 무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 기병 500에 보병 2천을 내보냈고, 디오 남작 측에서도 역시 기병 500에 보병 2천을 동원했다.
선두에 횡대로 길게 도열한 기병들은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와 빠른 속도로 베일레 자작의 영지병들에게 달려왔다.
두두두두!
묵직한 기병의 말발굽 소리에 베일레 자작의 영지병들은 긴장되어 침을 삼켰다.
“적 기병들이 진격해온다. 궁병들은 준비하라.”
스윽.
궁병들은 보우에 화살을 걸고 대기했다. 250미터 정도까지 기병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자 드디어 천인대장의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쏴라, 쏴!”
슈슈슈슈슝!
하늘을 까맣게 뒤덮은 화살이 비 오듯 기병들에게 쏟아졌다.
달려오던 기병들은 팔에 끼고 있던 손방패를 치켜들면서 떨어지는 화살을 막았다.
티티티팅.
대부분의 화살이 손방패에 튕겨나갔고, 일부는 기병들이나 말에 격중되어 쓰러졌지만 몇 십 명 되지 않았다.
“크로스 보우병들은 말을 집중적으로 노려라. 쏴라, 쏴.”
투투투퉁.
위력적인 퀘럴이 바람소리를 내면서 날아가 적 기병들이나 말을 맞추었다.
“크악, 커억.”
이히힝!
무섭게 돌격하던 기병들과 말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건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병들은 말발굽으로 앞을 가로막는 영지병들을 짓밟았다.
대형 방패로 앞을 가로 막았지만 상당한 무게를 가진 기병들이라 제대로 막을 수 없었기에 제법 피해가 컸다.
마법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전력이 중장기병이며, 그 다음이 기병들이다. 보병들의 무기로는 돌파력이 뛰어난 기병들을 상대하기 힘들었다. 또한 보병들은 기병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는 게 보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곳곳에 돌멩이를 깔아 두었기에 중심을 잃고 쓰러진 기병들이 제법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방패병을 돌파하면서 기동력이 떨어졌기에 창병들이 창으로 말이나 기병들을 찔러 쓰러트렸다.
천 명이나 되던 기병들이 대부분 죽고, 2백 명 정도가 되돌아갔다. 그런 기병들의 뒤에서 달려오던 보병들은 곧 베일레 자작의 영지병들과 충돌했다.
“와아아아!”
채채챙, 파팍!
“크악, 아아악!”
양측의 싸움은 치열했고, 그만큼 피해는 서로 늘어났다. 한 번의 충돌로 양측은 각각 약 3천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첫 전투에서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베일레 자작의 영지병이 그리 약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 * *
끝없이 넓게 펼쳐진 들판에 날이 저물고 있었다.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야영을 하기 위하여 말고삐를 잡아 당겨 멈추었다. 그들은 우선 30미터 거리에 정삼각형으로 알람마법을 설치하고는 품속에서 게르를 꺼내었다.
촤르르륵.
경쾌한 소리가 나면서 순식간에 게르가 가운데 설치되었다.
“자, 설치가 되었으니 들어가요.”
“예, 글리아나 님.”
헌트와 하그리가 짐수레를 몰아 먼저 게르 안으로 들어가자 글리아나도 자신의 말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으며, 김준의 노페르슈롱도 성큼 안으로 뒤따라 들어갔다.
이렇게 모두 게르 속으로 사라지자 그들과 100미터 정도 떨어진 들판에 검은 것이 솟아올랐다.
스윽.
주먹만 한 크기였기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두 눈이 붉게 물든 것이 특이했으며, 이마에는 별모양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츠파파팟.
그것은 잠시 게르를 쳐다보다가 사라졌다.
게르 안. 오늘도 식사는 요리 솜씨가 좋은 하그리가 맡아서 하게 되었다. 하그리는 모처럼 맛있는 걸 먹기 위하여 불고기를 준비했다.
이 요리는 김준에게서 배운 것으로 맛이 아주 좋으며, 모두들 좋아하는 요리였다.
양념을 버무려 맛있게 숙성된 불고기를 준비하는 동안에 헌트는 숯불을 준비했다. 불고기에는 밥이라는 것이 제격이었기에 흰쌀밥도 준비했다. 뜸을 들이고 있으니 곧 밥이 될 것이다.
헌트와 하그리가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에 글리아나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
‘아…김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너무나 보고 싶은 연인이었지만 행방불명이 되어 현재는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가 사라진 지 벌써 6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