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17화 (117/284)

0117 / 0284 ----------------------------------------------

제5권  프리맨의 귀환

“이번의 일로 인해서 국왕파의 기세가 높아졌습니다. 아울러 중도파에서도 일부가 국왕파에 포섭되는 일까지 있다고 합니다.”

“벌써 말인가?”

“예, 아무튼 이번의 일로 국왕의 힘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베일레 자작령에서 이곳 수도인 까브까지 길을 넓힌다는 것에 있습니다.”

“음… 이것도 그놈의 공작이 분명해.”

“그렇습니다. 국왕에게는 여유 자금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허락한 이면에는 그자에게서 막대한 자금 지원이 있는 게 아닌 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으음… 그럴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베일레 자작령에 대하여 감시를 대폭 늘려야겠군.”

“그렇습니다. 그자는 소드마스터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우리에게는 위협적인 것은 분명하니까 말입니다.”

“으음… 인근 영지를 자극해 영지전이라도 일어나게 하는 건 어떨까?”

“놈이 영지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동안에 먼저 일을 추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비록 천일염이라는 것으로 막대한 부를 쌓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영지를 방비할 영지병이 부족할 거야.”

“그렇습니다. 이참에 그렇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당장 지시를 내리는 게 좋을 것 같군.”

“베일레 자작령과 경계를 이루는 영지는 세 곳으로 중도파의 나트리안 남작령, 그리고 우리 귀족파의 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이 있습니다.”

“중도파의 나트리안 남작령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에게 명해 영지전을 준비하도록 하는 게 좋겠어.”

“예, 놈이 영지에 도착하기 전에 일을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흐흐… 놈이 영지도 도착할 때쯤에는 영지전이 일어날 테니 볼만 하겠어.”

“그렇습니다. 베일레 자작령에는 기껏해야 3천 정도의 영지병이 있지만 스랄프 자작령에는 만 명 정도 영지병을 보유하고 있으며, 디오 남작령에도 6천의 영지병이 있으니 간단하게 베일레 자작령을 점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흐흐… 이번에야 말로 놈에게 빚을 받아 낼 수 있겠어.”

“그렇습니다. 이제는 술이나 마시러 가시죠.”

“흐흐… 좋아, 가세나. 역시 나에게는 자네가 있어서 언제나 든든해.”

이렇게 그들은 아무도 모르게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 * *

김준 일행은 부상자 때문에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적들의 기습공격에 큰 피해를 입었기에 김준은 은밀하게 페밀리어를 이용해 앞을 살피면서 이동했다.

3킬로미터 앞에까지 진출한 작은 새 페밀리어 두 마리가 나누어 살피고 있다가 적들을 발견했다.

‘으음… 적들이 은신해 있었구나. 하지만 이번에는 당하지 않는다.’

“호든, 있나?”

“예, 후작님.”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저 앞에 멈추도록.”

“예, 알겠습니다.”

호든 기병대장과 호위대장인 호리슨은 각자의 수하들에게 명해 이동하던 것을 멈추었다. 제법 지친지라 물을 마시거나 하면서 그늘진 곳으로 들어가 잠시 쉬었다.

김준은 마차에서 내려 약간 경사진 곳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곳에 서서 전방을 잠시 바라보다가 경사 밑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일행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그는 즉시 아공간을 열었다.

“나오너라, 헬 바바여.”

아공간 속에서 잠을 자고 있던 헬 바바가 잠에서 깨어나 나타났다.

-부르셨습니다. 주인님.

“그렇다. 헬 바바여, 너에게 부탁할 것이 있느니라.”

-말씀하십시오. 주인님.

“자식들을 이끌고 저곳으로 날아가면 먹이가 있을 것이다. 마음껏 잡아먹어라!”

-예, 주인님.

헬 바바는 텔레파시로 아공간 속에서 잠을 자고 있던 헬 바바 2세들을 깨웠고, 곧 헬 바바 2세들이 아공간에서 날아 나왔다. 대부분 죽고 현재 남아있는 것은 겨우 50마리 정도였다.

은신해 있는 적들의 수는 300명 정도 되었지만 헬 바바 2세들이라면 충분하게 그들을 전멸시킬 수 있는 전력이었다.

헬 바바 2세들은 눈을 번뜩이면서 하늘로 날아올라 헬 바바의 뒤를 따라서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한편 공주 일행이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던 레인져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처음 보는 몬스터가 나타난 것에 당황했다.

신장이 2미터 정도 되는 몬스터는 날개가 있어서 하늘을 날아왔는데, 등에는 독을 가진 촉수가 4개나 돋아 있었다.

“저게 뭐냐?”

늑대의 얼굴에 오우거처럼 강인한 육체를 가졌으며, 동시에 트롤의 재생력까지 갖춘 마법 생명체였기에 아주 강력한 전투력을 가졌다. 그런 그들이 레인져의 냄새를 맡고는 공격해왔다.

나타나라는 공주 일행은 나타나지 않고, 처음 보는 몬스터가 나타나 공격해왔기에 레인져들은 당황했다. 처음 보는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들의 실력이라면 충분하게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독이 든 촉수에 맞으면 바로 독에 중독되어 쓰러졌고, 일부는 헬 바바 2세들이 물어뜯어 잡아먹었다.

순식간에 무지막지한 공격에 당한 레인져들은 그제야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도망치지도 못 하고 당했다. 상대는 날개가 있는 것들이기에 도망치더라도 곧 잡아먹혔기 때문이었다.

“으아아… 살려줘!”

“커억, 아아악!”

여기저기에서 고통과 공포에 울부짖고 소리쳤지만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참혹한 광경이었다. 300여 명이나 되던 레인져 부대가 헬 바바 2세들에 의해서 전멸해 버렸다. 헬 바바와 헬 바바 2세 50마리는 모처럼 이들을 잡아먹으면서 포식한 것이다.

이 모든 일이 불과 20여 분도 안 걸리는 짧은 시간에 일어났다.

김준은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 와서는 헬 바바와 헬 바바 2세들을 다시 아공간 속에 집어넣었다. 기온이 낮은 아공간 속으로 들어온 헬 바바와 헬 바바 2세는 배가 불렀기에 스르르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으음… 조금 잔인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의 수하들이 죽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김준은 텔레포트 마법으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고, 다시 출발했다.

그 후 레인져들이 당한 곳을 지나칠 때, 김준은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었지만 이들은 아무도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을 몰랐다.

그렇게 김준은 영지를 향해 이동했다.

* * *

베일레 자작령과 경계를 이루는 영지는 모두 세 곳이었다.

먼저 북서쪽에는 중도파의 나트리안 남작령이 있었으며, 서쪽에는 귀족파의 스랄프 자작령이, 남서쪽에도 역시 귀족파의 디오 남작령이 있었다.

김준이 베일레 자작의 양자가 되기 전만 해도 가장 낙후된 영지가 베일레 자작령이기에 이들 세 곳의 영주들은 사실상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탄핵을 받아 귀양 온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었기에 더욱 무시한 것인지 모른다.

혹시라도 흉년이 들 때면 식량이나 돈을 빌려달라고 할지 몰라서 눈치를 보았지만 전혀 영지 밖으로는 나오지 않는 베일레 자작이라 그들은 이내 관심을 끊어 버렸었다.

본래 일 년에 두세 번 정도는 영주들이 서로 만나서 식사도 하였지만, 베일레 자작은 이런 자리에까지 한 번도 나오지 않았기에 그들도 베일레 자작을 아예 무시해 버렸다.

그런데 6개월 전부터 갑자기 베일레 자작령에 염전이 생기면서 천일염을 생산해 막대한 부를 쌓자 이제는 자연히, 아니 일부러라도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중도파의 나트리안 남작은 중앙 정치무대의 중도파에서 아직 어떠한 지시도 내려오지 않았기에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귀족파의 스랄프 자작령과 디오 남작령에서도 그건 마찬가지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차일 후작에게서 마법통신구로 긴급 연락이 왔다. 바로 영지전을 일으키라는 것이었다.

최근 득세한 베일레 자작령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영지병이 3천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자신은 영지병이 무려 1만 2천 명이나 되었다. 영지전을 일으킨다면 당연히 승리 하겠지만 중앙의 고위귀족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귀족파의 핵심 귀족인 차일 후작에게서 영지전을 하라는 명령이었다. 더구나 옆 영지인 디오 남작령과 같이 연합하라고 하니 더욱 자신이 있었다.

디오 남작령에도 영지병이 공식적으로는 6천 명이지만 자신이 알기로는 비공식적인 자경대까지 끌어 모은다면 8천 명 정도 되었다. 영지전이 일어만 난다면 승리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자신의 영지병만 해도 4배나 되니 어찌 영지전에서 패하겠는가?

문제는 명분이었다. 그는 그걸 만들기 위하여 5일전에 디오 남작과 마법통신을 주고받으면서 뒷공작에 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영지와 디오 남작령에서 살인을 하고 도주한 농노들을 내어 놓으라고 시비를 걸 작정이었다. 그에 앞서 이미 위장한 농노들을 베일레 자작령에 침투시켜 둔 상태였다.

그리하여 이틀 전, 드디어 자신과 디오 남작령에서 각각 50명씩 영지 기병들을 베일레 자작령으로 보내어 살인을 저지른 농노를 내어 놓으라고 억지를 부렸다.

당연히 베일레 자작령에서는 무슨 소리냐고 했지만 자신과 디오 남작령의 기병들은 막무가내로 그 살인자들을 찾아내려 했고, 베일레 측에서는 당연히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싸움이 일어나 그와 디오 남작령의 기병들이 다치고, 5명이 칼에 맞아 쓰러졌다. 이렇게 되자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즉각 영지전을 통보해버렸다.

이미 시비를 때부터 영지병들을 소환해서 무기를 지급하고, 보급문제를 서둘러서 점검하고 있었으니 준비는 완벽했다.

‘흐흐흐… 이제 명분은 얻었으니 공격하는 일만 남았구나. 네가 디오 남작보다 전공을 더 올려야 그만큼 천일염에 대한 권리가 높아진다.’

이런 생각은 스랄프 자작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디오 남작도 스랄프 자작처럼 그렇게 생각 중이었다.

한편 베일레 자작은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서 고민 중이었다. 그의 곁에는 기사 브레이그와 마법사 리버스, 벨리 집사까지 모여 있었다.

“으음… 내가 생각하기에는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의 계략인 것 같은데 어떻게들 생각하나?”

베일레 자작의 물음에 기사 브레이그가 먼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영주님, 저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기사 브레이그의 대답에 옆에 앉아 있던 마법사 리버스와 집사 벨리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주님, 영지전의 명분을 얻기 위하여 그런 것 같습니다. 타협은 힘들고, 이젠 진짜 영지전만 남아 있습니다.”

“으음… 프리맨도 수도 까브로 가면서 그걸 염려하였어. 브레이그, 영지병은 얼마나 준비되었나?”

“6개월 전만 하더라도 겨우 3천에 불과했습니다만 그동안 프리맨 님께서 은밀하게 영지병을 모집하여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둔 영지병이 5천이 있으며, 수도 까브로 프리맨 님이 가시기 전에 영주님께서 지시하신 영지병 모집에 만 명을 모집하여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럼 모두하면 1만 8천 명이라는 말이군.”

“그렇습니다만 신규로 모집한 만 명은 겨우 15일 정도밖에 훈련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으음… 나도 알아. 하지만 나름대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으니 영지전이 일어나면 일단 힘은 되어줄 거라 생각하는데 어떤가?”

“시간이 좀 더 주어지면 좋겠지만 아쉬운 대로 현재 상황에서도 수성을 하는 것에는 문제없습니다.”

“일전에 내가 지시한대로 영지병들을 잘 먹이고는 있나?”

“아침과 점심, 저녁, 이렇게 3식을 하고 있으며, 무조건 고기를 배식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오후와 밤에도 간식으로 빵과 스프를 먹이고 있습니다.”

“음… 그렇다면 날이 갈수록 사기도 오르고, 몸도 좋아지고 있겠군?”

“그렇습니다. 영주님.”

“좋아, 어젯밤에 프리맨과 마법통신을 하였는데, 쥴리아 공주가 동행하고 있기에 예정보다는 조금 더 늦어지고 있다고 했어. 하지만 3일 정도면 도착할 거야.”

“영주님, 영지전의 시작은 빠르면 내일 오후이거나 모레 아침이 될 것 같습니다.”

“으음… 아무리 그들이 강하다고 해도 하루 만에 영지가 어찌 되겠나? 프리맨이 도착하면 그들은 끝장이야.”

“맞습니다. 영주님, 프리맨 님께서 앞으로 나서시면 모두들 겁을 집어먹고 도망치기 바쁠 것입니다.”

영주가 기다렸다는 듯 환한 얼굴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하하! 그리고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어.”

“그게 무엇입니까 영주님?”

“이번에 프리맨이 수도 까브를 갔다 오면서 기억의 일부를 되찾았다는군.”

“아, 정말 좋은 일입니다. 영주님.”

0